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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방송’하는 TV조선, 이름뿐인 ‘탐사’를 멈춰라
등록 2017.11.15 15:49
조회 1465

TV조선의 첫 탐사 프로그램, 방송분 절반은 북한과 성범죄?

지난 8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조선의 첫 탐사 프로그램 <탐사보도7>은 “기존의 탐사프로그램들이 주로 살인사건이나 미제사건 등 흥미 위주의 아이템에 집착한 것과 달리, 보다 다양하고 폭 넒은 아이템으로 사회 전반을 조망 한다”는 기획의도를 내세웠습니다. 첫 방송 후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벌써부터 기획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선정적 주제에 치중됐다는 지적이 눈에 띕니다. 지금까지 방송된 총 12회의 방송 중 3회가 북한 관련 주제(2회 ‘임지현 입북 미스터리’, 6~7회 ‘북중 국경 803km’)로 구성됐고, 살인‧성범죄 등 강력 범죄 역시 3회(4회 ‘안산 토막살인, 리어카는 알고 있다’, 10회 ‘이영학 아내 사망 미스터리’, 11회 ‘화장실 몰카범을 추적하다’) 방송되어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주제 분류 방송 주제 방송 횟수

북한 관련

주제

2임지현 입북 미스터리’(9/6) 3
6북중 국경 803km’ 1(10/4)
7북중 국경 803km’ 2(10/6)
강력 범죄 4안산 토막살인, 리어카는 알고 있다’(9/20) 3
10이영학 아내 사망 미스터리’(10/25)
11화장실 몰카범을 추적하다’(11/1)
기타 1탐욕의 동물병원’(8/30) 6
3이주일 사라지다’(9/13)
570만 원 은퇴 이민?’(9/27)
8서해순 고백하다’(10/11)
9충격! 유해 환경 호르몬 검출’(10/18)
12이건희 회장 살아있다-삼성병원 20층 관찰 보고’(11/8)
12

△ TV조선 <탐사보도7> 방송 주제별 방송 횟수(8/30~11/8)
 

나머지 6회분에는 8회 ‘서해순 고백하다’(10/11), 9회 ‘충격! 유해 환경호르몬 검출’(10/18) 등 비교적 사회적 의미가 있는 이슈들이 포함됐지만, 일부의 증언과 먼 거리에서 보이는 병실 실루엣만으로 오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사 여부에 매달렸던 12회 ‘이건희 회장 살아있다-삼성병원 20층 관찰보고’처럼 ‘탐사 보도’와 거리가 먼 주제도 보였습니다. 또한 첫 방송을 시작한 8월 30일 이후 연일 충격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및 군 사이버사의 여론 조작,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대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및 다스 관련 의혹 등 굵직한 권력 부패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영학 아내 투신 장면’ 노출했던 TV조선, 또 사고쳤다
문제는 주제의 빈약함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강력범죄, 특히 성범죄만 두 차례나 다뤘던 TV조선은 해당 방송분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영학 사건 중 피해자와 검찰의 부실 수사 등 핵심 요소를 쏙 빼고 오로지 ‘이영학 계부의 아내 성폭행 및 아내 사망 미스터리’에만 집중했던 10월 25일 방송분(‘이영학 아내 사망 미스터리’)의 경우, 이영학 아내의 투신 장면과 시신을 여과 없이 노출해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했습니다. 


게다가 다음회인 11월 1일 방송분 ‘화장실 몰카범을 추적하다’는 화면 처리에서 문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TV조선 <탐사보도7>은 ‘화장실 몰카범을 직접 추적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실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해당 몰카를 무분별하게 노출하며 충격을 자아냈습니다. ‘투신 장면’에 이어 ‘몰카 노출’까지, 탐사 보도보다는 선정성에 집착하는 TV조선의 엇나간 관점이 사실상 2차 가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방송 시작하자마자 몰카 피해자 신체 수 차례 노출한 TV조선
TV조선 <탐사보도7>(11/1) ‘화장실 몰카범을 추적하다’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TV조선은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저 치욕의 언덕에 이르게 하니 증오와 음욕이 짝을 짓게 되었다”라는 문구를 자막으로 띄우더니 곧바로 화장실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한 여성의 실제 피해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성우는 “한 상가의 여자 화장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들어오고 용변 장면이 몰카에 고스란히 담깁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피해 여성의 목소리까지 담긴 실제 몰카가 노출됐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곧바로 다른 화장실 몰카 실제 사례가 또 나왔고 성우는 재차 “또 다른 여자 화장실, 용변 장면이 포착되고 손을 씻고 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이 모두 촬영됩니다. 이 여성은 불과 20여 초 사이에 성기부터 얼굴까지 모두 노출됐습니다”라고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몰카 사이트에 작성된 “이쁘고 도도하게 생긴 화장실 몰카”라는 게시물 제목도 큼지막하게 노출됐고 이어서 무려 3개의 실제 화장실 몰카가 또 노출됐습니다. 비록 피해 여성의 얼굴과 일부 신체에 블러 처리를 했고 충격적인 장면은 편집했으나 치마를 허리까지 올린 여성의 모습 등 말로 옮기기 참담한 수준의 화면이 1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TV조선이 노출한 첫 번째 영상의 경우, 피해자 여성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뒤를 돌아서 앉는 장면, 다시 일어서서 치마를 고쳐 입는 장면이었는데 여성의 하체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습니다. 피해자의 얼굴만 블러 처리되어 가해자가 의도하는 선정적 장면이 버젓이 ‘탐사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방송됐습니다. 두 번째 영상 역시 피해자의 얼굴에만 의미 없는 블러 처리가 있었고 여성의 하체와 뒷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세 번째 화면이 가장 충격적인데, 한 화면을 3개로 분할해 3개의 몰카를 보여준 화면에서 피해 여성이 치마를 내리는 과정이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이때 성우의 설명은 “차마 보기 힘든 화장실 몰카”라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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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시작 직후 실제 몰카 보여주며 피해자 신체 노출한 
TV조선 <탐사보도7>(11/1)

 

방송심의규정 제35조(성표현)는 “①방송은 부도덕하거나 건전치 못한 남녀관계를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서는 아니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②방송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여서도 아니된다. ③방송은 성과 관련한 다음의 각호의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 단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심의규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노출된 신체가 담긴 영상, 그것도 범죄에 악용된 몰카를 그대로 방송해 2차 가해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몰카범 추적’ 빌미로 몰카 반복 노출…‘탐사보도’ 자격 없어
TV조선의 ‘몰카 집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이날 방송 내내 피해 여성들의 신체가 담긴 몰카 영상이 지속적으로 노출됐습니다. TV조선의 취재 의도가 무엇이든 이러한 화면 처리에서 이미 ‘탐사 보도’의 가치는 실종됐습니다. 남은 것은 선정성과 피해자들이 받게 될 충격뿐입니다. 


심지어 TV조선은 이날 취재 의도에 따라 화장실 몰카범 추적 과정을 보여줄 때도 피해자의 신체를 노출했습니다. 몰카범을 찾기 위해 실제 몰카에 등장한 장소를 탐문했고 이를 명분 삼아 또 실제 몰카를 보여준 겁니다. 피해자가 하의를 벗고 변기에 앉은 실제 몰카 영상이 수 초 간 노출됐고 놀랍게도 피해자의 얼굴 일부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방송심의규정 제22조(공개금지)는 “①방송은 범죄 사건 관련자의 이름, 주소, 얼굴, 음성 또는 그 밖에 본인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이하 "인적사항”이라 한다) 공개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TV조선은 몰카범 추적한다는 명분으로 피해자의 음성과 신체가 담긴 영성을 반복 노출하며 해당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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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행 장소 탐색 명분으로 또 몰카 보여준 TV조선<탐사보도7>(11/1)

 

실제 몰카와 ‘가해자 추적’으로만 채워진 ‘탐사보도’?
TV조선 <탐사보도7>(11/1)은 결국 몰카범 추적에 성공하여 직접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10대 학생인 이 가해자는 “단순한 호기심, 순간의 실수”라 변명했고 “곧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방송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습니다. TV조선은 이 수준에서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방송은 텀블러형 몰카 등 각종 몰카 종류, 가해자들의 몰카 설치 방식, 전국 지하철역 여자 화장실 몰카 탐색 및 전수조사로 이어졌습니다. TV조선은 전국 지하철역에서 몰카를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수상한 구멍들을 무더기로 발견하면서 보수의 필요성과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송 구성이 몰카 범죄를 탐사 보도한 프로그램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몰카 가해자의 경우 대부분 ‘충동적 실수’라 해명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충동과 환상이 최소 3,4년간 지속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적합니다. 이 때문의 재범의 우려가 크며 반드시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TV조선은 이날 방송 말미에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의 상황과 검거가 이뤄져도 고작 벌금형에 그치는 사법 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거론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그 분량이 매우 적어 방송의 마무리를 위한 ‘클로징 멘트’ 수준에 그쳤다는 겁니다. 탐사 보도라면 이러한 범죄가 벌어지는 근본적, 사회적 원인과 대책을 제시해야 하고 바로 이런 내용이 방송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TV조선은 방송 초반부를 오로지 매우 자극적인 실제 몰카를 보여주는데 할애해버렸고 이후 몰카범을 추적하더니 ‘화장실에 구멍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충고와 함께 ‘탐사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몰카 범죄의 근본적 원인과 대책은 찾을 수 없고 자극적인 화면과 흥미진진한 ‘추적씬’으로 ‘탐사보도’를 갈음한 겁니다. 이는 탐사보도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범죄의 선정성을 극대화하여 재연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시청자 기만과 피해자 인권 침해, TV조선은 이름뿐인 ‘탐사’를 멈춰라
10월 25일 방송에서 이영학 아내의 투신 장면과 시신을 노출했던 TV조선이 곧바로 다음 방송분에서 몰카 피해 영상을 방송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자극적인 화면 처리는 오히려 범죄 모방의 위험성을 높이고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방송심의규정 역시 금지하고 있으나 TV조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TV조선이 ‘탐사보도’라는 미명 하에 반복적으로 강력범죄의 실제 장면, 성범죄 피해 장면을 노출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며 ‘탐사 보도’에 대한 모욕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11월 1일 TV조선 <탐사보도7>,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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