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5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2015.6.19)
등록 2015.06.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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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심각성 일깨운 한겨레 기획보도,

5월 좋은 신문보도로

 

 민언련이 2015년 5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좋은 신문보도, 아동학대 실태 고발하고 근본적 해결책 제시한 한겨레

한겨레는 5월 탐사기획보도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 31건을 보도했다. 5개 일간지 중 어린이날 탐사기획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보도는 객관적 통계와 구체적인 사례로 아동학대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하고 어른들의 방임, 사법체계의 부실, 아동복지의 미비 등 사회적‧구조적 문제로서 아동학대를 사회적 이슈로 제기했다. 또한 아동학대 신고 유도부터 가해자 사후 처리까지의 사법 절차 강화, 사회적 안정망의 확충을 근본적 해결책으로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를 2015년 5월 ‘이 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한다.

 

올해 어린이날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 시행령 수정, 성완종 게이트 수사, 공무원 연금 개혁 등 논란이 뜨거운 현안들이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맞이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아동들을 위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쟁점들로 인해 주요 5개 일간지 중 한겨레만 어린이날 특별 기획보도를 내놨다. 경향신문이 17개 시‧도 교육감이 선포한 ‘어린이 놀이헌장’을 한 면에 걸쳐 보도했고, 조중동에서는 어린이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동아일보가 “2020 행복원정대 엄마에게 날개를”이라는 이름으로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집중 보도했지만 이는 4월 1일부터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 보도의 일부분이었다. 조선일보는 어린이날 풍경 사진을 제외하면 어린이 관련 보도가 없었다. 중앙일보도 문화면에서 어린이 뮤지컬과 90년대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를 보도하는데 그쳤다.

 

 6개 주제, 6일에 걸쳐 아동학대 심층적으로 다룬 한겨레

 

 

한겨레의 어린이날 탐사기획 보도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는 5월 4일부터 6일 동안 ‘희생’, ‘방관’, ‘생존’, ‘가해’, ‘미제’, ‘희망’ 등 6개의 주제로 아동학대의 실태와 원인, 예방책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5월 4일 탐사기획 첫 보도였던 ‘희생’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국회,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법원, 법무부 등 관련 기관의 아동학대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학대 아동 사망자 263명의 명단을 만들고 사례별로 학대의 유형을 구분했다. 다음날 이어진 ‘방관’은 신체적 이상 징후, 울음소리, 직접적인 증언 등 학대 아동의 구조 신호가 있었음에도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를 들어 아동학대를 방관하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고발했다. 세 번째로 ‘생존’은 학대 피해 아동 중 생존자와 사망 아동의 형제‧자매를 취재하여 그들에게 주어지는 치료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주제인 ‘가해’는 학대 가해자들을 분석하여 그들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친부모들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해자들이 한 때 아동학대의 피해자였음을 통계적으로 제시해 아동학대가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미제’는 신생아 유기 및 살해, 자녀 살해 뒤 자살, 시설 입소도 거부당하는 무국적 아이들 등 아동학대 문제를 다룰 때에도 외면 받는 사례들을 다뤘다. 마지막으로 ‘희망’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의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고 아동복지 확대와 치밀한 법 제도 등 구체적인 아동학대 예방책까지 제시했다. 

 

 심각한 실태 드러낸 구체적인 유형 분석
 <별이 된 아이들 263명, 그 이름을 부른다>는 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통계 기록은 물론 검찰과 경찰 등 관련 기관의 사건 기록까지 확보하여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 263명의 학대아동 사망자 통계를 제시했다. 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범주로 규정한 사건에서 사망한 아동은 112명이지만 한겨레가 자체 분석을 통해 “이름도 갖지 못한 신생아 살해 59명, 동반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살해 후 자살’ 92명(추정)”을 더한 것이다. 한겨레는 이처럼 국가 기관이 제시한 기존의 아동학대 범주가 부실함을 지적하고 방대한 자료를 통해 더 세밀한 아동학대 유형을 제시했다.


 <때리는 것만 아니라 ‘방임도 죄’>는 아동학대의 범주를 “크게 신체 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으로 구분하고 “서울대 가라는 강요,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억제 등이 모두 정서학대”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아이들을 보호자가 고의적‧반복적으로 방치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라면서 방임 역시 학대임을 주지시켰다. <“가르치려고 했을 뿐” 훈육을 가장한 학대>에서는 학대 아동 사망자 112명 중 19명의 목숨을 빼앗은 훈육을 가장한 학대에 대해 “일상에서 이를 대하는 시선은 여전히 너그럽다”고 꼬집었고 <기록되지 않은 죽음>은 59건에 달하는 영아 살해와 영아 유기치사를 다뤘다. <한국서 거부당하는 무국적 아이들>은 케냐인 아빠와 중국동포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메리모라의 사례를 통해 아동학대로 판정받아도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시설 입소조차 거부당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메리모라는 계속된 학대에 노출되어 결국 사망했다. “아동의 인종, 성별, 종교, 언어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실천수칙이 무색한 대목이다.

 

 가난과 연쇄적 폭력에 노출된 가해 부모들
 5월 7일에는 아동학대 가해자 분석에 집중했다. <그들은 아빠‧엄마였다>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 112명(5명은 미확인)을 분석하니 10명 중 8명이 친부모”였고 “직업은 무직, 주부, 자영업, 일용직 순으로 많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들도 어릴 적엔 피해자>는 “학대당한 경험과 고립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주요 특성 중 하나”라면서 가해자들이 한 때는 피해자였음을 짚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확인된 아동학대 가해자 2만1788명을 분석한 결과 4883명(22.4%)이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을 겪고 있었다. 393명이 어린 시절 자신도 누군가에게 학대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통계 근거도 제시했다.

 이어서 <아빠에게 맞은 엄마, 아이를 때렸다>에서 2008~2014년 학대로 사망한 112명의 가정 110곳 중 “절반에 가까운 45건(40.9%)에서 공통적으로 가정불화가 확인”되었고 “가정불화를 겪은 45곳 가운데 경제적 곤란을 겪었다고 밝힌 가정이 20곳(66.7%)”이라고 전했다.
 

△ <한겨레> ‘아동학대 가해자 분석’ 관련 기사 갈무리

 

 결국 대부분 친부모들인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과거 자신도 아동학대에 시달렸거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가정 불화 등 불안정한 삶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아동학대가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끔찍한 범죄이지만 결코 가해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는 문제임을 말해준다. 아동학대가 사회 구조적 문제임은 이번 탐사기획보도에서 중점적으로 지적한 피해 아동 관리를 위한 제도의 미비, 소극적인 수사와 신고의무자 처벌 등 부실한 사법 체계, 걸음마 수준의 아동복지에서 잘 드러난다.


 국가도 방치한 아동학대 문제 총체적 정리, 대안까지 제시
 한겨레가 지적하는 제도적‧구조적 문제를 4가지로 정리하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조치가 이뤄진다면 아동학대는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문제는 낮은 신고율이다. <사그라든 25명의 구조신호>는 2008년 2014년 새 학대로 사망한 아동 11명 중 학대가 외부로 알려졌음에도 사망에 이른 아이가 25명(22.3%)라고 밝히면서 신고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몸의 구조신호’ 봤다면 신고하세요>에서 최근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최근 개발한 ‘아동학대 의심 선별도구’를 언급하며 “신고 의무자인 의사가 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자”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한겨레는 두 번째 문제로 수사와 처벌 등 사법적 제도가 너무 관대하다는 점을 들었다. <유독, 학대에 관대한 법의 저울>은 2008~2014년 사이 아동학대 사망 110건의 사법처리를 검토한 결과 “형사 처벌 사건의 70%가 살인의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는 ‘치사죄’가 적용됐다”고 전했다. 또 “신생아를 낳자마자 살해하는 영아 살해죄를 포함하면 아동학대 사망 범죄의 집행유예 비율은 44.9%”에 이른다며 다른 범죄에 비해 높은 집행유예 선고 비율을 지적했다.

 세 번째로 학대 아동들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매우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했다. <상담원 원하는 건 예산‧인력과 ‘적극 개입할 권리’>에 의하면 “상담원으로 일하는 동안 맡은 학대 가정수는 1인당 평균 200개”가 넘고 대부분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일하고 있다. <그도 고통으로 울었다>도 “가해자의 잘못을 캐내 피해자를 구조하는 조사 업무와 가해자와 피해자의 치료를 돕는 관리 업무가 모두 상담원들의 몫”이라며 상담원들의 격무를 설명했다.

 네번째로 턱없이 낮은 아동복지 수준을 지적했다. <영유아 검진 그 꿈같은 말>은 필수 검진, 필수 예방 접종 등 아이와 사회의 접촉 가능성을 높이는 영유아 검진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 많은 학대 피해 아동들이 수검을 받지 못한 사실을 지적하며 “일상적인 의료 방임으로, 허술한 영유아 검진으로 학대는 가려지고 더 자란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아동복지 늘려야 학대 준다>는 GDP대비 아동복지 관련 공공지출이 한국의 3배에 이르는 북유럽 3국을 언급하면서 “아동과 가족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김선숙 한국교통대 교수의 말을 실었다. “아직 학대 예방 및 사후 관련 가족 지원이 미약”하다며 전반적인 한국 복지 수준을 꼬집기도 했다.

 신고 기준, 명확한 가해자 처벌, 상담원에 대한 처우, 사회적 안정망을 보장하는 복지 모두가 지지부진한 한국의 현 실태는 사실상 국가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조치에 손을 놓았음을 의미한다. 물론 한겨레도 보도했듯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신고 의무가 강화되고 사법 처벌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징역 5년 수준으로 엄정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효를 낙관하기 어렵다. 신고자에 대한 보복 등 신고를 막는 변수가 여전하고 적극적인 수사 없이는 처벌도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 <한겨레> 관련 기사 갈무리

 

 

나쁜 신문보도,
국민대책회의부터 시행령까지 ‘세월호 참사’ 왜곡에 한도 끝도 없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그동안 꾸준하게 세월호 참사 관련 왜곡보도를 일삼아왔다. 그리고 2015년 5월에도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는 계속됐다. 5월 6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조선일보는 노골적으로 정부안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시행령 수정에 가능성을 연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 합의에 대해서도 ‘입법부 독재’, ‘위헌’ 등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그동안 꾸준히 세월호 참사 특조위의 올바른 구성을 방해하고 참사의 의미를 축소․왜곡했던 조선일보 행보의 연장선일 따름이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세월호 참사 왜곡보도’ 관련기사 22건을 5월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이미 1년이 훌쩍 지나버린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 수준의 밑바닥까지 드러냈다. 특히 1년이 지나도록 연일 세월호 참사를 왜곡하고 희생자를 모욕해 온 조선일보의 경우 반성은커녕 세월호 참사를 덮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조선일보의 왜곡‧편향 보도 목록은 전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근의 것만 살펴봐도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배․보상안 발표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천안함 사건 등 과거 대형 참사의 배․보상 규모를 비교(<세월호 배‧보상 1400억…유족 치료비 등 500억은 별도>(4/2)했다. 또 유가족의 삭발식에 대해서는 “불신의 수레바퀴”(4/3 <팔면봉>)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세월호 1주기 이후 희생자 가족 및 시민들의 집회에는 줄곧 폭력시위대나 배후 세력을 언급하며 시행령 폐기와 진상규명 목소리는 외면했다.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 수정안은 적극 옹호하면서 그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을 “세월호 조사 발목잡는 특조위”(<시행령 쟁점 보완에도… 특조위 단어만 바뀐 수준 거부>(4/30)로 규정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각종 세월호 참사 왜곡‧편향보도는 5월에도 이어졌다.

 

 전방위 왜곡보도, 왜곡의 대상도 가지가지

 

 

 

 5월 조선일보의 세월호 관련 보도는 총 41건이다. 민언련은 이중 왜곡‧편향 보도로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내용을 골랐는데 총 22건이 지적되었다. 조선일보 5월 세월호 보도의 53.7%를 차지한다. 사실상 단순보도 외에는 모두 왜곡‧편향 보도였던 셈이다.

 5월 조선일보의 세월호 참사 보도는 왜곡 보도의 백화점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추모집회를 불법폭력시위로 모는 보도가 3건, 진상규명을 위해 분투하는 유가족에게 정치색을 입히거나 배상금을 운운하는 보도가 2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에 불순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보도가 6건, 정부 측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수정안이 특조위 요구대로 만들어졌다는 거짓 보도가 4건, 시행령 수정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 7건이었다. 22건 중 7건은 주요 일간지 5개사 중 유일하게 조선일보만 부각시켜 보도한 악의적 보도에 해당했다.(표에서 강조 표시)

 

 도 넘은 추모 시민과 유족에 대한 모욕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 추모를 위해 희생가 가족과 시민들이 집회를 열 때마다 조선일보는 외면하거나 경찰과의 충돌만을 확대 해석하기에 바빴다. 5월 1일, 세월호 유가족 120여명이 참가하고 많은 추모시민들이 합류한 양대 노총의 노동절 집회에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시민들이 신고된 행진 방향이 아닌 청와대로 향한다는 이유로 차벽을 설치하고 캡사이신 물대포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시민 일부가 방패를 빼앗아 저항했고 30명이 연행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는 <또 도심 불법시위… 폭력으로 얼룩진 노동절>로서 제목에서부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일방적 노동시장 유연화 철폐를 촉구한 집회를 불법과 폭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 및 불법적 교통 CCTV 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 조신일보가 경찰에게 둘러쌓여 고립된 채 울부짖은 희생자 가족은 외면하고 또 다시 일부 시민의 행위만 부각시킨 것이다.

 <세월호 집회로 구속된 50대, 전자발찌 차고 있었다>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 참가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55)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 전력자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고 전했는데 이는 조선일보만이 보도한 사실이다. 만취 상태였다는 이모 씨가 의도를 가지고 집회에 참석한 것인지, 아니면 만취 상태에서 우연히 합류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세월호 집회가 성범죄자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식의 악의적 보도였다.

 희생자 가족에 대한 모욕도 계속 되었다. 특히 <칼럼/유족도 한발 물러서야>는 노골적이었다. 칼럼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실종자 가족들과 정부가 “효율적인 실종자 수색 방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며 운을 띄우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구조 당국은 즉각적인 수색을 요구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기상악화를 이유로 수차례 거부했고 수색 작업이 시작된 후에도 바지선을 타고 상황을 보겠다는 실종자 가족의 요청을 거부했다. 또 작년 12월 정부가 발족한 ‘세월호 선체 처리 기술 검토 TF’에 대해 “실종자 가족의 급한 마음이야 이해할 부분이 있지만 제대로 된 정부라면 기술상 여러 위험이 따르는 문제를 면밀한 검토도 없이 덜컥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검토 TF가 발족할 때 희생자 가족들이 논의 테이블에서 아예 배제되었음은 일절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칼럼은 희생자 가족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정부에 굴복을 요구한다’는 일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지 않으려면 이제는 차분히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훈수를 두며 끝을 맺는다. 사실상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과 정부의 무책임한 명령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정부 편들기는 편향을 넘어 거짓말로 희생자 가족을 모욕하는 수준이다.

 

 마녀사냥에 가까운 국민대책회의 관련 보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행동과 추모집회를 주도한 국민대책회의를 ‘좌파’, ‘외부세력’ 등의 용어를 써가며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행태도 이어졌다. 제목에서부터 집회 참가단체를 ‘외부단체’로 명명한 <세월호 시위 주도 외부단체 “제2의 5‧18…100만대군 만들어야”>는 5월 1일 광화문광장에서 경찰 규탄 집회를 연 시민들을 묘사하면서 “민주노총전국운수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코리아연대, 청년좌파, 좌파노동자회, 노동당 등 외부단체”라고 단체명을 열거하며 좌파와 노조를 부각시키기에 골몰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전후한 집회에서 불법행위로 소환조사를 받게 된 박래군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 소식을 전한 <세월호 불법시위 주도한 혐의 박래군씨 소환>은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범국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과거 경력을 언급했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세월호 이슈를 대정부 투쟁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며 경찰의 입장을 자세히 전했다. 같은 날 한겨레가 <경찰 출석요구를 메모지에…그것도 옆집에…>에서 출석 요구 메모를 본인이 아닌 옆집에 붙여놓는 등 박 위원장을 포함한 세월호 집회 관련 소환 조사 대상자에게 정식 소환 절차도 밟지 않는 경찰 행태에 “임의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 <조선일보> 5월 9일 ‘박래군씨 소환’ 관련기사 갈무리

 

△ <한겨레> 5월 9일 ‘박래군씨 소환’ 관련기사 갈무리

 

 <사설/‘세월호 대책회의’에 웬 직업 운동가들만 잔뜩 모였나>는 4월 23일 희생자 부모가 폭도로 매도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실종 학생 부모의 말을 인용하면서 박래군 위원장을 향해 “박씨처럼 오염된 단골 시위꾼”이라며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했다. “좌파 운동가가 설치는 바람에 국민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고통과 아픔까지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설에서 언급한 실종 학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인 이금희 씨는 “언론이 한 번 그렇게 (폭도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면 번지고 번질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요”라며 호소의 대상이 집회 참가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해왔던 조선일보임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는 실종자 부모의 말까지 왜곡하면서 박래군씨 등 국민대책회의 단체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강조하는 것처럼 소위 ‘좌파단체’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추모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면 그 단체들은 오히려 그 수고로움에 보답을 받아야 마땅하다. 박래군 공동위원장이 과거에 용산참사에서도 철거민들의 생존을 위해 싸웠다면 그 또한 박수칠 일이지 정식 소환 절차도 무시한 경찰 수사를 달가워 할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 없이 진상규명과 추모를 위해 모인 수많은 시민들의 염원을 무시한 채 ‘좌파’, ‘외부단체’라는 용어로 마녀사냥에 몰두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셀프 조사’ 정부 시행령 옹호하고 수정 가능성에는 치를 떤 조선일보
 5월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은 4월 29일 해양수산부가 특조위 및 유가족 측에 “상당 부분 양보”했다며 내놓은 수정된 시행령이다. 시행령 원안은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이 진상규명·안전사회·피해자 지원 업무를 ‘기획 및 조정’하게 되어 있었고 파견부처 역시 조사 대상인 해수부였다. 참사의 원인 규명을 담당하는 조사1과장도 정부 파견 공무원이 맡게 되어있고 조사 범위는 정부조사결과 분석으로 제한되었다. 조사대상인 정부가 자신의 조사결과로 스스로를 조사하는 ‘셀프 조사’라는 비아냥이 쏟아졌고 특조위와 많은 시민들은 시행령 철폐를 촉구했다. 여론에 못 이긴 해수부가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문제가 되었던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의 명칭만 바꿨을 뿐 조사 1과장 민간인 배정, 각 소위원장의 독립적 권한, 제한 없는 안전 사회 건설 종합 대책 수립, 즉각적인 정원 확대 등 특조위의 독립성을 결정짓는 요구들은 묵살되었다. 특조위도 “말장난에 불과한 수정안”이라며 반발했고 5월 21일 시행령 자체 개정안을 의결했다. 누더기 시행령으로 인해 특조위가 공식 출범도 못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었으니 5월 29일 공무원 연금 개혁안으로 협상 중이던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부적절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처리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권 남용, 위헌이라는 청와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월 15일 야당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의 시행령 수정안과 여야의 국회법 수정안에 대해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며 정권의 나팔수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세월호법 시행령 의결…유족‧특조위측 요구 70% 반영>은 5월 6일 시행령 수정안 의결 소식을 전하면서 “정부의 원안에 유족과 특조위 측이 요구해온 10가지 사항 가운데 7가지를 반영했다”며 생색을 냈다. “기획조정실은 행정지원실로 격하”되었다며 명칭 변화를 지위의 ‘격하’인 것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조사1과장의 민간인 선임, 각 소위원장의 독립적 권한 등 특조위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명칭 변화나 공무원 수의 감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행령 수정에 가능성을 연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 합의에 대해서도 ‘입법부 독재’, ‘위헌’ 등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 <조선일보> 관련 기사 갈무리

 

<‘입법부 독재’>는 “상당수 전문가”의 말이라며 “이런 식으로 나가면 자칫 ‘입법부 독재’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일각의 의견을 전했다. 이어서 “국회가 고치는 게 좋다고 권고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이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위헌”이라는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도 인용했다.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주도한 여야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이종걸 드러눕기식 협상, 野 신뢰도 떨어뜨려”>는 “연금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세월호 문제를 끌어들였고 이를 위해 개정한 국회법은 위헌적 법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유승민, 야당과 협상 때마다 ‘혹’ 달고와… 당내선 불만도>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한 “유 원내대표가 합의만 하면 희한하게 여당이 욕을 먹게 된다”는 당내의 비아냥을 보도했다. 심지어 <사설/과장 인사 개입한 국회나 의원을 특보로 쓴 靑, 뭐가 다른가>에서는 “더 한심한 건 여야가 세월호조사위의 과장 한 명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려고 세월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 뒀다”며 제대로 된 특조위 출범을 위한 시도를 ‘한심’하다고 폄훼하기까지 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행정 권한과 법안 발의가 행정부에 쏠려 입법부가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시발점이다. 한겨레는 <꼬리가 몸통 흔드는 법 ‘법 위의 시행령’ 남용 쐐기>(5/30, 7면, 이승준 기자)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어 상위 법의 취지를 훼손했던 사례를 지적했다. 그리고 “대통령령도 법률의 범위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헌법의 명령”이라며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조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꼭 법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은 가치가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일방적으로 정부의 시행령 수정안을 편들더니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 합의를 졸속‧야합으로 폄훼했다. 특조위 조사1과장 민간인 배정이라는 목표에 ‘한심하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 유가족을 모욕하고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이라는 절실한 요구를 외면했으며 국민대책회의를 좌파로 몰기 바빴던 조선일보는 왜곡‧편향보도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민언련은 1년이 훌쩍 지나도록 반성은커녕 여전히 진실을 호도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에만 열중한 조선일보 ‘세월호 참사 왜곡보도’ 관련기사 22건을 2015년 5월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6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