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꾸나 민언련_

2019년 6월,날자꾸나 민언련 518 광주순례 후기

민주주의의 고향, 광주
등록 2019.05.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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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면 몸이 바쁘고 마음도 뜨겁다. 내당마님의 생신, 결혼기념일, 스승의날, 어린이날, 부모의날, 요 날들을 잘못 챙기면 생전에 악업이 되어 돌아오랴 몸을 앞세워야 하고, 부처님오신날은 적어도 내겐 기회가 되거든 감사한 마음을 모아 공손한 합장 한번으로 가름할 수 있지만, 5월18일과 5월23일은 언젠가부터 그 날이 내게는 무슨 의미인지를 해마다 되묻게 한다.

 

 그래서 5월이면 광주를 가보고 싶었다. 그날 현장의 흔적이라도 보고 희생된 5월의 영령들에게 절이라도 올리고 나면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을 듯 싶었을까,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들고 싶었을까? 차일피일 실행은 미뤄지고 있었다.

 

민언련 5.18 광주순례 5월11일...” 작년 9월 가입한 민언련의 문자가 드디어 실행할 기회를 열어 준 셈이다. 순례와 함께 당일 왕복하기엔 제법 먼거리, 이른 아침 출발해서 전세버스를 가득 채운 회원들과의 광주 점심식사 후 처음 들린 곳,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은 여타 국가전시관에 비해 소규모였음에도 내가 이전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혼자 찬찬히 들여다보고 시간순으로 맥을 짚어가기에도 하루로는 턱없이 부족할 듯 했다. 더욱이나 장애를 가진 아들을 데리고 간 탓에 난 아예 들여다보길 포기하고 전반적인 전시장 분위기를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도 충격적인 몇몇 장면들에 울컥댔고 머릿속엔 그 이미지들이 지금도 떠다닌다.

 

망월동 5.18묘역을 찾았다. 입구를 들어서고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추념의문을 지날 즈음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임을위한행진곡은 깃발을 앞세운 한 무리의 꽁무니를 따라가는 나를 잠시 역사 속의 한 인물이라도 된 양 비장함에 사로잡히게 했고, 작은 감동과 놀람 자책의 감정이 교차하여 떠올랐다. 조금 진정될 즈음 다달은 재단에 간단한 제를 지내고, 높다랗게 솟아 조금 비정상적인 비례로 느껴지는 추모탑 아래를 지나 한층 높은 단에 열지어 안장되어있는 묘역 축대 계단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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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 송건호, 리영희, 김태홍 선생들의 묘지를 찾아가는 길, 유공자 가족이신 듯한 아주머님이 나눠주시는 인절미가 흡사 성체 같아서 잠시 머뭇대다 입에 넣으니 또 얼마나 단지 이렇게 맛나도 되나 싶으면서도 이젠 그 분의 먼 친척이라도 된 듯한 묘한 기분...

 

누구나 이 세상 떠나면 고향에 묻히고 싶을 텐데도 광주가 고향이 아닌 민주 열사, 유공자들까지 이 5.18묘역에 들어와 사자와 생자도 빛내주려는 추모공간의 의미를 한껏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날이다.

훌륭한 민언련 회원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고 더불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다 귀천하신 선생들 외에 전에는 잘 알지 못하던 분들을 민언련 활동가들이 엄선해 신구묘역에 뭍히신 사연을 직접 소개해주어 참배의 의미를 빛나게 해준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다만 한가지... 망월동 신묘역이 다소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보다 친근하거나 예술적 감흥을 느낄 만한 요소나 향기가 적은 점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이명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