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이영학 보도에 ‘망치에 맞아 죽은 개’ 삽화가 필요한가
등록 2017.12.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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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친구를 유인·추행해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영학 씨가 12일 열린 3차 공판에 딸 이모 양에 대한 양형 증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날 이영학은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지는 않았다며, 이 양이 자신의 말을 큰 저항이나 질문 없이 따른 이유에 대해 “개 여섯 마리를 화가 나서 망치로 때려죽인 적이 있다. 딸이 이를 알아서 무서워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하며 ‘이영학이 개를 때려죽인 모습’이나 ‘이영학이 개를 위협하고 딸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모습’을 굳이 삽화로 보여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TV조선과 MBN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MBN은 개 때려죽인 모습․TV조선은 망치로 위협하는 모습 전달해
먼저 MBN <“아버지에 혼날까 두려워 가담”>(12/12 https://goo.gl/9hQ9Ht)은 “다만, 자신이 기르던 개 6마리를 망치로 때려죽인 적도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을 딸이 알게 돼 아버지를 무서워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라는 기자 멘트와 함께 망치를 든 남성 주변에 여섯 마리의 개가 죽어 있는 모습을 담은 삽화를 자료화면으로 7초가량 노출했습니다. 이때 자막은 <이영학, 기르던 개 망치로 때려죽여>입니다. 


TV조선 <저항 않고 가담…개 6마리 죽여>(12/12 https://goo.gl/KjTiQM) 역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삽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시신 유기까지 가담한 이유를 따지기 위해섭니다. 이영학은 폭언을 자주 했지만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만 ‘키우던 개 6마리를 둔기로 때려 죽인 사실을 딸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라고 기자가 멘트를 하는 사이 화면은 ‘개 두 마리 앞에서 망치를 치켜들고 서 있는 남자’와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11초가량 보여줍니다. 


여기에 이어 기자가 “반면 이 양 측 변호인은 ‘매달 한 두 차례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양 역시 아버지가 두렵다면서, ‘가방으로 머리를 맞을 때가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라고 발언하는 사이에는 약 7초간 남성이 가방으로 여자아이를 폭행하는 모습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일반 시청자들에게 혐오와 충격을 유발할 소지가 큰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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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학이 개를 때려죽인 모습을 삽화로 표현한 MBN(위)과 
이영학이 개를 망치로 위협하고 딸을 폭행하는 장면을 이미지로 보여준 TV조선(아래)(12/12)

 


명백한 심의규정 위반
실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감)은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이중에는 “잔인하고 비참한 동물 살상 장면”이 정확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직접적인 신체의 훼손 묘사”나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 “위 각호에 준하는 사항의 구체적 묘사” 역시 모두 방송해서는 안 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덧붙여 같은 날 채널A도 <“친구 데려오면 3천만 원 줄게”>(12/12 https://goo.gl/vTy5bG)를 통해 이영학 씨가 개를 때려죽였다고 발언하는 장면을 삽화로 전달했는데요. 다만 앞서 TV조선이나 MBN처럼 실제 범행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망치와 개의 이미지를 나열한 수준의 삽화에 그쳤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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