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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 씨 사망과 포항건설노조 파업 관련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2006.9.5)
등록 2013.09.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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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 씨 사망과 포항건설노조 파업 관련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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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 구조적 원인 다룬 시사프로그램 찾기 어려워


포항건설노조 시위 중에 부상당한 하중근 씨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의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하중근 포항건설노조원 사망사고 진상조사단'은 부검결과 목격자진술 현장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하중근 씨는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 당시 방패에 뒷머리를 맞고 쓰러져서 경찰 대오 속에 파묻힌 후 둔중한 물체로(소화기 등) 후두부를 가격당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질적인 수사결과나 부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의 제소로 인권위원회가 수사 중에 있지만, 부상 후 사망한 지 45일이 지나도록 정부차원에서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에 나서지 않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포항건설노조의 파업도 60여일이 넘었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포스코가 포항건설노조에 1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포스코 파이넥스 공장 추가설비 공사를 다른 회사와 계약해 건설노조를 압박하고 있어 앞으로도 마찰이 예상된다.

점거농성 당시, 파업구조적 원인 다룬 프로그램 없어
포스코 점거농성 당시 '불법성'과 '폭력성'만을 부각하던 방송보도는 하중근 씨의 사망과 사태악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사프로그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의 <추적60분>, , MBC의 , , SBS의 <뉴스추적>, ,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대표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하중근 씨 사망이나 포항건설노조 파업을 전혀 다루지 않았고, 각 방송사의 보도성 시사프로그램들은 1∼2꼭지를 다뤘을 뿐이다.

 


포항건설노조의 요구는 '임금 삭감없는 주5일제'와 '불법다단계 하도급 폐지' 등이었다. 포스코가 최저낙찰제로 하청업체를 선정하고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경쟁적으로 삭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제를 건설업계 입장대로 '무급'으로 할 경우 임금의 20∼30%(40만원 정도) 삭감효과가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로서는 거세게 반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항건설노조의 파업과 점거농성을 통해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났던 7월, 이것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은 전혀 없었다. 단지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7월 18일 '건설일용노동자들은 왜 점거농성에 나섰나?'에서 점거농성 현황과 노조측 요구안을 다뤘을 뿐이다.

'세븐데이즈' 하중근 씨 사망 심층 접근 돋보여
한편 포항건설노조 파업을 다룬 프로그램 주제를 분류한 결과, 하중근 씨 사망·사인규명이 2건, 점거농성해산 후 현황이 2건, 파업사태 중재 대안과 점거농성 현황 및 요구안이 각각 1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SBS <세븐데이즈>가 대부분의 언론들이 철저히 외면했던 하중근 씨의 사망을 심층적으로 다뤄 주목을 받았다. <세븐데이즈>는 건설노동자 '하중근은 왜 죽었나'(8.11)에서 부상 당시 정황, 화면추적, 부검결과 등 사건의 과정과 사망원인을 자세히 다뤘다. 특히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국과수와 경찰주장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부검에 참여한 의사는 "상처부위가 땅바닥에 부딪혀 골절을 일으키기 힘든 부위이고, 소화기 등 넓고 둔중한 물체가 머리를 가격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모형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또 경찰이 "해산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과 달리 시위 도중 경찰이 소화기를 시위대로 던지는 장면을 보여줘 당시 경찰의 강경진압 행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도 '건설노조원 사망, 과잉진압 있었나'(8.1)를 통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하중근 씨가 사망했다는 주장과 경찰의 반박을 다뤘다.

포스코 점거사태 이후에도 포항건설노조는 파업을 계속했지만 언론은 대규모 시위때만 '충돌 우려' 등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반해 MBC <뉴스 후>는 '포스코 점거사태 그 후'(8.3)라는 꼭지에서 농성 해산 후에도 유급 주5일제, 불법다단계 하도급 폐지 등을 주장하며 계속 파업을 진행 중인 포항건설노조의 현황을 보여줬다. <뉴스 후>는 포스코 사태의 원인이 건설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는 건설업계의 원·하청 구조에 있다는 부분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안으로 외국사례와 법·제도 개선을 언급하고, 언론보도에 대한 포항건설노조원들의 비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포항건설노조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지역단체 등 중재자가 나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건설노조 파업사태 "포항시가 나서라"(8.9)는 "노사정합의로 지속되는 건설노조 파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포항 시민단체의 주장을 방영했다.

'시사매거진' 피상적 접근으로 사태 본질 흐려
본질적인 문제접근보다 피상적인 접근태도를 보인 프로그램도 있었다. MBC <시사매거진2580> '회색빛 도시'(8.27)의 경우, 하중근 씨 사망, 부상, 구속, 경제적 어려움 등 포항건설노조 측의 피해를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포스코, 경찰, 상인들의 피해를 다루며 모든 관계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또 "한치의 양보 없는 대결구도와 불법, 폭력사태로 얼룩져 끝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경진압으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경찰의 책임이나 불법다단계 등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모두에게 피해만 입히는 대결"이라는 비난은 문제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한편 포항건설노조 문제를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건설노동계의 문제와 대안을 제시한 EBS<똘레랑스> '사람답게 살고 싶다!-180만 건설노동자의 외침'(8.3)은 건설노동자의 일상을 통해 그들이 항상 위험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실상을 알렸다. 나아가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과 시공참여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다단계 하도급'으로 노동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냈다. <똘레랑스>는 불법다단계를 근절한 한국전력의 한 하청업체의 예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시공품질을 높이고, 적정장비와 인력을 가진 업체만 하청을 주는 시스템으로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불법다단계 하도급 문제는 포항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건설노동자들에게 생존권적인 위협을 하고 있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제2, 제3의 하중근 씨'는 또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사프로그램들은 포항 건설노조 사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막연한 주장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도 언론도 무관심한 상황에서 궁지로 몰린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시사프로그램들이 심층적인 분석과 고발을 통해 하중근 씨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고, 포항건설노조 뿐 아니라 건설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삶의 질곡이 되고 있는 '불법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해주길 기대해본다.
<끝>

 



2006년 9월 5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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