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조선, 강규형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민주당이 기획한 연극으로 폄훼
등록 2017.09.18 19:23
조회 322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새노조)는 지난 12일 강규형 KBS 이사가 교수로 재직중인 명지대학교에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강 이사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강규형 이사는 KBS의 구 여권 추천 이사이자 뉴라이트 역사단체 소속으로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이었던 극우인사입니다. 사내에서 줄곧 이어진 퇴진 요구에도 강규형 이사가 응하지 않자 학교에 직접 찾아갔는데요. 조선일보는 이를 ‘연극’으로 몰고 갔습니다. 

 

노조의 퇴진 요구를 ‘민주당 문건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 평한 조선일보

 

조선 공영방송.jpg

△ KBS 새노조의 퇴진 요구 기자회견을 왜곡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9/14)

 

조선일보 관련 보도는 제목이 <KBS노조, 이사진 직장까지 찾아가 “물러가라” 시위>(9/14 신동흔․이기문․윤수정 기자 https://bit.ly/2vUHCNN)이었고요. 소제목은 <‘야당측 이사 퇴출’ 등 여 내부문건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7대4 야(野)우세 이사회 바꾸기 시도> <“당장 사퇴 안하면 당신 일터서 끝까지 괴롭힐 것” 전례없는 위협>라고 뽑았습니다. 제목과 소제목 모두가 일관되게 이 행위가 민주당 내부문건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사는 시작부터 KBS새노조의 기자회견을 언급한 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의원 워크숍을 앞두고 만든 내부 문건 시나리오대로 방송사 노조가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건에는 KBS․MBC 경영진 교체를 위해 정치권 대신 방송사 노조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야당 측 이사들을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라고 평했습니다. 


기사는 이어 기자회견 현장을 스케치하고 강규형 교수와 KBS 새노조의 입장을 소개했는데요. 이어 전문가 인터뷰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방송 장악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고 정치권력은 뒤로 숨고, 방송사 노조가 전투조처럼 앞장서서 행동하고 있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단에 외부 문제를 끌어들여 교수를 겁박하는 것은 상궤를 벗어난 일”라고 비판을 담았습니다. 일관적으로 민주당 내부문건대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는 억지스러운 프레임을 덧씌운 셈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조선일보는 1면의 <팔면봉>(9/14)입니다. 사안에 대해 촌철살인성 발언을 한 아주 짧은 글을 싣는 <팔면봉> 칼럼은 이번에는 “KBS노조, 야 추천 이사들 직장에 몰려가 퇴진 요구 시위. ‘배우’는 알겠는데, 각본․연출은 누구?”라고 평했습니다. KBS 새노조가 민주당에 의해 움직이는 배우라고 묘사한 것이죠. KBS 새노조의 자발적인 움직임들을 이런 식으로 모독하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입니다.

 

명지대 학내 단체들과 함께했다는 사실은 빠트린 조선일보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집회에 대한 외부 입장으로 학교 관계자의 “학교가 이사직 사퇴를 권유할 수 없는데, 난감하다”는 반응과 명지대 인문대학부 최모(4학년)씨의 “집회 소음에 깜짝 놀랐다. 자기 회사 내부 문제인데, 학교까지 와서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라는 반응을 담았습니다. 학생 인터뷰에 앞서 “집회가 열린 학생회관 바로 옆에는 강의동과 중앙도서관이 있다”고 기술해 이번 기자회견이 ‘외부 문제로 시끄럽게 한다’는 인상을 주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일 기자회견은 KBS 새노조가 일방적으로 와서 ‘시끄럽게 한’ 것이 아닙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강경대 열사 추모사업회’와 공동으로 진행했고, 교내 동아리인 극예술연구회 알, 전국대학노조 명지대지부, 민속예술연구회 활터사랑, 시사토론동아리 허 등도 함께 연대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임대우 강경대 열사 추모사업회 대표가 발언하는 등 명지대 내부의 단체들과 함께했습니다. 대학 내부에서도 이미 KBS 새노조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고 같이 연대했음에도 이런 사실은 외면한 채 익명의 학생 인터뷰만 실은 것은 편파적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918_46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