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일일브리핑]이번엔 사이버테러방지법…‘막가파식’ 여론전 펴는 공영방송(D-36 방송보도 일일브리핑)
등록 2016.03.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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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방송보도

 

▢ 이번엔 사이버테러방지법…‘막가파식’ 여론전 펴는 공영방송
8일, 국가정보원은 국가 사이버 안전 대책회의를 열어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에 정부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문자메시지와 음성통화 내용을 갈취했다고 발표했다. 외교 안보라인은 물론 국방부 인사들도 해킹을 당했으며 이에 따라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야당에 촉구했고 9일 현기환 정무수석이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직접 찾아가 처리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일 통과된 테러방지법을 추진하던 때와 똑같다. 테러방지법은 2월 18일 긴급 안보상황 점검 당정 협의회에서의 북한 테러 위협 보고, 19일 이병기 비서실장의 국회 방문 및 테러방지법 촉구, 여당의 야당 공세로 이어지는 전개를 거쳐 결국 통과됐다. 당시에도 북한이 ‘테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근거가 취약하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부‧여당은 외면했다.

이를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현재의 사이버테러방지법 사태에도 방송사들은 국정원의 발표를 받아 적고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을 현실화하면서 사이버테러방지법에 군불을 떼고 있다. 반면 국정원 첩보에 대한 검증이나 뻔뻔한 국정원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찾아볼 수 없다. 2월부터 사이버 위기경보를 격상하고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의 동태까지 파악한다던 국정원은 돌연 북한에게 사이버테러를 당했다며 입법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정원의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 촉구가 있었던 8일, 여론전에 가장 적극적인 방송사는 KBS, MBC, TV조선, YTN(관련 보도 각 3건씩 보도)이다. SBS는 관련 보도가 2건, JTBC, 채널A, MBN이 각 1건씩 보도했다.

 

- 북한 행위 기정사실화 해놓고 국정원 발표란 것은 슬쩍 언급하는 방송사들
이번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국정원의 발표는 해킹 거점이 중국이라는 이유 외에 직접적인 근거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었다. 그러나 KBS, MBC, TV조선, 채널A, MBN, YTN은 앵커멘트에서 북한의 해킹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한 뒤, 리포트에서 슬쩍 국정원 발표임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보도했다.
KBS <“북, 외교안보 라인 스마트폰 해킹 공격”>(https://me2.do/5W8jrtaj)에서 황상무 앵커는 “북한의 스마트폰 해킹 공격으로, 정부 인사 수십 명의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용까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는 말로 보도를 시작했다. 황진우 기자는 리포트에서 “국정원은 북한이 정부의 외교 안보 라인 인사 수백 명의 스마트폰 해킹을 시도했고 이 가운데 20%인 수십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라며 뒤늦게 북한의 해킹이 국정원 발표 내용임을 밝혔다. 채널A도 <안보 라인 문자-통화 털렸다>(https://me2.do/5TIVYpKN)에서 박상규 앵커가 “우리 외교 안보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 폰을 북한이 해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라며 국정원 발표를 ‘사실’로 규정했다. MBC, TV조선, MBN, YTN도 이런 식이었다.
반면 JTBC와 SBS는 앵커멘트에서 사이버테러가 국정원 발표임을 분명히 전했다. JTBC는 <국정원, “북, 정부인사 스마트폰 해킹”>(https://me2.do/GfjQ2Fy0)에서 손석희 앵커가 “국가정보원이 오늘(8일) 국가 사이버 안전 대책회의를 열어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에 정부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문자메시지와 음성통화 내용을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라고 했다. SBS <북, 군 간부 통화내용‧문자 빼갔다>(https://me2.do/GzHKsN7R)의 신동욱 앵커도 “정보당국은 한미 군사훈련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이 군 간부들의 통화내용과 문자메시지를 빼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는 오프닝 멘트로 정보당국 발표임을 밝혔다.

 

- 북한 사이버테러 전력 광고하는 공영방송…노골적인 여론몰이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사이버테러방지법 여론몰이는 노골적이다. 두 방송사는 따로 1건을 떼어 북한의 사이버테러 전력을 내세워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보도를 했다.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KBS <“사이버 도발 본격화”…국가 기간망 ‘비상’>(3/8, https://me2.do/GhXDAcCa)는 제목에서부터 “사이버 도발 본격화”를 명시하더니 “북한은 국방위원회 산하에 7개의 사이버전 관련 조직” “전문해커는 1700명, 지원 인력은 5100명으로 모두 6800명”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은 별도의 해커 부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문 해커만 1200여명”이라며 북한의 사이버테러 전력을 나열했다. “북한이 단순한 해킹을 넘어 국가 기간망을 흔들 수 있는 사이버 테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비상사태가 임박했다는 식의 언급도 있었다.

 

△ KBS <“사이버 도발 본격화”…국가 기간망 ‘비상’>(3/8)

 

 

MBC도 마찬가지다. MBC <북 최고 영재 투입 6천 8백 명 해커부대>(https://me2.do/52LWv26U)는 제목 자체가 북한 ‘해커부대’이다. 기자는 “평양 과기대 최고의 영재를 선발, 육성해 전문 해커부대에 편입시키거나 해킹 프로그램개발에 투입” “우리 군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격상한 정보작전 방호태세, 인포콘을 3단계로 유지하며 북한의 또 다른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대비” 등의 리포트로 비상 국면을 조성했다.

 

- 사이버테러방지법 선전한 YTN…타사 앞지른 입법 여론전
8일, 유독 YTN만 1건을 할애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별도로 다뤘다. 타사의 경우 국정원발 북한 사이버테러 정황을 전하는 보도에서 국정원이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촉구했다고 언급만 했다.


YTN <‘3년째 표류’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 촉구>(3/8, https://me2.do/Gq6FTVrO)은 이미 제목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이 3년째 표류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최두희 기자는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테러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사이버테러방지법은 19대 국회 들어 지난 2013년 4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처음 발의”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구체적으로 국가정보원장 소속으로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고, 책임기관의 장이 사이버 공격을 탐지·분석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보안관제센터를 구축·운영한다는 내용” “경계단계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긴급대응 등을 위해 관계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이버 위기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내용” 등 사이버테러방지법의 효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여기에 “하지만 지난 3년 가까이 발의만 됐을 뿐 논의에 진척은 없었습니다”라고 덧붙여 처리가 시급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도말미에 “테러를 빌미로 온갖 법안을 쏟아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테러방지법만큼이나 국민에 대한 감시를 가능하게 하고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큰 법안이라며 비판” 등 더민주의 반발을 덧붙였지만, 전반적인 보도의 비중은 사이버테러방지법 선전에 매우 치우쳐 있다. YTN이 타사보다 한 발 앞서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 여론전을 펼친 셈이다.

 

▢ 또 야당 공약에만 ‘퍼주기’ 비난…교묘한 TV조선의 흑색선전
TV조선은 지난 2월  <총선 공약 ‘선심성 논란’>(2/19, https://me2.do/xYlF2Twr)에서 더민주 공약을 별 다른 근거도 없이 “현금 퍼주기”라 비판한 바 있다.(<총감연 9차 주간보고서> 참조, https://me2.do/FyYVUotj) 3월 8일에도 똑같은 방식의 흑색선전 보도가 나왔다. 그 방식은 더 교묘하다.


TV조선  <여야, 선심성‧재탕공약 ‘남발’>(3/8,  https://me2.do/F4cUYYlD)에서 최희준 앵커는 “여야가 또다시 재원 마련 대책도 뚜렷하지 않은 선심성 표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하지만 리포트 내용은 야당의 공약만 공격하고 있다. 신정훈 기자는 더민주의 “60조원에 달하는 우체국 예금을 저신용자에게 10%대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공약”에 대해 “현행법상 우체국은 신용대출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는 의미다. 반면 새누리당 공약인 “가계부담 완화를 위해 신용불량자의 개인채무 원금 감면 확대 방안”에는 “성실 채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고만 토를 달았다. 재원 마련 대책과는 관련 없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보도 말미에는 “더민주의 셰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 공약과 국민의당 1호 법안인 ‘컴백홈’법은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쓰겠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며 재차 야당의 공약에만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도 첫 머리에서 여야의 공약을 “재원 마련 대책도 뚜렷하지 않은 선심성 표퓰리즘 정책”이라고 규정해놓고 여당의 공약에는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는 문제제기를 쏙 뺀 것이다. 결국 야당의 공약만 “표퓰리즘”이라며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셈이다.

 

▢ 연예인 이용한 특정후보 선전, 그만하라고 전해라
TV조선, 채널A, MBN 종편 3사는 번갈아가며 연예인을 이용한 특정후보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TV조선은 2월 21일 <부인도 뛴다…내조 전쟁>(https://me2.do/F4cUYYlD), 채널A는 2월 10일 채널A <아나운서‧배우‧가수 ‘내조의 여왕’>(https://me2.do/GNALsjvS)에서 총선 예비후보들의 연예인 배우자를 조명하며 해당 후보들을 선전하는 효과를 낸 바가 있다. 심지어 내용도 똑같다. 새누리당 이재영 후보의 부인 배우 박정숙 씨, 국민의당 김한길 선대위원장의 부인 배우 최명길 씨,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의 부인 가수 황혜영 씨가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8일에는 MBN이 나섰다. MBN <중전마마 복장까지>(https://me2.do/FnNhaXWD)에서 김주하 앵커는 “총칼이 난무하는 이 전쟁터에서 유명인 아내의 내조는 한 줄기 빛”이라며 한껏 연예인 배우자들을 띄웠다. 리포트는 앞서 언급한 TV조선과 채널A에 등장했던 연예인 배우자와 예비후보들의 유세 장면이 반복됐다. “새누리당 지상욱 예비후보의 아내인 영화배우 심은하 씨도 경선이 끝나면 선거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새누리당 지상욱 후보에 대한 홍보를 덧붙인 것만 다르고 내용이 똑같다. 이는 연예인을 조명한다는 명목으로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홍보해주는 부적절한 보도이다. 또한 TV조선, 채널A, MBN 모두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후보만 홍보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나기도 한다. TV조선, 채널A, MBN 종편 3사는 연예인 보도를 가장한 특정후보 선전을 멈춰야 한다.

 

 

*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