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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구속, ‘오너 리스크’와 반기업 정서 호소하는 중앙일보
등록 2018.02.21 16:12
조회 346

13일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해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원이 신동빈 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2년 6개월의 형량이 선고하자 중앙일보는 ‘재계가 떨고 있다’면서 ‘반기업정서’ 운운하는 걱정을 늘어놓았습니다. 

 

최순실 중형에 가려진 신동빈 구속

최 씨에 대한 1심 판결은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 씨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모든 신문이 주요하게 보도했고, 신 회장 구속에 대해서는 중앙일보가 4건, 타 신문은 3건만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3건

3건

3건

4건

3건

3건

△ 롯데 신동빈 회장 재판 결과 관련 신문 보도량(2/14)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동빈 구속,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한겨레와 중앙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최순실 씨의 행태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이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행태를 비판하는 보도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14일 사설 안에서 신동빈 회장을 언급한 신문은 중앙일보와 한겨레뿐이었는데요. 그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국정 농단 ‘비선’ 최순실에 징역 20년 중형은 자업자득이다>(2/14 https://bit.ly/2Fes50E)에서 “다만 예상 밖으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은 이례적이다”라며 신 회장이 국정농단에 책임이 없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최순실 중형 선고, ‘국정농단’ 단죄 신호탄이다>(2/14 https://bit.ly/2olHvIr)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쪽에 직접 줄을 대 말까지 제공하는 등 죄질이 더 나빠 보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풀려난 것이 더 어색해 보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회장 구속 자체에 대해서는 별 문제없이 사실을 전하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소와 결과가 너무 다름을 지적한 것이죠. 

 

신 회장 구속에 ‘위기’ 강조한 중앙일보

특히 중앙일보는 신동빈 회장의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은 덮어두고, 도리어 ‘오너 리스크’를 강조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신동빈,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위기… 지배구조 변수>(2/14 함종선 기자 https://bit.ly/2FdeUgt)에선 “롯데그룹이 10조원 이상 투자한 해외 사업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라며 ‘오너 리스크’를 강조했습니다. “최고 의사 결정자의 부재는 대규모 인수합병(M&A)등이 수반되는 해외 사업에 치명적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해외 사업은 신 회장의 개인적인 현지 네트워크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라며 롯데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신 회장이 평창올림픽에 도움을 준 사실도 언급됐는데요. 중앙일보는 “2014년부터 대한스키협회장을 맡은 신 회장은 스키대표팀에 대대적 지원을 해왔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개막식 이후 계속 평창에 머물며 적극적으로 스포츠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재판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던 신 회장은 재판이 끝나면 다시 평창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롯데는 남은 올림픽 기간에는 스키협회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외에도 롯데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봤다는 사실까지 언급하면서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패닉에 빠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신동빈 회장 구속을 빌어 ‘움츠린 재계’도 강조

이어 중앙일보는 ‘재계가 움츠러들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중앙일보 <롯데 쇼크에 ‘기업 패싱’ 논란까지… 움츠러드는 재계>(2/14 김도년․윤정민 기자 https://bit.ly/2EUsub4)에선 “안 그래도 우울한 재계에 롯데 쇼크가 전해졌다”라며 보도를 시작했는데요. 

 

중앙 롯데쇼크.jpg

△ 신동빈 롯데 회장 구속으로 ‘재계가 움츠러들고 있다’는 중앙일보 (2/14)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의 “법원 판결을 존중하지만 롯데는 ‘사드 보복’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근 5년간 고용을 30%늘린 일자리 모범 기업” “신 회장의 공백이 롯데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와 같은 발언을 인용해 재벌 총수 구속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어 “안 그래도 사상 처음 국내에서 치러지는 겨울올림픽 와중에서도 ‘기업 패싱’ 논란이 나오던 판이었다”라며 한국 기업들이 홍보관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무려 “한국 기업들, 평창 겨울올림픽에 떨고 있다”

중앙일보는 19일에는 사설을 통해서 ‘움츠린 재계’를 강조했는데요. <사설/“한국 기업들, 평창 겨울올림픽에 떨고 있다”>(2/19 https://bit.ly/2EF5c5J)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중반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기업들이 올림픽을 통해 대거 홍보해왔지만, “국내 기업들은 위축된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그 이유를 “이런 낮은 자세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13일 롯데 신동빈 회장이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도 충격을 던졌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신 회장은 2014년부터 스키협회장을 맡아왔으며, 이번 겨울올림픽 기간 내내 평창에 머물 예정이었다. 또 5G 기술을 선보인 KT의 황창규 회장은 평창에서 홍보관을 개관하는 날, 압수수색을 당했다”라며 “이런 반기업 정서에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라고도 정리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사안의 책임을 ‘반기업 정서’에 물었는데요. 국내 기업들이 평창올림픽에 맞춰 홍보를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현 상황의 책임 역시 기업 총수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중앙일보가 언급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KT 황창규 회장 모두 뇌물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나왔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한 청탁을 지속해온 총수들의 단죄는 이뤄져야 할 일입니다.

 

롯데의 비명 전달한 조선일보․동아일보

중앙일보만큼은 아니었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롯데그룹의 ‘오너 리스크’를 전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 국제스키연맹 만찬 준비했는데… 법정 구속에 롯데 충격>(2/14 채성진․김충령 기자 https://bit.ly/2sHfGzS)에서 “참담합니다”라는 롯데 임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보도를 시작했는데요. “신 회장은 63번째 생일(14일)을 구치소에서 맞게 됐다”라면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나 정권 실세가 요구하는데 어느 기업이 무시할 수 있겠느냐” “이런 걸 뇌물로 판단한다면 기업이 정부를 도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와 같은 재계의 반응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아일보는 <롯데 “예상못한 상황 참담”… 지배구조 개선-글로벌사업 제동>(2/14 송충현 기자․장원재 특파원․신수정 기자 https://bit.ly/2BEhbSb)에서 “신 회장은 법정 구속된 다음 날인 14일 63번째 생일을 맞는다. 1955년 2월 14일생인 신 회장은 애초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원 평창에서 생일을 맞으려고 했다. 대한스키협회장이자 국제스키연맹(FIS) 집행위원인 신 회장은 올림픽 기간 알파인스키와 스키점프, 스노보드, 모굴 등 경기를 참관하고 선수들과 코치, 대회 관계자들을 격려할 계획이었다”라며 롯데 관계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에 이어 중앙일보도 ‘기업 패싱’이라며 뉴욕타임스 보도 인용 

최근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뉴욕타임스가 문재인 정부의 재계 홀대를 지적한 것처럼 느껴지게, 뉴욕타임스 기사의 맥락을 지워버리고 자사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인용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https://bit.ly/2EECvtr) 중앙일보도 ‘기업 패싱’을 이야기하면서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롯데 쇼크에 ‘기업 패싱’ 논란까지… 움츠러드는 재계>에서 “안 그래도 사상 처음 국내에서 치러지는 겨울올림픽 와중에서도 ‘기업 패싱(Passing)’ 논란이 나오던 판이었다”면서 중국의 알리바바 홍보관에 비해 삼성전자는 별도의 개관식도 생략하는 등 10곳이 홍보관을 열 자격이 있는 공식 파트너사인데, 그중 4곳만 홍보관을 차렸다고 걱정했습니다. 이런 걱정 끝에 “뉴욕타임스도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에선 최근 (최순실) 스캔들로 기업들이 올림픽 경기장을 기업 로고로 장식하는 일이 어색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지요.


<사설/“한국 기업들, 평창 겨울올림픽에 떨고 있다”>에서도 “올림픽을 통해 브랜드와 이미지를 널리 알려야 할 기업들이 왜 평창에서는 몸을 숨기고 조용하기만 한 걸까”라며 미국 뉴욕타임스도 “평창 올림픽에서 개최국 기업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인용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에 그런 문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변화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올림픽이라는 특수 이벤트에 한국의 대기업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보도입니다. 오히려 뉴욕타임스는 ‘삼성의 뇌물 수수 사건과 박근혜 게이트와의 유착관계가 밝혀지면서, 기업의 올림픽에서의 적극적인 후원, 마케팅이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다는 점’ 등을 ‘삼성이 과거에 비해 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게 된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으며, “평창 올림픽 유치 캠페인을 주도한 재계 관계자들이 금융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들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자신들의 ‘기업 패싱’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서 맥락과 다른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하며, 마치 뉴욕타임스마저 ‘기업 패싱’을 지적하며 같은 취지로 말한 인상을 주는 것은 문제입니다.

 
이재용 항소심의 모순 지적한 한겨레
신동빈 회장의 구속 사유는 대통령이 요구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입니다. 같은 사안인데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출소했기에, 형평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겨레와 경향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이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1면 보도인 <신동빈 실형사유와 같은데 이재용 항소심만 관대했다>(2/15 김민경 기자 https://bit.ly/2Hx2Wza)에서 “대통령의 요구로 뇌물을 건넨 두 재벌 총수의 운명이 엇갈렸다”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겁박에 의한 피해자’라는 점이 부각돼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신동빈 회장은 ‘손쉬운 특혜를 노인 범죄자’로 부각돼 법정 구속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뇌물죄와 정치․경제 권력을 바라보는 두 재판부의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났다”면서 두 재판부의 판결문을 비교했는데요. 이 부회장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로 옹호하는 문장이 반복돼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2심 재판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어느 기업인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한 대목이 상징적이라며 “그는 ‘어느 기업인이 대가 없는 뇌물을 주겠느냐’는 대중의 상식적인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재발 따라 갈린 ‘제3자 뇌물’… 부정청탁 잣대는 달랐다>(2/15 현소은 기자 https://bit.ly/2sIC1wW)에서도 두 재판의 차이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겨레처럼 강하게 비판하진 않았지만,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역시 두 재판의 차이점을 짚었습니다. 경향신문은 <“박근혜․이재용 독대 시점 따지다 ‘청탁 뇌물’ 놓친 재판부”>(2/15 이혜리 기자 https://bit.ly/2CvcEhD)에선 최순실 씨 재판과 이재용 항소심 재판 모두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경향신문은 기사 말미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 부회장이 상황은 거의 비슷한데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 의아하다”라는 한 판사 출신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한국일보도 두 재판의 차이점을 비교했는데요. 한국일보 <같은 혐의 이․신 ‘청탁 구체성’이 운명 갈라>(2/15 김현빈 기자 https://bit.ly/2onGRdM)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뇌물 혐의로 똑같이 2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 부회장은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반면 신 회장은 13일 법정 구속됐다. 공정성 논란까지 낳고 있는 두 대기업 총수 운명을 가른 법적 판단 기준은 뭘까”라고 시작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그럼에도 이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이유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고, 뇌물 액수도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라면서 이 부회장 항소심을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의 “삼성물산 합병 등 각종 현안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고, 이 부회장이 이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라는 판단과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 역시 언급됐으나 이를 비판하진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두 재판의 차이점을 비교했습니다. 그러나 비판한 지점은 한겨레와 반대됩니다. 조선일보는 <‘묵시적 청탁’ 놓고… 이재용 2심은 무죄, 신동빈은 유죄>(2/14 양은경 기자 https://bit.ly/2BGSPaz)에서 신 회장의 법정구속이 “일반적인 예상을 깬 부분”이라며 “결과를 가른 것은 ‘묵시적 청탁’인정 여부였다”라고 파악했는데요. “구체적 청탁이 없는데도 이심전심으로 ‘마음속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하는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대가 없는 뇌물’은 없다고 주장한 한겨레와 달리 조선일보는 ‘묵시적 청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인데요. 이재용 2심 재판에서만 ‘안종범 수첩’등의 증거가 채택되지 않았고, 뇌물죄의 특성상 구체적인 청탁 증거가 드러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일보의 주장이 설득력 있진 않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14일 ~ 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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