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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외면하는 고용·노동 정책, 일자리 정책 혼란만 초래
등록 2022.02.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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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에서 작성해 2월 8일 발표했습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노동’이었습니다. 모든 후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양극화’를 이야기하면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약속했습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은 비록 구체적 방법은 달랐지만 부정할 수 없는 대의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20대 대선에서 노동은 사라졌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젠더갈등, 세대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연대’가 아니라 혐오에 바탕을 둔 공격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차별에 기반을 둔 혐오가 유용한 득표 수단이 됐습니다. 이런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대립입니다.

 

우리 사회가 혐오와 갈등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그 어떤 의제보다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검증과 평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언론은 공론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각 후보의 공약을 단순히 옮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검증하고 평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9개 종합일간지(경향, 국민, 서울,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일보)와 2개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3개 지상파(KBS, MBC, SBS)와 YTN, 연합뉴스를 대상으로 20대 대선에 출마한 각 정당 후보들의 고용・노동 정책을 분석해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1) 언론이 지운 이재명 후보 노동 정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26일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법 제정 △비정규직 사용 제한과 차별 해소 △노동안전보건청 설립 △노조 할 권리 보장과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 △주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 △정의로운 전환 컨트롤 타워 설치와 공공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 6대 노동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이 최저임금, 주52시간제, 중대재해법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4일제 등 개별 사안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과 달리 종합적인 노동 정책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재명 후보가 처음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노동 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방송사 뉴스의 경우 영상뉴스로 제작되지 않은 기사는 시청권이 확보될 수 없어 제외했습니다.

언론사

보도 성격

공약 소개 수준 평가

검증 / 의견

경향신문

별도 꼭지에서 공약 소개

양호

없음

국민일보

없음

 

 

동아일보

동정 보도에서 일부 언급

불충분

없음

서울신문

없음

 

 

세계일보

별도 꼭지에서 공약 소개

불충분

없음

조선일보

없음

 

 

중앙일보

없음

 

 

한겨레

별도 꼭지에서 공약 소개

불충분

전문가 의견(긍정적)

한국일보

별도 꼭지에서 공약 소개

양호

한계 지적

매일경제

별도 꼭지에서 공약 소개

양호

공약검증단 의견(부정적)

한국경제

별도 꼭지에서 공약 소개

양호

전문가 의견(부정적) / 사설

KBS

동정 보도에서 일부 언급

불충분

없음

MBC

동정 보도에서 일부 언급

불충분

없음

SBS

동정 보도에서 일부 언급

불충분

 

YTN

동정 보도에서 일부 언급

불충분

없음

연합뉴스

별도 꼭지에서 공약 소개

양호

없음

 

이재명 후보의 노동 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는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만이 전문가 의견을 통해 비판적으로 평가했을 뿐,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공약만을 단순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노동 정책을 단순하게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별도의 평가나 검증 보도는 없었습니다. 한겨레와 세계일보는 별도 꼭지로 보도했지만 공약 일부만을 소개했습니다. KBS, MBC, SBS, YTN은 약속한 듯이 공통적으로 비슷한 제목(KBS, <이재명 “네거티브 않겠다, 국민 내각”…주 4.5일제 제시>, SBS, <이재명, "네거티브 않겠다…'젊은 내각' 구성" 쇄신 전력>, YTN - <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선언..."주 4.5일제 도입 추진”>, MBC, <李 '주 4.5일제 검토' 정책 집중‥沈 '밤샘 노동자와 컵라면’>)의 동정 기사속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검증이나 평가는커녕 단순한 사실 전달에도 미흡한 보도였습니다. 서울신문은 28일 기자 칼럼 [나와 현장] <210일 걸린 ‘소년공’ 출신 후보의 노동공약>을 통해 “‘소년공’ 출신임을 내세우는 이 후보가 노동공약 발표에 다섯 달이 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노동 이슈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신문 기민도 기자는 이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의 반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청년층의 이탈을 가져오면서 노동은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됐다”고 노동공약 발표가 늦게 발표된 이유를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신문은 이재명 후보의 노동 공약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노동 정책에 대해 유일하게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고 평가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한국경제는 <급진적 노동공약 쏟아낸 李…‘文정부 친노동’ 시즌2 가나>와 사설 <기업 앞에선 ‘고용 유연화’ 공약은 ‘노동 경직화’>를 통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법제화 하겠다’는 공약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으며, 정규직 채용에 따른 노동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의 채용 축소는 물론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주4.5일제’에 대해서도 ‘주52시간 근무제’도 중소기업 경영난과 인력난만 가중시켰다며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들에게만 해당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매일경제는 <李 “주4.5일제 도입, 공무원 정치활동 허용”…민노총 요구 대폭 수용>에서 “지지율 정체 상황에서 결국 ‘집토끼’인 노동계 끌어안기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축소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고용·노동 의제에 대한 여론 지형은 기업의 편에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노동시간 제한, 중대재해처벌법, 비정규직 차별 철폐 이슈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이나 확인없이 기업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왔습니다. 언론의 왜곡 보도로 일자리 정책은 방향을 상실했습니다. 노동 이슈에 대한 언론의 비평 기능이 사라진 것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특히 지상파 방송 뉴스는 정책 이슈에 대한 보도에 매우 취약합니다. 방송사 뉴스에서 노동 의제는 ‘산재사망사고’가 대부분입니다. 산재사망 사고를 여전히 ‘사건 사고’로 바라보는 동정적 시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2) ‘공공부문 일자리’ 인식 부족 드러낸 ‘KBS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KBS는 ‘2022 대통령 선거’ 기획 보도를 하면서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코너를 마련해 각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발언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KBS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는 지난 27일, 28일 연속으로 ‘일자리 창출 공약 검증’을 통해 후보들의 일자리정책을 분석했습니다. 언론사의 정책 검증 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KBS의 ‘일자리 정책 검증’ 보도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의 일자리 정책 검증 보도는 긍정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 인식 부족으로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⓵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공공’으로 버틴 고용율…일자리 성적표는?> - 1월 27일 뉴스9

 

먼저 ‘공공일자리’가 어떤 일자리를 이야기하는지 불분명합니다. 리포트에서는 ‘병원 지원이나 산불 감시 같은 일’이라고 했는데, 이는 ‘공공근로’라고 불리는 단기간의 직접일자리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리포트에서는 “집권하면 즉시 중앙정부와 공공부문 및 공기업 전체에 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구조개혁을…”, “노인 공공 일자리 사업에 대한 입장도 물었습니다”, “한목소리로 늘려야 한다고 답한 건 사회 서비스 일자리입니다”,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약속했습니다”, “노인돌봄 생활지원사, 연장전담 보육교사, 이런 일자리는…”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공공근로와 ‘공공부문 일자리’가 구분하지 않아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일자리 정책에 대한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UN 2008 SNA(국민계정 편제를 위한 국제 기준)에 따라 일반정부와 공기업으로 구성됩니다. 일반정부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으로 구성되며, 공기업은 비금융공기업과 금융공기업으로 구성됩니다. 복지적 성격을 갖는 단기 공공근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통계청이 밝힌 2020년 공공부문 전체 일자리는 276만6천개로(정부기관 212만7천개, 공공비영리단체 24만8천개, 공기업 39만1천개) 전체 일자리 기준의 10.2%입니다. 2017년도에 비해 34만개 증가했는데, 전년 대비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11만7천개)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공공근로 제외)는 2017년 7.5%에서 10.2%로 증가했으나 여전히 OECD 평균인 17.7%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참고로 핀란드의 경우 공공부문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24%인데 대부분이 현장서비스직입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행정직입니다. 현장서비스직은 비정규직이었다가 현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리포트에서 언급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자리 정책에 대한 검증을 ‘재원’의 문제로 접근하면 ‘경영 효율성’ 프레임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일자리 정책에 대한 검증 보도를 위해서는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기본적 개념 정립과 OECD 등 다른 선진국의 형편을 조사해 비교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⓶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미래 일자리’ 한목소리…과거 정책과 차별 있나?> - 1월 28일 뉴스9

 

더불어 민간 부문 일자리 문제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없습니다. 한국은 민간의 좋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이유는 ‘임금 격차’와 ‘대기업의 낮은 일자리 창출’ 때문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4일 청년 구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청년 구직자 취업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청년 구직자가 취업을 희망하는 직장은 공공기관·공기업이 37%, 대기업이 17%입니다. 하지만 국내 공공부문 일자리는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일자리의 10.2%로 OECD 선진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국내 대기업(250인 이상, 공공부문 포함)의 고용 비중도 27%에 불과합니다.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86.1%이며 자영업의 비중도 2019년 기준으로 24.6%로 매우 높습니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58.6% 수준이며 1~4인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은 39.8%에 불과합니다. 구조적으로 나쁜 일자리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저임금, 장시간노동, 위험한 작업 환경, 고용 불안으로 인해 ‘나쁜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자리 미스매칭(missmatching)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구직자의 9%만이 대기업 진입에 성공할 뿐입니다. 청년 구직자 5명 중 1명만이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바늘구명과 같은 좁은 벽을 뚫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겁니다. 전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나쁜 일자리를 선택하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일자리 문제는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재원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과거 보도와 차별성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택배, 배달을 단순 노무직’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택배, 배달 업무는 플랫폼 노동으로 분류되어 해당 분야는 노동법 사각지대라고 지적되어 왔음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일자리 정책에 대한 구조적 인식 부족은 KBS가 대선 후보들의 고용・노동 정책을 보도하지 않는 배경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월 26일 ‘고용・노동 정책’을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발표했지만 KBS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1월 26일 뉴스9에서 <이재명 “네거티브 않겠다, 국민 내각”…주 4.5일제 제시>(계현우 기자) 리포트에서 단편적으로 언급했을 뿐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월 1일~2022년 2월 6일. 경향, 국민, 서울,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의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YTN, 연합뉴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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