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여름호] [광주순례 참가기] 민언련과 함께한 광주순례 삶의 버킷리스트가 생기다
등록 2022.08.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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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랏일에 무관심한 시민이었다. 정치적인 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 텔레비전에 비춰진 국회는 늘 싸우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인터넷 속 수많은 이야기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들이 나를 점점 더 우민한 국민으로 만들었다. 방관자로 살던 가운데 대학교 강의에서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 中 '기자 풍토 從橫記(종횡기)'를 접하게 되면서 언론에 대한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믿을 만한 언론사는 정말 없는가? 미개한 나를 대신해 현상과 본질을 구분해줄 그런 곳을 찾던 중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5월 14일 나와 세 딸은 전주에서 출발해 '국립5・18민주묘지' 정문에서 서울에서 온 일행들과 합류했다. 일행 중 어린 친구도 다수 있었는데 여기까지 와준 마음이 고마웠다. 처음 방문한 국립묘지는 넓은 공원 같았다. '5 ・18민주항쟁추 모탑'에서 단체참배를 하고 민주화운동, 언론자유를 위해 생애를 바치신 송건호, 리영희, 김태홍 선생 순으로 참배를 이어갔다. 80년 해직언론인 출신 박성득 선생으로부터 세 분과 얽힌 짧은 에피소드도 들었다. 먹먹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 했다. 특히, 송건호 선생이 악필이셨다는 부분에 우리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구묘역에서는 이름 없는 희생자의 묘가 즐비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씨, 이한열 열사의 묘도 볼 수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왔던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묘비를 보며 늦게나마 감사함을 전했다. 전두환이 1982년 담양의 한 마을 방문을 기념해 세운 '민박기념비'를 구묘역으로 옮겨와 참배객이 밟고가게 깔아 놓았다. 나와 아이들은 비석을 밟고 지나갔다. 그가 짓밟은 고인들의 삶을 어찌 이것으로 대신할 수 있겠는가! 구묘역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학생들과 시민, 유가족들로 인산인해였고 여기저기 휘날리는 깃발과 울려 퍼지는 노래는 내 마음을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전일빌딩245를 방문했다. 5・18 광주를 직접 목격한 해설가가 총탄 245개의 흔적을 알려주셨다. 군사용 헬기가 선량한 시민을 향해 난사한 총알 흔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금남로에 울려 퍼진 민주노총의 합창에도 이끌렸다. 불끈 쥔 주먹에서 그들의 굳은 의지가 보였다. 그들도 나처럼 5월 광주정신을 새기고자 이곳에 온 것일까? 사진으로는 감동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 동영상을 찍었다. 이런 나의 행동에 어린 딸은 이해할 수 없다고 투덜댄다. 나도 한때는 노조에 속해있던 노동자였단다. 광주 순례를 계기로 버킷리스트 하나를 추가했다. 사람답게 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 되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론화 할 수 있는 단체를 찾고, 적극 참여하기. 나라 안팎의 사건・사고에 관심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이처럼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있는 시민으로 역사와 함께 살고 싶다는 열망을 이번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한 광주순례를 통해 다짐하게 되었다.

 

회원 이미선

 

▼날자꾸나 민언련 2022년 봄+여름호(통권 221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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