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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발 ‘차이나 게이트’ 확대재생산한 TV조선, 선방심의위는 행정지도
등록 2020.04.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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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는 TV조선 <탐사보도 세븐>(4/10) ‘차이나 게이트’ 편(이하 ‘<탐사보도 세븐>)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습니다.

 

<탐사보도 세븐>은 선거 5일 전 토요일에 ‘차이나 게이트’라는 음모론을 펼치는 내용을 방송했는데요. 차이나 게이트는 2월 26일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서 시작되어 ‘극우 유튜브’를 타고 확산된 음모론으로서 이미 허황된 주장이라는 점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따라서 TV조선이 그간 나온 반박들을 고려해 음모론을 더 치밀하게 검증했다면, 이 방송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탐사보도 세븐>은 ‘차이나 게이트’가 음모론이 사실일 수 있는 근거를 나열하는 방향으로 보도를 구성했습니다. 보도 전반에 걸쳐 음모론 ‘검증’이 아닌 ‘입증’, 또는 ‘확산’에 무게를 둔 겁니다. 그렇다보니 2월 말부터 나온 원래 음모론에 살을 붙이며 마치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보도로 귀결됐습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부풀려서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런 방송을 했음에도 선방심의위의 결정은 행정지도인 ‘권고’에 그친 것인데요. 과연 그 방송의 문제점에 걸맞는 심의결과였을까 따져봤습니다. 

 

1. ‘떠도는 풍문’ 보도해도, ‘행정지도’ 주는 선거방송심의위

 

한참 전에 반론들 나온 ‘음모론’, 다시 불 지핀 TV조선

‘차이나 게이트’는 소위 ‘한 물 간 음모론’이었습니다. 요컨대 중국인들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댓글을 남기는 등 한국 여론을 조직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인데요. 이는 2월 26일 일베에 게재된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로부터 시작되었고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도 조선족 여론조작의 결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일부’ 등 황당한 주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근거들도 조악했습니다. 2월 26일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틀 만에 100만 동의를 얻은 것을 두고, 1월의 국민청원 홈페이지 중국 내 접속량이 폭증했으니 ‘중국의 조작’이라는 식입니다. 청와대가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2월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 비율 중 중국발 접속은 0.06%에 불과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허점들이 이미 지적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이미 나온 반론이나 음모론의 허점을 검증하는 방향 대신, 음모론을 제기하는 측 익명 제보자들의 추정, 그것도 ‘중국의 조직적 한국 여론 조작’과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증언들을 나열했고, 중국이 미국, 대만 등 다른 나라 여론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또 다른 별개 의혹을 덧붙이는 데 그쳤습니다. 

 

TV조선의 ‘영상 무단도용 및 왜곡’ 심의 요청…민원 공개한 황희두 씨

이 방송이 선방심의위 심의 대상에 오른 계기는,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낸 유튜버 황희두 씨가 자신의 영상을 TV조선이 악의적으로 무단 도용했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탐사보도 세븐>은 방송 초반부에서 “온라인 국민계몽운동으로까지 번졌다”며 ‘차이나 게이트’의 온라인 상 파급력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 유튜브 개인방송 영상들을 직접 인용했는데요. 여기서 인용된 영상의 당사자가 황희두 씨였던 겁니다.

 

TV조선은 먼저 유튜브 채널 ‘꿀승훈-만20대정치TV’에서 “조선족 댓글 알바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서 지난 3월 1일에 ‘차이나 게이트’ 운동이 열렸습니다”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여준 후 곧바로 ‘유튜브알리미 황희두TV’ 영상을 붙였습니다. 황희두 씨가 “오늘 3‧1절 101주년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국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차이나 게이트)”라고 말하는 대목까지만 잘라 내보냈습니다. 이에 황희두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영상을 TV조선이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고, TV조선 보도의 흐름상 “프로그램 결론에 부합하는 일부 장면만 인용해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 황희두가 차이나 게이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시청자로 하여금 오인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내용으로 선거방송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실제로 TV조선이 이어붙인 두 영상은 ‘차이나 게이트’를 제기하는 사례로 시청자가 인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대목이 ‘차이나 게이트’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그 영향력을 부각하는 와중에 나갔고 바로 다음 장면도 “차이나 게이트의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까지 검찰에 접수됐다”며 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첫 영상은 그러한 흐름에 부합했습니다. 문제는 황희두TV 영상인데 해당 영상에서 황희두 씨는 “터무니없고 부실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자료들을 그럴듯하게 만들었다”며 ‘차이나 게이트’를 비판했으며, 영상 제목도 <실검 1위 '차이나 게이트' 어설픈 일베 조작인 이유 - '나는 개인이오' 역대급 헛소리다!!>입니다.

 

일부 위원 “방송 자체가 문제” 주장했지만, ‘법정제재’ 논의 안 돼

선방심의위의 ‘권고’를 경정한는 데는 주로 민원인이 제기한 ‘영상의 의도 왜곡’ 여부만 심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방송 심의는 민원인의 취지만을 살려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원인은 자신의 영상왜곡을 주장했다 하더라도, 사무처와 심의위원들이 해당 방송을 살펴보다가 다른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그 문제를 부각해서 함께 심의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위원들은 방송 전체 내용이 심각하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정인숙 위원은 “이 건은 황희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선거 5일 앞두고 종합편성채널에서의 시사보도로 편파적인 구성”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상호 위원도 “보도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검증해야하는데, 유튜브 자료를 가지고 편집을 했다”며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용관 위원도 “(차이나 게이트가) 어디에도 검증된 적도 없고, 떠도는 풍문”이라면서 “시사프로그램이 다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도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권오현 위원은(미래한국당 추천) “그 내용이 차이나 게이트를 동의한다는 것으로 읽혀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문제없음’ 의견을 냈고 권오훈 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이런)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자 작성됐던 종편 프로그램”이라며 TV조선을 두둔한 뒤 “황희두 씨를 왜곡했다고 읽혀지는 영상은 아닌 거 같다. 그래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라며 황희두 씨 영상과 관련된 부분으로 축소해 심의했습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방송 전체 내용이 문제’라고 발언은 강경하게 해놓고, 정작 TV조선 <탐사보도 세븐>(4/10)에 대한 법정제재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심의 당시 ‘행정지도’를 줄 것이냐 ‘문제없음’으로 결론내릴 것이냐를 두고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법정제재’는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죠. 민원인이 영상 인용과 관련해 제기한 또 다른 쟁점인 ‘유튜브 영상 무단도용’ 여부 역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무딘 심의 끝에, 행정지도인 ‘권고’가 나온 셈입니다.

 

2. 의혹 검증해야 하는 ‘탐사보도’, TV조선은 처음부터 ‘입증’에 무게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의 생각과 달리, TV조선 <탐사보도 세븐>(4/10)은 ‘법정제재’를 고려하기 충분했습니다. 익명 누리꾼의 주장과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퍼진 부실한 의혹들을 답습하는 수준의 보도이기 때문입니다. 한 달도 더 지난 ‘음모론’을 무려 ‘탐사보도’했으나 직접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며 살을 붙이는 데 머물렀습니다. 특히 ‘차이나 게이트’를 확산시키는 누리꾼들이 사실로서 전제하는 코로나19 관련 일방적 주장들을 사실인 것처럼 묘사한 부분들이 문제가 큽니다. TV조선은 일부 해외 사례만 가져와 한국 정부를 제외한 전 세계가 중국인 입국금지를 한 것처럼 화면을 구성하고,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차이나 게이트’ 의혹을 일축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친중세력’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차이나 게이트’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친중정부론’이나 ‘중국봉쇄론’을 반드시 객관적 입장에서 따져봐야 했으나 오히려 그 기본적 전제에 동의하는 시각을 보인 것이죠. 이렇게 보도 취지가 애초에 음모론 ‘검증’이 아닌 ‘입증’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도는 ‘차이나 게이트’가 사실일 근거들을 TV조선이 찾는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TV조선이 제시하는 근거들을 구체적으로 보면 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방송 내내 ‘음모론’ 제기한 측의 ‘익명 제보자’ 따라간 TV조선

TV조선은 보도 대부분을 ‘익명 제보자들’의 추정과 증언에 의존했습니다. TV조선이 처음으로 보여준 제보자는 ‘차이나 게이트 커뮤니티 관리자’입니다. TV조선이 만난 익명의 ‘차이나 게이트 커뮤니티 관리자’는 중국 반정부 사이트 ‘동타이왕’으로 접속을 유도하는 ‘낚시성 링크’에 “나는 개인이오” 등 이상한 댓글이 달렸고 했는데요. 함께 나온 익명의 ‘중국인 유학생’은 “조선족들은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없고 한족들은 써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낚시성 링크’에 달린 ‘나는 개인이오’ 댓글 논란은 바로 그 ‘낚시성 링크’를 신고해야 한다고 썼다가 ‘조선족’으로 의심받았던 트위터 이용자 ‘김겨쿨’과 관련이 됩니다. ‘김겨쿨’은 친정부 게시글을 많이 작성했는데 ‘낚시성 링크’에 화들짝 놀란 태도를 보이자 일부 네티즌들이 중국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시했으며, ‘김겨쿨’은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낚시성 링크’의 ‘나는 개인이오’ 댓글이 ‘중국의 한국 여론 조작’ 근거로 제시됐던 것인데, TV조선은 이러한 내용을 그대로 방송했을 뿐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김겨쿨’ 계정은 팔로워가 5000명 수준에 불과했으며 설사 ‘김겨쿨’이 조선족이나 중국인이라 하더라도 이 사례 하나만으로 ‘중국의 여론조작’이 입증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3월 16일자 방송에서 중국 교포들을 직접 만났고 교포 들은 “중국에선 ‘나는 개인이오’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MBC는 ‘낚시성 링크’로 몇몇 SNS 계정이 비공개 또는 삭제됐으나 ‘중국인의 조직적 여론 공작’으로 보기에는 그 숫자가 턱없이 소수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이러한 반론이 나온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 같은 사안을 보도하면서도 TV조선은 전혀 ‘의심’을 하지 않은 겁니다.

 

‘차이나 게이트’ 검색어에 올리자 ‘협박 방문’? 제보자 추측만으로 입증 어려워

TV조선이 만난 또 다른 음모론 제기 측의 익명 제보자는 ‘차이나 게이트 실시간 검색어 운동’에 참여한 이들입니다. TV조선은 실시간 검색어에 ‘차이나 게이트’가 올라간 후 제보자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개인정보 해킹의 흔적이 발견”되거나 이들의 집에 “낯선 이들이 방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차이나 게이트가 아니더라도 ‘개인정보 해킹’이나 ‘낯선 이의 방문’은 엄중한 사안인데요. 그러나 TV조선은 ‘개인정보 해킹’을 그저 유오성 씨의 내레이션으로만 처리하며 어떤 구체적 내용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낯선 이의 방문’ 대목에는 TV조선이 “협박 피해자”라고만 밝힌 익명의 제보자가 “아침 7전인데 택배 시킨 것도 없고 집에 누가 올 사람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데 누구냐고 물어봐도 문만 두드리고”라고 증언한 음성이 제시됐습니다. 더불어 TV조선은 제보자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 경찰 신고 통화 녹취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누군가 제보자 집 문을 이유없이 두들기다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사라졌다면 범죄를 의심할 수는 있으나, 이것이 ‘차이나 게이트 실시간 검색어 운동’과 관련이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고 TV조선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중국인의 조직적 한국 여론조작’와는 더욱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TV조선은 다만 “실시간 검색어 운동이 끝나갈 즈음에 절묘한 타이밍에 그런 일들이 생겨서 그런 것(‘차이나 게이트’ 의혹 제기)과 관련해서 ‘어떤 그 운동을 막으려고 협박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었나’라고 유추를 하고 있다”는 제보자의 추측만 인용했습니다.

 

‘PC방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이 그렇게 수상한 일일까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이 ‘익명 제보자 증언’에 의존해 따라간 취재 중에는 ‘여론조작’과의 연관성은커녕,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한 PC방에 중국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컴퓨터들이 있다는, TV조선에 따르면 “중국 해커 사정을 잘 안다는 한 중국 거주 IT전문가”의 제보입니다. 이 제보자는 “아이디로 접속을 하면 아예 한국인 하나가 세팅이 돼 가지고 (한국인 계정을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세팅이 돼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TV조선은 “국내 한 PC방에 중국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컴퓨터들이 있다는 제보, 이를 통하면 국내 인터넷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라 전했습니다. 이어서 TV조선은 중국 거주 IT전문가가 알려준 위치로 가자 “그곳에는 제보자의 증언처럼 진짜 PC방이 있었습니다”라며 중국인만 이용 가능한 PC방이었음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통해서도 국내는 물론 국외의 지리까지 훤히 알 수 있는 시대에, 중국에 거주한다는 익명 제보자가 한국 PC방 위치를 정확히 말해준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데요. 중국인이나 중국동포가 밀집해 사는 지역에 간판부터 내부 안내문까지 모두 중국어로 되어 있어 그 지역 사회 중국인들만을 주고객으로 삼는 점포들이 많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결국 TV조선은 중국인을 섭외해 그 PC방을 이용했습니다.

 

어쨌든 제보자가 말한 위치에 PC방이 있었고 한국인 이용 금지라는 점도 의문을 가질 수는 있으니, 이제 제보 내용을 검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TV조선은 검증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PC방을 이용한 중국의 원격 여론조작’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TV조선이 확인한 것은 그 PC방 컴퓨터에 제보자가 말한 원격제어 프로그램 등 중국어로 된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원격조종으로 한국인 계정으로 댓글을 다는 등 여론형성에 개입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아내지 못한 것이죠. TV조선은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을 화면에서 볼 수는 없을 거예요. 쉽게. 내가 마우스를 안 만지고 있는데 마우스가 움직인다거나, 요즘 해킹은 그렇게 (티 나게) 안 하거든요”라는 익명의 보안업체 고위관계자 발언을 들려준 뒤 제보자 증언을 직접 확인하긴 힘들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사 수준의 분석이 필요한 일”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하지만 대체 어느 부분이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원격조종 프로그램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반 시민들도 개인적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PC방 역시 수많은 보유 컴퓨터를 관리하기 위해 모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깔아 놓습니다. TV조선이 일면 자연스러운 일들을 익명 제보자 증언과 엮어 뭔가 의심스러운 측면만 부각한 겁니다.

 

‘차명 계정=중국의 한국 여론조작’? 많은 걸 생략한 TV조선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이 ‘중국 거주 IT전문가’라는 익명의 제보자에게 크게 의존했습니다. 그 중에는 범죄 연관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일례로 제보자가 전달했다는 국내 포털 사이트의 “일렬번호화 되어 있는 아이디와 비번 여러개”가 모두 한국인 계정이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인의 한국 여론조작’과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TV조선이 ‘중국 거주 IT전문가’라고 소개하는 제보자가 전달한 차명 계정이 한국인이 만든 다른 한국인의 차명 계정인지, 중국인이 ‘한국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만든 차명 계정인지, 아니면 단지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합법적으로 만든 가상의 한국인 계정인지, 그 정체와 목적, 생성 과정이 보도에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냥 ‘계정을 받았고 한국인 계정이었다’고만 전하는 것은 너무 많은 걸 생략한 보도입니다. TV조선은 ‘중국에서 한국인 계정을 다량으로 만들어 한국에 전달할 수 있다’는 그림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은데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중국의 한국 여론조작’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어 다른 사람의 명의로 계정을 만들고, 이를 포털에서의 업체 광고에 악용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발생해 온 범죄입니다. 연관성이 있는 다른 가능성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죠.

 

TV조선은 더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보기는 했으나 여기서도 인과관계의 핵심은 누락했습니다. “(중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한 20만 원만 지불해도 인터넷상에서 내가 한국인을 하나 만들 수 있어요. 이미 중국 애들은요. 대한민국 전체 인구 DB(정보)를 다 갖고 있어요”라는 제보자 증언에 따라 과연 중국에서 한국인 명의로 만든 전화번호로 한국 포털 계정을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본 건데요. 제작진은 한 휴대전화번호로 포털사이트에 직접 가입하고 포털사이트 내 뉴스 기사에 댓글을 올리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중국인이 한국 사람 명의로 된 차명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한국 사람을 가장한 댓글을 다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죠. TV조선 제작진은 제보자가 준 걸로 보이는 휴대전화 번호로 ‘김세븐’이라는 닉네임으로 포털에 가입했고 “티비조선 세븐입니다. test”라는 댓글을 입력했습니다. 댓글이 등록되자 제작진은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쉬고,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는데요.

 

포털 가입하려면 ‘인증 번호 절차’ 필수인데 그건 왜 안 보여주나

실제로 차명의 전화번호로 쉽게 포털사이트 가입이 가능하다면 큰 문제이지만 TV조선이 보여준 장면에는 이상한 점들이 있습니다. 일단 TV조선은 직접 전화번호가 ‘중국에서 한국인 명의로 만든 전화번호’인지조차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제보 확인을 위해 포털 업체 두 곳 아이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두 곳 모두 가상의 인물로도 계정이 생성됐다”고만 말했을뿐입니다. 또한 TV조선은 포털사이트 가입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휴대전화 번호 인증 절차 과정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포털사이트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그 휴대전화를 통해 인증번호를 받아 그걸 다시 입력해야 하는데요. TV조선이 포털 가입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 절차를 거쳤다는 것인데 어떻게 휴대전화 단말기 없이 ‘가상 번호’만으로 인증번호를 받아 가입 절차를 통과한 것인지 전혀 보여주지 않은 겁니다. 이쯤되면 TV조선의 취재가 ‘중국의 한국 여론 조작’을 검증하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인 보도 취지부터 믿기가 어려워집니다.

 

TV조선은 이 장면 후에 “(중국 해커들은) ‘죽은 사람’ 것까지 다 갖고 있어요.…(중국 해커들은) 생존신호가 없는 계정만 건드립니다”라는 ‘중국 거주 IT전문가’의 발언까지 덧붙였습니다. 마치 제작진이 받은 전화번호가 ‘죽은 사람의 번호’인 것 같은 인상까지 주는 것이죠. 이렇게 제보자의 말을 철저하게 검증하지도 않은 채, TV조선은 “중국발 여론조작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해 보인다”며 섣불리 단정 지었고 “그들은(중국인들은) 왜 우리 온라인 민심에 개입할까?”라는 질문까지 던졌습니다.

 

타매체 인용에 그친 해외 사례 나열, ‘한국 여론조작’과 더 멀어질 뿐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이 익명 제보자 증언 외에 제시한 근거는 해외에서 나온 중국 공산당의 여론 개입 의혹입니다. 이런 의혹들은 사실이라고 해도 ‘한국 여론까지 조작했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죠. 더구나 TV조선이 보도한 내용들은 길게는 5년 전에 이미 보도화된 것들로서 TV조선이 취재한 것도 아닙니다. TV조선은 호주에 망명을 요청한 중국 스파이 왕리창의 폭로를 제시했는데 이는 호주 공영방송 채널9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서 작년 11월 24일 방송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왕리창은 호주 방송에서 중국 공산당이 홍콩 민주화 시위와 대만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폭로했습니다. TV조선은 추가적인 증거나 한국과의 연관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한국이 언급이라도 되는 부분은 왕리창이 위조된 한국여권을 갖고 있었다는 호주 방송 내용인데 왕리창이 한국여권을 위조해 사용했다고 해도 불법적인 입국 등 수많은 다른 불법행위를 연상시킬 수 있을 뿐, ‘중국의 조직적 한국 여론 조작’의 직접적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중국인의 조직적 한국 여론 조작’을 뒷받침하기 위한 해외 사례로서, 연합뉴스 <중국, 관변 댓글부대 우마오당군사조직화 한다>(2016/6/28)와 중앙일보 <중국, 댓글 알바 우마오당 1000만 명 넘어>(2015/4/6)의 제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인터넷 관리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 중 하나로 인터넷 관변평론가 집단인 ‘우마오당(五毛黨)’을 정규군을 본뜬 군사화 조직화한다는 내용으로서, 이 기사들도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을 인용한 겁니다. 해외 매체 소식을 인용한 기사를 TV조선이 재인용해 ‘차이나 게이트’에 갖다 붙인 것이죠. ‘탐사보도’에 걸맞는 방식은 아닙니다. 이어서 TV조선은 중국에 수많은 댓글부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며 “2014년 일본의 한 방송에선 이들의 실체를 폭로”했다고도 했습니다. 이번엔 2014년 일본방송 화면을 인용한 겁니다. 역시 일본의 한 방송에서 중국 댓글부대를 폭로한 것을 재인용하는 방식입니다. 모두 검증과 거리가 멀고, ‘한국 여론조작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TV조선이 해외 사례를 한국에 접목시키고자 했다면 적어도 2015년에 보도된 ‘우마오당’이나 2014년에 일본에서 방송된 ‘중국 댓글부대’가, 현 시점에 국내에서 활동한 직접적인 흔적을 찾았어야 합니다.

 

‘의혹’ 검증해야하는데 또 다른 ‘의혹’들을 나열하는 게 ‘탐사보도’?

물론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이 중국의 여론 개입 해외 사례를 제시하기 위해 오로지 과거 보도나 해외 보도에만 매달린 것은 아닙니다. 2017년 중국 한 지방정부의 온라인 선전부서에서 유출된 문서를 빅데이터 분석하여 보고서로 발표한 하버드대 연구진 중 게리 킹 교수을 인터뷰 한 것인데요. 제작진은 게리 킹 교수에게 중국의 우마오당이 미국 내 여론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이에 게리 킹 교수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해외 여론을 조작)했거나 아니면 중국에 거주 중인 중국인이 중국 정부의 명령 없이 (여론 조작을) 했거나 혹은 미국에 거주 중인 중국인 또는 중국인이 아닌 사람이 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고 분명히 이 가운데 누군가에 의해 여론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사실 ‘한국 여론조작’은커녕, 그 어느 것에도 명확한 근거나 답이 될 수 없습니다. 게리 킹 교수는 분석 결과에 따라 ‘여론조작’ 자체의 가능성은 높게 봤지만 ‘누가 조작했는가’는 정확히 지목하지 못한 겁니다. 심지어 이는 미국에 국한된 분석 결과로서 한국과 무관합니다. TV조선은 장시간 한국과 무관한 해외 사례를, 그것도 대부분 인용만 하는 부실한 방식으로 ‘한국 여론조작 가능성’에 군불을 뗀 겁니다.

 

이 밖에도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2008년 4월 27일 서울에서 열렸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반대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 유학생들이 동원됐다는 의혹, 중국이 세계 각국의 대학교와 교류하며 중국의 문화나 중국어 등을 전파하기 위해 세운 공자학원이 사실은 중국의 스파이를 각국에 들여오려는 시도였다는 의혹, 중국 내 한인 민박에서 조선족의 조직적 댓글 작업을 목격했다는 제보 등도 덧붙였습니다. 결론은 한국에 있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갖은 방식으로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인데, 이게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중국이 조직적으로 한국 여론을 조작한다’는 ‘차이나 게이트’보다 훨씬 더 의혹의 범위가 넓어진 게 됩니다. 또한 한국에 머무는 중국인들의 수가 많아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인데, 중국인들의 그러한 ‘영향력 키우기 시도’가 왜 꼭 현 정부에서만 ‘여론 조작’이 되는지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의혹을 검증 또는 해소해야 하는 ‘탐사보도’가, 검증 대상과 거리가 먼 또 다른 의혹들을 나열하기만 하며 음모론을 확대재생산 했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3. 의심 잃고 ‘음모론 입증’에 치중하면 탐사보도 아니다

 

이렇게 익명의 제보와 과거 방송이나 기사들을 인용하며 ‘차이나 게이트’ 음모론의 주변부만 맴돌던 <탐사보도 세븐>은 방송이 끝나기 6분여 전에야 “차이나 게이트 의혹의 시발점으로 돌아가보겠다”며 일베에서 ‘나는 조선족이다’라는 게시글을 쓴 필명 추추후안 씨와 만났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차이나 게이트 최초 폭로자”로 이름 붙인 추추후안 씨의 답을 보면 허무함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추추후안 씨는 제작진에게 “제가 컨설팅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조선족하고 같이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조선족이 국내 여론에 개입한다)은 제가 확인을 하고 있고 이거를 터트리지 않으면 ‘(조선족이) 여론 조작해서 잘못될 수도 있겠다’ 이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이걸 보도를 반드시 해서 한국인이 주도하는 여론으로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즉 ‘나는 조선족이다’라는 글을 쓴 추추후안 씨는 중국동포도 아니었고 작성한 글도 본인이 같이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중국동포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일 뿐이라는 겁니다. 인터넷 상의 게시글 하나로 시작된 음모론에서 그 게시글 작성자 신원부터 거짓이었다면 TV조선은 애초에 ‘의심’이란 걸 했어야 합니다. 어째서 ‘의심’없이, ‘여론조작’을 사실로 전제한 채 ‘중국이 조직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을 좇는 데 혈안이 됐는지 의문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검증하지 못한 채 이미 나온 음모론에 살을 붙이는 데 그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여론조작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차이나 게이트의 의혹 역시 실체 규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묘해져가는 수법은 수사망을 비웃을지도 모른다”며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수법이 교묘해서 TV조선도 ‘탐사보도’까지 했으나 단서를 못 찾은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음모론을 사실인 것처럼 암시하는 방송을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더구나 이미 한 달 전에 나온 ‘차이나 게이트’를 굳이 총선 목전에 꺼내들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어째서 TV조선 보도를 신뢰하지 않고 지나치게 정파적이라 비판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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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