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_책 이야기

“‘이명박근혜’ 시대의 잔혹한 유산들!”
등록 2017.06.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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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_03.jpg 이 책의 저자는 <뉴스타파> 기자들이다. <뉴스타파>의 정식 이름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이다. 이명박 정부 때 2012년 KBS, MBC, YTN 등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언론이다. 이들은 이 독립언론을 만들면서 “죽어가는 저널리즘의 복원을 선언하고, 제도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실들을 사회 이슈로 이끌어내기 위해 ‘성역 없는 탐사보도’를 표방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독립언론의 제일성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보도를 해나가야 할 것인가?’ 고심했다. 이들이 밝힌 기본 방향은 이렇다. “이명박 정권 때 소위 주류 매체들이 눈 감았던 이슈, 박근혜 정권 때도 이들이 하지 못할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알리자.” 


이때 논의된 아이템이 국정원 여론 조작, 박근혜 내각 검증, 4대 강, MB의 적폐, 재정 및 예산 문제 등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 3월 1일 뉴스타파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관련 리포트 3 꼭지, 박근혜 정부 장관 후보자의 반포 아파트 투기 의혹 등 내각 검증 리포트 2 꼭지, 그리고 예산감시 기획 ‘내 세금 어떻게 쓰이나’ 시리즈 첫 편을 보도했다.

 

이 책에 담긴 4가지 프로젝트 중 3건이 이때 시작해 길게는 1년 이상 파헤친 결과물이다. 마지막 4부 ‘원전 묵시록’ 프로젝트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과 재난 대응 관련 문제의식 속에서 기획했다. 뉴스타파 대표 김용진은 여는 글에서 원전은 ‘현존하는 가장 위협적인 안전 문제’라고 단언한다. 


책은 2015년 2월, 이명박이 출간한 회고록《대통령의 시간》을 뜯어보는 걸로 시작한다.  탐사팀은 “MB시대 5년의 트라우마를 되살려내는 일처럼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회고록 말미에 “무엇보다 자화자찬을 경계” 하면서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 참고가 될 것”이라고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집필했다고 적혀 있었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짜깁기하고 자기 합리화와 위선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분석했다. 


뉴스타파는 그 사례 중 하나로 이명박 선거법 위반 사건을 회상시켜 준다. 지난 1996년 이명박은 서울시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 기간에 무려 7억 원을 뿌리고, 부정선거를 도운 자기 비서관을 해외로 도피시킨 적이 있다. 그 비서관이 국내로 소환되자 이명박은 비서관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 1999년 대법원은 그에게 범인 도피 및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형을 확정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이명박은 반성하기는커녕 마치 나라를 위한 대단한 결단을 내리고 의원직을 사퇴한 것처럼 호도했다. ‘MB의 거짓말’ 절정은 4대 강 사업이다. 탐사팀은 그 회고록을 보면서 4대 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거짓보다 사실을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왜곡이 심했다고 한숨을 쉰다. 


‘MB의 유산’에서 다룬 MB의 자원외교를 보면 분노가 일다가 허탈해진다. 해외자원개발에 4대 강 사업 때 들어간 돈 22조 원보다 더 많은 28조 원을 쏟아부었단다. 그중 공공기관인 광물자원공사는 캐나다의 탐사업체 ‘파웨스트’가 개발하고 있는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2010년 초 파웨스트 시가총액인 2억 3000만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4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확보한 지분은 고작 30퍼센트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석탄공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10년에 몽골의 훗고르샤나가 탄광을 260억 원에 인수했지만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로 있다고 뉴스타파는 설명 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낙하산 인사로 알려졌던 석탄공사 이강후 사장은 책임을 졌을까?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강후 사장이 2012년 임기를 채우지도 않고 중도 사퇴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고 꼬집었다. 뉴스타파는 ‘취재 그 후…’에서 석탄공사는 해마다 6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내면서 빚더미에 오르자 2020년까지 전체 직원의 40%인 516명을 감원하기로 했다는 것도 지적한다. 완전히 글로벌 호구가 된 이야기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시작돼 박근혜 정권 때까지 이어져 온 아프가니스탄 지원 사업은 아직 MB시대 유산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 준다. 뉴스타파는 이전 정권들이 이 사업을 추진한 배경과 이유가 제대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뉴스타파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 속에서 진실을 찾아냈다. 이명박 정권 때 아프간 지원을 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받고 2011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5억 달러가 집행된 사실을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제라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 적어도 2020년까지 매년 700억 원씩 혈세가 빠져나가는 걸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책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지 못한 소식이 실려 있다. 4대 강과 MB의 커넥션이다. 뉴스타파는 이명박이 22조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부으면서까지 강을 망치는 4대 강 사업을 밀어붙인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고 줄기차게 파헤친다. 의혹의 중심은 이명박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업고등학교(동지상고)였다. 동지상고 출신들과 연결된 업체수는 낙동강에서만 모두 28개. 그들의 낙동강 사업 수주액은 모두 4286억 원에 달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황당한 사례도 있다. 낙동강 사업에서 40억 원을 수주한 세창건설은 건설회사가 아니라 황량한 벌판에 있던 주유소 건물이었단다. 이 건설사의 대표는 5대, 6대 구미시의회 의원을 지낸 황경환 전 새누리당 시의원이었다. 4대 강 공사 당시에 시의회 의장을 맡아 4대 강 사업 홍보를 위해 발로 뛰기도 했다는 사람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4대강 사업을 홍보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이게 된다. 이명박은 2009년 2월 7일, 동지상고는 이명박에게 제1회 ‘자랑스러운 동지인 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이 1부 가운데 겨우 몇 개 사례다. 2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3부 내 세금 어떻게 쓰이나, 4부 원전 묵시록 등 알고 있는 듯하지만 모르는 사실들이 너무 많다. 각 꼭지마다 작은 꼭지가 5~7개가 있다. 이명박근혜의 유산. 이거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덮어두면 안 된다. 이 모든 일이 내 삶과 연결돼 있다. 


다행히 박근혜는 쫓겨났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정치인)’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 책에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적폐를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진실을 ‘덮어쓰기’ 해온 권력과 한판 붙는 그들의 결기가 놀랍다. 대한민국은 다시 전진해야 한다. 지난 권력이 숨긴 실체적 진실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이 전하는 ‘덮어쓰기’ 당한 진실을 다시 주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에 나온 문제의 진실을 꼭 파헤치기를 바란다. 


안건모 웹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