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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없는 대선’, 검증 보도 한계 보여준 한국일보 ‘솔루션’
등록 2022.03.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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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에서 작성해 3월 8일 발표했습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은 사라졌습니다. ‘노동’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28일 경향신문은 정치 플랫폼 ‘섀도우캐비닛’과 함께 <2030 ‘무가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토론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무가당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년들은 “기후위기・젠더・빈곤 등 청년들의 진짜 고민이 대선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프리랜서나 플랫폼 관련 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26일 ‘청년 5일장 메타버스 토론장’에서 청년들과 4개 원내정당 대선 캠프가 모여 ‘청년 일자리’를 두고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청년 유권자들은 이 토론에서 ‘일자리 관련 불균형 해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청년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일자리 격차 해결이 먼저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한 참가자는 “일자리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 고용의 90% 이상은 중소기업이 담당하는데, 최저임금과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따른 고용 창출’과 ‘민간 기업 중심의 일자리’를 이야기하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청년 목소리가 동떨어진 게 확인된 셈입니다.

 

이번 고용/노동 기획 보고서는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일주일 동안, 9개 종합일간지(경향, 국민, 서울,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일보)와 2개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3개 지상파(KBS, MBC, SBS)와 YTN, 연합뉴스를 대상으로 작성했습니다.

 

(1) 한국일보 노동분야 솔루션, 윤석열 후보 공약과 닮은꼴

 

20대 대통령 선거 시기에 가장 의미 있는 언론 보도 중 하나는 한국일보의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입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9월,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목록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고민과 성찰은 실종됐다’며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야에 대해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일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핵심 과제들에 대해 미래지향적, 사회통합적 대안을 모색한다’며 각 분과별로 40・50대 전문가들과 논설위원이 참여해 집중 토론을 벌였습니다. 한국일보는 ‘대선은 국가 비전에 대한 공론의 장’이라며 “후보들의 철학과 청사진 공약을 비교・검증・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국가적 솔루션을 도출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한국일보는 6개월의 장기 프로젝트를 끝내면서 “중도정론의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제시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솔루션’이 차기 정부 국정 운영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면서 5개 분야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중도언론’ 한국일보가 제시한 노동 분야 솔루션은 과연 어떤 길일까요? 한국일보가 세 차례 전문가와의 집중토론을 통해 찾은 해법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밝힌 어떤 진영과 정파의 대통령이 당선되든 꼭 해야 할 정책 대안일까요?

 

한국일보는 그동안 <근로기준법 어떻게 바꿀까>(9/30), <비정규직 해법은>(11/11), <MZ세대 등장에 다른 공정 논란과 세대 갈등>(1/13)을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전문가 집중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3월 3일, <시대 동떨어진 근로기준법 개편…비정규직, 처우 개선으로 풀어야>에서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현 근로기준법은 과거 ‘공장시대’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경직된 조항들이 많다”며 일 단위 시간 규제를 총량 규제로 바꾸자는 겁니다.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이중고를 겪는 비정규직 문제는 사용기간・사용사유 제한이 아닌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직무성과 등에 기반한 임금체계의 전환, 폐쇄적 고용 구조 혁신,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 등의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솔루션은 대부분 기업에서 요구해 온 ‘숙원 사항’으로, 불평등을 심화하고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를 확대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특히 근로기준법을 ‘낡은 공장법’으로 규정한 것은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한 근로기준법 폐기나 전면 개정을 시사하는 것으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조차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① 근로시간 규제 일 단위 규제 아닌 총량 규제로

노동시간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필요한 것입니다. 노동시간은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긴장이 수반되고, 저강도의 노동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길어지면 다양한 신체적 후유증이 나타납니다. 노동시간은 기업의 효율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로운 시간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노동시간 통제 권한을 어떻게 균형 있게 분배할 것인가, 의학적으로 안전한가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여전히 연간 2,000시간 수준의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포괄임금제에 기반한 왜곡된 임금구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일 규제를 없애면 장시간노동 체제로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IT와 미디어 제작현장에서 장시간노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얼마 전 SBS 드라마 제작 프로듀서 사망 사건 배경에 “노동시간 제한없는 '재량근로제'가 있었다”는 지적은 노동시간 규제의 중요성을 방증합니다.

 

② 고임금 근로자 적용 제외에서 5인 미만 전면 적용

근로기준법은 최저 기준을 정해 놓은 것으로 노사합의에 의해 최저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 보장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한국일보 솔루션대로 고임금 노동자에게만 초과 근로수당 미지급을 인정할 경우 고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해고 자유화’ 등 또 다른 차별 조항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저 근로조건 강행 조항으로서 근로기준법의 의미는 사라질 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문제는 ‘고임금 노동자 일부 제외’와 맞바꿀 성질이 아닙니다. 원․하청 불평등 구조개선 등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1만원’ 사례처럼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수 있습니다.

 

③ 반의사불벌죄가 역으로 임금체불을 증가시켜

퇴직금 14일 이내 정산, 착오에 따른 금품 일부 미지급 등 솔루션에서 사례로 들며 문제를 제기한 ‘과다한 형사처벌’의 경우는 현재도 형사가 아닌 민사로 대부분 처리되고, 반의사불벌죄이므로 대부분 취하하고 있어 과태료로 바꾸자는 명분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정산 착오는 현재도 거의 형사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노무사들은 반의사불벌죄가 역으로 임금체불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④ 무분별한 비정규직 확대 경계해야

2021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2.9% 수준으로 평균 157만원을 적게 받습니다. 솔루션대로라면 기업들이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할 정도로 부담을 느낄 만한 비용부담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보수의 1.05%~1.65% 수준인 고용보험 사용자 부담률을 어느 정도로 인상할 수 있는지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산재보험과 달리 고용보험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내고 있는데, 고용보험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정하자는 것인지 구체성도 부족합니다. 최근 잇달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의 경우 사망한 노동자는 계약직 노동자이거나 하청 노동자입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조4475억 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습니다.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업무에 비정규직 사용 제한 원칙을 폐기할 경우 무분별한 비정규직 확대를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⑤ 직무급제, 사회적 제도개혁과 합의 전제해야

직무급이 자리 잡은 국가에는 오랜 기간 설계한 직무 체계와 이를 중심으로 임금을 결정한 역사, 산별노조 중심의 교섭체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무 중심으로 업무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이를 체계화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연공급이 도입된 건 취약한 사회보장제도와 입사 당시의 저임금 체제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려면 교섭체계, 사회보험제도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제도개혁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직무급제는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기득권’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부문의 경우 ‘공무직’이란 별도 직무체계를 만들면서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경우 ‘직무급제’ 논의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방해가 될 뿐입니다.

 

⑥ 한국일보 솔루션, 윤석열 후보 공약과 판박이

윤석열 후보 대선공약집을 살펴보면 노동 공약의 핵심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현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는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사무연구직 등 선택근로제를 선호하는 직무나 부서별로 노사합의를 거쳐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1년 이내 범위에서 도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일정 기간 단위로 정해진 총노동시간 범위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1개월인 정산 기간 동안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무제한 노동을 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일하고 이틀을 내리 쉬는 형태의 근무가 가능합니다. 노동시간 유연화의 끝판왕이라고 불립니다. 1일·1주 노동시간 상한 규제가 없는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는 그동안 기업이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노동공약의 주요 내용은 △전문직 직무, 고액연봉 근로자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연장근로시간 총량 규제 방식으로 전환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가치 및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선하여 청년 고용 활성화와 장년층 고용안정 동시 구현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한 시간선택형 정규직 일자리 등으로 대표됩니다.

 

국민의힘은 노동공약을 발표하면서 “현 근로기준법은 20세기 공장법 방식으로 획일적·경직적인 근로시간 및 임금규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에 대응이 어렵다”며 공약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일보 솔루션이 윤석열 후보의 노동공약과 판박이라는 의혹을 받는 결정적 근거입니다.

 

(2) 유권자 혼란 초래하는 검증보도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사의 검증보도는 대부분 동일한 결론을 내립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이 없다”

 

이보다 편한 검증보도가 있을까요? 형식적으로는 검증보도의 모양을 갖췄지만 유권자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지는 의문입니다. 2월 28일 SBS의 <[공약체크] "고정비 지원 확대"…정작 소상공인은 '냉담'> 같은 보도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형식적 검증 보도의 사례는 ‘예전에 그 발언을 했냐 안 했냐’는 식의 보도입니다. 연합뉴스의 대선 특집 <팩트체크>가 대부분 이런 모양새입니다. 이걸 굳이 검증 보도 내지는 팩트 체크라고 해야 할까요?

 

또 하나의 문제는 편파성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전문가의 의견을 통하거나 인터뷰 방식을 빌리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의 입장을 홍보하게 됩니다. 한국일보의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차기 정부 경제 정책의 방향을 ‘시장 기능 복원’이라고 제시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시장 기능의 상실’이 아닙니다. 국가의 조정 기능 상실이 더 큰 문제입니다. MBN이 2월 18일 보도한 <[공약빅데이터 분석]‘감원전’ VS ‘탈원전’…4인 4색 원전 공약>도 검증 보도의 형식을 가진 편파 보도입니다.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전문가만 선별해 인터뷰하고, 신규 원전 건설의 경우 ‘어느 지역에 건설할지’, 노후 원전을 계속해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안전성의 문제는 전혀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후보를 편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검증 보도의 모양새를 갖추지만 부실한 내용 검증으로 오히려 유권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보도와 충분한 취재와 전문가와의 토론을 통해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검증 보도를 동일한 정량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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