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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개발 사건 법원 판결’ 관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2006.2.24)
등록 2013.09.12 12:09
조회 849

 

'아니면 말고식 보도'의 전형 행담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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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제 : ‘행담도 개발 사건’ 관련 신문 보도
기 간 : 2005년 5월 21일 ~ 2006년 2월 7일
대 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난 2월 6일 서울중앙지법은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회(이하 동북아위) 위원장과 정태인 전 동북아위 기조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05년 문 전위원장과 정 전 기조실장은 각각 행담도개발(주)을 지원한다는 정부지원 의향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와 도로공사직원에게 행담도개발(주)에 담보를 제공하라고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찰은 '문 전 위원장과 정 전 기조실장이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무관한 행담도 개발사업에 정부지원 의향서를 작성해 줬다'고 주장하지만 이 문서는 의견이나 판단으로 봐야 한다"며 "의향서 내용이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정 전 기조실장에 대해서도 "행담도개발에서 사채나 대출 어떤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도 별 차이가 없는데 정 전 실장이 직권을 남용해 대출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고 도로공사 직원을 협박했다는 증인 진술도 신빙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판부는 공사 시공권을 주겠다며 기업으로부터 1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 이자만큼의 이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행담도개발(주)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어 도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도공의 '불공정계약'을 동북아위의 '월권'으로 확장
'행담도 개발'은 도로공사와 싱가포르 회사가 합작해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는 당진군 행담도를 종합관광단지로 만드는 사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행담도개발(주) 주식의 10%만을 소유한 도공이 사업이 실패할 경우 싱가포르 회사에 1억 500만 달러를 물어주기로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불거졌다.
조선일보는 2005년 5월 21일 1면 <행담도 리조트 투자 외국社에 수백억 보증…감사원, 道公 정밀감사>라는 기사에서 감사원의 도로공사에 대한 감사에서 도공이 "충남 당진 행담도에 골프장 리조트 공사를 하는 싱가포르 투자회사를 위해 수백억원대의 보증을 서주는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적발"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어 23일(월)에는 경향·동아·중앙·한겨레가 모두 관련 보도를 내보내면서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한 도공의 불공정계약은 비판의 초점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문들은 도공의 '불공정 계약' 문제에서 나아가 '행담도 개발과 무관한 동북아위가 개입해 행담도개발(주)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행담도개발(주)의 채권발행 지원의향서(LOS)를 써주는 등의 월권을 행사했다'는 쪽으로 의제를 돌렸다.
일부 신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북아위가 추진하고 있던 '서남해안개발계획(일명 S프로젝트)'은 '동북아위의 업무 영역과 무관한 지역 개발 사업'이라며 대통령 직속위원회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펴기도 했다.
동북아위의 '월권' 논란은 5월 24일 조선일보가 '동북아시대위원회가 행담도개발(주)에 LOS를 써주고 MOU를 체결한 것과 지역개발사업인 서남해안계발계획을 동북아위가 맡은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25일 다른 신문들이 잇달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와 같은 논란 속에서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한 도공의 불합리한 계약은 동북아위의 '월권', '부적절한 개입', '범정부 커넥션'으로 확대되면서 결국 문정인 전 위원장과 정태인 전 기조실장이 불구속 기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원은 동북아위가 행담도개발(주)에 써준 LOS에 대해 "행담도개발(주)은 당시 동북아위가 추진하던 S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었던 바, 위 회사가 추진하는 주 업무인 행담도 개발사업의 성패는 싱가포르 자본 유치가 필요한 S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관련 정부부처의 지원 및 협조를 요청하여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행담도 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을 추진할 수 있는 판단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결했다. 서남해안개발에 싱가포르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싱가포르 기업이 참여한 '행담도 개발사업'을 지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동북아위는 외자유치를 총괄하는 기구였으며 티센이라는 독일 굴지 그룹의 투자를 유치하고, 칭화대학의 일산 진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일부 신문, 동북아위 '부적절한 개입' 단정 '의혹 부풀리기' 앞장서
그러나 2005년 당시 주요 신문들의 보도는 동북아위에 대한 '의혹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행담도 개발사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부각하는 한편 동북아위의 'S프로젝트' 주도에 대해 "부적적할 개입"으로 규정했다. 조선은 5월 24일자 1면 <대통령 자문 동북아委 문정인위원장 "S프로젝트 위해 행담島 지원">이라는 기사에서 △추천서 써준 이유 △도공과 행담도개발(주) 간 분쟁에 중재는 왜 했나 △행담도와 S프로젝트 관계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어 25일자 5면 <문정인… 정찬용… 정태인… 이정호… 청와대로 번지는 '행담도 의혹'>이라는 기사에서 이번 사건을 정권 차원의 의혹으로 부각하기도 했다.
사설에서는 'S프로젝트'를 "구체적인 사업집행 능력이 없는 대통령 자문기관이 주먹구구식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의 26일 사설은 현 정권 '실세'들이 "특정한 직업이 없는 재야 활동가나 민간인 신분으로 크게 법을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법을 집행하고 때론 만드는 공직을 맡은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그래서 그런지 정부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자신들이 법 바깥에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월권행위를 비난했다.
또한 이런 정권 실세들의 행동은 "필요에 따라 법 정신과 체계를 흔드는 듯한 대통령의 언행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노 대통령의 '언행'을 그 원인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25일자에서 1, 2, 3면에 걸친 7건의 기사를 통해 동북아위의 '월권'과 'S프로젝트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한편 26일자 사설에서 "'행담도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 의향서'를 써 준 문 위원장의 처신은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월권"이라며, "국민은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인사들의 월권과 일탈에 지친지 오래"라고 비난했다.
또 6월 3일 중앙시평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 출신인 인사수석에게 서남해안개발계획을 수립하게 만들어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호남 민심 수습용으로 시행한 계획이 "행담도 게이트"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5일자에서 <문정인 동북아委長 '정부 지원 보증' 배경 / '행담도 밀어주기' 범정부 커넥션?>이라는 제목으로 "범정부 차원의 커넥션"을 제기했다.
또 26일과 28일 사설에서 '행담도 개발 의혹'이 "이른바 '코드' 인맥의 '배타적 동류의식'이 결합해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독선과 전횡의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며 위원회를 과감히 축소·폐지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행담도 의혹'을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6월 16일 사설은 "대통령령에 근거해 만들어진 위원회와 그 위원장들이 직무권한이 법으로 보장된 행정부를 제치고 국정을 좌지우지"한다며 '위원회 중심의 통치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석연 변호사의 발언을 부각하기도 했다.

경향은 5월 24일자 사설에서 이번 사안이 "'행담도 게이트'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으며, 25일 기사에서는 "월권 논란도 불가피", 27일자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수구·보수 신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한겨레는 가장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의혹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5월 25일 사설은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 동북아위에 "배후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명쾌한 소명을 촉구하면서 일부 신문들의 무분별한 정부위원회 공격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6월 2일자 사설 <국정운영 시스템 정비해야>는 "일부 잘못이 드러났다고 해서 순기능까지 부정해서는 곤란"하다면서 "차제에 자문위원회의 소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16일 감사원의 '행담도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검찰은 고발이 없었더라도 이들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적극적인 법률검토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해 동북아위의 '월권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죄' 판결 보도는 소홀

행담도 개발의 문제가 제기된 2005년 5월 21일부터 2006년 2월 6월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릴 때까지 신문들은 △경향 120건 △동아 118건 △조선 119건 △중앙 145건 △한겨레 100건 등 모두 1백건이 넘는 보도를 쏟아냈다. (경향·동아·조선·한겨레-카인즈 검색, 중앙-조인스 검색 / 검색어 '행담도')
이들 보도의 대부분은 2005년 5월 21일부터 문정인·정태인 두 사람이 불구속기소 된 2005년 8월 11일까지의 기간에 집중되어 있다. 2005년 8월 12일부터 2006년 2월 6일까지는 조선 15건, 한겨레13건, 중앙 19건, 경향 13건, 동아 12건 등에 그친다. (검색방법 동일)

그런데 집중보도를 통해 '행담도 게이트', '동북아위의 월권', '특혜'를 단정적으로 부각했던 신문들이 문정인·정태인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이후 보인 태도는 참으로 무책임했다. 2006년 2월 7일 각 신문들은 이 소식을 1건씩 짧게 다뤘다.
△경향 <문정인·정태인 무죄 '행담도 개발 의혹 관련’(11면 하단, 422자)
△동아 <'행담도' 문정인-정태인씨 무죄 선고>(12면 하단, 381자)
△조선 <'행담도 사건' 문정인씨 등 무죄 선고>(조선 10면 하단, 547자)
△중앙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 문정인·정태인씨 무죄 선고>(15면 하단, 993자) 등이다.
특히 동아는 두 사람의 기소 내용만 언급했을 뿐 재판부의 무죄 선고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행담도 의혹' 문정인·정태인씨 무죄 선고>(12면 중간, 1348자)라는 기사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상대적으로 주요하게 다루는 정도였다.

'행담도 개발'과 관련한 언론 보도는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식 보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갖가지 억측을 들이대며 의혹을 한껏 부풀리다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자 과거 보도에 대해 일언반구 말도 없이 결과만 짧게 보도하는 행태는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신문들의 무분별한 '의혹 부풀리기'로 낙후된 서남해안지역의 개발 사업은 좌초위기에 처했으며, 정태인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론보도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판결이 1심판결이고 향후 다른 사실들이 드러나 최종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문들의 보도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의혹에 대한 추적보도와 무분별한 '의혹 부풀리기'는 구분돼야 마땅하다. 섣불리 단정하고 의혹부터 제기하기 전에 구체적인 사실부터 확인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이다.
또 근거 없이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에는 일단 이 사실을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 신문들이 이와 같은 최소한의 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국가 정책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인권 침해까지 부를 수 있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끝>

2006년 2월 2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