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박근혜 재판 당일, ‘친박 집회’ 홍보하고 ‘흐트러진 머리’ 조명한 채널A
등록 2017.08.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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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광복절 당시 채널A는 광복절 대신 ‘육영수 여사 기일을 구치소에서 맞이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슬픔’을 더 부각한 바 있습니다. 박 씨의 ‘가짜 옥중편지’를 기자가 읽어주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고 ‘구치소 특식’을 일일이 읊기도 했죠. 모두 친박 지지자들이 좋아할 만한 ‘동정심 유발’ 소재들이었습니다. 비슷한 행태가 채널A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친박 집회 일자와 내용을 친절하게 알려주며 홍보하는 수준의, 기괴한 방송이 펼쳐졌습니다.  

 

‘친박 집회’ 일자와 내용까지 친절히 홍보한 채널A
채널A <정치데스크>(8/21)에서는 박근혜 씨 출당 논의가 본격화된 자유한국당 소식을 다뤘습니다. 지난 16일 대구 순회 토크콘서트에서 홍준표 대표가 출당 가능성을 거론하자 ‘골수 친박’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정치 잡놈”이라며 격하게 반응했죠. 이에 이현수 기자는 “실제로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입장은 방금 전 들으셨던 조원진 의원의 입장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심기가 많이 불편해하고 여러 반응을 들어봤는데 수위가 높은 비판들도 많이 쏟아냈었는데요. 특히 그래서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통화를 한번 해 봤습니다.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부터 방송은 영 엉뚱하게 흘러갑니다. ‘친박 진영 홍보전’에 가까운 내용이 이어진 것입니다. 강병규 기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내일 자유 한국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오전 9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석방 지지 서명을 벌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후 3시가 아닌 오후 2시부터 본격적인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여의도에서 3.3km 정도 되는 거리를 행진 까지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태극기 집회의 일자와 “홍준표와 친박 기회주의 퇴출 태극기 집회”라는 제목이 명확하게 보이는 포스터가 나왔습니다. ‘친박 집회 알림 방송’이나 다름없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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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 태극기 집회’ 상세히 전달한 채널A
채널A <정치데스크>(8/21) 화면 갈무리

 

이어서 강 기자는 “조원진 의원 등 다수 유명인사도 참석할 거라고 이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일단 내일 시위 구호가 상당히 좀 눈길이 가고 있습니다. 제가 미리 받아봤는데 이런 얘기 있습니다. 문재인 치어리더, 홍준표 정계 퇴출. 그리고 박 대통령 출당론에 입하나 열지 않는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홍문종 등 친박 기회주의자들 정계퇴출. 그러니까 친박계 의원도 정계 퇴출 해야 된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죠. 아까도 그림에도 보셨지만 포스터에는 집회 예고 포스터에는 류석춘 위원장, 홍준표 대표, 나경원 의원 등 다수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의 얼굴에 크게 빨간색으로 X표까지 칠하면서 과격한 그런 시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라며 집회 내용도 상세히 읊었습니다. 

 

채널A, 민중총궐기는 그렇게 싫어하더니…
강병규 기자는 지난 광복절 당시에도 친박 지지자들에게 직접 연락하여 박근혜 씨의 ‘가짜 옥중편지’ 원문을 받아왔다고 방송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 또 ‘친박 지지자’에게 연락하여 집회 일정과 내용을 받아와 방송한 겁니다. 


이런 태도는 그동안 채널A가 ‘집회’에 보여온 행태와 사뭇 다릅니다. 채널A는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2015년 민중총궐기에 ‘불법 폭력 집회’ 낙인을 찍는데 열중했고, 지난해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보도하면서도 유난히 ‘폭력 충돌 사태’에 촉각을 기울였죠. 그랬던 채널A가 ‘박근혜 출당론에 흥분한 친박 집회’를 너무도 친절하게 선전한 겁니다. 


이런 방송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박근혜 씨는 초유의 국정농단으로 헌정을 유린하고 총 18가지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입니다. 그 범죄의 면면과 의미를 짚어도 모자랄 판에 채널A는 ‘지지자들의 집회’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이를 궁금해 할 사람은 극소수의 ‘박근혜 지지자’뿐인데, 채널A는 극소수의 국민만 바라보며 방송을 만드나봅니다.
 
‘박근혜 광복절 특식’ 조명했던 채널A, 이번엔 ‘흐트러진 머리’
광복절 당시 박근혜 씨의 ‘점심 특식’을 조명하며 ‘송로버섯을 먹었던 1년 전과 달리 구치소에서 특식을 먹는 신세가 됐다’고 평가했던 채널A <정치데스크>. 당시에도 박 씨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하려다 의도치 않게 조롱의 수준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였는데요. 이번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바뀐 머리스타일’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채널A는 먼저 박근혜 씨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를 인터뷰하여 “출당론에 많이 서운하다”와 같은 가족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재판날 머리가 헝클어진 박근혜’입니다. 홍성규 앵커는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또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초췌한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강병규 기자, 어떤 모습이었길래 또 그렇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강병규 정치부 기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며칠 전에는 옷을 갈아입었는데 이번에는 머리가 상당히 주목,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인데요. 오늘 출석화면인데 ‘올림머리’가 상당히 헝클어졌죠. 한눈에 보기에도 앞머리가 많이 내려왔고 뒷머리가 상당히 뻗치면서 상당히 졸린 표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난감해하는 듯한 눈을 좀 감으면서…”라고 답했습니다. ‘헝클어진 머리’를 ‘졸린 표정’과 연결 지어 묘사한 겁니다. 


이에 홍성규 앵커는 “졸린 표정이라기보다는 딱 그 장면만 포착이 돼서 그런지 약간 피곤해 보이는 표정이죠. 그리고 저게 또 바람이 불어서 저렇게 머리가 된 건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진으로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예전보다는 헝클어지고 초췌한 모습이라서 좀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정리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올림머리 고수하던 朴, 흐트러진 머리…왜?>라는 자막이 나갔습니다. 


과연 박근혜 씨 재판에서 ‘흐트러진 머리’와 ‘졸린 표정’이 이렇게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요소일까요? 채널A는 ‘흐트러진 머리와 졸린 표정’을 1분 여 동안 논했고 앞서 ‘박근령의 참담한 심정’을 전한 신동욱 씨 인터뷰도 1분 30초에 달합니다. 


결국 채널A는 박근혜 씨 재판과 관련, ‘가족의 서운함’과 ‘흐트러진 머리’에만 3분 가까운 시간을 할애한 겁니다. 이후에도 ‘빙상스타 이규혁의 박근혜 재판 증인 출석’을 전하면서 ‘장시호-김동성 관계 폭로한 이규혁이 폭탄 증언할까’와 같은 ‘가십성’ 소식에만 집중했습니다. 반면 ‘박근혜 혐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씨 구속 수감 이후에도 오로지 신변잡기에만 주목하는 종편의 고질병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가짜 옥중편지’에 이어 ‘친박 집회 일정’을 홍보하고 ‘흐트러진 머리와 졸린 표정’ 등 ‘가십’에만 열중하면서 ‘친박 지지자’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효과만 남기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 종편에서 ‘국정농단의 실체’는 사라졌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1일 채널A <정치데스크>(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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