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8년 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 선정 사유 보고서

‘허위 소문 검증’ 빌미로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나선 MBN
등록 2018.03.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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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2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2월 ‘이달의 좋은 보도’는 MBC 스트레이트, 뉴스데스크, 시사인의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관련 안미현 검사 인터뷰’가 공동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사유 보고서 <놓칠 뻔 한 ‘채용 비리 근절’의 기회, 시사인‧MBC가 나섰다>(3/23 https://goo.gl/U7zZUE))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3월 27일(화) 오후 7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공덕동 110-22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이와 별개로 이달의 나쁜 보도 방송 부문에는 MBN <서지현 검사 “허위소문 차단해달라”>(2/1 김순철 기자)가 선정되었습니다. 아래는 2018년 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 심사 개요

나쁜 방송보도

‘허위 소문 검증’ 빌미로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나선

<서지현 검사 “허위소문 차단해달라”>

매체 : MBN, 기자 : 김순철 기자, 보도 일자 : 2월 1일

선정위원

김규명(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상임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2월 1일부터 28일까지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종합뉴스9>․<종합뉴스7>, 채널A <뉴스A>, MBN <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2월 ‘나쁜 방송 보도’, 취재 빌미로 2차 가해 나선 MBN 

선정 배경 MBN <서지현 검사 “허위소문 차단해달라”>(2/1)는 ‘언론이 절대 해서는 안 될 2차 가해성 보도’의 표본이라 할 만 하다. 제목만 보면 검찰 내부의 악의적 소문에 대한 서 검사 측 입장을 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 검사 측의 주장을 소개한 뒤 이 소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이를 은폐하려 한 조직 구조의 문제점을 지목한 상황에서, 피해자 개인과 관련한 소문의 진위 여부를 기자가 ‘검증’한다며 묻고 다녔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또한 취재 결과 역시 그런 소문이 일각에서 돌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 하는 부실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쯤 되면 사실상 기자가 취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킨 뒤 방송을 통해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지금도 수많은 미투 관련 문제 보도가 범람하고 있지만, 공공의 전파를 이용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방송사가 저녁종합뉴스에서 이 정도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는 보도를 내놓았다는 점. 이후 미투 운동 및 성폭력 보도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2차 가해성 보도의 ‘전형’을 일찌감치 확립했다는 측면 등에서 민언련은 MBN <서지현 검사 “허위소문 차단해달라”>를 2018년 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1월 29일 JTBC 인터뷰를 통해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보복 의혹을 제기한 이후,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사건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는 자신의 업무 능력과 성격에 대한 악의적 소문’이 돌면서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호소한 바 있다.

 

이러한 허위소문을 통한 2차 가해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속한 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되다가, 관련 언론 보도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더 큰 피해를 초래하곤 한다. 특히 언론이 2차 가해에 대한 경계나 우려 없이 그저 ‘이런 소문이 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할 경우,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허위소문 차단 호소 전한 뒤 곧바로 ‘소문 검증’ 나서
이런 측면에서 MBN <서지현 검사 “허위소문 차단해달라”>(2/1 김순철 기자 https://goo.gl/3a8UpT)는 ‘언론이 절대 해서는 안 될 2차 가해성 보도’의 표본이라 할 만 하다. 제목만 보면 검찰 내부의 악의적 소문에 대한 서 검사 측 입장을 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 검사 측의 주장을 소개한 뒤 이 소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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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를 둘러싼 허위 소문을 ‘검증’한다며
그 소문을 다시 유포한 MBN(2/1)

 

이를테면 기자는 먼저 “서 검사 측은 두 차례의 법무부 장관 표창과, 11차례의 검찰 우수 사례에 선정된 사실을 공개하며, 허위 소문을 차단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습니다.

 

서 검사의 폭로와 관련해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은 폭로다’, ‘정계에 입문하려는 의도’라는 소문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으나, 이 뒤에 곧바로 “MBN 취재 결과, 서 검사에 대한 업무 능력과 근무태도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라며 “한 검찰 관계자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업무 처리도 뛰어났다고 밝힌 반면, 다른 관계자는 여주지청 근무 당시 동료들 사이에서 성품과 복무 평가가 좋지만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라는 ‘황당한 취재 결과’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이를 은폐하려 한 조직 구조의 문제점을 지목한 상황에서, 피해자 개인과 관련한 소문의 진위 여부를 기자가 ‘검증’한다며 묻고 다녔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또한 취재 결과 역시 그런 소문이 일각에서 돌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 하는 부실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쯤 되면 사실상 기자가 취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킨 뒤 방송을 통해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성폭력 피해자의 성품이나 복무 평가, 외모 따위는 이 사안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 따라서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이런 소문도 있다’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2차 가해에 동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미투 관련 문제 보도가 범람하고 있지만, 공공의 전파를 이용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방송사가 저녁종합뉴스에서 이 정도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는 보도를 내놓았다는 점. 이후 미투 운동 및 성폭력 보도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2차 가해성 보도의 ‘전형’을 일찌감치 확립했다는 측면 등에서 민언련은 MBN <서지현 검사 “허위소문 차단해달라”>를 2018년 2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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