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페이스북 저널리즘의 문제 정립 필요
등록 2017.05.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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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페이스북 내 뉴스 소비의 특징과 페이스북 모니터링의 의의
지난 해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친 ‘의외의’ 매체는 페이스북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페이스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통시켰으며 그들이 만든 극우 세력에 구미에 맞는 가짜뉴스들이 트럼프를 결국 당선시켰다. 페이스북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부정하던 마크 주커버그 등의 페이스북 경영진도 미국 대선 이후 페이스북의 영향력에 대해 인정하고 페이스북 내 가짜뉴스를 단속하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내 뉴스의 데스킹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과 온라인 페이지의 게시권한을 제한하고 싶지 않은 페이스북 본사의 속내가 충돌하고 있어 모두가 안심하고 만족할만한 방법이 개발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페이스북 내의 뉴스 생태계를 감시해야만 한다. 많은 시민들이 페이스북을 ‘기존 뉴스를 그대로 올리는 곳’ 정도로 인지하지만 오히려 기성매체보다 더욱 엄격한 감시가 필요한 곳이 페이스북이다. 우선 페이스북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SNS서비스 중 하나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페이스북 내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길다. 때문에 지면에서 권력을 잃고 포털 등 온라인 공간에서 방황하던 주류 언론사들도 페이스북 게시물이라는 플랫폼에 맞춰 페이스북 내에서 뉴스를 출판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내에서 많은 뉴스가 유통되는 이유다.


그러나 페이스북 뉴스의 수요가 많은 이유는 페이스북의 이용자 숫자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매체 역시 사용인구가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국내에서 페이스북만큼 뉴스 포맷으로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페이스북 뉴스가 유독 인기가 많은 것은 페이스북의 게시물 형식과 무관하지 않다. 페이스북에서 뉴스 게시물은 공유하는 뉴스, 뉴스에 담는 짧은 말, 실시간 댓글이 하나의 게시물로 집약되어 구성된다. 핵심은 ‘여론’이다. ‘댓글’과 ‘공유’ 시스템이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세대에게 뉴스에 대한 실시간 여론까지 함께 소비하는 재미를 주는데, 페이스북의 포맷이 주요 SNS 중 이를 소비하기에 가장 편리하며 직관적이다. 바로 보여질 뿐 아니라, 댓글에 대한 댓글까지 묶어서 볼 수 있으며, 댓글로 이미지를 첨부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사진이 중심인 인스타그램, 단문이 중심인 트위터가 가질 수 없는 포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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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 페이스북 게시물의 예시. 페이스북 관리자가 쓴 기사 해설-기사 사진-기사제목-추천수가 높은 댓글이 한 눈에 들어온다.

 

페이스북 뉴스를 접한 대중들 사이에선 기사와 기사에 대한 반응을 하나의 콘텐츠로 묶어 소비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전통적인 매체가 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다. 페이스북이 뉴스 콘텐츠에 여론을 추가한 것은 페이스북의 인기를 불러왔지만 한편으론 수용자가 페이스북의 여론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형식을 고정시켰다. 비교적 쉽게 조작이 가능한 페이스북의 댓글창이 뉴스에 대한 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사의 내용을 비웃는 내용이 첫 댓글로 달리거나 댓글창에서 ‘대세’인 여론이 될 때에 사용자는 기사를 읽어보지 않은 채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된다. 페이스북 상의 언론 보도를 감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페이스북 내의 뉴스가 댓글의 여론에 의해 소비 방향이 바뀔 수 있으며, 그 여론이 쉽게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역시 여론을 형성하는 새로운 장으로서 페이스북 뉴스의 성향을 무겁게 인식하고 이번 대선 기간 동안 페이스북을 모니터했다.

 

Ⅱ. 연구대상과 방법
KBS, MBC, SBS, TV조선, 채널A, JTBC, MB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13개의 페이스북 공식 뉴스페이지를 대상으로 3월 20일부터 5월 9일 사이 월~토 총 42일간 올라온 게시물 19,710개를 수집해 분석했다(3월 25일과 5월 6일 제외).


모니터링 대상일 0시~23시 59분 사이 올라온 게시물을 익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수집하는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게시물 내용/첨부된 기사의 제목/링크를 기록해 대선보도와 비대선보도로 분류했다. 보고서에서 활용한 모든 수치는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한 수치이다.

 

Ⅲ. 언론사별 보도경향 분석
본 보고서에서는 언론사별 SNS 사용 경향에 대해 특징이 뚜렷한 언론사 위주로 간단히 소개한 뒤 4월 19일부터 5월 9일까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페이스북 대선 보도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언론사별 SNS 사용 경향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지 않은 이유는 언론사별로 페이스북 페이지 사용 경향이 크게 달라 통합적인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출판이 자유로운 매체인 만큼 언론사별로 하루 평균 게시물 개수, 게시 시간, 기사의 성격 등의 사용 방식이 매우 달랐으며, 전체 보도 중 대선보도 비율 역시 10%에서 42%까지 큰 격차를 보였다.


심층 분석 대상으로 4월 19일 이후부터 선거일까지의 조선일보, 중앙일보 페이스북을 선정한 것은 4월 19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중간평가토론회 시점까지 문제보도가 가장 많이 발견된 언론사가 이 두 곳이었기 때문이다.

 

1. 언론사별 SNS 사용 경향

 

  KBS MBC SBS TV조선 채널A JTBC MBN 방송사 소계
1주차 대선 게시글 9 0 29 6 11 10 18 83
2주차 대선 게시글 5 3 44 5 9 20 29 115
3주차 대선 게시글 10 6 79 5 10 57 31 198
4주차 대선 게시글 13 8 84 5 9 73 17 213
5주차 대선 게시글 40 15 106 12 29 74 19 300
6주차 대선 게시글 31 32 110 9 33 87 28 330
7주차 대선 게시글 36 33 93 11 28 64 9 274
8주차 대선 게시글 9 22 79 6 16 38 15 185
대선 게시글 소계 153 119 624 59 145 423 166 1,689
게시글 총계 1,159 1,063 2,752 382 468 972 1,001 7,797
하루 평균 대선 보도(건) 3.6 2.8 14.8 1.4 3.5 10 4  
대선 보도 비율 (%) 13.2 11.2 22.7 15.5 31 43.5 16.6  

△ 조사기간 3월 20일부터 4월 12일까지 7개 방송사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의 양. 
8주차의 경우 5월 8일(월)부터 5월 9일(화)까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언론사 소계
1주차 대선 게시글 28 82 19 36 27 15 207
2주차 대선 게시글 36 129 28 41 42 12 288
3주차 대선 게시글 62 211 33 70 66 14 456
4주차 대선 게시글 30 168 43 95 64 24 424
5주차 대선 게시글 69 209 67 89 80 37 551
6주차 대선 게시글 69 315 59 117 88 53 701
7주차 대선 게시글 70 276 66 122 91 41 666
8주차 대선 게시글 49 128 40 63 58 37 375
대선 게시글 소계 413 1,518 355 633 516 233 3,668
게시글 총계 1,786 4,786 1,438 1,681 1,366 856 11,913
하루 평균 대선 보도(건) 9.8 36.1 8.5 15 12.3 5.5  
대선 보도 비율 (%) 23.1 31.7 24.7 37.7 37.8 27.2  

△ 조사기간 3월 20일부터 5월 9일까지 6개 신문사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의 양. 
8주차의 경우 5월 8일(월)부터 5월 9일(화)까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가. 페이스북 활용도가 낮았던 매체
1) 대선보도에 소극적이었던 지상파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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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기간 3월 20일부터 5월 9일까지 MBC 페이스북에 올라온
 대선관련 게시물 개수 추이 ⓒ민주언론시민연합

 

일 평균 게시물은 KBS가 27.6건, MBC가 25.3건이었고 그 중 대선보도 게시물은 각각 3.6개, 2.8개였다. MBC의 경우 3월 20일부터 4월 22일까지는 전체보도의 4.3%에 해당하는 하루 평균 1.1개의 대선보도 게시물만을 올렸는데, 같은 기간 평균이었던 32.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다. 특히 3월 20일부터 30일까지는 아예 대선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3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사 프로그램 <100분토론>에서 MBC의 현실을 비판했던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조차 페이스북에서 언급하지 못한 것이다. 6주차(4월 24일~29일), 7주차(5월 1일~5일)에 일시적으로 게시물이 많아진 것처럼 보였지만 후보 TV토론회 다음날에 영상 클립을 몰아 올린 것이 집계된 것으로 MBC 자체 콘텐츠 양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KBS의 경우도 대선 보도량이 13.2%로 전체 언론사 평균인 27.2%의 절반 수준이다. 공영방송으로서 페이스북에서도 보다 더 적극적인 선거보도 전략을 취했어야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KBS 대선보도 콘텐츠의 경우 경선 현장, 유세 현장 생중계 관련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2) 페이스북 활용도 낮은 종편 - TV조선, 채널A
TV조선과 채널A는 모니터링 대상 언론사 중 구독자 숫자가 가장 적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활용도가 매우 낮고, 게시하는 콘텐츠 역시 페이스북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니터링 기간 동안 TV조선은 하루 평균 9.1개, 채널A는 하루 평균 11.1개의 게시물을 올렸고, 그 중 대선보도 게시물은 각각 하루 평균 1.4개와 3.5개였다. 전체 언론사 하루 평균 대선 보도 개수가 9.81개였음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두 언론사는 자사에서 전일 방송한 뉴스 화면을 큰 편집 없이 그대로 잘라내어 게시물에 그대로 올리곤 했다. 채널A의 경우 5월 7일, 8일 양일간 게시한 27개의 콘텐츠 중 자사 방송에서 내보낸 뉴스를 자른 영상이 아닌 콘텐츠가 2건에 불과했는데, 이 2건도 채널A 자체 콘텐츠가 아닌 동아일보 콘텐츠를 공유한 형태로 게시한 것이었다. TV조선은 15개의 게시물 콘텐츠가 모두 자사 뉴스 편집화면이었다. TV조선, 채널A에 대한 낮은 선호도 외에도 직관적으로 콘텐츠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이와 같은 형식으로 인해 구독자가 많이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따금 문제보도가 발견되어도 전일 뉴스화면에서 나온 그대로인데다 동영상 재생횟수가 천 단위에 그치는 등 전파력이 없어 페이스북 모니터링에서 따로 지적할 필요가 없었다.

 

3) 여론 참여도 낮은 MBN
MBN의 경우 꾸준히 게시물은 올라오지만 그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우선 댓글과 ‘좋아요’ 숫자가 적었다. 5월 9일에 올라온 게시물이 총 17건이었는데, 이 게시물 17개에 눌린 ‘좋아요’ 숫자가 모두 합쳐 160건, 댓글은 3건으로 사실상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으며 댓글이 아예 달리지 않은 게시물만 14건이었다. 5월 9일이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뉴스가 많은관심을 받았던 대통령선거일이었음을 감안하면 MBN 페이스북 페이지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떨어진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하루 평균 22.0개의 게시물을 올렸고 대선보도는 평균 3.4건이었다.


나. 페이스북 활용도가 높았던 매체
1) 구독자가 많은 SBS

SBS의 페이스북 구독자는 941,053명으로 13개 언론사 중 1위이다. 일평균 개시물 수가 65.5개로 중앙일보에 이어 전체 언론사 중 2위를 차지했다. 일평균 대선보도량은 14.8건으로 중앙일보, JTBC에 이은 3위다. 

 

2) 대선보도 비율 높은 JTBC
JTBC는 전체 보도 중 대선보도 비율이 43.5%로 가장 높은 회사였다. 방송사 중에선 독보적인 수치다. 대선 레이스 종반이었던 5월 1일~5월5일 주간에는 대선보도 비율이 약 52%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선 외 보도는 세월호 인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드 배치 등에 관한 보도가 채웠으며 연성보도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시민의 정치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충실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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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7일 자정 기준 각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우 숫자. SBS가 1위, 채널A가 꼴찌다.
ⓒ민주언론시민연합 

 

2. 중앙일보 페이스북 
1) 중앙일보 페이스북 따옴표 보도만 46.6%, 시민사회에 도움 안 돼

모니터링 기간 동안 중앙일보가 올린 게시물은 총 4,563개로 하루 평균 103.7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14.4분에 한 건씩을 올린 셈이다. 2위 SBS(평균 65.5개)에 비교해도 독보적인 수준이며, 대선보도 비중도 전체 언론사 중 4위로 JTBC, 한겨레, 경향에 이어 높다.


그러나 하루 평균 31.6개의 대선보도가 모두 양질의 대선보도로 채워지진 않았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의 경우 4월 19일부터 5월 5일까지 올린 800개의 게시물 중 373개가 특정인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따옴표 보도’로 채워졌는데 이는 해당기간 전체 대선보도 중 46.6%에 해당하는 수치다. 팩트체크 기사의 제목으로 쓰인 따옴표, 강조를 위한 따옴표, 실제 인물 발언이 아닌 민심 전달을 위한 따옴표 등은 제목에 따옴표가 있어도 집계에서 제외했다.


 취재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되어있는 현실에서 단순 보도량을 늘리려다보니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취재가 필요 없는 따옴표 보도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따옴표 보도의 해악을 생각하면 따옴표 보도까지 동원해가며 보도량을 늘리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한 예로, 3월 30일 선거보도 24건 중 7건이 정치인간 상호 비방을 담은 따옴표 보도였는데 이러한 게시물이 정치혐오를 유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선거보도양이 많다고 해서 시민사회에 무조건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① ‘문모닝’ 확성기 중앙일보… 박지원 따옴표 보도만 하루 5건(4월 3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의 따옴표 보도는 ‘문모닝’을 그대로 중계한다. ‘문모닝’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비꼰 말이다. 4월 3일에서 8일 사이 중앙일보에서 보도된 35건의 문재인 논란 게시물 중 9건이 박 대표의 말을 따옴표로 전달한 문 대통령 비방이다.


특히 4월 3일에는 자그마치 5건이나 박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따다 썼다. 같은 기사를 2번씩 올리기도 했다. 예를 들면 3일 <박지원, 선거법 위반 논란에 “文처럼 변명 안 해…달게 받을 것”>이란 기사를 각각 “법 위반이라면 위반 된 대로 달게 받으면 된다”(오후 3:04), “전 아들도 없지만 (문 대통령처럼) 그렇게 변명하지 않는다 #저격”(오후 3:15)이란 게시글을 달아서 11분 간격으로 두 번 올리는 식이다. 같은 날에는 <박지원 “문재인 보복 정치 이끌어, 친문 안희정 지지 의원 공천 협박”>이라는 박 대표 측 주장을 두 번 게시하기도 했다.

 

2) ‘문재인 의혹’ 기사는 중복 게시? 확인 안 된 의혹 기사 ‘물량 공세’
기사의 비중은 사건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뉴스의 경중에 맞게 지면에 실을 비중을 조정하는 것은 편집자의 의무 중 하나다. 그런데 중앙일보 페이스북에는 이 ‘경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의 물량공세가 많았다. 한정된 팩트로 많은 기사를 쓰려다보니 자연히 보도의 밀도가 떨어지는데 그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자신들이 주목하는 의혹이나 논의에 대해서는 게시물의 비중을 크게 할애하고, 그리고 같은 기사로도 여러개의 게시물을 올려서 노출도를 높이는 식이다.

 

① 4월 21일, ‘송민순 문건’ 논란 게시물 25%…홍준표 ‘돼지발정제’ 2건과 대조적

4월 21일 ‘송민순 문건’ 논란이 일어났을 때 중앙일보는 이날 올린 51개의 대선 게시물 중 13개를 논란 관련 뉴스로 채웠다. 그 중 4건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쪽지를 공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제목을 조금씩 달리해 만든 기사였다. 또 두 건의 기사는 다른 멘트를 달아 두 번 반복해 올리기도 했는데, “문재인 VS 송민순, 팽팽하게 맞서있는 세가지 논점은(4/21)”과 “"문재인 또 거짓말 하느냐"… '송민순 쪽지'에 후보들 공세(4/21)”라는 기사였다. 결국 이날 중앙일보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송민순 문건’ 관련 13건의 기사 중 5건은 ‘뻥튀기’된 기사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 이슈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돼지 발정제’ 논란이 논란 첫날(4/20) 2건밖에 보도되지 않은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돼지발정제’ 논란 이튿날인 4월 21일 중앙일보는 해당 논란을 3건 보도했다. ‘송민순 문건’은 논란 이튿날인 22일에도 9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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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0~4/22간 중앙일보 페이스북 내
송민순 문건과 돼지발정제 논란 관련 게시글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안보문제에 예민한 중앙일보가 ‘송민순 문건’ 논란을 무겁게 인식한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자사의 인식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건의 경중을 ‘부풀려’ 전달하는 정도라면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② 문재인 아들 의혹(4월 5일)
중앙일보는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주요 언론사 페이스북에 올라온 ‘문재인 아들’ 의혹 보도 총 48건 중 31건을 혼자 보도했다. 논란에 불이 붙기 전이던 3월 20일부터 4월 1일 사이엔 전체 17건 중 12건을 중앙일보 혼자 쓰며 군불을 지폈다. 12건 중 ‘팩트체크’ 기사는 1건 뿐이고 나머지 11건은 추가 취재 없이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파편보도, 따옴표 보도였다. 특히 사실 검증 없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촌평’을 따옴표로 달아 올리는 식의 ‘변두리’ 보도가 많았다.


4월 5일에는 ‘문재인 아들 의혹’ 게시물만 5건 올렸다. 올린 순서대로 의혹제기를 그대로 받아 적은 <심재철 “文 아들 응시원서 필적감정 해보니...위조 가능성”>, 문 대통령 측 해명기사였던 <문재인 측 “채용 원서 귀걸이 사진, 젊은이 개성 표현”>, 그에 대한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조롱 섞인 반응을 각각 전달하는 <“귀걸이 이력서, 요즘 친구들 다 그렇다고? 취업 걱정 알고 하는 소린가”>, <文 아들 ‘귀걸이 이력서’ 요즘 애들 다 그래?…“귀걸이 이력서 사용한 청년 찾습니다”>다. 문 대통령 아들 의혹에 대해 파헤쳐 전달하기보다 정치인들 사이의 자극적인 설전을 전달하는 데 페이스북 지면을 빌려준 것이다. 의혹을 검증하려하기보다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시도처럼 보인다.


새로운 ‘팩트’가 발견되지 않자 가십성 보도로 보도 숫자를 채우기도 했다. 이날 올라온 기사 중 가장 문제가 되었던 기사는 마지막에 올라왔던 <문재인 아들 ‘동상’ 수상한 LG 공모전 영상 눈길>이다. “란닝구 열연...”이라는 황당한 멘트와 함께 올라온 이 기사에는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가 대학시절 공모전 영상에 출연한 모습이 등장한다. ‘문재인 아들’에 대한 페이스북 이용층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찌라시성’ 기사에 공인이 아닌 문 대통령의 아들과 아들 대학 동기들의 얼굴까지 노출됐다. 


반면 안철수 전 후보의 의혹이 제기된 4월 6일에는 완전히 양상이 달랐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안철수 후보의 ‘조폭 경선 연루설’ 진위 여부에 대한 취재기사는 없이 안 전 후보 측의 ‘어이없다’는 반응을 담은 기사만 연달아 내놓았다. “....내가?”라는 글과 함께 <안철수 “내가 조폭과 관련? 검증은 좋다만 제대로”>, <신지호 “안철수 조폭 논란? 조폭은 국민 아닙니까”>, “실소를 금치 못한다”는 글과 함께 <국민의당 “조폭 운운하는 文 캠프, 네거티브를 해도 좀...”>는 기사를 게시하는 식이었다. 이날 올라온 안철수 ‘조폭설’ 게시물이 총 8건인데 그 중 6건은 이처럼 안 전 후보 측의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그대로 전달했다. 


이런 태도에선 문 대통령의 아들 논란에 ‘장작을 넣던’ 중앙일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 아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듯 ‘란닝구’ 패션 사진에 지인 블로그, 페이스북 게시물까지 가져오며 문 대통령 아들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던 중앙일보다. 심지어 바로 다음날(4월 7일) 문 대통령 아들을 ‘뭔가 해낼 친구’라고 칭찬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가져오면서도 “논란이 된 ‘뭔가 해낼 친구’”라며 여전히 조롱을 멈추지 않기도 했다. 반면 안철수 전 후보에겐 취재에 나서기도 전에 어처구니 없어하는 후보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식의 보도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의 의혹에 대해 추가취재 없이 따옴표 보도 등의 ‘변두리’ 보도를 반복하며 의혹을 확대·재생산했다. 홍 전 후보의 ‘돼지발정제’ 논란이나 안 전 후보의 ‘조폭 논란’ 등에 대해선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중앙일보가 유독 문 대통령 관련 논란에 대해서만 논란의 변두리를 맴도는 보도만을 내보낼지라도 ‘언급량’을 올리려 시도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은 아쉽다. 뉴스 수용자가 뉴스의 비중으로 뉴스의 경중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확인되지 않은 논란에 대한 ‘변두리 보도’는 여론 조작 시도에 가깝다.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논란에 대해 현 시점에서의 ‘반응’ 보도를 하는 것은 가십으로 이슈를 소비하는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이런 태도로 언론이 후보 검증에 임해선 안 된다. 특히 인터넷 여론은 특성상 글이 누적되면 자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꾸준한 비판적 감시가 필요하다.

 

3. 조선일보 페이스북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지면 기사 뿐 아니라 온라인용 기사, 디지털미디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게시하는데, 이 게시물의 내용이 문제있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지기는 극우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유저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주로 게시한다. 여성·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정서를 ‘코드’로 사용하고, 전교조 교사를 비방하며 노동운동을 ‘귀족노조’라고 비방하는 식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뿐 아니라 해외 토픽을 선정할 때도 그렇다. 인도에서 태어난 기형아 이야기, 엽기적인 사건 사고, 선정적인 기사를 골라 전시한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이러한 기사 선정은 조선일보 페이스북 관리자가 극우세력의 정서 그 자체를 공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댓글 등에서 ‘일간베스트’만의 유행어를 은밀히 사용하는 등 극우성향 네티즌들에게 지속적으로 ‘시그널’을 발신하기도 한다. 자연히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극우세력들이 모여든다. 조선일보 온라인 페이지와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이들을 위한 날조 콘텐츠를 만들고, 이들을 통해 유통시키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를 방치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1) 날조 콘텐츠 게시
① ‘가짜 팩트체크’를 직관적으로 게시

조선일보판 ‘팩트체크’는 조선일보 페이스북에서 ‘보기 좋게’ 유통된다. 기사의 대표이미지와 기사 제목이 하단에 나오고, 상단에는 ‘사실’, ‘사실 아님’ 등의 명료한 문장이 팩트체크의 결과를 알려준다. 하지만 이 팩트체크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일부만 사실’이라는 애매한 판정기준이 문제다. ‘일부만 사실’을 만들기 위해 팩트체크 명제에 ‘사실’인 명제를 끼워넣는다. 한 예로, 4월 25일 올라왔던 조선일보 팩트체크 기사의 제목은 <홍준표 “노 대통령이 간첩단 수사 국정원장 사퇴, 문이 수사 축소...위키리크스에 나와”>(4/25)였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에서 팩트체크 대상으로 삼은 명제는 두 가지였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정원장을 사퇴시켰다’와 ‘문 대통령이 일심회 사건 수사 중단시킨 것이 외교전문에도 나와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중 후자는 사실이 아니지만 전자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 의혹을 ‘일부만 사실’로 결론지었다. 전체 발언을 ‘타당한 것’으로 호도하려는 시도다.


타 언론사의 경우 홍 전 후보 발언에서 검증이 필요한 명제를 두 가지로 좁혔다. 첫째는 ‘문 대통령 세력이 연루되어있기 때문에 수사가 축소된’ 것인지, 둘째는 ‘문 대통령이 당시 수사 축소에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문 대통령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면 그 두 가지 의혹을 살펴보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정원장을 (일심회 사건 수사를 이유로) 사퇴시켰다’는 문제의 핵심에서 빗겨난 명제를 들고 온다. 그리고 이를 졸속으로 검증한다. 위키리크스 문건에서 그렇게 언급하고 있으며, 익명의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측근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카더라’가 검증의 전부다. 타 언론사에서 위키리크스 공개 문건이 당시 정치권에서 도는 소문을 종합한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기에 검증으로서 부족하다고 결론지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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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후보가 제기한 ‘일심회 의혹’을 
‘일부만 사실’이라고 게재한 조선일보 페이스북(4/25)

 

조선일보는 ‘일부만 사실’이라는 판정결과를 달아 이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든지 자의적인 팩트체크가 가능하다. <홍준표, 빨간 넥타이 매고 “ 문이 수사 축소..위키리크스에 나와”>라는 제목을 쓴 뒤, 홍 전 후보가 빨간 넥타이를 맨 것은 사실이니 ‘일부만 사실’이라고 할 수도 있다. 홍 전 후보 발언의 요지는, ‘문재인 후보가 일심회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있었다’, 혹은 ‘문재인 후보가 사건 축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이 틀렸다면 이 의혹은 그냥 그 자체로 ‘거짓’으로 분류했어야 했다.


이 게시물을 접한 사람은 <홍준표 “노 대통령이 간첩단 수사 국정원장 사퇴, 문이 수사 축소..위키리크스에 나와”>중 ‘일부는 사실’이라는 식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가짜 팩트체킹’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페이스북에서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거짓’, ‘사실’ 등의 짧은 판단결과가 직관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이를 활용해 문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으로 분류하고 홍 전 후보의 발언은 ‘일부만 사실’이라고 분류해 유권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거짓말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홍 전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조선일보 팩트체크 결과를 인용해 자신의 ‘순수성’을 뽐내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직접 작성한 날조 팩트체크가 보수 세력 내에서 유통되는 방식은 지난 모니터링 보고서 <조선일보의 팩트체크의 ‘일부만 사실’은 ‘사실 아님’이나 매한가지>(4/28)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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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후보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조선일보의 팩트체크 통계를 근거로 문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② 홍준표의 ‘꿀잼 지구과학 특강’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콘텐츠 역시 편파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5월 3일 게시된 “[Video C] 홍준표 강사의 지구과학 특강.kkuljamdrip”(https://www.facebook.com/chosun/videos/10155317935643118/)라는 동영상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영상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일 토론회에서 유포한 ‘녹조 궤변’을 ‘준표의 지구과학 강의’라고 재구성한 것이다.


영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홍 전 후보가 한 수 가르쳐준다는 식이다. 영상에는 따끔한 훈계를 잊지 않는 ‘홍 강사’가 등장한다. 홍 강사는 ‘수강생 문재인’에게 녹조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수강생이 반박하자 답답해하며 수강생이 ‘잘못 알고 있는 사안’을 바로잡아준다. 그러나 이 내용은 사실 홍 전 후보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장면을 문 대통령을 가르치는 장면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명백한 ‘가짜뉴스’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영상은 홍 전 후보의 궤변, ‘전문지식’이 진짜인 것처럼,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홍 전 후보가 문 대통령의 무지를 타일러 가르쳤다는 식으로 그렸다. ‘이번 토론에서도 따끔한 훈계를 잊지 않는 홍강사’, ‘수강생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하는 녹조 박사’라는 자막으로 홍 전 후보를 표현하고, 문 대통령은 ‘반발하는 수강생’이라는 자막으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이 ‘물이 고여서 그렇다’고 녹조 원인에 대한 정답을 이야기할 때, 이것이 틀렸다며 가르치려드는 홍 전 후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오는 자막은 ‘어디서 반발이야’와 ‘이건 아니?’다. 이 자막들은 홍 전 후보가 잘못된 생각을 하는 문 대통령을 꾸짖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시각을 반영한다.
같은 영상에서 지구과학 강의에 이어 등장하는 ‘정치외교 강의’를 보면 이 콘텐츠의 타깃층이 누구인지가 분명해진다. 영상은 “북한 정권은 적폐입니까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적폐입니다”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주입식 교육의 결과’라는 자막을 달고, 문 대통령을 가르치는 홍 전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한다.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줘야겠니?”라는 자막과 홍 전 후보가 답답해할 것이라는 듯 ‘열 내는’ 이미지를 합성해 문 대통령이 홍 전 후보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주기도 했다. ‘북한의 위협’, ‘안보’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이 황당한 영상은 조선일보가 자체 제작해 제작한 기자의 바이라인까지 달아 내보낸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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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게시된 조선일보 자체 제작 동영상 
“[Video C] 홍준표 강사의 지구과학 특강” 화면 갈무리

 

2) 문재인에게 불리한 여론 조성하기
① ‘#문재인 치매루머’라는 태그 달고 기사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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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온라인판 기사(4/13) 해시태그가 문재인 치매 루머이다.

 

 4월 13일 대선주자들의 TV토론에 대해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올린 게시물은 2개였다. 하나는 조선일보의 주 관심사인 ‘안보’에 관한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문 대통령의 ‘말실수’를 부각시킨 기사였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기사의 해쉬태그를 ‘문재인 치매 루머’라고 달았다. 또 ‘3D프린터 논란’이라는 태그도 함께 달았는데 다소 엉뚱했던 이 논란 역시 이 ‘치매’ 루머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말실수 기사에 ‘치매’라는 태그를 달며 조선일보는 보수 진영이 문재인의 말실수를 어떤 이미지로 유통시키고자 하는지 스스로 보여줬다. 그리고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이 기사를 게시하자, 구독자들은 조선일보의 취지에 호응해 문 대통령의 ‘치매설’을 재미있는 놀잇감으로 여기는 듯한 댓글을 달았다.


결국 이렇게 구성된 ‘치매’에 대한 이미지는 문 후보를 비방하는 이미지로 효과적으로 쓰였다. 6일 뒤 조선일보는 ‘치매’에 관한 기사를 게시했는데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 ‘좋아요’가 많은 댓글은 문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댓글들이다. 악의적인 루머를 자신들의 ‘유머 코드’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극우세력이 유통하려는 왜곡된 이미지에 조선일보가 힘을 실어주고, 또 그에 힘을 얻은 극우세력이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화답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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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치매 루머’를 해쉬태그로 달았던 기사의 댓글창(좌)과 
약 1주일 뒤 게시된 치매 관련 기사의 댓글창(우)

 

조선일보 페이스북 관리 책임자였던 김주민 조선일보 소셜미디어 팀장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 <“딱딱한 신문 맛보기 편하게…감독 겸 선수로 뛰고 있어”>(4/5)에서 자신과 팀원들이 매 순간 하는 일이 “딱딱한 신문을 맛보기 편하도록 최대한 연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마케팅에는 성공했다. 전체 언론사 중 세 번째로 많은 팔로워(585,074명)를 확보했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지금 조선일보가 매일 올리는 콘텐츠들이 시민들이 ‘맛보기 편하도록’ 만드는 콘텐츠라고 해석하는 것은 순진하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쉬워지겠다’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혐오를 유머로 소비하고자 하는 세력들에 편승한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Ⅳ. 결론
페이스북 저널리즘의 문제 – 보도 자체보다 보도 태도에 있어

오늘날 페이스북은 시민이 뉴스를 접하는 창구로서 역할이 매우 크지만 이에 대한 운영 원칙이 분명히 정해져있지 않다. 미디어 비평, 언론 감시의 사각지대인 온라인에서 조선일보 페이스북 지기와 같이 최소한의 윤리도 저버리고 ‘조회수’를 위해 일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가벼운 유머 공간’인 페이스북에서 지면에서 보여주던 수준의 책임감을 완전히 놓아버린 것이다.


페이스북 저널리즘은 과도기에 있다. SBS 뉴스 페이지를 팔로우하는 계정이 941,053만 개일 정도로 새로운 저널리즘 매체로서 각광 받고 있지만 ‘사건 사고’도 많다. 5월 12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임명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 기사를 게시하고 직접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삭제하며 물의를 빚었다. 일을 더 키운 것은 중앙일보 측의 해명이었는데, 페이스북 계정 로그인 권한을 가진 직원이 자신의 아이디로 달려던 댓글을 잘못 달았다는 것이다. 첫 댓글이나 ‘냉철해 보이는’ 촌평이 담긴 댓글에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 페이스북의 특성상 시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일보 직원이 첫 댓글을 달아왔던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을 보내는 시민도 있다. 사건 자체는 중앙일보의 해명대로 페이스북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생긴 ‘불운한 사고’일 확률도 적지 않지만 이 사건에 대한 시민의 민감한 반응에선 페이스북 저널리즘에 대한 수용자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읽을 수 있다. 페이스북 저널리즘에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도 여론 조작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불신은 깊다는 점이다.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을 단순 홍보 창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때문에 페이스북의 관리를 위해 로그인 권한을 남발하거나, 저널리즘에 대한 기본 교육이 되어있지 않은 직원에게 페이스북 관리를 맡기는 일도 있다. 전자는 편집권과는 다르지만 뉴스 접근권을 준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후자는 보도 윤리를 갖추지 않은 태도로 기사 선정, 게시물 구성과 댓글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KBS 페이스북의 경우 군대 내 동성애 규제로 인한 인권침해를 다룬 뉴스에서 ‘우웩’ 등의 댓글을 달며 공영방송의 태도와 걸맞지 않은 행태를 보여주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페이지 관리자가 페이스북 콘텐츠를 저널리즘의 일부로 무겁게 인식하고 주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때문에 언론사에서는 페이스북을 운영할 때에의 편집 원칙을 정립하고 페이스북 콘텐츠에 대해서도 데스킹을 강화해야 한다. 책임자와 편집권자를 분명히 내세우고 ‘애드립’보다는 뉴스를 공정하게 전달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시민을 위해서 페이스북 페이지의 ‘재미’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야만 한다. 뉴스를 전달하며 쓰는 멘트, 인용하는 사진, 가장 처음에 달린 댓글라는 세 요소가 뉴스의 ‘첫 인상’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를 통해 여론을 좌우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시민이 준 신뢰도를 빌미삼아 함량 미달의 거짓 뉴스를 전하는 꼴을 면할 수 없다. 보다 책임감 있는 페이스북 운영이 필요하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3월 20일~5월 9일 KBS, MBC, SBS, TV조선, 채널A, JTBC, MB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13개 주요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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