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를 왜 제재했나
등록 2019.02.1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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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25차 안건이었던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8/11/15) ‘오산 미군기지 앞 아파트에 고정간첩’ 방송의 심의 민원을 기각했다.

 

○ 신인균 : 북한도 미국의 위성이 언제 지나간다. 다 알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지나가면 바로 나오고, 북한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래서 미국이 U-2 정찰기를 띄워서 고고도에서 또 다시 보는 겁니다. 우리도 여러 가지 정찰 자산들이 있어서 그걸 보는 것이죠. 그러면 U-2 정찰기가 (북한의)레이더에 탐지가 되면 ‘삭간몰 기지를 보고 있겠구나’라고 북한이 판단한다든지 만약에 (북한의)레이더에 안 보이면 거기 우리 오산기지 앞에 아마 북한의 고정간첩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 김광일 앵커 : 조금 전에 말씀 중에 오산기지에 북한 간첩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 어떤 간접적인 증거라도 있으신 말씀이신지요?

신인균 : 간접적인 증거는 없고요. 오산기지 활주로 바로 옆에 아파트들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북한이 바보가 아니라면 거기 뭐 몇 억 원만 주면 아파트 살 수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매일 창문만 열고 쳐다만 보고 있어도 어떤 비행기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당연히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이런 방송을 방통심의위가 심의 테이블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기각한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민언련으로 보내온 ‘기각’의 사유는 기가 막힌다. 진행자가 “간접적인 근거라도 있으신 말씀이신지요?”라고 묻고, 이에 해당 출연자가 “간접적인 증거는 없고요”라고 대답하는 장면 등이 이어짐에 따라 “일반 시청자로서는 상기 발언이 출연자의 개인적 견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심의규정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출연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개진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특성상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평가 및 비판은 폭넓게 용인되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심의를 한다면 방통심의위가 제재할 수 있는 ‘심의규정 위반 방송’은 없다. 개인 견해이면 그 어떤 가짜뉴스도 보도할 수 있고, 시사‧대담 프로그램이면 ‘정치‧사회 현안’에 막말을 늘어놔도 ‘용인될 수 있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시사토크쇼에서 가짜뉴스 발언, ‘아무말 대잔치’로 쏟아내더라도, 앵커가 근거가 있냐고 물어보고, 근거는 없다고 말만 해주면 ‘아무 문제없다’는 것이다. 기가 차는 심의이다.

 

더 황당한 것은 방통심의위가 TV조선에게는 그야말로 솜뭉치로 쓰다듬는 수준의 심의를 하는 반면, 타 방송사의 방송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강한 심의가 나온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 사례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J>(8/5)에 대해 제9조(공정성), 제14조(객관성)를 적용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한 심의이다.

 

아무 근거는 없지만 ‘간첩이 있다’는 가짜뉴스를 방송한 TV조선은 객관성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나 경징계는커녕 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대로라면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그보다 심각한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했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똑같은 ‘객관성 위반 민원’…TV조선은 ‘기각’, KBS는 ‘권고’

일단 방통심의위가 제재를 가한 사유 자체가 ‘가짜뉴스’와는 거리가 멀다. 방통심의위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2018/8/5)가 양승태 대법원과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의혹을 다루던 중 “나 같으면 최 욱 씨 만나서 맥주 한 잔 사주면서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훨씬 파급력이 클 것 같다”(최강욱 변호사), “유료부수가 120만 정도 된다고 하는데 사실 그것도 우리가 꼭 믿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최욱 방송인) 등의 발언을 했고 이것이 “조선일보가 유료부수를 조작했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진행자가 출연자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고’를 의결했다. ‘유료부수를 믿기 어렵지 않나’라고 물은 출연자 발언이 ‘조작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취지이다. 매우 엄격한 잣대이다.

 

TV조선의 ‘간첩 가짜뉴스’에는 왜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는지 의문이지만 방통심의위의 KBS 심의는 그 자체로서 코미디에 가깝다. 방통심의위는 적용 조항에서조차 오락가락하며 제14조(객관성)을 적용한다면서 ‘출연자가 조선일보에 비아냥댔다’는 이유로 제재를 줬다. ‘비아냥’은 객관성 조항과 무관하다. 방송 내용, 출연자 발언의 취지와 완전히 동떨어진 자의적 판단으로 제재 사유를 달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조선일보 기사거래 의혹’, 문건 토대로 밝힌 KBS

KBS <저널리즘토크쇼J>(8/5)는 ‘양승태 대법원과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의혹’을 중심 의제로 삼고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생산했던 <주요언론 접촉 결과 첩보 보고>,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조선일보 홍보전략 및 컨텐츠 검토> 등 실제 문건들, 해당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의 실제 기사들을 그대로 인용, 비교하면서 검증했다. 양승태 대법원 문건에는 날짜별로 조선일보 칼럼, 기고문, 작성 기자 성명, 기고자 성명까지 기록되어 있어 사실상 조선일보의 상고법원 관련 기사의 일정이 기획되어 있었으며 이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 조선일보 기사로 나갔다. 정준희 교수, 최강욱 변호사, 정연우 기자 등 출연자들은 이를 토대로 ‘상고법원 추진 여론전을 위한 대법원과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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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대화는 이렇게 ‘기사 거래 의혹’을 상세히 짚은 후 나왔다. 진행자 정세진 아나운서가 “왜 하필 조선일보였을까?”라고 묻자 출연자들은 조선일보를 통해 여론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봤던 양승태 대법원의 판단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최강욱 변호사의 ‘시대착오’ 발언, 방송인 최욱 씨의 ‘유료부수 120만부 믿을 수 없다’ 발언 등 문제의 대화 역시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이 대화가 어째서 심의규정 위반이라 판단했을까?

 

심의 시작하자마자 ‘공정성 조항’ 적용은 ‘철회’

방통심의위가 KBS <저널리즘 토크쇼J>(8/5)에 적용한 심의규정은 제9조(공정성), 제14조(객관성)이다. 회의 서두에서 심의위원들은 이중 제9조(공정성) 조항의 적용을 사실상 철회했다. KBS가 조선일보 측의 반론을 비교적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심영섭 위원 : 제9조(공정성) 제2항을 적용한 것은 조선일보 측의 입장을 안 들어봤다는 그런 의미겠지요? 그렇게 봐야 하는 것인가요?

○ 정상우 지상방송팀장 : 조선일보 입장이 들어 있습니다.

○ 심영섭 위원 : 들어 있나요? 방송 내용에요?

정상우 지상방송팀장 : 방송 내용에 들어 있고요. 상반된 의견을 하면서 일방의 내용을 주로 방송했다는 취지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심영섭 위원 : 그러니까 조선일보 측의 얘기는 들어줬다는 얘기지요? 그렇게 봐야 하는 것이지요?

○ 정상우 지상방송팀장 : 있기는 있습니다

 

정상우 팀장이 “있기는 있습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겼으나 심의위원들은 ‘공정성 위반’ 여부 논의를 이어가지 않고 ‘유료부수’ 발언 등의 ‘객관성 위반 여부’로 초점을 맞췄다. 공정성 위반 여부는 조선일보 측 입장이 방송됐다는 수준에서 토론을 마친 것이다. 다른 위원들의 이견도 없었다.

 

실제로 KBS는 해당 방송에서 조선일보 입장을 빼놓지 않았다. 기사 거래 의혹과 관련해 최욱 씨는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상고법원에 평소에 생각 없다가 관계자 만나보니 필요한 것 같아서 기사 썼다고 할 수도 있지 않나”라며 조선일보 측 관점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 진행자 정세진 아나운서 역시 “조선일보 공식 입장 있나”고 물어 정연우 기자가 “공식 입장은 없고 기사는 있다. 기사 내용을 보면 (법원행저처 문건은)상고법원 홍보를 위해 본지에 설문조사, 지상좌담회 싣는다는 내용으로서 법원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지, 본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라는 조선일보 반론을 소개했다.

 

이를 감안하면 방통심의위가 적용하려 했던 제9조(공정성) 2항, 즉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KBS가 무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심영섭 위원도 ‘조선일보 측 입장이 있는지’ 여부를 반복 확인했던 것이고 ‘있다’는 결론으로 논의를 끝맺었다. 이렇게 되면 애초 적용하려 했던 2개 조항 중 하나는 적용을 철회한 셈이다.

 

여기서 ‘ABC협회’가 왜 나와

심의위원들이 KBS가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이유는 출연자 최욱 씨의 ‘조선일보 유료부수 120만부를 믿을 수 있나’라는 발언에 집중됐다. 대체 이 발언이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제14조(객관성)을 어떻게 위반했다는 것일까?

 

심영섭 위원 :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국ABC 부수가 다른 나라 ABC 부수와 다르게 인증 하는 방식, 그러니까 공사하는 방식이 좀 다르거든요.

허미숙 소위원장 : 그래서 이런 표현(최욱 씨 발언)이 있는 것이군요.

심영섭 위원 : 그래서 이런 표현이 나오는 것입니다. 유가 부수를 산정할 때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최소한 구독료의 100%, 아니면 75% 이상을 하는데, 우리는 더 하향 조정해 놓았기 때문에 유가 부수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학계에서도 그런 비판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ABC 부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요. 제도니깐요. ABC협회 공사 방법을 문제 삼아야지, 그 공사 결과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그런데 여기에서는 자칫 이 발언이 조선일보의 부수가 허위라고 들릴 수 있다는 그런 문제 제기였던 것 같습니다.

(중략)오히려 현재 한국 ABC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정확하게 ABC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부수들의 문제점을 했다면, 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는 특정 언론사의 부수만을 문제 삼다 보니까, 언론사가 유가 부수를 갖다 조작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자인 정세진 아나운서가 패널인 최욱 씨의 발언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인가, 패널들한테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런 문제 제기는 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권고’ 의견 내겠습니다

 

심영섭 위원은 조선일보 유류부수 관련 최욱 씨 발언이 ‘조작’을 암시한다며 ‘권고’를 제안했다. ‘조선일보 유료부수 신뢰성’를 지적하기 위해서는 조선일보가 아닌 ABC협회의 산정 방식을 거론했어야 하는데 최욱 씨가 애먼 조선일보를 겨냥했다는 이유다. 이는 출연자의 비판 취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지적이다.

 

‘요즘 신문 보는 사람 없다’는 인식이 ‘객관성 위반’?

최욱 씨는 진행자 정세진 아나운서의 “왜 조선일보였을까?”, 즉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여론전의 도구로 하필 조선일보를 택한 이유를 묻고 패널들이 그 판단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실제 방송분의 대화 내용은 이렇다.

 

정세진 : 왜 조선일보였을까?

최강욱 : 시대착오적이다. 그 시간에 최욱 씨 만나서 맥주 한 잔 하면서 팟캐스트에서 얘기해달라고 하면 더 파급력 컸을 것 같은데, 시민들도 쉽게 알아 듣고, 그냥 가서 상고법원 궁금해하지마세요 좋은 겁니다 하면 될 일을, 뭘 조선일보 기자들한테 설명하고 그러나

최욱 :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야 젊어서 그렇지만 조선일보를 그렇게 많이 보는 건지, 자료 보면 유료부수가 120만 정도 된다고 하는데 꼭 믿을 수만은 없지 않나? 주변에 보면 신문 읽는 사람 별로 없다. 그런데 모든 여론을 선도하는 것이 마치 조선일보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정세진 : 어르신들은 (조선일보)많이 본다

정준희 : 조선일보는 아직도 영향력이 굉장히 세다. 흔히 밤의 대통령이라고도 하는데, 재밌는 게 (대법원의 상고법원 관련 신문 방송 홍보전략)문건에 조선일보에서 1면에 보도해주니 출렁인다는 얘기가 있다. 법원에서도 얘기가 되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게 찻잔 속에 있는 것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보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 대중의 감성은 조선일보로부터 상당히 멀어져 있음에도 그걸 못 보기 때문에 이분들은 조선일보 영향력을 더 크게 느낀다

최강욱 : 그 근저에는 법원 특유의 이상한 엘리트 의식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법원이 예전부터 1등 주의, 고3 시절의 성적에 대한 기억을 평생 갖고 사는 사람들이다보니 조선일보가 어쨌든 발행 부수가 1위라고 알려져 있고 조선일보가 상대적으로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 출신, 특정 대학 출신을 많이 뽑으니 법관들은 조금 더 동질감을 느끼고 얘기할 때 더 알아듣기 쉽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나라를 이끌어 가는 조직이고 당신들도 나라를 이끄는 언론이고, 우리가 1등이니 나라를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느낀 것이 옳은 일이라고 느낀 지도 모르겠다

 

이 대화에서 ‘ABC협회의 신문 유료부수 산정 방식’이 거론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패널들은 ‘조선일보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양승태 대법원을 비판했지 조선일보를 비난하지 않았다. 최욱 씨의 경우 ‘조선일보의 유료부수 신뢰성’을 문제 삼은 것도 아니고 ‘주변에 신문 읽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뉴스 이용자 관점에서 이용 매체의 변화 경향을 말한 것인데 심의위원이 느닷없이 ‘매체가 유료부수를 조작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요즘 신문을 구독해서 보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인식은 최근 상식적인 것이며 실제로 심영섭 위원이 강조한 신문들의 ABC협회 유료부수 집계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환경으로 뉴스 유통 경로가 이동하는 시대적 변화 탓이다. 심 위원 스스로 ‘ABC협회의 산정 방식이 과장됐다’고 인정한 대목 역시 ‘요즘 신문 보는 사람 없다’는 최욱 씨의 인식과 크게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KBS의 해당 방송분에서 ‘신문 유료부수 산정 방식의 문제’는 아예 초점이 아니었다. 이를 두고 객관성이 어긋난다거나 조선일보를 비방했다고 볼 수는 없다.

 

‘객관성 위반’ 적용한다디너 왜 갑자기 ‘비아냥’을 검토하나

이렇게 무리하게 ‘객관성 조항’을 적용하다보니 결국 심의위원 전체가 ‘객관성’과는 관련 없는 심의평을 쏟아냈다. 심영섭 위원은 앞서 살펴본 ‘ABC협회’ 관련 비평을 하던 중 느닷없이 ‘패널들의 비아냥거림’을 KBS 방송의 문제점으로 짚었다. ‘비아냥 발언’은 객관성 조항과는 관련이 없으며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이나 제27조(품위유지)에 해당하는데, 객관성 조항을 적용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다른 조항을 꺼내든 것이다.

 

○ 심영섭 위원 : 그리고 또 하나가 패널의 비아냥거림에 대한 문제인데요. 사실 사회자가 좀 적절하게 진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비아냥거리는 표현들이. 그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 아닌가, 민원인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략)저는 ‘권고’ 의견 내겠습니다

 

결국 KBS가 객관성에서 어긋난 부분보다는 패널들의 일부 발언이 조선일보에 ‘비아냥댄 점’이 문제라는 결론이다. 이런 시각은 전광삼 위원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전광삼 위원 :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팟캐스트보다 떨어진다는 둥 검증된 내용이 아니지 않습니까? 검증되었나요? 하고 싶은 말 막 하는 것이에요. 쇼라서 그런지 뭔 지는 모르겠는데, 어떻게 미디어에 대한 것을 가지고 쇼를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천박한 저널리즘 비평이지요. 내용에 관계된 것은 별로 없어 보여요. 조선일보에 대해서 어르신들이 많이 보는 신문, 시대착오이라든가 그것은 자기 판단이지요. 개인인 생각이지, 내용을 가지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젊은 사람들은 조선일보 보면 안 되나요? 젊은 사람들 조선일보 보지 말라는 얘기를 역으로 이게 하는 것인가? 이런 것이 어느 정도의 미디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패널들이나 진행하시는 분이, 토크쇼 자체가 오히려 더 천박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내용을 정확하게 지하고 정확하게 비평해야 하는데, ‘저널리즘 비평’이라는 것을 갖다 타이틀을 걸고, 쇼를 만들어버리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입니다. (중략) ‘권고’ 의견 냅니다.

 

전광삼 위원은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천박한 프로그램’, ‘천박한 쇼’는 저주를 반복적으로 퍼부었다. 결국 ‘천박’하니 제재감이라는 것이다. ‘천박하다’는 평은 역시 ‘객관성 조항’과는 관련이 없다. 물론 전 위원은 ‘조선일보 영향력이 팟캐스트보다 떨어진다거나 어르신들이 많이 보는 신문이라는 말은 검증되지 않은 개인 판단’이라며 나름 ‘객관성’의 기준을 적용하려 시도하기는 했다. 이는 과잉 해석이다. KBS 출연자 최강욱 변호사는 해당 방송에서 “(법원행정처가)최욱 씨 만나서 맥주 한 잔 하면서 팟캐스트에서 얘기해달라고 하면 더 파급력 컸을 것 같은데, 왜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그러나”라고 말했는데 이를 ‘조선일보가 팟캐스트보다 영향력이 적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법원행정처 입장에서 굳이 로비를 하고자 한다면 조선일보보다는 팟캐스트가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라는 취지에 가깝다.

 

요새 신문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령 최 변호사를 포함해 출연자들이 ‘조선일보는 어르신들이 보기 때문에 영향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고 해도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의 매체별‧세대별 미디어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20대, 30대의 종이신문 이용률은 각각 5.4%, 9.0%였으나 팟캐스트 이용률은 14.7%, 9.2%로 더 높았다. 특히 ‘젊은 층’이라 할 수 있는 20대는 팟캐스트 이용률이 종이신문의 3배에 육박했다. 반대로 40대 이상에서는 팟캐스트가 3% 이하로 떨어진 반면, 신문은 20%를 상회해 큰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전체 통계에서는 종이신문 이용률이 17.7%, 팟캐스트가 5%로 신문이 훨씬 컸으나 언론진흥재단이 따로 산정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33.6%로 압도적인 1위라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많은 팟캐스트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도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의위원들이 KBS의 취지에 따라 ‘뉴스 이용자의 이용 매체 현황’을 증명한 자료의 부족을 지적했다면 아마 심의에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심의에서 그런 지적이나 자료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으며 전광삼 위원처럼 ‘조선일보를 조롱했으니 기분 나쁠 수 있다’는 인상평이 주를 이뤘다.

 

‘조선일보 기사 거래 의혹 부인’…심의위원의 ‘본심’

전광삼 위원의 경우 KBS에 저주를 퍼붓고 ‘권고’를 의결한 데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천박하다’는 지적을 남긴 후 대법원과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의혹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

 

○ 전광삼 위원 : 그 다음에 이 ‘거래 의혹’ 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상고법원 거래 의혹’이라는. 이 ‘거래’라는 것이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거래인데, 대체 뭘 주고 뭘 받았는지는 모르겠어요. 로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확인은 해야 하겠지만, 이것은 검찰에서 지금 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그것을 갖다가 단정으로 ‘거래 의혹’이라는 제목을 달았어요. 거래가 있었다는 것인데, 그러면 조선일보는 뭘 받고 뭘 줬는지, 논조가 바뀌었다는 것이 것이잖아요. 그러면 조선일보는 뭘 받았는지. 이것이 있어야 거래가 성사가 되는데, 한쪽에서 일방으로 주는 것은 거래가 아니잖아요. 지원, 기부 이런 것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 제목 자체가 참 객관성 위반을 얘기하기에는 좀 모호하지만, 그러나 이것은 일단은 비평을 위한 비평으로 전락해버린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KBS가 정말 오랜만에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중략)이런 식의 어떤 천박한 토크쇼로 가버리면 저널리즘 자체에 한 모독입니다. 그런 의견 달아서 저도 ‘권고’ 의견 냅니다.

 

요컨대 ‘로비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거래라면 조선일보가 뭘 받았어야 하는데 받은 게 없기 때문에 의혹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이는 일단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KBS가 대법원의 ‘조선일보 로비 정황’을 일정 부분 보도했기 때문이다. <주요언론 접촉 결과 첩보 보고>라는 양승태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법원행정처 분들이랑 조선일보 기자들이 만나서 식사한 내용”이 무려 “첩보”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용가 접대 주체가 정확히 밝혀져야 하겠으나 이 자체로 조선일보가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설사 조선일보가 받은 것이 없다고 가정해도 법원행정처가 짜맞춘 일정과 내용, 제목대로 기사를 낸 조선일보의 행위 자체가 반민주주의적 행위이자, ‘기사 거래’이다. 부당한 청탁의 경우 무형의 권위나 배려가 청탁 대상이 되는 경우도 숱하다. 이렇게 정황이 분명하기 때문에 ‘기사 거래 의혹’이라 많은 매체가 명명한 것이며 ‘의혹’을 붙인 이상 사실관계를 단정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전광삼 위원은 ‘의혹을 쓴 제목’까지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에 흠집이 될 만한 이슈에는 ‘의혹 제기’조차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광삼 위원도 ‘대법원 문건’이라는 확고부동한 증거의 존재로 인해 자신의 주장을 단언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전 위원은 “객관성 위반은 모호하다”며 “비평을 위한 비평”, “천박한 토크쇼”라는, ‘개인적 인상’으로 심의를 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객관성 조항’의 적용을 방통심의위가 철회했다는 점뿐이다.

 

대법원 비판했더니 ‘왜 조선일보를 조롱하냐’며 제재

박상수 위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나 KBS가 조선일보를 조롱했기 때문에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허미숙 소위원장이 “조롱‧희화화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고 심영섭 위원은 “조롱‧희화화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시인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되면 앞서 살펴봤듯 애초 적용하려 했던 2개 조항, 제9조(공정성), 제14조(객관성)은 물론 갑자기 동원한 ‘조롱·희화호 조항’까지 모두 적용을 철회하는 것이 된다. 방통심의위가 KBS <저널리즘토크쇼J>(8/5)를 제재할 명분이 없음을 회의 과정에서 스스로 증명하고도 제재를 준 것이다.

 

박상수 위원 : 미디어 비평, 특히 토크쇼에서는 진행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 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진행자가 품위 있는 그런 표현을 하지도 않은 것 같고, 토론자들의 토론 내용을 좀 공정하고 객관성 있게 진행하도록 유도하지도 못한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진행자가 ‘어르신들이 많이 본다.’ 이런 표현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답변이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도 있다.’, ‘어르신이 오피니언 리더가 된다.’ 이것은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그런 느낌이 있지요. 그리고 조선일보의 유료 부수에 해서도 ABC 조사가 신뢰가 있건 없건 간에 엄연히 나와 있는데, 그것을 근거로 해서 해야지, ‘이것이 뭐 조선일보 유료부수가 거짓이다’ 단정으로 언급하는 것은 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팟캐스트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근거를 제시해야지요. 그렇지도 않고, 막연히 이게 비하하는 듯한 그런 표현을 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 비평 토크쇼로서는 좀 이것이 객관성, 공정성 이런 것이 좀 떨어진다. 품위도 없다. 이렇게 판단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토크쇼라는 점을 감안해서, 저도 ‘권고’ 의견을 내겠습니다.

허미숙 소위원장 : 민원 내용에 팟캐스트에 비해서 영향력도 떨어진다며 조롱, 희화화했다는 문제 제기에 근거가 되는 것이 어떤 내용이지요?

정상우 지상방송팀장 : 최강욱 변호사가 말한 부분입니다. “나 같으면 최욱 씨 만나서 맥주 한 잔 사주면서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훨씬 영향력이 클 것 같은데” 라고 하는 표현입니다.

허미숙 소위원장 : 그것이 조롱· 희화화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 외에 다른 대목이 있습니까?

정상우 지상방송팀장 : 민원인이 조선일보의 유료부수가 거짓이며, 팟캐스트 영향력이 더 큰 것처럼 오인했다는 취지로 문제 제기를 하셨습니다.

심영섭 위원 : 그 표현보다는 오히려 정세진 아나운서가 어르신들이 많이 본다는 이런 뉘앙스가 약간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는 그런 얘기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것이 정확하게 누구를 놓고 조롱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그래서 아마 사무처도 그런 조항은 안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조롱·희화화 조항을 지금 적용한 것은 아니니까

 

박상수 위원의 발언 중 합당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KBS는 ‘조선일보는 어르신이 많이 본다’는 발언에 대해 정확한 수치 등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 위원 주장과 달리 ‘팟캐스트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적은 없으며 ‘대법원이 여론전을 위해서는 조선일보보다 팟캐스트에 로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앞서 KBS 방송 내용 전문에서 볼 수 있듯 ‘조선일보 유료부수 거짓’이라고 단언한 적도 없다.

 

즉, 방심위원들은 애초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사실상 모두 철회했고 대신 논의하려 했던 ‘조롱·희화화 여부’도 제재 수준은 아님일 시인했다. 방심위원들이 대법원을 겨냥한 KBS의 비판을 조선일보를 겨냥한 것으로 오인 또는 과장하는 모순도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적용 조항이 모두 미비이므로 이 심의는 ‘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났어야 한다. 그러나 심의 위원들은 ‘KBS가 조선일보를 조롱했다’는 기준에 따라 ‘권고’를 의결해버렸다. 심영섭 위원이 ‘조롱‧희화화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확인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조항 위반도, 조롱 방송도 아닌데 왜 제재감인가

이 심의에서 그나마 중심을 지킨 것은 허미숙 소위원장이었다. 허 위원장은 공정성, 객관성 조항을 모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KBS가 조선일보를 조롱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위원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제재를 의결한 마지막 발언에서 허 소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 허미숙 소위원장 : 최강욱 씨 표현으로 보면,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최고의 언론사가 조선일보이기 때문에 여기와 같이 협력해서 목표를 이뤄야 된다. 이런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표현도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도 이 방송이 전반적으로 조선일보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고요. 다만, 공정성과 객관성 두 조항 다 본 안건과 명확하게 들어맞는 조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배제하기도 어려운 그런 정도인데 (중략) 다만 좀 더 정교하게 근거를 제시하면서 논리를 펼칠 필요가 있다. 그런 의견을 내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의견제시’ 의견입니다.

 

적용 조항을 KBS가 딱히 위반하지 않았고, 다른 위원들이 은근슬쩍 적용하려 한 ‘조롱‧희화화’도 아니었다면, 당연히 ‘문제없음’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허 소위원장 역시 ‘의견제시’ 의견을 내더니 ‘다수결’에 따라 ‘권고’를 의결했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반드시 제재를 가하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아니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방통심의위의 엄격한 잣대, 왜 TV조선만 피할 수 있나

다시 처음으로 방통심의위는 돌아가서 짚어보자.

 

“간접적인 근거도 없다”고 당당히 말하면서 “오산 미군기지 앞 아파트에 고정간첩이 있다”고 단언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8/11/15) 방송의 심의 민원은 기각됐다. 그 이유는 “근거가 없다고 했으니 시청자도 개인 의견임을 알았을 것”이라는 매우 관대한 해석이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위원들의 다양한 관점에 따라 논의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명확히 가를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TV조선은 ‘근거가 없다’고 당당히 외치며 간첩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문제가 없고, KBS는 ‘조선일보는 어르신들이 많이 본다’, ‘요즘 신문 보는 사람 없다’는 대중적 인식에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려 ‘권고’를 준 심의는 일관성도, 설득력도 없다. 이런 식의 심의는 방통심의위 스스로의 존립 가치를 위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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