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회원의 특권을 맘껏 누립시다
등록 2019.01.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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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을 청탁받고 이런저런 글감을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레 지난 1년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직 1년을 되짚어 보기에는 좀 이르긴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차갑게 와 닿는 아침 공기를 마시고 시시각각 짙어가는 가을색을 보니, 슬슬 1년을 차곡차곡 정리정돈하는 게 전혀 생뚱맞은 것만은 아니네요.

 

 올해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큰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올해 중의 가장 큰 일일 뿐 아니라 아마도 제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큰 일 입니다. 결혼을 한 것,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와 민언련 활동가를 하게 된 것이 이 정도에 꼽힐 만한 일인데, 그만큼 큰 일이 올해 있었던 거지요.

 저는 지난 8월에 제주도로 이사왔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줄곧 살았던 서울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에 이주해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와 명분으로 제주까지 왔고, 지난 두어 달을 보냈습니다. 아직은 별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않았고, 앞으로 뭘 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라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실 나가듯 바닷가도 가고, 올레길도 걷고, 오름도 오르고 있습니다. 그 동안 큰 태풍도 두 번이나 지나갔는데, 좀 무섭긴 했지만 걱정했던 피해는 없었네요. 그렇게 ‘아직까지는’ 큰 불편함 없이, 서울 생활에 대한 별 다른 미련도 없이, 만족스러운 제주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계속 마음에 걸리고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습니다. 그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민언련의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울에서 지낼 때도 아주 열심히 민언련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행사에 빠질 때는 준비한 분들의 노고에 미안해서라도 ‘다음에는 가야지’라는 마음을 쉽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일정들을 조정하면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때론 따릉이를 타든 아니면 걸어서라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쉽게 마음먹지도, 언제든 갈 수도 없게 됐습니다.

 ‘괜히 회원 소식지에 글 쓴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입니다. 특히 하필이면 9월부터 ‘민언련 월례강좌’를 시작하는 바람에 아쉬움이 더 커졌습니다. 9월에는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을 모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강좌가 열렸고, 10월에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의 ‘복지 막는 언론프레임 깨기’라는 주제의 강좌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11월에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오셔서 ‘언론의 겁박성 경제보도 속에서 중심잡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십니다.

 하나하나 시의적절하기 짝이 없는 주제들입니다. 최근의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언론보도를 주의 깊게 보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공부하고 싶었던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강의를 하시는 분들도 너무나 훌륭한 분들입니다. 강좌를 들으신 분들이 너나없이 ‘너무 좋았다’고 하십니다. 기회가 되면 돈을 내고서라도 듣고 싶은 강좌인데, 민언련은 이런 강좌를 무료로 하고 있습니다. ‘월례’라는 이름을 붙인 만큼 매달 이런 강좌를 할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쉽사리 참여할 수 없게 된 아쉬움이 점점 커질 수밖에요.

 그뿐이 아닙니다. 민언련은 지난 9월 8일 양평의 시원한 자연 속에서 ‘2018 민언련 회원캠프’를 진행했습니다. 매년 여는 행사입니다. 저 역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던 행사입니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일하던 직장의 연중 가장 크고 중요한 일정과 항상 겹치는 바람에 오랫동안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다음에는 아이랑 꼭 같이 가야지’ 했었는데 결국 올해도 못 갔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아쉬웠습니다.

 10월 20일에 민언련은 성유보 전 이사장님의 4주기 추모식을 '2018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순례 및 고 성유보 선생 4주기 추모제’로 열었습니다만, 저는 거기도 가지 못했습니다. 민언련이 매달 개최하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과 상을 받은 기자들과의 간담회는 달을 거듭할수록 더욱 알차게 진행되고 있어 언제고 참석해보고 싶지만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밖에도 민언련은 1년 내내 쉬지 않고 회원들이 참여하면 좋을 행사들을 정기적으로 때로는 수시로, 많이도 개최합니다. 그 행사들에 이제 서울에 있을 때처럼 마음만 먹으면 쉬이 갈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그 아쉬움이 실로 적지 않습니다. 거기다 민언련 정책위원과 얼떨결에 이사까지 맡고 있는 주제에 불량하기 짝이 없는 참석률을 기록한다는 것이, 애쓰시는 사무처 활동가들과 다른 정책위원님들과 이사님들에게 폐를 끼치는 거 같아 더 마음에 걸립니다.

 이렇게 아쉽고 마음에 걸리다보니 '진즉 열심히 참여할 걸’하는 반성과 자책도 합니다. 그래서요, 민언련 회원들께 부디 기회가 되실 때 민언련의 행사에 많이많이 참여하실 것을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의무로서가 아니라, 민언련의 활동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회원의 권리를 찾는 차원에서라도 민언련이 회원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행사에 많이들 참여해 주십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민언련 회원의 특권을 맘껏 누리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민언련 회원들에게 이런 류의 약간 낯간지럽고 닭살 돋는 말씀을 드릴지는 몰랐습니다. 제주도 중산간 외딴마을에 콩 박혀 페이스북이니 유튜브니 인터넷으로만 의미가득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민언련의 다양한 활동을 접하다보니 아쉬움이 커졌나 봅니다. 부디 조만간 또는 내년에 제주에서 민언련의 좋은 행사가 열려 룰루랄라 반갑게 참여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박진형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