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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또 ‘문재인’, 또 ‘여비서’
등록 2018.04.26 10:58
조회 141

 

24일,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상구청장 예비후보 강성권 씨가 선거캠프 관계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강 씨는 23일 밤, 술에 취한 상태로 여성 선거캠프 관계자 A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뺨을 때리고 옷을 잡아당기는 등의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강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상구 국회의원시절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비서관과 보좌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가 부산 사상구청장 단수 공천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강 씨의 예비후보자격을 박탈하고 제명했습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공식 사과문에서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격과 준비가 안 된 후보를 시민들에게 추천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최고 등급의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하겠다”며 재방방지를 위한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을 강조한 편집

 

  기사제목 지면 단수
경향신문 <민주당 부산 사상구청장 예비후보 강성권씨 여직원 만취 폭행’> 12 3
동아일보 <문대통령 비서관 지낸 예비후보, 술취해 여직원 폭행> 12 2
조선일보 <청행정관 지낸 여당후보, 길에서 여비서 폭행> 8 4
중앙일보 <문 대통령 보좌관 출신 구청장 후보, 여직원 길거리 폭행> 12 5
한겨레 없음 - -
한국일보 <청행정관 출신 여구청장 예비후보, 여성 캠프관계자 음주폭행> 12 4

△ 강성권 관련 4월 25일자 주요일간지 보도 제목 및 기사 배열

 

25일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 일간지는 해당 소식을 다뤘습니다. 우선 여당 예비후보가 폭행 혐의에 연루돼 자격이 박탈된 이례적 사건을 한겨레가 보도에서 누락한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5개 신문 보도 중에서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가장 눈에 띄게 나쁩니다. 우선 제목을 어떻게 뽑았는지를 살펴보면요. 경향신문은 <민주당 부산 사상구청장 예비후보 강성권 씨 ‘여직원 만취 폭행’>으로 뽑았습니다. 가해자의 소속 당과 직위, 혐의를 드러내는 데 충실한 가장 정상적인 제목입니다. 이에 비해 다른 신문 제목에서는 가해자를 ‘문대통령 비서관’(동아), ‘청 행정관’(조선, 한국), ‘문 대통령 보좌관’(중앙)라고 지칭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번 사안을 타사에 비해 주요하게 배치했습니다. 조선일보는 8면 4단, 중앙일보는 12면 5단으로 게재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청 행정관 지낸 여당후보, 길에서 여비서 폭행>(4/25 https://bit.ly/2Jryoiw)에서 강 씨가 청와대 행정관 근무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서류를 보고 있는 사진을 실었습니다. 다른 일간지가 강 씨의 얼굴 사진만을 작게 내거나 아예 싣지 않은데 비해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배열 뿐 아니라 기사에서도 “정치요? 본대로 배운대로 하는거죠. 누구한테 배웠냐고요? 노무현․문재인에게 배웠습니다”라고 쓴 강 씨의 페이스북 글을 가져와서 문 대통령과의 연계를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_靑행정관 지낸 여당후보, 길에서 여비서 폭행_2018-04-25.jpg

△ 4월 25일자 조선일보 8면. 강 씨와 문대통령 관계를 강조한 기사 편집

 

피해자 신상정보 담은 조선일보 보도태도 부적절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A씨는 최초 관련 조사에서 폭행뿐 아니라 과거 성폭행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다뤘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언급한 내용을 상세히 서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성폭행을 수차례 당했다”, “안희정 사건과 동일하다”고 “최초 조사에서는 ‘강 씨의 말 한 마디면 직장을 잃을 수 있어 (성폭력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최초 언급 후 “성폭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경찰 조사에서 했던 A씨의 진술을 동의 없이 나열하는 것은 부적절한 보도태도입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A씨가 지난 4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고 이후 강 씨 소개로 다른 곳에서 일했다는 등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날 만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문 대통령 보조관 출신 구청장 후보, 여직원 길거리 폭행>(4/25 https://bit.ly/2Hrzqyp)도  “폭행을 신고한 여직원은 당초 성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성폭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보도에서 강성권 씨에 대한 신상은 자세히 전했지만, 조선일보처럼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신상정보는 조선일보처럼 담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은 성폭행 관련 진술은 다루지 않았고, 다른 일간지는 피해를 확인 중이라는 등의 경찰 입장을 다뤘습니다. 

 

조선일보의 ‘여비서’ 표현도 심각한 문제
피해자를 지칭한 표현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제목을 ‘여비서’로 뽑았습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여직원’으로, 한국일보는 ‘여성 선거 캠프 관계자’로 다뤘습니다. 이번 사안의 경우 남성 예비후보자가 여성 캠프 관계자를 폭행한 ‘여성’이라는 표현 자체를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여비서’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안희정 전 지사 사건부터, 김기식 전 금감원장 보도까지 시종일관 ‘여비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적절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여비서’ 운운하는 것은 비서직에 종사하는 여성 모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매우 부적절한 보도태도입니다. 

 

다음날인 조선일보 “성범죄는 없었다”는 피해자 진술 제목으로 뽑아 
한편 다음날인 4월 26일에는 조선일보 이외의 다른 신문은 관련 내용을 싣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강성권에 폭행당한 여성 “성범죄는 없었다”>(4/26 https://bit.ly/2HpMwMu)에서 성폭행이 없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조선일보는 피해자에 대해서 전날은 ‘여비서’라고 하더니 이날은 ‘여성’으로 제목의 표현을 바꾸었고요. 본문에서도 ‘선거캠프 여직원’으로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타사는 보도하지 않는 ‘성범죄는 없었다’는 이런 피해자의 주장을 강조한 보도를 내놓고 표현도 살짝 수정된 것이 조선일보의 자발적 선의였을까요?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면, 기사에도 등장하는 피해자의 변호인이 분명하게 입장을 내놓으면서 전날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수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그 와중에도 “앞서 여직원은 최초 관련 조사에서 ‘10번 이상 강제적인 성관계가 있었다’ ‘안희정 사건과 동일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라고 거듭 기술했습니다. 이는 전날 기사를 바로잡는 와중에도 또 다시 악의를 드러낸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25일~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지면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끝>
문의: 유민지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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