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음악 이야기] 제 버릇 개 못 줘서 비명횡사한 음악가 스트라델라
김인중의 클래식 음악 속의 소소한 이야기
등록 2019.11.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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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있다. 한번 몸에 밴 습성이나 습관을 고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뜻을 가진 속담인데 실제 각자에게 고착된 생각의 틀, 잘못된 행동, 말의 습관 등은 오랜 기간 나도 모르는 사이 강하게 자리 잡아서 어느 순간 고치려고 해도 생각과는 달리 잘 안 바뀐다는 것이다. 물론 간혹 특별한 경우에 내부로부터의 강한 혁신의 동기가 발현되든지, 외부로부터의 강한 자극으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어 자신이 지켜오던 생각의 기준, 행동의 양상들을 변화시켜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번 형성된 성격, 사상, 행위의 틀은 반복적인 경험이 쌓이며 오히려 강화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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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ian composer, Alessandro Stradella (1639 - 1682)> 출처: 네이버 블로그 ‘빈들’

 

 

 

알렉산드로 스트라델라(Alessandro Stradella, 1639~1682)라는 17세기 바로크 음악 시대의 성악가이자 유명했던 작곡가가 있다. 그는 동시대 중요한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오페라나 오라토리오를 비롯해 많은 성악곡들과 기악 분야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현재 남아있는 그의 작품만 해도 300곡 이상이라고 하니 시대의 특성 상 알려지지 않은 곡들과 미완성되어 후배들에 의해 완성된 곡들까지 하면 길지 않은 활동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곡을 창작했음이 반증된다. 그런데 이 음악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한 것보다는 그의 방탕한 생활과 화려한 여성편력,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는 오페라나 오페레타의 이야기 줄거리라면 모를까 실제 음악가의 얘기로는 찾아보기 드물다.

스트라델라는 우리가 아는 유명 클래식 작곡가들과는 달리 귀족집안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아 그의 나이 20세 무렵에는 이미 꽤 이름을 얻고 있었다고 한다. 작곡뿐만 아니라 성악가로서도 유명했던 그가 볼로냐에서 로마로 이주하여 당시 로마에 거주 중이던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의 전속작곡가로 활동하면서 전업작곡가로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그의 카사노바적인 기질이 발휘되기 시작되어 다양한 여성편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의 방탕한 삶은 30대 후반이던 1677년, 로마에서의 추방과 베니스로 이주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뒤에도 베니스에서 그는 자신의 후원자였던 콘타리니의 정부와 눈이 맞아 다시금 토리노로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된다. 이후에도 그는 사주 받은 자객들에게 피습당해 칼에 찔리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고, 결국 1678년 제노바로 다시 떠나게 된다.

제노바 시절 스트라텔라는 귀족들에게 곡을 써주고 돈을 버는 등 안정을 찾은 듯 보였고 실제로 이 시기에 현존하는 그의 오페라 6곡 중 4곡이 완성되어 주요 작품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롬멜리니 가문의 딸과 또 다시 염문을 뿌리던 그는 1682년 반치광장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범인은 결국 잡히지 않았지만 롬멜리니 가문의 살인청부가 원인이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모차르트, 헨델,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와 같은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은 빈곤 속에서도 자신들의 역경을 딛고 끊임없이 평생 동안 예술혼을 불태우면서 위대한 작품들을 남겼다. 이와 달리 스트라델라는 자신의 재능을 희대(稀代)의 여성편력으로 인한 비극적인 최후와 바꾼 것이다. 만일 그가 자신의 재능을 오롯이 음악적 영감에 쏟았더라면 위대한 음악가의 반열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의 중심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청장, 그리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알릴레오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특수부 검사가 떼로 동원되고 몇 개월 동안 한 집안을 탈탈 털만한 일인가에 대한 판단을 떠나서 어쨌든 이들은 모두 이 희비극 스토리의 주연과 조연들이다. 이들의 공통점 하나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윤석열 검찰총장, 유시민 이사장을 제외하면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라는 특징이 있다. 사실 이들 외에도 서울대 출신의 많은 인재들이 정치, 경제, 법조, 언론 등 각 분야에서 소위 잘 나가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굳이 전수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추측 가능하다. 이들 모두는 나름 자신들의 타고난 능력과 노력을 기반으로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러저러한 혜택을 국민과 국가, 사회로부터 받아왔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이르렀음을 조금이라도 알고는 있는 것일까?

 

 

내부로부터의 엄청난 변화를 겪거나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커다란 힘에 의하지 않고서 잘못된 관행을, 오래된 습관을 고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하였다.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것이 아닌 정파의 이익에만 골몰해오던 못된 악습을 끊어내게 한다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 ‘룸살롱과 접대’, ‘유전무죄 무전유죄’하면 떠올리게 되는 불편한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한 검찰개혁을 이뤄낸다는 것은, 공권력, 금권력, 정치세력들과의 유착을 끊어내고 불편부당하고 정론직필하는 언론을 만든다는 것은, 아마도 해방 이후 70년 넘게 빨대 꽂힌 수준으로 착취당해오던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지금의 고통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제 버릇 개 못 주는 것처럼.

스트라델라가 로마에서 베니스로, 베니스에서 다시 토리노로, 다시 제노바로 쫓겨나는 시간들 중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스스로 몸에 밴 방탕한 습관을 끊어내고자 크게 각성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다못해 외부의 힘에 의해서라도 어쩔 수없이 작품 활동에만 몰두하게 하도록 되었더라면 그렇게 젊은 나이에 길 위에서 비명횡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국회가 그리고 언론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이제 남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가해지는 힘으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 변하지 못하는, ‘개 버릇 남 주지 못하는’ 세력들이 역사 속에 더 큰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국민적 배려일 것이다.

 

 

우리의 정치는, 우리의 검찰은, 우리의 언론은 스스로가 변혁함으로써 올바른 가치 위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국 끝까지 제 버릇 개 못 줘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스트라델라와 같이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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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회원

 

 

『날자꾸나 민언련』는 이번 달부터 새로운 코너로 <음악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음악 이야기>는 클래식부터 가요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첫번째 <음악 이야기>를 써주신 김인중 회원은 4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서 클래식 성악을 전공한 후에 지금은 현재 중소IT기업 운영과 전문 성악 연주자(테너)로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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