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민언련 포커스]‘한판 승부’가 아닌 민주언론의 한길을 같이 힘차고 즐겁게 걸어가 보아요.
등록 2019.11.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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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인 19일, ‘민언련 10월 마석 순례’를 잘 다녀왔습니다. 세계에서 마석 민주묘역에 계신 분들을 가장 잘 설명해주실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박석운 전 대표님을 모시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특히 직업병으로 숨진 문송면 노동자를 이야기할 때, 거듭 눈물을 훔치는 박 대표님을 보면서 회원님들 모두 숙연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3개 조로 나뉘어 조금 느긋하게 마석 민주 영령을 참배했는데요. 활동가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설명해준 그분들의 삶 이야기, 사진, 묘비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특히 작년에는 노회찬 의원이 들어오시더니, 올해에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가 들어오신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고 성유보 선생님을 모란공원에 안장했던 날, 사모님께서 “오늘 밤 마석이 시끄러울끼다. ‘신입생환영회’가 열리거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김용균 씨가 마석에 들어간 날에는 모두 김용균 씨에게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꾸짖었을 것이고, 한국의 노동 현실을 보며 격한 토론을 하셨을 겁니다.

한편, 올해에도 민언련 회원뿐 아니라 동아투위, 새언론포럼, 희망래일, 언소주 여러분들과 고 성유보 선생 5주기 추모제를 했습니다. 작년 4주기 추모식에는 남북대화 등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선생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작금의 언론 현실 때문에 답답한 마음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5주년 기자회견을 알리기 위한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자유언론 40년』(다섯수레, 2014)을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그 40년 사이 우리는 이제 어느덧 늙고 지치고 병들고 죽을 나이가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난 세월 끊임없이 뿌리고 가꾸어 온 언론자유에의 꿈이 영글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라는 성유보 선생님의 글을 보고 울컥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언론은 선생님들의 꿈이 영글기는커녕, 정권에 의한 언론장악과 탄압은 없음에도 자본에 길들거나, 엘리트 의식과 특권의식으로 스스로 권력화된 언론인, 기계적 균형의 틀에 갇혀버린 언론인으로 인해서 더 참담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자유언론실천선언 45주년 기자회견에서는 동아투위 등 해직언론인 선생님들께서 삼보일배를 하신답니다. 조선‧동아는 눈도 끔쩍 않을 테니 무리하지 마셨으면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국 언론이 참언론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호소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비록 늙고 병든 언론 노병들일지언정, 한 시간도 채 되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나마 우리의 정성을 다해 지난 45년 동안 우리가 한국 언론에 바친 애정을 겸손하게 표현하자는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선생님들이 있으니 우리는 다시 맘을 다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한판 승부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민주언론도 한판 승부로 될 길을 아닙니다. 민언련 회원들과 함께 그 한길을 함께 즐겁게 걸어갔으면 합니다.

 

2019년 10월.

김언경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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