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호

[책이야기] 무엇이 도덕적 행위인가?_<공감의 배신>
등록 2019.09.25 18:52
조회 312

 

마감은 왜 이리 빨리 다가오는가? 허구한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다가 막상 글을 넘겨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똥줄 타는 심정으로 모니터 앞에 앉는다. 이번 글도 예외는 아니어서 구상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낚았었다. 아니다. 이번 글이 특히나 더 어려웠던 까닭은 있었다. 지난 한 달 여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여부로 한 바탕 난리를 겪었기 때문이다.

 

임명에 대한 의견이 갈리면서 친구 사이가 어색해진 건 그러려니 한다만, 당사자인 조국만큼이나 나 자신의 지나온 삶을 송두리째 들여다봐야 했다. 안팎으로 불어온 풍파로 정신이 혼미해져 버렸다. 나의 혼미를 걷어내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찾아 헤맸다. 이 지면의 독자들 또한 나와 유사한 혼란을 겪었을 거라고, 아니 지금도 겪고 있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태는 권력 분산, 특히 검찰 권력의 변화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소위 ‘검찰 개혁’에 대해 기존 검찰과 극우파의 저항 그리고 이에 편승한 언론의 장사 놀이에 온 국민이 휘청한 사태였다. 허나, 한 달 여 폭풍처럼 몰아친 사회 여론은 대학입시, 사모펀드, 지식인의 언행일치, 세대 갈등, 민주화 운동 세력이 지닌 도덕성이라는 상징 자본의 쇠퇴 등 나의 삶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혼미를 걷어내려 하면 할수록 더 미궁에 빠져버리고야 마는 악순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을 보내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갈팡질팡 하다가 책상에 앉았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재야 시절 학생과 시민에게 강연했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바탕으로 신임 법무장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써 볼까 하는 생각에 <자유론>을 만지작만지작 하기도 했다. 법학을 전공한 그에게, 법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다. 프리조프 카프라와 우고 마테이가 쓴 <최후의 전환>이란 책이다.

 

그러던 중, 미국 예일대에서 심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폴 블룸의 <공감의 배신>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제 교보에서 책을 고르기 위해 어슬렁거리다가 발견했다.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 이 책에 대한 서평 기사를 공유하면서 '혼란스럽다'며 의견을 구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혼란은 '공감'은 이른바 '좋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상식의 틀을 깨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입해 찬찬히 읽던 중 흥미로운 대목 하나를 만났다. 공감이 도덕적 행위와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논증 가운에 한 토막이었다. 앞뒤 자르고 소개해 본다. 어떤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용감한 신부는 그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들었고, 그 결과 아이를 구했다. 그 아이는 커서 우리가 아는 아돌프 히틀러가 되었다. 그 행위를 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공감의배신900&1200.jpg<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들 교수라면 이 질문을 두고 열 시간이라도 토론을 이끌어 갈 수 있을 듯하다. 위 이야기는 1894년 겨울 독일 파사우 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공감의 배신> 45쪽에 사례가 실려 있다. 예상할 수 있듯, 위 질문 - 장차 자라서 히틀러가 될 아이를 구한 성직자 쿠에흐베르거의 행위는 도덕적인가? -에 대해선 뜨거운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저자인 폴 불룸은 그래도 아이를 구한 건 '훌륭한 결정'이라고 했다.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뜨거운 논쟁은 태풍 링링처럼 대지를 뒤흔들어 버렸다. 인삼밭은 뒤집어졌고 익어가던 배는 다 떨어져 썩어간다. 비닐하우스가 찢긴 농부는 마음도 찢어져 버렸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비가 내린다. 상처 난 마음을 당장 추스리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조국 또는 조국 가족에 대한 '공감' 그 자체가 도덕적 행위가 될 수 없듯 조국에 반대하는 촛불을 든 청년들을 향해 '공감'하거나 분노를 드러내는 행위 또한 도덕적 행위로 단정 짓긴 어려워 보인다.

 

조국의 도덕성에 관해 물었던 한국 사회는 다시 물음을 건네받는다. 무엇이 도덕적 행위인가?

 

 

신호승 / 서클랩 대표

 

날자꾸나 민언련 2019년 10월호 PDF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