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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보고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2017년 드라마는 어떤 세계를 그렸나
등록 2017.12.19 16:57
조회 720

‘드라마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드라마를 쏟아내는 한국 방송계에서 2017년은 특히 주목할 만한 해였다. 2017년 상반기,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서울 드라마 어워즈 등 국내 평단은 물론, 뉴욕 타임스 등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는 등 특히 CJ 계열 PP(채널사용사업자)가 전성기를 누렸다. 이처럼 케이블 채널의 반등이 눈에 띄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활약이 묻히는 감이 있었으나 지상파 역시 확고한 시청률 토대를 바탕으로 화제작을 내놨다.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KBS <완벽한 아내>,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SBS <피고인>이 인기몰이를 했다. 종편 4사에서는 JTBC만이 드라마를 꾸준히 방영하고 있고 TV조선, 채널A, MBN은 개국 초기의 드라마 도전이 처참하게 실패한 후 명맥이 끊긴 상태이다. 그나마 TV조선이 12월 4일부터 일일시트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대목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올 한 해 드라마 장르의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 주조연급 등장인물의 직업적 특색을 분석했다. 주연을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경제적 배경이 드라마가 그리는 주요 세계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7년부터 08년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메디컬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의사라는 직업을 지녔고, 2010년, 반짝 인기를 구가했던 ‘셰프 드라마’ 역시 주연은 모두 요리사이다. 


조사 대상은 지상파(KBS1, KBS2, MBC, SBS), 종합편성채널(JTBC),  CJ계열PP(tvN) 등 총 6개 방송사의 7월 이후 방영 중이거나 종영된 드라마 49편이다. 원활한 통계 분석을 위해 11월 20일 이후 방영 드라마는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10대 학생으로서 드라마의 배경이 ‘학교’로 고정된 ‘학원물’과 조선시대 이전의 시대 배경을 담은 ‘사극’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즉 KBS1 <안단테>, KBS2 <7일의 왕비>, <학교 2017>, <란제리 소녀시대>, SBS <사임당> 5편은 제외한 것이다. 드라마 한 편당 조사 대상으로 삼은 등장인물은 주조연 포함 4명으로 한정하였고 극중 기여도를 따져 봤을 때 4명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경우 2~6명으로 예외를 두었다. 그 결과 약 6개월간 6개 방송사에 등장한 주조연이 총 197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들의 직업 및 경제적 배경을 분석했다. 

 

최근의 직업 세계 반영하는 드라마, ‘신종 직군’ 다수 등장 
분석 결과, 법조인‧경찰과 재벌‧기업가가 각각 18%, 23%를 차지하며 비중이 가장 컸다.(법조인과 경찰은 시나리오 상 사건을 해결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어 한 직업군으로 묶었다.) 메디컬 드라마와 셰프 드라마 등 일련의 인기 트렌드가 2017년엔 ‘법조 드라마’였음을 방증한다. 연예인, 의사 등 전문직도 4~5%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구직자를 포함한 계약직도 10%나 됐는데 이는 청년실업이라는 현실을 드라마가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BS1 KBS2 MBC SBS JTBC tvN
언론인 0 0 0 7 0 2 9
법조인/경찰 3 6 7 9 0 9 34
재벌/기업가 3 19 13 3 2 6 46
연예인 0 2 3 3 0 0 8
의사 0 0 5 0 0 4 9
자영업자 0 4 2 1 0 1 8
학생 0 0 0 2 4 1 7

계약직

(구직자 포함)

1 10 2 2 0 4 19

회사원

(평직원)

0 3 7 4 2 3 19
셰프 0 0 0 2 0 0 2
기타(비현실 캐릭터 포함) 1 8 17 3 3 4 36
총계 8 52 56 36 11 34 197

△ 6개 방송사 드라마 주요 등장인물 직업 현황
(7월 이후 종영~11월 20일 이전 방영 드라마, 학원물‧사극 제외 총 49편)

 

또 하나 특이한 점은 19%를 기록한 ‘기타 직업군’이다. 여기에는 표본이 적거나 특정 직군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직업들이 포함됐다. 여기서도 최근 직업 세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MBC <돈꽃>의 주연 중 한 명인 나모현(박세영 분)은 환경운동가, MBC <밥상 차리는 남자>의 조연 홍영혜(주연의 어머니 역, 김미숙 분)는 숲 해설가, KBS2 <매드독> 주연 4명 전원이 보험조사원 등 그간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직업군이 다수 등장했다. tvN <하백의 신부>처럼 주연에 ‘천상의 신’ 등 신이 포함된 경우도 ‘기타’로 분류했다.

 

2017년의 새로운 트렌드는 ‘언론‧법조 드라마’ 
2017년 드라마 트렌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언론•법조 드라마의 약진이다. 6개 방송사 드라마 49개 중 언론인 및 법조인이 주연으로 등장한 드라마는 무려 19개로 약 40%에 가까운 비율이다. 언론인이 주연인 드라마가 2개, 법조인이 주연인 드라마는 14개, 언론인과 법조인이 모두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는 3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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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방송사 드라마 49편의 주요 등장인물 직업 분포 그래프
 

언론인의 경우 전체 등장인물 197명 중 9명으로 비율상으론 4%에 불과했지만 이는 드라마의 단골 주연인 의사, 연예인 등 유망 직업과 같은 수준이다. 그동안 드라마 주연으로 찾아보기는 어려웠던 기자가 2017년 새롭게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언론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이는 방송사는 SBS와 tvN으로서 tvN<아르곤>, SBS <조작>처럼 두 방송사에서만 언론사 중심의 인기 드라마가 방영됐다. 언론인 주조연 9명 역시 모두 두 방송사에서만 나왔다. 최근 언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매우 높아진 현실을 SBS, tvN 두 방송사가 반영한 것이다. SBS <사랑의 온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경우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연은 아니지만 작가와 PD 등 방송 종사자(언론인)이 조연급으로 등장했다.


법조 드라마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tvN <비밀의 숲>, <크리미널 마인드>, KBS2 <마녀의 법정>,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수상한 파트너> 등 수많은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SBS <조작>, <당신이 잠든 사이에>, tvN <아르곤>은 언론인과 법조인이 모두 주연으로 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였다.  


법조인이 주요 내러티브를 구성하지 않아도 주조연에 법조인이 포진한 경우도 많다. KBS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미워도 사랑해>은 가족 드라마에 가깝지만 주조연에 법조인이 포함되어 있고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이름없는 여자>,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 MBC <도둑놈 도둑님>, <돈꽃>, <전생의 웬수들> <파수꾼>도 비슷한 사례다.  

 

여전히 드라마에서는 ‘재벌’이 대세?
언론‧법조 드라마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여전히 드라마 시장의 거대한 축은 ‘재벌’이었다. 2017년 한 해에도 모든 방송사 드라마에서 재벌‧기업가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드라마 하나에 재벌이 꼭 한 명씩은 나온다는 속설은 사실에 가까웠다. 전체 등장인물 197명 중 재벌/기업가는 46명으로 23%를 차지했다. 방송사별로 보면 KBS, MBC 두 공영방송 드라마에서는 재벌/기업가가 타 직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SBS, tvN에서는 법조인이 재벌/기업가보다 더 많았다. KBS, MBC가 고착화된 재벌 중심 드라마를 탈피하지 못했고 SBS와 tvN이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BS2의 경우 총 13편의 드라마에서 재벌/기업가가 주조연으로 포함된 사례가 60%가 넘는 8편에 달했다. MBC도 14편의 드라마 중 8편으로 약 57%였으며, SBS는 9편 중 3편으로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JTBC는 3편의 드라마 중 <품위 있는 그녀> 1편이었고, tvN의 경우 8편 중 4편의 드라마에서 ‘재벌/기업가’가 주조연으로 등장했다.       


재벌/기업가 뿐 아니라 전체 직업 계층으로 확대해보면 한국 드라마가 고소득층만을 과도하게 조명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기타 항목을 제외하고 언론인, 법조인, 재벌/기업가, 연예인, 의사, 셰프 등 통상적으로 전문직•고소득층으로 그려지는 등장인물의 비율은 총합 55%나 된다. 반면에 자영업 종사자, 학생, 계약직(구직자 포함), 회사원 등은 26%에 그쳤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전문직 종사자의 비율이 약 10%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드라마 속 세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조사 대상 드라마 49개 중 재벌/기업가와 법조인‧언론인‧의사 등 전문직‧고소득층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지 않는 드라마는 KBS2 <쌈마이웨이>,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 SBS <초인가족>, JTBC <청춘시대2>, <더패키지> 등 5편, 10.2%에 불과했다. 

 

드라마 속 재벌 편향 가장 심한 방송사는 KBS
방송사별로 특징을 살펴볼 때, KBS는 등장인물 직업 분포의 편중이 가장 심한 방송사이다. KBS1의 경우 시사교양 및 보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방송이 편성되는 채널 특성 상 모니터 대상 드라마가 일일드라마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미워도 사랑해> 2편뿐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총 8명인데 이 중 3명이 재벌/기업가, 다른 3명은 법조인으로서 이 두 계층이 이미 주조연의 74%를 차지한다. 


KBS2는 조사 대상 드라마 총 13편(사극 및 학원물인 <7일의 왕비>, <학교 2017>, <란제리 소녀시대>제외)이었다. KBS2 역시 전체 등장인물 52명 중 재벌/기업가가 18명, 37%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KBS1•2가 기록한 재벌/기업가 37%의 비율은 6개 방송사를 통틀어 가장 큰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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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언론인 법조인‧경찰 재벌‧기업가 연예인 의사 자영업 학생 계약직(구직자) 회사원 셰프 기타(비현실 캐릭터)
KBS1 0 3 3 0 0 0 0 1 0 0 1 8
KBS2 0 6 19 2 0 4 0 10 3 0 8 52

△ KBS1‧2 드라마 주요 등장인물 직업 분포

 

특이 직업 많았던 MBC, 재벌 편향은 마찬가지

MBC는 조사 대상 드라마가 총 14편이었고, 주요 등장인물 56명 중 표본이 적거나, 어느 직군에도 포함하기 힘든 ‘기타’ 항목이 30%로 가장 높았다. 그만큼 특이한 직업군이 많이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사례로는 <파수꾼>의 ‘파수꾼’, <도둑놈, 도둑님>의 ‘해결사’, <당신은 너무 합니다>의 ‘모창가수’, <훈장 오순남>의 ‘훈장’, <돈꽃>의 환경운동가, <보그맘>의 ‘아트 강사’ 등이다. 그러나 MBC에서도 재벌/기업가가 23%로 ‘기타’를 제외하고는 비중이 가장 커, 재벌 편중은 마찬가지였다. MBC의 경우 의사 비율이 9%로 6개 방송사 중 가장 높았는데 이는 MBC가 최근 제작이 뜸해진 메디컬 드라마(<병원선>)를 방송했고 이 드라마의 주조연 4명이 모두 의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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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언론인 법조인‧경찰 재벌‧기업가 연예인 의사 자영업 학생 계약직(구직자) 회사원 셰프 기타(비현실 캐릭터)
MBC 0 7 13 3 5 2 0 2 7 0 17 56

△ MBC 드라마 주요 등장인물 직업 분포

 

가장 다양한 직업 등장, 재벌 편중도 없었던 SBS
SBS는 조사 대상 드라마가 총 9편으로 다른 지상파에 비해 드라마 수가 가장 적다. SBS는 여러 모로 타사와 비교된다. SBS드라마의 경우 다양한 직업군이 주조연으로 등장했다. MBC의 경우 ‘기타’ 직업군, 즉 특이 직업군이 많았다면 SBS는 산정 대상 직업군 10개 중 의사 단 1개만을 제외하고 모든 직업이 주조연으로 등장한 유일한 방송사이다. 또한 SBS는 재벌/기업가의 비율이 불과 8%에 그쳐 평균 25%를 기록한 나머지 5개사와 달리 재벌 편중 현상도 없었다. SBS는 대신 법조인과 언론인이 많이 등장해 최근 드라마 트렌드를 선도했다. SBS 드라마 등장인물 총 36명 중 법조인은 9명, 25%로 가장 비중이 컸고 언론인, 회사원이 각각 7명과 4명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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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언론인 법조인‧경찰 재벌‧기업가 연예인 의사 자영업 학생 계약직(구직자) 회사원 셰프 기타(비현실 캐릭터)
SBS 7 9 3 3 0 1 2 2 4 2 3 36

△ SBS 드라마 주요 등장인물 직업 분포

 

종편 중 유일하게 체면치레 한 JTBC, 더 분발해야
JTBC는 종합편성채널 중 유일하게 드라마를 꾸준히 편성하고 있는 방송사로서 현재 금토 미니시리즈만 방송하고 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와 <더패키지>의 경우 주조연을 4명으로 확정하기 어려워 각각 5명, 2명을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했다. 조사기간 내 포함된 JTBC드라마는 <품위 있는 그녀>, <청춘시대2>, <더패키지>까지 총 3편으로 전체 11명의 등장인물 중 학생(대학생)이 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청춘시대2>의 5명의 주조연 중 4명이 대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기타 항목이 3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회사원과 재벌/기업가가 각각 2명씩 18%를 차지했다. JTBC 역시 재벌 편중이 없었다고 할 수 있으나 SBS에 비해 표본이 너무 적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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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언론인 법조인‧경찰 재벌‧기업가 연예인 의사 자영업 학생 계약직(구직자) 회사원 셰프 기타(비현실 캐릭터)
JTBC 0 0 2 0 0 0 4 0 2 0 3 11

△ JTBC 드라마 주요 등장인물 직업 분포

 

법조 드라마 열풍의 선봉은 tvN
tvN의 경우 현재 월화, 수목, 주말 미니시리즈를 편성하고 있다. 11월 18일 종영한 <이번생은 처음이라>는 주조연을 4명으로 재단하기 어려워 6명으로 설정했다. 총 8개 드라마 34명의 등장인물을 조사한 결과 법조인의 비율이 26%(9명)로 가장 높았다. tvN의 법조 드라마는 괄목할 만 한데, 조승우, 배두나 주연의 <비밀의 숲>(7월 30일 종영)은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리메이크작인 <크리미널 마인드> (9월 28일 종영)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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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언론인 법조인‧경찰 재벌‧기업가 연예인 의사 자영업 학생 계약직(구직자) 회사원 셰프 기타(비현실 캐릭터)
tvN 2 9 6 0 4 1 1 4 3 0 4 34

△ tvN드라마 주요 등장인물 직업 분포

 

반짝 인기 넘어서는 ‘명작’이 필요하다
요컨대 주요 방송사 6개의 최근 드라마들은 ‘재벌 중심 드라마’라는 진부한 소재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도, 언론•법조 드라마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내놨다고 할 수 있다. KBS, MBC에서는 재벌 중심 드라마가 만연하여 가장 보수적인 면모가 드러났지만 그런 KBS, MBC 역시 법조 드라마의 트렌드는 무시하지 못했다. SBS와 tvN은 언론•법조 드라마의 비중이 재벌 드라마보다 높아 새 트렌드를 선도했다. 특히 법조 드라마 tvN <비밀의 숲>은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으며 ‘명작’ 반열에 올랐다. 표본은 적었으나 JTBC 역시 재벌 드라마보다는 다른 소재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전체적인 드라마 시장을 봤을 때 현실을 절묘하게 녹여댄 ‘명작’ 드라마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 드라마 속 세상이 진짜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다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다. 언론‧법조 드라마가 새로 자리 잡았으나 그 드라마들 역시 우리의 현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법조 드라마은 고소득 전문직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대부분 ‘강자들의 약자에 대한 횡포’를 주인공이 대신 해결해 준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이런 식의 작품이 반복된다면 과거의 ‘셰프 드라마’나 ‘메디컬 드라마’처럼 순간의 인기로 잊혀질 공산이 크다. 


물론 드라마가 반드시 현실을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오로지 판타지만을 그린 작품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감을 얻기 어렵다. 드라마를 포함한 모든 창작 예술이 상상의 세계나 가상 세계를 다룰 때도 현실을 반추할 요소를 은유적으로 포함시키는 이유는, 그래야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만을 주조연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KBS2 <쌈마이웨이>,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 SBS <초인가족>, JTBC <청춘시대2>, <더패키지> 등 고작 5편에 불과했다. 구직 중인 청년들 4명의 희로애락을 그린 KBS2 <쌈마이웨이>(7/11 종영)는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나름 화제를 모았다. 평범한 가족의 좌충우돌 일상사를 풀어내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동생’, ‘대리운전을 하며 구직 중인 삼촌’ 등 친근한 소재를 매회 내세웠던 SBS <초인가족>의 경우, 월요일 밤 11시에만 방송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최고 시청률 5.8%를 기록,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나머지 3편의 경우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TV를 틀면 나온다는 ‘재벌 드라마’가 성공할 확률 역시 그리 높지 않다. 


방송사들은 더 다양한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드라마, 다채로운 상상의 세계에서도 절묘하게 현실을 녹여낸 드라마를 제작해야 한다. 시청자들은 이제 ‘재벌 드라마’에 실증을 느끼고 있고 올해 두각을 드러낸 ‘법조 드라마’처럼 매해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으며, 이 중 많은 장르가 반짝 인기만 남기고 사라졌다. 내년에는 과연 어떤 드라마가 작품성과 대중적 공감을 확보하며 우리의 현실을 절묘하게 녹여낸 명작으로 남게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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