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SBS, 박종철 열사 고문 삽화․재연 아쉽다
등록 2018.02.13 09:48
조회 66

SBS의 <“박종철 고문 경관, 한 달 뒤 또 물고문”>(2/10 김종원 기자 https://goo.gl/uk6AEo)은 경찰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 김기식 씨의 고문 피해 증언을 상세히 전한 보도입니다.

 

김 씨는 인터뷰를 통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고문 가담 경관이 “박종철 열사가 숨진지 1달 여가 지난 시점에 또 물고문에 가담했”으며, 검찰은 “박종철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늦어도 2월부터는 알고”있었음에도 김 씨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기자는 이 충격적인 증언을 충실히 전한 뒤 “검찰 내부에서 박종철 사건 조작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축소 은폐를 방조 내지 협력하지 않았”는지 의혹이 여전히 불거지고 있다며 “검찰이 이번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재조사”를 하는지 여부를 계속 취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SBS는 별도의 기획취재팀을 꾸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심층 취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시 고문에 가담했던 경관들의 행적을 계속 추적한 끝에, 지난 1월에는 <“고문 경관 더 있다”>(1/30 김종원 기자 https://goo.gl/DmLCHc)로 1987년 1월 사건 직후 구속된 경관 2명 가운데 1명의 심경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국가기관에 의해 인권유린을 당한 이들의 고통과 사안의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여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좋은 취지와 별개로, <“박종철 고문 경관, 한 달 뒤 또 물고문”> 보도에는 우려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바로 자료화면 속 삽화와 재연장면입니다. 

 

 

물고문 장면 삽화로 반복 노출 
우려되는 삽화는 김기식 씨의 고문 피해 증언을 소개하며 먼저 등장합니다. “번쩍 들리더니 거꾸로 확 뒤집히는 거야. 그러더니 어느 순간에 콱 물속에 들어가는 거예요”라는 김 씨의 멘트에는 팬티바람의 남성을 경찰들이 거꾸로 세우는 삽화를, “금방 코로 막 입으로 막 물이 들어가는 거죠”라는 멘트에는 해당 남성이 욕조에 거꾸로 머리를 박고 있는 삽화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또 여기에 이어 SBS는 “그런데 김 씨를 고문했던 경찰관 중 한 명이 박종철 사건 직후 경찰이 은폐한 고문 경관 3명 중 한 명, 이정호 경장이었다고 합니다”라는 기자 멘트 중 일부의 자료화면으로는 ‘수중 카메라 시점’으로 다시 고문 피해자가 물속으로 머리를 눌리는 모습을 짧게 재연하여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리포트 이후 기자와 앵커가 대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기자가 “검찰이 박종철 군을 고문한 경찰관 중에 이종호 경장이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사이에도 SBS는 다시 멍투성이의 다리를 두 남자가 거꾸로 잡아들고 있는 삽화를 자료화면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방송심의규정 위반 소지도 있어
현행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제5절 소재 및 표현기법’ 내 다양한 조항을 통해, 방송이 시청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다루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중 제39조(재연·연출)에서는 “④불가피하게 범죄, 자살 또는 선정적인 내용을 재연하거나 사실적 기법을 사용하여 연출할 때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SBS가 보도한 물고문 재연 삽화는 고문의 참상을 알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시청시간대의 전 연령이 함께 보는 저녁종합뉴스에서 노출하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심의규정이 선정적․폭력적 묘사에 대해 이렇게 거듭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는 방송은 전국 누구나 시청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나 모방의 위험도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폭력적 혹은 선정적 상황을 묘사한 삽화가 없어도 시청자들은 관련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삽화나 재연이 사안의 본질을 흐려버릴 소지도 있습니다. 방송의 취지는 좋았지만, 이를 표현하는 기법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monitor_20180212_5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