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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위안부 합의가 진전된 합의였다고 주장하는 중앙일보
등록 2018.01.08 19:24
조회 391

2017년 12월 28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합의에는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주일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해결 △제3국 위안부 기림비 등 설치 미지원 △‘성노예’ 용어가 아닌 일본군 ‘위안부’ 표현으로 사용 등을 공개하지 않고 이면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2015년 합의 당시에도 이면합의에 대한 의혹은 계속 제기되었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정면 부인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라며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일보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은 어처구니없는 이전 정부의 행적을 비판하기는커녕 당시 합의가 진전된 합의였으며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우기는 칼럼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중앙일보 <김현기의 시시각각/위안부 합의 전날 밤의 한․일전>(1/3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http://bit.ly/2Cdx3sg)입니다. 

 

‘합의 전날 밤까지 치열했다’라며 정부 발표는 포장된 것이라고 단정짓는 김 총국장

칼럼은 먼저 위안부 합의 전날 밤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 국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야치 국장은 소녀상 철거를 합의안에 반드시 넣어야겠다고 주장했으나 이 실장이 “그럴 거면 오지 말라고 그래라”라고 일축했고, “그게 톱의 뜻이냐”는 질문에 “내가 하는 말보다 더 심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자 야치 국장이 30분 후 “내가 졌다”고 답을 했다는 것입니다. 김 총국장은 “기자가 당시 양국 핵심 관계자들에게 비보도를 전제로 확인했던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는 것이라며 “굳이 이를 전하는 건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의 공식 조사 발표,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문’이 마치 우리가 일방적으로 조급하게 양보했고,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포장되고 있음을 바로잡기 위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총국장이 제시한 통화 내용은 진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 총국장은 이런 통화 이후에 또 다른 이면 합의가 있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이런 대화가 오갔으니 이면 합의는 없었다고 믿고, 자신이 믿음과 다른 정부의 공식 발표는 ‘포장’된 것이니 ‘바로잡’겠다는 단정적 신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칼럼은 여기서부터 본질적으로 잘못된 전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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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합의 당시 문제점 지적에도 이를 옹호하는 중앙일보(1/3)

 

위안부 합의 옹호하는 억지들

김 총국장은 이어 “위안부 문제를 지켜봐 온 이라면 내용적 측면에서 꽤 진전된 합의였음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라며 당시 위안부 합의가 “우리의 3대 숙원사항, △일 정부의 책임 인정, △일 총리의 사죄와 반성, △일 정부의 예산을 통한 배상”이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거의 녹아들어갔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합의 내용에서 ‘3대 숙원사항’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합의 이후 아베 일본 총리의 직접 사죄 표명은 없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대신 전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피해자도 아닌 대통령에게 그것도 외무상이 대독으로 사과한 것이 ‘총리의 사죄와 반성’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책임 인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정부는 합의문에서 어떤 행위가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이라고만 명시해 식민지 시기 국가 범죄였던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을 피했습니다. ‘정부의 예산을 통한 배상’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자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법적 배상의 성격을 띠지 않은 ‘위로금’일 뿐입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액수와 관련 없이 ‘법적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전에 비해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던 당시 위안부 합의를 두고 ‘우리의 요구사항이 거의 녹아들어갔다’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일 뿐입니다.

 

비공개 내용이 ‘이면 합의’는 아니라고?

이어 김 총국장은 “TF보고서가 내놓은 ‘비공개 6개 항’ 또한 이면합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예컨대 일본의 “해외 기림비 지원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가 “그건 정부가 관여하는 게 아니다”고 답한 것은 “일종의 부동의의 동의였다. 이걸 ‘이면 합의’로 엮는 것은 오버 중의 오버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밖에도 당시 정부가 비공개한 내용은 “우리 정부의 현재 입장과 기본방침을 밝혔을 뿐”이고 “현 정부가 중국에 말한 ‘3불’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비공개 6개항’은 일본이 요구한 3개항과 한국이 답변한 3개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시민단체 불만 땐 한국 정부가 설득 바란다’고 요구한 것에 대해 우리는 ‘관련 단체가 이견 표명 땐 설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일본이 ‘해외에 위안부 기림비는 적절하지 않다’고 요구한 것에 대해 우리는 ‘해외 기림비 정부가 관여하는 것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일본이 ‘성노예라는 단어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요구에 우리는 ‘한국 정부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뿐’이라고 답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처럼 일본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 표현만 완곡했을 뿐 사실상 모두 수용해주는 수준의 답변을 해놓고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 2015년 12월 당시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면 합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이면 합의는 없다”고 거짓으로 답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녀상 이전문제 관련해선 한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발표 그대로다. 정부가 소녀상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라고 답했고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도 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합의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발표된 합의 외에 비공개된 합의문은)없습니다”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정황이 이런데도 ‘이면 합의’가 아니라고 우길 수 있을까요? 

 

‘피해자 중심 해결’은 어렵다면서 졸속 합의만을 종용

당시 위안부 합의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피해자 중심 해결’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합의 과정에서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기 위해 단 1번 시도했고, 합의 내용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주장은 반영되지 못했는데요.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피해자 중심 해결’을 주장했습니다. 김 총국장은 이를 두고 “듣기엔 참 좋다”라며 “하지만 할머니들, 가족마다 입장과 주장이 제각각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목소리 큰 시민단체가 마치 위안부 할머니들 주장을 모두 대변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와 언론이 왜곡했다”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게다가 “피해자 모두 100% 만족하는 해결이란 애초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라며 “재협상? 적어도 앞으로 4~5년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로 일본이 “1mm도 움직일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 까지는 이해해볼만 한데, 다음에 내놓은 말이 가관입니다. “워싱턴은 “진절머리 난다”(전 국무부 관료)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전 국무부 관료 누가 타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진절머리 난다는 막말을 했는지 익명으로 처리한 이 표현 자체가 문제일 뿐 아니라, 워싱턴이 이런 반응을 보이기에 재협상이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것도 억지입니다. 


외교 문제는 양국이 해결해야 하는 만큼 쉽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일본은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재협상까지 시간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 중심 해결’은 포기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닙니다. 위안부 문제 자체가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이고, 한일관계에 앞서 국가 범죄에 대한 인권 문제인 만큼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아가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김 총국장은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그저 ‘듣기 좋은 말’ 정도로 취급했습니다.


게다가 김 총국장은 “역설적으로 ‘피해자’들이 맘에 걸린다”라며 “12·28 합의 당시 46명이던 생존 할머니는 불과 2년 사이 32명으로 줄었다. 평균 연령 91세. 위안부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넘어가는 걸 보며 눈을 감으시는 게 과연 그들을 명예롭게 하는 것일까. 그게 피해자 중심일까”라고 단정했습니다. 피해자들의 고령을 핑계로 기존 졸속 합의를 종용하는 태도인데요. 피해자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뒤에라도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내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할머니들을 명예롭게 하는 일이 아닐까요.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직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 공식 사과, 법적 배상, 추모비 설립”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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