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이영학 보도, TV조선은 ‘안마방 방문’․MBN은 졸피뎀 구매법 안내
등록 2017.10.17 09:58
조회 491

경찰이 13일 이영학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아직 남겨진 의혹’이 있다며 여러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추정을 선정적인 문구로 포장하는가 하면, 범죄에 사용된 약물의 구매 정보를 소개하는 등의 문제 보도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채널A, 이영학 의붓아버지 일방 주장 부각
현재 경찰은 이영학 씨의 부인이 살아있을 무렵 시아버지를 성폭행 고소했던 사건에 대해서 딸 친구 사망사건과 별도로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채널A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학 의붓아버지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부각한 ‘단독’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채널A <일주일 만에 말 바꾼 의붓아버지>(10/15 https://goo.gl/AQno5q)는 “최 씨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학의 의붓아버지가 얽혀 있는데 이 의붓아버지는 모르고 한 일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라며 그의 주장을 그야말로 ‘구구절절’ 받아 전했습니다. “5일 새벽 이영학이 영월 집에 갑자기 찾아와 아내를 남겨두고 어머니를 태워 나갔다 돌아왔는데 그 사이 이 씨의 아내가 잠을 자던 B씨를 유혹했다” “성관계는 가졌지만 강제나 폭력은 없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소리 지르면 옆방에서 ○○(B씨 지인)가 자고 있는데(알아챘을 거다)”라는 식입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언론이 사실상 자체 검증할 수 없는 사건 관계자 일방의 주장을 받아쓰며 퍼트리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피해 당사자는 이미 고인이 된 상태에서 피의자의 주장만을 구구절절 전해주는 것도 형평에 어긋납니다. 특히 이영학의 의붓아버지는 애초 며느리에게 손 끝 하나 댄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며느리 몸에서 DNA가 나오자 말을 바꾼 이런 인물인데요. 이런 사람의 주장을 말이 바뀔 때마다 ‘단독’을 붙여가며 대중에 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TV조선도 한 쪽 주장에 힘 싣는 보도 내놔
TV조선도 성폭행이 아닐 수 있다는 식의, 혐의자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 제목부터가 <성폭행 당하고도 가족 여행>(10/15 https://goo.gl/Vbk2PN)인데요. 이 표현에는 ‘성폭행을 당하고도 가족여행까지 갔겠느냐’며 사실상 이영학 부인 측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보도는 “이영학은 부인 최모 씨가 총기 위협까지 당하며 수년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석연치 않은 정황도 적지 않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로 시작되는데요. 기자 역시 “이영학은 지난달 5일 새벽 증거를 확보해 오라며 부인 최 씨를 성폭행 가해자라는 의붓아버지에게 다시 보냅니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당시 몰래카메라엔 강압적인 대화나 장면 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지난 8월 중순엔 이영학 부부와 의붓아버지 A씨 부부가 함께 2박 3일 제주도 가족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습니다”라며 성폭력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가족 여행을 갔다 왔다는 것이나 강압적 대화 혹은 행위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성폭력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추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경솔한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채널A와 TV조선의 둔감하다 못해 부적절한 성폭력 보도 태도
2017년 1월에 개정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제30조(양성평등)에서 ④항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가정폭력 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등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구절이 신설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방송이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을 불필요하게 선정적으로 묘사, 보도하거나 피의자의 변명이나 거짓에 가까운 발언 등에 방점을 찍어서 보도하면서 이들 행위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영학 씨 의붓아버지의 일방적 주장을 이처럼 단독으로 보도한 채널A의 행태나 성폭력이 아닐 수 있다는 식의 TV조선의 보도는 이러한 양성평등 조항의 개정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입니다.


또한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 여성․아동 폭력 피해 중앙지원단이 함께 만든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신중하게 보도하기’ 조항에서도 “언론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마치 확정된 진실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보도는 여러 차원에서 문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영학이 퇴폐 안마방 운영했던 원룸까지 찾아간 TV조선
이영학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안마방으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한데요. 이와 관련해 TV조선은 당시 그가 업소로 운영했던 강남의 한 원룸을 방문해 그 내부 구조를 <‘퇴폐 안마방’ 직접 가보니…>(10/15 https://goo.gl/QzJkzZ) 보도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K-032.jpg

△ 현재 성매매 업소로 사용되지 않는 원룸을 찾아가 내부를 촬영한 뒤 ‘성매매 업소 가보니’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한 TV조선 (10/15)

 


그러나 보도 내에서 부동산 업자가 밝히고 있듯, 현재 이 원룸은 “일반 직장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당연히 이영학이 업소를 운영하던 당시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은, 그야말로 범죄와는 무관한 공간인 셈입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보도 제목을 <‘퇴폐 안마방’ 직접 가보니>로 달아 마치 이곳이 아직도 불법 성매매 업소로 운영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뒤, 이 원룸의 현관과 그 내부 공간을 촬영한 영상을 보도를 통해 노출했는데요. “부엌과 거실, 별도의 침실이 나오는 13평짜리 방” “계약금 30만원” “월세 170만원”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오로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별다른 보도가치가 없는 내용을 자극적으로 포장하여 보도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이러한 보도는 현재 해당 원룸, 혹은 이와 유사한 형태의 원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MBN은 졸피뎀 구매 해외 사이트 노출
MBN은 <풀리지 않는 의혹들>(10/14 https://goo.gl/5aZFg7)을 통해 “이영학이 피해 여중생에게 먹인 수면제 졸피뎀”이 얼마나 구하기 쉬운지를 언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지금 해외의 한 사이트를 보시겠는데요. 이렇게 이곳에 들어만 가면 10만 원 정도만 주면 아무런 제약 없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당장 지금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죠”라고 설명하며, 졸피뎀을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사이트의 상품 안내 페이지와 구매 가격 등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이는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 “방송은 범죄의 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또는 약물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이같은 방법이 모방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를 위반한 것입니다. 


또 MBN은 “오늘 취재진이 이영학의 집 앞에서 찍은 사진 하나 보시겠습니다”라며 이영학 집에 외국에서 택배가 왔다고 소개한 뒤 “이영학이 외국에서 주문한 게 졸피뎀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물건인지는 단언할 수 없겠지만, 수면제를 평소 복용했다는 진술을 생각해보면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MBN이 스스로 말하고 있듯 ‘졸피뎀인지 일반적 물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해외에서 졸피뎀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정보와 ‘해외에서 주문한 택배가 집 앞에 와 있다’는 사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는 겁니다. 흉악한 범죄가 허술한 보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겁니다. 


K-057.jpg

△ 졸피뎀을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사이트 상품 정보 페이지를 모자이크 없이 노출한 MBN (10/14)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3일~1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monitor_20171017_51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