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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북한 위협 빌미로 재난대비키트 광고?
등록 2017.08.22 17:20
조회 375

TV조선이 또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보도의 배경은 알만 합니다. 21일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되자 북한이 언제나처럼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았는데요. 작년 같은 훈련 기간에는 북한이 SLBM을 쐈고, 재작년에는 포격도발을 벌였으니 평소에도 국민의 안보 불감증을 꾸짖는데 힘을 쏟아왔던 TV조선이 이 기회를 놓칠 리는 없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안보장사를 하고 싶어도 보도의 정도는 지켜야 합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과장하고, 특정 브랜드 상품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상품 광고 협찬 보도’로 의심되는 보도를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업체 상품 노출…같은 제품 지난해 9월에도 다뤄
문제의 보도는 TV조선 <방독면에 개인 방공호까지>(8/21 https://goo.gl/FQujKo)인데요. 보도 내용은 제목 그대로, 최근의 안보 불안에 개인적인 생존 대응책을 강구하는 이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보도는 앵커의 “최근 북한 위협이 고조되자 만약의 사태에 스스로 대비하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방독면은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고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개인 방공호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라는 발언으로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차순우 기자의 리포트에서는 “자타공인 ‘생존 전문가’인 우승엽 씨”의 생존 키트를 보여주고, 그가 운영하는 재난카페 방문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전한 뒤, 생존용품 판매 매장에서의 ‘재난대비키트 판매 양상’과 개인방공호에 대한 관심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대응책’을 찾아야 할 정도로 불안감이 팽배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보도인 셈입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TV조선이 나열한 정보들이 영 수상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TV조선은 보도 내 자료화면을 통해 특정 업체의 ‘재난대비키트’를 업체명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업체의 해당 상품은 이미 지난 4월 TV조선 <재난 대비 프레퍼족 확산>(4/14 https://goo.gl/9imyP9) 보도를 통해서도 노출된 바 있습니다. TV조선이 해당 상품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고 보도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애초 두 보도는 구성 역시 놀랄 만치 유사한데요. 먼저 우승엽씨의 ‘생존키트’를 소개하고, 그가 운영하는 생존 카페의 회원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 뒤 재난대비 전문쇼핑몰을 찾아가 굳이 그 제품의 상표를 ‘화면 가득’ 노출하는 그 ‘순서’마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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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이 8월 21일 보도(좌)와 4월 14일 보도(우)에서 반복적으로 노출한 특정 업체 상품

 

 

설령 협찬이 아니더라도, 특정 상품의 브랜드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측면에서 해당 보도는 이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에 따르면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품 등 또는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반복적으로 노출”해서는 안 되며, “합리적 기준 또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상품 등을 선정하여 해당 상품 등에 광고효과를 주는 내용”이나 “특정업체 또는 특정상품 등을 과도하게 부각시켜 경쟁업체나 경쟁상품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재난대비 키트는 이미 국내 수많은 업체가  유통․판매하고 있는데요. TV조선은 왜 굳이 이렇게 똑같은 특정 브랜드 상품 노출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것이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라고 이해되시나요?

 

지진 대비 시민 모습․해외 유튜버 방공호 제작 영상을 왜 북한 위험 대비 보도에?
보도의 문제점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해당 보도는 차순우 기자의 “거듭된 북한 위협에 스스로 대비하려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라는 리포트로 마무리되는데요. TV조선은 이 발언의 배경으로 배낭을 챙기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TV조선의 <“정부 못 믿어”…잇단 지진에 ‘각자도생’>(2016/9/21 https://goo.gl/zFVUuf) 보도에서 여진에 대비해 “3살배기 딸의 기저귀와 라면, 상비약 등을 챙”기며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정부는) 대비책도 없으니까 불안해서”라는 인터뷰를 했던 울산 무거동의 금미경 씨입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시민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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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이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여진 대비 주민을 인터뷰한 모습(위 2장)과 이번 북한 위협 대비 보도에 사용된 자료화면(아래 2장)

 

 

보도 취지와 무관한 장면을 짜깁기해서 보여주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보도에서 TV조선은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개인방공호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말하며 ‘국내’ 방공호업체관계자의 “(일반인은) 구입할 수 없는 규모예요.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준비하는 거예요”라는 발언을 덧붙여 전하고 있는데요. 맥락상 ‘부유한’ 국내 거주자들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방공호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실제 TV조선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배경으로 보여 준 자료화면은 해외 유투버 colinfurze의 방공호 제작 동영상 중 일부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colinfurze가 관련 영상에 붙여 놓은 소개글 등에는 (“Welding welding and more welding but what a creation, from the vertical entrance and sneaky tunnel leading to the beautiful arched roof in the main room this has all the ingredients to make an excellent safe house and super villain lair”) 어디에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방공호를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 같은 것은 없습니다. 


즉 TV조선은 “최근 북한 위협이 고조되자 만약의 사태에 스스로 대비하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해 놓고, 실제로는 지진에 대비하는 인물의 모습이나 해외 유튜버가 취미로 방공호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인데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인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정도로 현 시점은 안보 위기가 극심한 상황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실제로는 그런 상황이 아닌 장면’까지 짜깁기해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들을 속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한 방송심의규정 제14조(객관성) 항목을 위반한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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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이 방공호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며 보도에 사용한 자료화면(위)과해외 유투버 colinfurze의 동영상(아래)

 

 

해외 유투버 영상 출처 표기도 ‘생략’
특히 위 유튜브 동영상 부분의 경우, 외부 영상임에도 보도 내에 이 영상이 실제 어떠한 화면인지, 그 출처를 표기하고 있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방송심의규정 제15조(출처명시)에 따르면 “방송은 직접 취재하지 않은 사실 또는 다른 매체의 보도를 인용하거나 자료를 사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합니다. 1분29초짜리 한 건의 보도에서 노골적으로 위반한 심의규정 조항만 벌써 세 건에 달하는 것이지요. TV조선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보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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