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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대한 사과마저 못마땅한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등록 2017.11.21 18:32
조회 677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에서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라고 영상 축전을 통해 발언했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전쟁범죄에 동참한 점을 지적하고 이에 사과할 의사를 표현한 건데요. 전쟁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우리 역시 참가자로서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었기에 사과 의지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은 ‘리영희식 반미논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 사과에 비아냥거리며 ‘베트남은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내전에 대한 대통령의 ‘마음의 빚’>(11/20 김순덕 논설주간 http://bit.ly/2hL3B89)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발언 인용으로 칼럼을 시작했습니다. “‘비즐’이라고 하지 않고 ‘비츨’이라고 발음하는 바람에 ‘빛을 지고 있다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이었다”라며 문 대통령의 발음을 트집 잡아 비아냥거리기도 했는데요. 이 칼럼의 문제는 이런 비아냥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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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반미’라며 못마땅해 하는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11/20)

 

김 논설주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라고 사과했다면서 “이번엔 국민도 아니고, 한국 전체에 마음의 빚을 지운 문 대통령은 좀 마음이 가벼워졌는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않다”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비판했는데요. 그 사유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 논설주간은 “우선은 베트남이 한국의 사과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베트남 관료들과 자주 접한다는 사업가의 “베트남은 세계 최강국 미국과 싸워 승리했다는 자존심이 강한 나라” “가난해서 용병이나 보낸 한국에서 자꾸 사과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베트남에선 한국군의 전쟁범죄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마을에선 ‘따이한(대한) 제사’라는 이름으로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제사가 지속되고 있고, ‘하미 비문 사건’ 등을 통해 당시의 학살 상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김 논설주간은 누군지 알 수 없는 ‘베트남 관료와 자주 접한다는 사업가’의 말을 빌려 대표하려 한 것입니다.

 

냉전시대의 시각으로 평가하면서 ‘리영희식 반미논리’ 트집 잡기

냉전시대의 시각으로 베트남전을 바라본 김 논설주간은 되려 “국가에 대한 사과를 그 흔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해낸 대통령에게 마음 편히 박수칠 수 없는 이유는 베트남전을 보는 대통령의 시각”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희열을 느꼈다고 적은 자서전에 대해 묻자 “누구도 미국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을 시기에 미국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예고했고, 그대로 실현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답한 점을 언급했습니다. 김 논설주간은 “1970년대 초반 큰 충격을 받았다는 그 책에서 대통령은 베트남전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성격을 알게 됐다고 했다. 베트남 내전에 미 제국주의 용병으로 참전해 민족통일을 더디게 만든 것을 이번에 사과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논설주간은 “베트남전은 분명 내전”이었다며 “6․25는 베트남전과 동렬의 내전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베트남전에 대해 “미국이 끼어드는 바람에 국제전으로 확대된 것도 아니다”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되려 6․25전쟁에서 미군의 참여를 옹호했는데요. “나치즘, 제국주의와 싸웠던 미국은 한반도에서도 목숨을 걸고 우리와 함께 공산주의와 혈전을 치렀고, 지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위협이 되는 기적 같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만일 미국이 6․25에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오늘의 북한을 보면 금방 안다”라며 미국을 칭찬했습니다.


이는 ‘미국을 찬양해야 하는데, 여전히 반미를 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위해 사용된 전제로 보입니다. 김 논설주간은 “1974년 ‘전환시대의 논리’를 쓴 리영희는 그 후 자료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또 정신주의에 과도하게 빠진 탓에 중국 문화혁명을 높이 평가한 대목은 오류였다고 고백했다. 1991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실패를 예견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라며 당시 사상을 매도했는데요. 김 논설주간은 이어 “그러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 86그룹의 의식은 죽은 리영희만큼도 진화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리영희 류의 반미 논리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왜 한미동맹을 뒤흔들 것이 분명하고, 베트남 적화통일을 불러온 1973년 파리협정과 다를 바 없는 북-미 평화협정에 목을 매다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현 정부가 ‘북미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간 평화국면을 위해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시했고, 이마저도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제재 국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973년 파리협정 역시 미국이 베트남전을 통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뒤에야 겨우 베트남의 독립을 인정하고 참전 군인을 퇴각시킨 협정이었습니다. 당시 베트남전에 무리하게 개입한 미국의 상황과 현재의 한미동맹을 단순히 등치시켜 비판한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잘못된 외교 관행을 칭찬하며 뜬금없는 ‘적폐청산’ 공격

이어 김 논설주간은 “지난해 일본 히로시마의 원폭 위령비를 찾으면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았듯이 미국은 1995년 베트남 국교 정상화 이래 과거사를 들춰내지 않았다”라며 미국 역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그러나 이는 미국과 일본이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국가 이익만을 위해 판단한 조치입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선 미국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먼저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고, 미국 역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희생당한 자국민들의 여론이 있었기에 사과하지 못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전쟁 피해자들의 사과 받고 위로받지 못한 비극인데도 김 논설주간은 잘 했다는 듯이 표현한 것입니다. “평가는 역사가의 몫”이라는 김 논설주간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적폐청산에 몰두하는 지도자,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마음의 빚을 말하지 않는 지도자를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라며 칼럼을 마무리했는데요. 칼럼 주제와도 맞지 않고, 그 평가 역시 맞지 않는 ‘적폐청산’과 ‘북한’을 꺼낸 김 논설주간이야말로 과거 냉전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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