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3월호] [여는글] 민언련이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등록 2018.03.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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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미디어의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조금씩 해결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MBC가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고 KBS도 양승동 PD가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로 추천되면서 정상화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경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 구성에 이어 3월 중에 사장이 선임될 예정입니다. 연합뉴스는 매년 300억 원이 넘는 국고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조되는 공영미디어 중 하나입니다. MBC, KBS와 같이 연합뉴스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인사가 사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준공영미디어' 라고 부를 수 있는 뉴스전문채널, YTN은 여전히 정상화의 길을 가지 못하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결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영미디어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여론다양성, 저널리즘의 공공성과 공정성에 있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민언련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MBC와 KBS의 정상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돌마고' 행사 뒤편에는 민언련 회원들과 활동가들의 헌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MBC와 KBS의 사장 선임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에도 민언련이 힘을 보탰습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사장 선임 구조)에서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공영미디어 정상화나 종편 등 문제적 언론 감시 이외에도 민언련이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들은 너무 많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언급해 보겠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디지털미디어 환경이 대두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뉴스서비스와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언론의 틀로 담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뉴스서비스는 언론과 관련된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디오파일 또는 비디오 파일 형태로 시사· 코미디·스포츠·교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인 팟캐스트, 이용자가 원하거나 공감하는 기사를 스스로 후원하는 방식의 뉴스펀딩, 개인 제작자가 만든 콘텐츠를 유튜브 등에 공개하고 광고 수익을 나누는 MCN, SNS 뉴스서비스 등 다양한 뉴스(정보)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새로운 뉴스서비스가 낳는 사회적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규제했다간 인터넷미디어가 갖고 있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할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법을 보완하는 정도의 규제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란 매체 자체가 잘못된 정보에 대한 반론과 토론·교정이 이루어지며, 정보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매체와 같이 쉽게 규제하려고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과잉 규제가 되지 않도록 민언련이 중심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민언련도 '팟빵'에서 3월 5일 기준 종합순위 133위를 기록하고 있는 ‘민언련의 미디어탈곡기’를 운영하고 있고, 작년에는 『보도지침:1986 그리고 2016』을 공공도서관에 보급하기 위해 스토리펀딩을 잘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신문 등록제도도 문제입니다. 2015년 박근혜정부는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 중 고용요건을 강화하여 취재인력 3인, 취재·편집인력 5인을 고용해야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기존 인터넷신문사업자도 1년 뒤 이 요건을 충족하도록 소급 적용하게 했습니다. 인터넷신문과 민변 등이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아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6천개가 넘는 인터넷신문이 있습니다. 인터넷넷신문 강력 규제를 주장한 광고계와 광고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유사언론행위의 빈발 원인이 '매체 설립기준 완화에 따른 언론사 난립'에 있고 그 책임이 인터넷신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사로 기업을 위협하는 유사언론행위는 다른 언론도 얼마든지 자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신문 중에는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과 같이 널리 알려진 매체 이외에도 블로거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인터넷신문인 ‘슬로우뉴스’, 대구 지역인터넷신문인 ‘평화뉴스’, 2014년 민언련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던 ‘울산저널’, 2018년 미디어공공성포럼 언론상을 수상한 소수자를 위한 인터넷신문인 ‘비마이너’, 전북의 대안언론 ‘참소리’ 등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는 좋은 인터넷신문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신문은 자율적으로 등록하되, 요건을 갖춰서 등록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진흥제도를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민언련에 포털 또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인 네이버 등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포털 또는‘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힘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포털은 광고, 동영상, 뉴스콘텐츠 등 거대한 데이터-미디어-콘텐츠 유통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네이버의 한국 프로축구연맹 관련 기사의 뉴스 배열 조작(재배치) 사건을 통해 제기된 문제점은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뉴스배열의 편향성 논란에 이어 뉴스 댓글 편향성 논란을 보면  포털의 사회적 책무 부여와 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민언련은 '네이버뉴스 기사배열 공론화 포럼' 참여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민언련이 관심을 갖고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습니다. 일상적인 모니터활동에 더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3월 23일(금) 19시에 민언련 정기총회가 있습니다. 이번 총회는 민언련 대표 등이 교체되는 임원선출 건이 다뤄지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많이 참여하셔서 좋은 의견주시고 민언련이 폭넓게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해 주십시오.

 

이용성 이사 · 한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