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중국 동포 범죄보도, CCTV 영상 활용에 부정적 편견 부각까지
등록 2017.12.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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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일어난 20대 중국 동포 살인사건 관련 보도에서 몇가지 문제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우선 일부 방송사는 살인이 일어나는 그 순간의 CCTV 영상을 무분별하게 자료화면으로 활용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중국 동포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보도를 내놓는 방송사도 있습니다.

 

 

폭력․살인 장면 노출 CCTV 영상 활용은 심의규정 위반 
사건사고보도에서 범행 장면, 특히 폭력이나 살인 장면이 그대로 노출된 CCTV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이용하는 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입니다.

 

심의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는 “① 방송은 범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폭력·살인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으며, 관련 범죄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37조(충격·혐오감)은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정하며 “총기·도검·살상 도구 등을 이용한 잔학한 살상 장면이나 직접적인 신체의 훼손 묘사”와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 등을 구체적 금지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제26조(생명의 존중)에서는 “③ 방송은 내용전개상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상하는 장면을 다룰 때에는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최근의 사건사고 보도에서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조항이기도 합니다. 13일  서울 대림역 인근 골목길에서 20대 중국 동포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SBS와 JTBC, 채널A는 이 소식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했는데요. 하나같이 살해당하는 그 순간의 CCTV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체 성향과 무관하게 ‘일단 보여주는 습관’ 여전
먼저 SBS <골목길서 흉기에…중국 동포 사망>(12/13 https://goo.gl/3uEnSd)은 “어두운 새벽,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두 남성이 몸싸움을 벌입니다. 잠시 떨어지더니 이내 한 남성이 그대로 고꾸라집니다”라는 기자 설명과 함께 12초가량 두 남성이 실랑이를 하다가 한 남성이 흉기에 찔려 쓰러지는 CCTV화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화면의 화질이 좋지 않아서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기 힘든데, SBS는 이것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붉은 원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의 위치를 표시해주기도 합니다.  


채널A <거리 난투극 끝 중국동포 피살>(12/13 https://goo.gl/6XhmfA)는 범행 장면을 더 상세하게 해설해주는데요. 기자가 “어둠 속에 뒤엉켜 있는 두 남성이 보입니다.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지더니 남성 한 명이 뒷걸음질하며 도망칩니다. 각목을 든 남성이 따라가는 듯 하다 갑자기 쓰러집니다”라고 마치 영화를 묘사하듯 실제 살인사건 장면을 설명하는 사이 자료화면을 통해 실랑이를 벌이다 흉기에 찔러 쓰러지는 남성의 모습이 20여초간 노출됩니다. 물론 채널A도 붉은 원으로 두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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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TV 속 폭력 및 인명살상 장면을 보도 자료화면으로 노출한 SBS‧JTBC‧채널A 

 

JTBC <흉기 vs 각목 ‘대림동 잔혹극’>(12/13 https://goo.gl/NQN4ag) 역시 기자가 “어둠 속에서 남성 두 명이 뒤엉켜 나타납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성 손에서 흉기가 반짝입니다. 붉은 외투를 입은 남성은 각목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입니다. 몇 초 뒤 뒤엉켰던 몸이 떨어지고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달아납니다. 각목을 든 남성이 흉기에 찔려 쓰러진 겁니다”라고 말하는 사이 자료화면을 통해 범행 장면 CCTV를 12초가량 보여줍니다.

 

JTBC는 붉은 원 대신, 범행 장면을 밝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이 ‘더 상세히 이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배려’ 하고 있습니다. JTBC는 보도 말미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하는 한편 피해자의 통화내용을 분석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습니다”라는 기자 설명과 함께 다시 8초가량 이 장면을 재차 노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피해 상황을 정확히 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CCTV를 자료화면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도 분명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싸움 끝에 흉기에 찔려 쓰러지는 사람의 모습이 정말 그렇게 ‘필연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장면’일까요? 왜 심의규정에서 폭력·살인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 사용을 금하고 있는지, 기자와 데스크, 언론사의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TV조선은 CCTV 영상 대신 칼로 위협하는 이미지 사용
덧붙여 TV조선은 관련 보도 <대림역 살인 용의자 체포…자진 귀국>(12/14 https://goo.gl/SYRZfy)에서 CCTV 영상을 직접 활용하지는 않았는데요. 그 대신 흉기를 든 남성이 각목을 든 남성을 위협하는 모습을 이미지로 만들어 자료화면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쓰러져 죽는 장면까지 보여준 SBS, JTBC, 채널A보다는 나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심의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 ①항 “방송은 범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폭력, 살인, 자살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으며, 관련 범죄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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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기로 상대방을 위협하는 남성의 모습을 이미지로 만들어 자료화면으로 사용한 TV조선(12/14) 

 

 
중국 동포=흉악 범죄자 편견 부추기는 보도태도도 문제 


한편, 언론이 전하는 중국 동포 관련 소식은 범죄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중국 동포=흉악 범죄자’ ‘중국 동포 거주지=우범지대’라는 편견이 강화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비단 중국 동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계층이나 민족, 질환, 장애 등을 가진 사람이 범죄 용의자가 되었을 때, 자칫 이를 지나치게 부각할 경우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에서는 여러 가지 소수자를 다룰 때 범죄와 연결 지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특히 제5장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에서 2호에서는 “언론은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라면서 “이주노동자 등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전염병 원인 제공자 등으로 몰아갈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건 보도 말미 ‘조선족에 대한 시민 불안감’ 굳이 소개
그런데 TV조선 <대림역 살인 용의자 체포…자진 귀국>(12/14 https://goo.gl/BL7MYV)에는 ‘중국 동포에 대한 편견을 적극 확대 재생산’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선 이 보도는 피의자를 묘사하며 “외투도, 모자도, 마스크도 모두 검은 색입니다. 마스크에 가려졌지만, 얼굴에는 길게 긁힌 듯한 상처 또는 흉터도 있습니다”라는, ‘역시 범죄를 저지르게 생겼다’는 듯한 뉘앙스의 불필요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또 보도 말미에는 “조선족 황씨가 평소 흉기를 갖고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불안해합니다”라며 한 시민의 “사실 좀 무섭고 약간 조금 죄송하지만 약간 멀리하게 되는 경우도”라는 인터뷰 발언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주어가 없지만 이는 단순히 ‘해당 피의자’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조선족’에 대한 평가로 보입니다. 흔히 내국인이 피의자인 사건 보도에서 ‘출신 지역’ 등을 근거로 두려움을 호소하는 인터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히 차별적인 구성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앞서 CCTV 영상을 활용했다 지적한 채널A 관련 보도 <거리 난투극 끝 중국동포 피살>에서도 엿보입니다. 우선 이 보도의 앵커 멘트는 “중국동포들이 모여 사는 서울 대림동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동네 한복판에서 20대 중국동포가 괴한의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이고요. 기자는 “동네 중심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주민들은 불안합니다”라고 멘트한 뒤, “옛날에는 불안 많이 했어요. 살인사건 났다 하니 또 불안하게 느껴지네”라고 말하는 주민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편견 걱정하다가 보도 마무리는 ‘살인 범죄 비율 높다’ 
그러나 TV조선은 채널A와는 달리 한술 더 떠서 ‘두 번’ 편견을 강화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TV조선은 <‘연변거리’ 가보니…“문화 차이일 뿐”>(12/14 https://goo.gl/p9VsbS)에서 ‘이번 사건으로 중국 동포와 그들의 공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될까’ 우려하는 중국 동포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문화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발언을 부각하여 전했습니다. 이 보도는 취지만으로 보면 이들을 향한 무분별한 편견이 확산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 보도였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이 보도가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보도는 ‘나쁜 편견은 문화적 차이 때문’임을 부각하고 있지만, 대림동 상인의 “성격 좀 급해요. 급하면 말하는 것보다 주먹이 먼저 날아갈 수 있죠”라는 발언을 들은 시청자들은 ‘편견을 해소하게 될 가능성’보다는 ‘편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중국 동포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TV조선은 직업소개소장의 “한국에 대해서도 굉장히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라는 발언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요. ‘고마워한다’ ‘고마워하지 않는다’로 사람의 위험성을 가릴 수는 없으며, 나아가 중국 동포들을 향해 ‘여기에서 살게 해 준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던지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습니다. 


또 기자는 ‘강력 범죄가 줄고 있다’고 말한 뒤 “다만 조선족의 살인 범죄 비율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오원춘 같은 흉악범도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한 몫 합니다”라는 설명으로 보도를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이런 저런 우려와 의견을 전하고 있지만 결국 결론은 ‘조선족의 살인 범죄 비율은 여전히 높다’는 것으로 난 듯한 인상을 줍니다. ‘중국 동포는 위험하다’는 인식과 ‘편견이 확대 재생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서로 싸우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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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족에 대한 편견 다루며 살인 사건 비율 강조한 TV조선(12/14)

 

 

방송심의규정에도 제29조(사회통합)으로 “방송은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인종간, 종교간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일부러 누군가를 차별하고 편견을 강화하고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보도를 내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보도가 특정 계층, 인종에게 엄청나게 부정적인 인식을 유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다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13~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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