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취재원 겁박하는 채널A 기자의 막장 저널리즘, 그 뒷배는?
등록 2020.04.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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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이 세간의 모든 관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엄밀하게 짚고 넘어가야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MBC의 연속 보도로 드러난 <채널A>의 검찰 유착과 취재원 협박 의혹의 문제도 그 중 하나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이렇다. 채널A의 법조팀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씨 측에 접근해 가족에 대한 수사 등 수위를 조절해 줄 수 있으니 여권 인사, 특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압박하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이 사안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이해에 기반 한 ‘검언 유착’의 냄새가 스물스물 베어 나오고 있으며, 진영 논리에 입각한 종편의 정파성 문제가 보여지고 있음이다. 이 과정에서 취재윤리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그야말로 헌신짝처럼 가볍게 내팽겨 쳐진 것이다. 어느 언론학자의 언급처럼 막장 저널리즘이며, 범죄 조작 의혹 사건이다.

 

뒷배 1. 검언 유착

우선 채널A 기자가 스스로 밝힌 유력 검사장과의 녹취록 내용은 검언 유착의 정황을 드러낸다. 기자는 검찰의 수사 상황과 계획을 설명하고 ‘딜을 칠 수 있다’는 언급까지 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의 대화 내용까지 들려준다. 여권 인사를 ‘치고 싶은’ 검찰과 그에 동조하는 기자의 이해가 맞물리는 가운데, 보도와 수사 각자의 영역에서 조율이 가능하다는 식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온 검언 유착의 실체가 다시 한번 확인되는 상황이다.

녹취록에서 언급된 검사장은 이를 부인했다. 수사를 담당하지도 않았고 관여할 수 없는 위치에 있으며, 채널A 기자와 대화를 나눈 적도 없기에 녹취록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1차 조사는 이를 수용했다. 물론 기자가 호가호위를 위해 녹취록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자와 취재원의 대화에서 검사장이 특정되며 목소리까지 확인되는 상황에서 ‘난 아니다’라는 당사자의 해명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기자와 검사장 당사자들의 전화 기록만 살펴봐도 바로 확인될 수 있는 문제이다.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뒷배 2. 정파성에 기반 한 종편 저널리즘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회사에도 보고를 했고 간부가 직접 찾아뵙는 게 좋겠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기자의 언급이다. 기자가 취재원에게 보여준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한마디로 채널A 차원에서도 이 과정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를 치기 위한 회사 차원의 정파성이 작동되었다는 의혹이 충분하다.

이에 대한 채널A의 대응은 다차원적이다. 우선 책임 떠넘기기이다. 자사 기자가 실체가 불문명한 취재원을 접촉해 온 사실은 뒤늦게 알았고, 검찰의 선처 약속을 받아달라는 부적절한 요구를 받아온 사실을 파악하고 취재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자사 기자가 먼저 접근하여 겁박하고 회유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둘째는 물타기이다. 사실과 의혹을 보도한 MBC를 걸고 넘어진다. 의도와 배경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취재 윤리 위반까지 운운하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셋째는 뭉개기이다. 채널A는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하세월이다. 진상 조사, 검증, 징계 수위 결정, 재발방지책 의견 수렴 등을 위한 과정이니 답답해도 기다려 달라며, 조사 사안이 여러 가지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미디어오늘, 4월 6일자 기사). 아마도 나머지 하나는 꼬리자르기가 될 것이다. 회사는 관여한 바가 없으며 기자 개인의 과잉 취재가 빚어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예상된다.

이처럼 떠넘기기, 물타기, 뭉개기로 이어지는 채널A의 자체 조사는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 더구나 채널A는 그간 편향, 왜곡, 막말, 혐오조장, 편향으로 얼룩지는 방송 내용으로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줄기차게 받아 왔다. 채널A라는 토양과 이번 사건의 내용 및 대응 양식을 볼 때 정파적 차원의 접근이 있었다는 의심을 떨구기 어렵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것이다.

 

엄격한 처분이 필요한 종편 재승인

채널A와 TV조선의 재승인 유효기간이 2020년 4월 21일이었다.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는 두 종편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일차적으로는 재승인 보류를 결정했다. 방통위는 이번 사건 이후 채널A의 경영진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검·언 유착과 범죄 조작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더불어 그에 따른 책임이 재승인 여부에 엄격하게 반영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기에 채널A의 재승인 심사를 중단하고 독립적인 특별 기구를 통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언론시민단체들의 요구가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TV조선의 경우도 도긴개긴이다. 문제의 채널A 기자가 취재원에게 충고했던 말이 있다. “TV조선 같은데 접촉 안해줬음 좋겠는데 얘들은 앞뒤 안 가리고 여권 죽이기 이런 것만 생각하는 애들이니까. 조선일보나 이런데 접촉하지 마시고요”(MBC 4월 2일자 보도). 경쟁사이면서도 같은 보수 블록인 TV조선에 대한 인식이 이러하다. 방통위에 따르면 TV조선은 재승인 기준 점수 650점을 겨우 통과한 653.39점을 획득했지만, 중점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 부문에서 배점의 50%에 미달했다. 이 경우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기레기’에 이어 등장한 ‘막장 저널리즘’이라는 개탄스러운 용어들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관리감독 기관의 역할과 책임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채널A와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고심의 흔적은 엿보인다. 우선 재승인 취소를 했을 경우, 21대 총선 결과로 동력을 잃은 보수 집단들이 재승인 취소를 빌미삼아 언론탄압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가면서 또다시 발목을 잡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이다. 또한 재승인 취소된 종편 사들이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제기할 것이 분명하고, 이 경우 2~3년의 재판 시간이 소요되면서 방송은 여전히 진행되기에 재승인 취소의 실효가 없다는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강력한 조건을 제시한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카드를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더라도 너무나도 아쉬운 결정이다. 엄격한 재승인 조건(TV조선은 11가지 조건과 8개 권고사항, 채널A는 13가지 조건과 4개 권고사항)을 부과했다고 하지만, 제시한 ‘조건’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TV조선의 경우 공정성 항목이 연속으로 다음 심사에서도 연속으로 미달 될 경우 바로 재승인을 거부하고, 채널A의 경우는 이번 협박 사건의 수사 결과에 따라 재승인 철회가 가능하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워낙 솜방망이이고, 또한 중징계가 내려지면 행정소송이라는 편법으로 재승인 심사를 우회하는 것이 종편 사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채널A의 협박 사건은 검찰과도 관련 있기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며, 그 결과를 놓고 법적 공방이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다시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 됐다. 종편에 대한 감시는 물론이거니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신들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시민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모아야 할 때이다.

김은규 사진.jpg

  김은규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위장,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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