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생활임금 인상, 그거 세금이고 예산전용 우려된다는 MBC
등록 2017.08.03 18:47
조회 380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8,040원인 서울시 학교 비정규직의 생활임금을 1만 원으로 24.4%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18년도 최저임금 16%이상 인상 당시에도 ‘최저임금 때문에 1호 상장회사 경성방직도 한국을 떠난다’고 걱정했던 MBC가 서울시교육청의 생활임금 인상을 걱정 않고 지나칠 수는 없었나봅니다. 이번에도 돈 걱정인데, 이것은 돈을 주는 주체가 정부이다 보니 정부예산 걱정과 세금 타령에 들어갔습니다.

 

55억 원의 추가 예산 만큼 예산이 걱정된다?
생활임금 인상 관련 보도는 이날 MBC만 냈습니다. 보도 <내년 월급 24% 인상‥ 예산은 어쩌나>(8/2 임명찬 기자 http://bit.ly/2vuW6HJ)는 제목부터 추가적으로 소모될 예산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제목 없음.png

△ 생활임금 상승으로 인한 예산이 우려된다는 MBC (8/2)

 

임명찬 기자는 “생활임금은 최저생계비 기준인 최저임금에 주거와 교육, 문화비 등을 포함한 임금”이라고 소개하더니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 원으로 올해보다 24% 정도 오른 매달 40만 9천여 원을 더 받게”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자는 “인상분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예산이 어디서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시교육청은 55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데, 경제성장 등에 따른 예산 자연증가분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른 교육 예산을 전용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정리하고,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의 “처우개선을 위해 다른 교육 예산을 축소하여 전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기초적인 예산 상황도 고려하지 않은 MBC의 ‘기우’
그러나 MBC가 걱정한 55억분의 인건비 증가로 인해 예산을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입니다. 

 

제목 2.jpg

△ 서울특별시교육청 2017년 예산규모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서울시교육청의 2017년 예산 규모는 약 8조 원 규모로써 이중에 인건비는 5.3조 원입니다. 생활임금 인상으로 55억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해도, 이는 전체 서울시교육청 예산의 약 0.06%입니다. 또한 이번 기자회견에서 황현택 서울교육청 예산담당관은 추가되는 예산 지출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서울교육청 예산이 8조 원 정도다. 정부가 예산을 3% 가량 늘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자연 세수증가분이 있기 때문에 생활임금 예산이 55억 원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때문에 MBC도 시교육청은 “예산 자연증가분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한 것이죠. 생활임금 인상으로 인한 55억 원이 국민 세금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마련하느라 예산 전용이 우려된다는 근거 없는 타령만 늘어놓은 MBC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자회견의 주 내용은 단 한 문장으로

한편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한 기자회견은 ‘학교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정책 방향’이었습니다. 생활임금 인상이 핵심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MBC는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 사안은 매우 가볍게 처리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의 “비정규직의 문제를 이제 교육청 스스로가 성찰적 자세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겠다”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지만, 이 내용은 생활임금을 강조하는 부분에 삽입되었습니다. 생활임금만 조금 올리고 비정규직 문제는 향후 노력을 하겠다는 내용인가보다 생각될 지경입니다. 그나마 기자가 보도 마지막에 “교육청은 또 조리원 등 학교에서 일하는 근로자 2천 8백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라고 단 한마디 전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약속했습니다.

 

MBC가 외면했던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시교육청은 조리사·조리원, 경비원, 청소원, 시설관리원, 교육청 콜센터 직원 등 간접고용(위탁·용역) 노동자 2,900여명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노사협의 등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교육공무직 중 무기계약 제외 대상인 고령(만 55세 이상·1388명)·초단시간(주당 15시간 미만·1306명)·한시적 사업(118명) 종사 노동자 등 2841명에 대한 실태조사도 이달 말까지 진행해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이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입니다. 또한 시교육청은 사서실무사(초등학교)와 사서(중·고등학교)로 나뉜 직종을 사서로 통합해 사서 자격증이 있는 실무사는 사서와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할 계획이고요. 각 학교에 의무 배치해야 하는 급식조리사를 현재 일하는 조리원 가운데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 선발해 내부 승진시키는 방안은 지난달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시교육청은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모습을 교육현장에서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조희연 교육감의 취지가 부디 잘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언론이 이런 내용을 잘 정리해주고,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부당하게 차별받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의제화하기는커녕 정책을 내놔도 엉뚱한 보도만 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할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monitor_20170803_36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