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진원지를 파헤친 한겨레
등록 2018.10.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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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9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에는 한겨레 기획보도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가 선정됐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10월 26일(금) 오후 2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마포대로14가길 10 동아빌딩 3층)에서 열립니다. 시상식과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으로 생중계됩니다.

아래는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나쁜 보도 신문 부문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신문 보도

기획보도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매체: 한겨레, 취재: 김완‧변지민‧박준용‧장나래 기자, 보도일자: 9/27~

나쁜 신문 보도

<서해 훈련중단 수역, 황당한 양보…우리쪽이 북한보다 35Km 더 길다>

매체: 조선일보, 취재: 전현석 기자, 보도일자: 9/20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온라인),

임동준(민언련 활동가/방송),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9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지면에 게재된 보도

 

9월 좋은 신문 보도,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파헤친 한겨레

 

선정 사유 요약 한겨레는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한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기획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했다. 한겨레는 두 달 남짓의 추적‧탐사를 통해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진원지로 ‘에스더기도운동(이하 에스더)’을 지목했다. 또, 에스더가 보수정치 세력과 긴밀하게 연결된 흔적을 찾아내기도 했다. 한겨레는 유튜브‧카카오톡 등 가짜뉴스의 유통 경로도 파헤쳤다. 끈질긴 취재력이 돋보인 보도라 할 수 있다. 한겨레는 유튜브 100개 채널과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50곳을 조사했으며, 에스더의 미디어 교육 현장에 잠입하기도 했다. 수많은 가짜뉴스와 복잡한 유통망 속에서 그 진원지를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겨레는 기어코 ‘소수자 혐오 가짜뉴스’의 배후에 보수 개신교 세력인 ‘에스더’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처럼 ‘가짜뉴스 진원지’가 보도된 것은 처음이다. 보도 이후 사회적 파장은 컸다. 체계적인 가짜뉴스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공론장 영역으로 끌어올린 한겨레의 공이 크다. 기득권 종교계의 거센 저항에 한겨레가 맞서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민언련은 2018년 9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한겨레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기획보도를 선정했다.

 

한겨레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어떻게 찾아냈나

기획보도의 첫 머리를 장식한 한겨레 <단독/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9/27 https://bit.ly/2DwU6n9)는 ‘에스더기도운동’을 소수자 혐오․난민 혐오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끈질기고 체계적인 한겨레의 취재가 돋보였다. 한겨레는 우선 가짜뉴스로 판명된 22개의 기사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미국 목사, 동성 커플 주례 거부해 벌금’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 학교 성교육 시간에 항문성교를 가르치게 될 것’ ‘무슬림이 늘어나면 강간률이 높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통과되면 공산국가가 된다’ 등의 가짜뉴스가 있다. 이 가짜뉴스가 유튜브에서 확산될 때 유통되는 채널 및 그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을 찾아 3단 연결망(가짜뉴스-채널-인물)기법으로 분석하는 것이 다음 단계였다. 그 결과 ‘에스더’가 등장했다. 한겨레는 “기독교발 혐오 뉴스를 가장 왕성히 전파하는 25명 가운데 21명이 에스더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고, 최근 기독교발 가짜뉴스 22개가 모두 에스더와 연관돼 있었다”고 전했다. 또 “에스더 관련 채널과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한 가짜뉴스가 그동안 한국 사회 혐오담론의 바탕이었던 셈”이라며 “유통 경로에는 목사·장로·전도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유포망의 정점, ‘가짜뉴스 공장’이 바로 에스더였다”고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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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는 9월 27일 가짜뉴스의 지원지로 ‘에스더기도운동’을 지목한 기사를 내놨다(9/27)

 

40개 유튜브 채널 분석…극우 채널이 ‘노회찬 타살설’ 생산하고 유포

한겨레는 “정권교체와 플랫폼(정보 유통 매체)의 세대교체가 맞물리면서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유튜브 내 가짜뉴스가 전파․확산되는 과정도 살펴봤다. 한겨레는 “△<제이티비시>(JTBC) 태블릿피시(PC) 조작 △5·18 북한 특수군 개입 △노회찬 의원 타살 △19대 대선 부정선거(투표용지 2종류) △정부·여당 개헌 뒤 고려연방제 추진 △북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령 △문재인 대통령 문현동 금괴 도굴” 7건의 기사의 전파 과정을 추적했다. 분석결과 “유튜브 유사언론 채널들은 하나하나가 거대한 ‘가짜뉴스 공장’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독자 수 상위 40개 채널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28곳이 7개 가짜뉴스 중 하나 이상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특종-인용-반론’ 사이클을 순회하면서 가짜뉴스를 서로 확대재생산하고 있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20개 채널의 총구독자는 200만1700명에 이르며, 이는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졌다. 보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위인 정규재TV는 월 2900만 원의 수입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는 가짜뉴스가 유포되는 경로를 ‘노회찬 타살설’을 예시로 자세히 설명 했다. 한겨레는 “‘노회찬 의원 타살설’은 보수 성향 상위 40개 채널 중 구독자 수 6위(14만 명)인 ‘뉴스타운티브이’를 필두로 10개 주요 채널에 퍼져 있다”며 “7월23일 노회찬 의원이 사망한 채 발견된 뒤 ‘뉴스타운티브이’가 가장 먼저 타살설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 유튜브에 “이용식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두경부외과 교수는 이 채널에 출연해, 시신이 발견된 위치와 자세, 상태, 주변 정황 등을 봤을 때 ‘(노회찬 의원이) 마취를 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상태에서 떨어졌다’며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은 지금까지 41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고, 다음날인 24일 MBN 등 종편 채널이 이 교수 발언을 인용해 타살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가짜뉴스 유포하는 31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잠입 취재

한겨레는 가짜뉴스의 생산유통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잠입해 취재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들 채팅방은 주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통로로 기능” 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부산 문현동 금 도굴 사건’ ‘좌익인생 24년 김문수가 말하는 문재인 정권’등 문재인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정보들이 기다렸다는 듯 올라왔다”며 “더 폐쇄적인 에스엔에스인 ‘네이버 밴드’ 가입 유도 게시글이 따라 붙었다”고 전한다. 한편,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5일까지 이들 채탕방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하나님’(4만2000회)였다. 그 뒤를 잇는 단어는 ‘미국’ 이었다. 한겨레는 “이들에게 미국은 하나님 다음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다”고 꼬집었다. 또 “가짜뉴스 카톡방은 사실성과 연관성(맥락)이 거세된 채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날것의 언어로 부딪히는 전쟁터였다. 이들에게 사실과 정보는 특정 정치적 견해에 끼워 맞춰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에스더와 박근혜 정권과의 유착 의혹 파헤쳐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당시부터 실체가 보도된 ‘국정원의 박근혜지지 단체 불법 지원’은 한겨레의 ‘가짜뉴스 기획보도’에서도 드러났다. ‘가짜뉴스’의 배후인 보수 개신교 세력이 보수 정치 세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10월 2일 <단독/에스더, 박근혜 국정원에 ‘우파 청년’ 양성자금 요청>(10/2 https://bit.ly/2NtS2vY)에서 “에스더기도운동이 박근혜 정부 시절 ‘우파단체 활동가’를 양성하겠다며 국가정보원에 43억여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에스더가 작성하고 이용희 대표가 감수한 ‘통일운동가 훈련학교 자유통일아카데미(가칭) 기획안에는, ‘35세 이하 청년 40명을 한 기수로 석달간 월 80만원을 주며 집중 훈련시켜 정상적으로 수료한 사람은 월 120만원을 주는 각 영역별 전문 간사’로 키워내겠다는 ‘3년짜리 학사 과정’ 내용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 문건에서 눈에 띄는 것은 ‘4월 11일 총선을 위해 분야별 필드 사역’ ‘12월 19일 대선을 위한 분야별 필드사역’이 담긴 2012년 훈련 과정이다. 종교단체가 ‘사역’이라는 미명하에 총선과 대선에 개입한 흔적이 나온 셈이다. 더군다나, 에스더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자유통일아카데미 사업 기획안을 국정원에 보냈다고 전해진다. 한겨레는 “국정원이 이 기획안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수십억원짜리 예산이 드는 기획안을 만들어 전달할 정도라면 에스더와 이 국정원 간부 사이에 평소 일정한 신뢰 관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드러난 한국 개신교의 민낯…사회적 파장 일어

소수자 혐오의 배후에 보수 개신교 세력인 ‘에스더’가 있다는 한겨레 단독 보도는 자못 충격적이다. 항간에서 혐오의 배후에 개신교가 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이처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보도 이후 사회적 파장은 컸고, 많은 사람들은 공분했다. 더 늦기 전에 가짜뉴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가짜뉴스’를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가짜뉴스 퇴칙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반면, ‘에스더’와 보수 개신교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되려 한겨레가 ‘가짜뉴스’를 쓰고 있다며 반박 광고를 내고, 8일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취재기자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하기도 했다. 예상된 종교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겨레는 용기 있는 보도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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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는 에스더와 보수 정치권의 유착 관계를 파헤쳤다(9/27)

 

해외 사례 짚어가며…가짜뉴스 막을 방법 모색

한겨레는 가짜뉴스의 생산유통과정을 폭로했을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방법도 모색하는 기사를 내놨다. 한겨레 <독일은 SNS 가짜뉴스 삭제 의무화…혐오 표현하면 처벌>(9/30 https://bit.ly/2E7s8ia)은 “독일은 올해부터 플랫폼(정보유통매체) 사업자의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명문화했다”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에 혐오 발언을 담은 게시물과 영상 등을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5천만 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최악의 혐오범죄였던 나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의 특수성과 맥락을 다루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 사회도 부쩍 소수자 혐오표현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검토해만한 내용이었다.

한겨레는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정보 해독력) 교육을 꼽을 수 있다”며 “캐나다 온타리오 주와 미국 워싱턴 주는 학생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정규 교육 과정에 편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영국과 프랑스 등도 인종차별금지법 등이 이미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험요 표현을 규제할 법규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9월 나쁜 신문 보도, 평화에 재 뿌리기…누가 얼마나 양보했나 따진 조선일보

선정 사유 요약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군사 합의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이른바 보수세력은 ‘안보 포기’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여기에 소스를 던져 준 것이 바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합의가 이뤄진 19일 곧바로 <서해 훈련중단 수역, 황당한 양보…우리쪽이 북한보다 35Km 더 길다>라는 보도를 내고 ‘군사 분야 합의서 중 서해 완충수역에서 우리가 북한보다 35km 더 양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합의서 중 해당 대목에 북방한계선(NLL)이 등장하지도 않는데 ‘완충수역을 NLL을 기준으로 하면 북측은 50km, 남측은 85km으로 남측이 훨씬 넓다’는 것이다. 해당 완충수역에 배치된 해안포는 북한이 6배나 많고 해안선 역시 북측이 2배 넘게 길다는 반론이 곧바로 나왔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권에 퍼져 ‘NLL 포기’, ‘수도권 방어 포기’ 등 케케묵은 ‘안보 공포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조선일보가 자의적 기준으로 남북 합의를 곡해함으로써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지원한 것이다. 남북 평화에 해가 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론장을 오염시키는 저급한 보도라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서해 훈련중단 수역, 황당한 양보…우리쪽이 북한보다 35Km 더 길다>(9/20 전현석 기자 http://bitly.kr/G4bC)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중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서해는 135㎞ 구간, 동해는 80㎞ 구간에 완충수역을 조성해 남북이 서로 일체의 해상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남북 간 합의가 ‘우리 측의 황당한 양보’라고 비판했다. 그 근거는 “남북이 합의한 완충수역은 서해가 동해보다 훨씬 넓다. 서해의 경우 NLL 서쪽 끝을 기준으로 북측 구역은 약 50KM인 반면, 남측은 85KM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대부분 북한 군사 도발이 서해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앞으로 NLL부근 해역과 서해5도에서 북측 기습 공격에 대비한 우리 해군과 해병대 훈련이 사실상 중지된다”, “결국 군사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늘 그렇듯 ‘안보 불안’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해상뿐 아니라 육상의 포병과 해안포까지 중지를 고려한 것으로 완충구역 내에 북측은 황해도 남쪽 해안과 육지에 해안포와 다연장 포병 등이 배치된 반면, 우리 측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포병 화력과 서해 상 해안포가 배치돼 있다”며 “완충 수역에서 제한되는 군사 활동은 해상에서는 함포사격과 함정기동훈련, 도서와 육상의 해안지역에서는 포병과 해안포 사격 중단 등이 해당하는 바, 단순히 해역의 크기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서해에는 북한 함정이 6배가량 많고 해안포도 집중 배치돼 있어 함께 병력을 물리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으로 가는 길, 큰 틀에서 바라봐야

이처럼 ‘서해 완충수역’의 경우 남측이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보기 힘들다. 남북 상호간의 군사 적대 행위 축소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북한이 내놓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의 우선 영구적 폐기’라는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남한이 내놓은 협상 조건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외교적 협상은 당연히 주고받는 조건에 따라 이뤄지며 ‘상호 군축’에 버금가는 적대 행위 축소는 ‘윈윈’에 해당하는 거래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가 굳이 이번 정상회담의 ‘손익계산서’를 따지고 싶었다면 이렇게 ‘비핵화’라는 근본적 잣대 아래서 분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 입을 통해 ‘비핵화’가 거론됐으나 이상하게도 조선일보는 합의문에 나오지도 않은 NLL을 기준 삼아 ‘우리가 35Km를 양보했다’는 창조적인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군사적 적대 관계를 종식하려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 분위기를 점진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데, 누가 얼마나 더 양보했는지 계산부터 한다면 평화는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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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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