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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발 의혹 공세, 검증도 없이 받아쓰는 방송사들
등록 2017.06.07 18:57
조회 958

7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진행됐습니다. 청문회를 앞두고 그동안 세 후보자에게는 각종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강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의혹, 김이수 후보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처벌 경력, 김동연 후보자는 시력 조작 군입대 회피 의혹에 시달렸습니다. 방송사들도 5일과 6일에 걸쳐 이런 의혹들을 조명했습니다.
최근 새 정부 인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쏟아지는 ‘의혹 보도’들이 왜곡‧과장된 부분이 많고 야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는 경우가 상당수라 그 보도들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특히 강경화 후보자 관련 의혹 보도가 많은데, 적절한 검증보도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강경화 위장 전입 1   1 1      

강경화 증여세 탈루

          1  

강경화 다운계약서

      1 1 2  

김이수 5‧18 처벌

1       1  
김이수 교통법규 위반           1 1
김이수 아들 부동산 투기         1    

김동연 병역 회피

             

세 후보 의혹 종합

1 1 1       1
총 보도량 3 1 2 2 2 4 2

△ 7개 방송사 강경화‧김이수‧김동연 후보자 의혹 관련 보도량 비교(6/5~6/6)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미 검증 기준 마련된 ‘다운계약서 의혹’, 검증 없이 받아쓰는 방송사들
7개 방송사는 세 후보자의 의혹을 대부분 보도했습니다. 특히 강경화 후보자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은 7개 방송사가 모두 거론했습니다. 지상파 3사와 MBN은 세 후보자 의혹을 모두 나열한 보도에서 다운계약서 의혹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다운계약서 논란’은 이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게도 제기되어 일단락된 바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 시 실거래가로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의무는 2006년 1월부터 법제화됐기 때문입니다. 2005년 이전에는 주택 공시가격 제도조차 없어서 실거래가와 무관하게 원가법에 따른 ‘시가 표준액’으로 신고하면 합법이었고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된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공시가격 이상으로 신고해야 했습니다. 즉 2006년 이전까지는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가 아니었고 취득신고용 검인계약서에 실제 거래보다 낮은 시가 표준액으로 신고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이를 지금은 ‘다운계약서’라 하여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상조 청문회 이후 ‘다운계약서 논란’이 나왔다면, 거래 시점이 2006년 이전인지 따져보고 법적 문제를 검증해야 합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강경화 후보자의 봉천동 연립주택 거래는 2004년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야권은 이를 또 ‘다운계약서 의혹’으로 제기하며 공세를 가한 것인데요. 방송사들은 아무런 검증 없이 야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다운계약서 작성 시점’ 짚은 방송사는 JTBC뿐
강경화 후보자의 봉천동 건물 거래 시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언급한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 <‘큰 시험’ 앞둔 3인…쟁점별 난이도는?>(6/6 https://bit.ly/2rKD4rY)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다운계약서가 법적으로 문제 된 것은 2006년 1월 1일부터”라면서 “시기적으로 보면 당시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고 “과거에도 다운계약서는 여러 후보들에게서 문제가 되기는 했었는데 다만 그것이 2006년 이후에 법적으로 문제가 된 이후와 그 이전으로 나눠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일부 후보자의 다운계약서 작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강 후보자처럼 집을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소득세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1주택 소유자로서 애초에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이런 의혹조차 무의미했지만 강 후보자는 2004년 거래 당시 연립주택 5채 중 3채를 매매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방송사들의 보도처럼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설명하지도 않고 무조건 ‘소득세 탈루 의혹’이라 비판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당시 자신이 한국에 없었고 유엔에 근무할 때여서 가족이 대신 거래를 했다”는 강 후보자의 해명이 나왔고 양도세 탈루를 목적으로 국세청에 이중계약서를 제출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법행위의 의혹, 상당히 위중” 적극적으로 ‘야당 스피커’ 자처한 채널A
이 의혹을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한 방송사는 채널A입니다. 채널A는 유일하게 복수의 보도를 할애했습니다. 채널A <주택 3채 다운계약서 의혹>(6/6 https://bit.ly/2seUr6Y)은 강경화 후보자가 “서울 봉천동 연립주택 건물” 3채를 2004년 8월 매도했고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3채의 매도 가격은 각각 9400만원, 7700만원, 7500만원”이라고 먼저 짚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의 대출 기록을 보면 모두 “1억 3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어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의혹은 자유한국당에서 제기한 겁니다. 6일 자유한국당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똑같은 의혹을 주장하면서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채널A도 이 보도에서 “실제 거래 가격은 1억3천만원을 넘었을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라면서 “불법행위의 의혹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위중합니다”라는 윤영석 의원 발언 장면을 넣었습니다.


강경화 후보의 증여세 탈루 의혹은 채널A만 보도했는데요. 채널A는 4일 이를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채널A <단독/강경화 큰 딸 증여세 탈루>(6/4 https://bit.ly/2rzYRV0)는 “강 후보자의 남편이 큰 딸에게 콘도미니엄을 사 주면서 이 딸이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것도 야당에서 먼저 나온 의혹입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4일 “강 후보자의 큰딸(33)이 2009년 부산 해운대 콘도 지분을 1억3000만원에 사들여 9개월 만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1600만원을 납부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죠. 타사 역시 채널A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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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화 후보자 다운계약서 의혹 조명한 채널A(6/6)

 

검증 안 된 야당의 주장…인용도 아닌 ‘의혹 나열’로 처리
이렇듯 야권에서 후보자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 그날 저녁 방송사들이 일제히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 보도해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야권의 주장을 보도하면서 ‘인용’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의혹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는 마치 해당 의혹들이 이미 검증된 것처럼 보이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도가 그렇지만 후보자들의 의혹들을 요약해 단순 나열하는 보도가 가장 부적절한 경우입니다. 


KBS <내일 3명 동시 청문회…정치권 ‘긴장’>(6/6 https://bit.ly/2sCK6z1)은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딸 학교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 “서울 봉천동 주택 3채를 매도하면서 가격을 낮춰 신고해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에도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 의견을 냈던 전력”,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태운 버스 운전사에 사형을 선고”, “교통법규를 26차례나 위반” 등 논란을 나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혹 제기의 당사자인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녹취 인용으로 덧붙였을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의혹 제기의 주체가 가려져 주객이 전도되는 셈인데요. 더 큰 문제는 언론이 특정 정당의 의혹 공세를 전혀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쓴다는 점입니다. 언론은 의혹을 검증해야지, 유포해서는 곤란 합니다. MBC‧SBS‧MBN에도 이런 보도가 1건씩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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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건의 보도에서 여러 의혹 단순 나열한 KB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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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건의 보도에서 여러 의혹 단순 나열한 KBS(6/6)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5~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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