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_책이야기|<담대한 여정> 한반도, 판이 바뀌었다

<담대한 여정> 한반도, 판이 바뀌었다
등록 2018.10.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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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여정-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jpg

 

2018년 9월 5일 평양에 대북 특별사절단이 간다고 한다. 9월로 예정된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북미 평화협상이 고착 상태에 빠져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정말 궁금한 게 많다. 미국과 북한은 과연 다시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종전 선언에 합의할까? 두 나라는 정말 정상적인 교류가 가능할까? 미국이 과연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을까? 북한이 비핵화하면 이라크나 리비아처럼 당하지 않을까? 대체 정상회담은 어떻게 이루어졌던 걸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고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북한 전문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황방열 기자의 대담집 《담대한 여정》(메디치)이다. 정세현은 이 책에서 일단 한반도의 ‘판이 바뀌었다’고 진단을 내린다. 2017년 ‘4월 위기설, 8월 위기설, 10월 위기설’ 등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전쟁 공포에 시달리다가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져 평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데 큰 의의를 둔다. 전쟁이 끝나고 무려 70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미국과 북한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은 세계가 놀랄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미사일이 자국 영토까지 넘볼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 됐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폐쇄 경제를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구조적 터핑 포인트에서 열렸다는 사실이다.”

 

정세현은 정치학 박사에 통일부 직원으로 출발해 통일부 장관이 됐고 두 정부(김대중~노무현)에 걸쳐 임기를 마친 분이다. 아마 한국에서 이만 한 북한 전문가도 드물 것이다. 가끔 라디오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궁금한 걸 풀어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정세현은 이 책에 남북과 미국의 얽혀진 관계를 자세하게 풀어놓는다. 모두 8장으로 돼 있는데 1장은 ‘한반도, 판이 바뀌고 있다’로 시작한다. 정세현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냉전구조가 해체될 수 있는 기본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한반도 냉전구조, 더 나아가 동북아의 냉전구조까지 해체해야 합니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의 입구인데, 판문점 선언이 결국 비핵화와 북미 수교, 평화협정이 맞물려 돌아가도록 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한반도에서 냉전이 끝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장은 ‘북한은 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이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의 전략 노선의 결과, ‘김정은의 경제개혁 조치들’, ‘주체사상의 태동 배경’, ‘트럼프 재선을 희망하는 한국’의 아이러니까지 막힘없는 정세현의 답변이 나온다.

5장에서 북미공동성명에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한, 검증 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가 없는 까닭을 자세히 설명한다. 정세현은 북한이 그것까지는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단정한다. 왜 그런지는 ‘상식’이다. 핵을 포기한 지 8년 뒤에 살해당한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7장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는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두 가지 잘못을 해서 어려워졌던 사례를 든다. 첫 번째 잘못은 서독인들이 분단 전에 갖고 있던 동독 지역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줘 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동독 땅값이 엄청 올라버려 동독에는 공장을 지을 수가 없었다. 정세현은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 출신자들 가운데에도 예전 북한 땅문서를 갖고 있으면 통일 이후에 그 땅을 다시 찾아서 부자가 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로 그걸 인정해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잘못은 화폐를 잘못 통합했다. 명목상 교환비율이 2대 1이고, 실제 교환비율이 4대 1이었는데, 이걸 1대 1로 통합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결과적으로 동독 사람들의 인건비를 올려 서독 기업주들이 동독 사람들을 고용하려고 하지 않게 됐다. 그런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된다.

통일 비용 계산법도 나온다. ‘천문학적 통일비용’이 분단 이데올로기로 정착됐는데 왜 그것이 잘못된 계산법인지 밝힌다. 정세현은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가 쓴 책 《통일은 대박이다》(2012)를 인용한다. 통일 비용에서 분단 비용을 빼고 경제성장률을 보태면 GDP 대비 9.25퍼센트(연 1414억 9,725달러)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정세현의 말이다.

“내 자식과 내 남은 인생이 지금보다 좋아지길 바라는 시민들은 이제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새 세상이 오는 걸 준비해야 한다. 평화와 번영은 대통령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닌 우리 모두가 만드는 것이다.”

 

안건모 회원, 『작은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