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민중총궐기 관련 신문 사진기사 모니터 보고서 (2015. 12. 21)
등록 2015.12.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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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프레임에 빠져버린 신문·사진기사

 

 

11월 14일, 정권의 실정(失政)을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서울 도심을 흔들었다. ‘민중총궐기’란 이름으로 이뤄진 이날 집회에선 노동개악 반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을 비롯한 11대 과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경찰은 차벽을 광화문 일대에 설치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표시를 분명히 한 정권에 대해 집회 참가자들은 강력하게 항의했고, 경찰은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뿌리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 과정에서 68세의 농민 백남기 선생이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민중총궐기에 왜 시민이 모였는가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효과적 장치로 사진 기사를 적극 이용했다.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언론이 사진이라는 창을 통해 민중총궐기를 어떻게 그렸는지 사진 기사들을 중심으로 모니터했다.

 

조선일보의 ‘폭력 프레임’ 유독 돋보인 민중총궐기 사진 기사

 

 

방송사의 민중총궐기 사진 보도는 조선일보 23건과 한겨레 22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향과 중아, 동아는 각 8건, 7건, 5건이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폭력 프레임’을 통해 민중총궐기에서 쏟아져 나온 정당한 목소리들을 묻어버리려는 노골적인 의도가 보였다. 조선일보를 보는 많은 독자들에게 ’민중총궐기=폭력‘이라는 ‘폭력 프레임’만 입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정작 민중총궐기가 왜 일어났는지, 어떤 목소리가 오갔는지가 사라졌다.

 

11월 16일 1면 머리기사 동아‧조선과 한겨레 명백한 차이

 

 

 

<사진1>은 11월 16일자 신문 1면에 사진 기사를 게재된 신문을 비교한 것이다. 이날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는 1면에 민중총궐기 관련 사진 기사를 게재했고,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파리테러를 다뤘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모두 ‘폭력’을 부각시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폭력의 대상이 된 대상은 공권력과 시위대로 분명하게 차이를 보였다. 조선, 동아일보는 한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보다 경찰버스가 훼손된 상황에 더 중점을 두었다.


대통령과 조선일보 눈엔 ‘민중총궐기 참가자 = IS’?
<사진 2>는 조선일보의 복면 관련 보도사진 모음이다. 11월 18일자 2면에는 마스크를 쓰고 새총을 쏘는 사진과 쇠파이프로 연상되는 봉을 든 사진, 횃불을 든 사진을 사용해서 폭력적 이미지를 한껏 살렸다. 또한 새총을 쏘는 11월 18일 2면 사진은 11월 25일의 3면 <“IS도 얼굴 감춘다”며 복면시위 비판>에서 재활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위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비난하면서 시위대 중 복면 쓴 사람들을 IS에 비유한 기사에 이 사진을 붙여서 거듭 민중총궐기 참가자가 엄청난 테러범인 양 부각한 것이다.

 

 

 

11월 16일 고공 사진도 대조적
<사진3>은 11월 16일에 실린 고공에서 찍은 집회 장면 사진기사이다. 분명 같은 날 같은 현장을 촬영한 사진이었지만,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고,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는 극명하게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버스에 사다리를 올린 장면을 실어 폭력성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집회 현장을 가장 멀리서 찍은 사진을 실은 뒤 사진 캡션 제목을 <밧줄로 경찰버스 묶은 뒤 끌어당겨 차벽 해체>로 달고 설명도 “1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서울 도심이 시위대에 점렴당했다. 시위대가 밧줄로 묶어 끌어내면서 차벽에서 이탈한 경찰버스들이 도로 한가운데 어지럽게 서 있다. 무법천지, 그 자체였다”라고 실어 폭력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 사진에서는 시위대에게 쏘는 물대포는 사진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중앙일보는 2장을 게재했는데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진 1장과 상대적으로 크기는 작지만 버스에 밧줄을 묶어서 잡아당기려는 모습을 같이 보여줬다.
한겨레는 밧줄을 끄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물대포가 직사(直射)로 내리꽂히는 장면을 실었다. 물대포가 시민들에게 엄청난 위협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다.

 

시위대의 폭력성 강조하는 조중동

 

 

조중동은 공통적으로 쇠파이프(혹은 쇠파이프처럼 보이는 도구)나 사다리 등을 휘두르며 경찰을 공격하는 장면을 부각했다.


<사진 4>의 우측 사진은 사진만으론 쇠파이프인지 깃대인지 구분이 어려운 장면인데, 조선일보는 쇠파이프라고 단정 지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사다리로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을 공격하는 장면을 실었는데, 특히 중앙일보(<사진 5>)는 사다리로 버스를 치는 시위 참가자를 확대하여 보여줌으로써, 가히 ‘역동적’으로 보일 정도로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에겐 눈길도 안 주는 조선‧동아
조선일보는 정작 물대포 직사로 대표되는 경찰의 폭력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중앙일보처럼 경찰이 물대포를 시민들에게 쏘는 장면 하나 제대로 싣지 않았다. 오직 한 장면, 11월 20일 6면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백남기 선생의 부상 원인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자료를 인용하여 “시위대의 폭행이 원인”이라고 추측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한 ‘관련자료’로, 백 선생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직후의 사진을 실었을 뿐이다. (<사진 6> 참조) 이는 여당 일부 의원의 개인적 주장에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으로 실린 것으로, 백 선생에게 가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려는 목적으로 실은 것이 아니었다.

 

또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백 선생의 가족들을 위로하는 장면을 실은 데 비해, 조선일보는 이 장면을 싣지 않았다. 그에 앞서 조선일보는 11월 17일 8면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민중총궐기 당시 부상당한 경찰을 위문하는 장면을 실었다. 각 신문이 어떤 관점에서 이번 시위를 바라보는지 극명하게 비교되는 사진들이라 할 수 있겠다. <끝>

 

 

정리 : 강선일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2015년 12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