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북풍VS민생’? 정치권 슬로건 그대로 가져다 북풍이 웬말인가
등록 2018.06.12 13:31
조회 258

○ 모니터 기간 : 2018년 6월 4일(월)~6월 9일(토)

○ 모니터 대상 : 부산일보, 국제신문 (*경남은 경남도지사 선거만 포함)

 

선거를 코앞에 둔 6월 첫 주, 지역신문은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내고, 각 캠프가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싣는 등 판세보도에 무게를 두었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 각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과 공약을 정리해주는 기획이 나올 만한데 그런 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북풍 VS 민생’ 정치권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판세보도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정치권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썼다는 점이다. 국제신문은 6월 4일 3면에서 부산선거 3대 관전 포인트라며 <⓵민주당시대 열릴까 ⓶샤이보수 얼마나 ⓷북풍-민생 대결>을 썼다. 더불어민주당이 평화마케팅, 자유한국당이 민생 경제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을 그대로 반복해 ‘북풍과 민생의 대결’이라고 한 것이다. 후보 선거캠프에서 자신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선택한 프레임을 비판 없이 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론은 정당과 후보가 정말 그 슬로건에 어울리는 정책과 실력과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서 보도해야 한다. 게다가 국제신문은 더불어민주당의 평화 슬로건에 대해서는 ‘북풍’이라고 재프레임했다. ‘북풍’은 이제까지 선거에서 주로 보수정당이 안보 불안을 조장해 표를 지켰던 선거 전략적 용어이다. 말 그대로 바람일 뿐 꼭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다. 현재 한반도 평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치권의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다가 ‘북풍’이란 이름으로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이다.

 

스크린샷 2018-06-12 오후 1.29.35.png

[국제신문 6월 4일 3면 기사]

 

부산일보도 6월 4일 1면에 <문재인, 북미만 있을 뿐···PK선거는 5無(무) 선거>라고 썼다. 야권단일화, 선거 열기, 정책대결, 중앙당 지원 효과, 연예인 동원이 없는 선거라는 것이다. 이 기사는 ‘선거만큼 재미있는 게임도 없’고 ‘그 어떤 싸움도 선거에 비교할 바 못’되는데 유독 이번에는 ‘투표일이 9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선거가 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라며 앞서 짚은 다섯 가지가 없는 데 대해 아쉬운 듯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는 조기에 굳어진 선거 판세와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풍(北風)이 부·울·경 선거를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스크린샷 2018-06-12 오후 1.29.44.png

[부산일보 6월 4일 1면 구성]

 

이 기사 제목 아래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만난 사진을 실어서, 북-미 두 대표자의 만남의 의미가 ‘PK 5無(무) 선거의 원인’으로 축소되는 인상을 주었다.

 

5無(무)의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없다고 지적한 다섯 가지’가 모두 선거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더구나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화해 무드는 안보 불안 해소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조명하고 향후 이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굳혀갈 것인지 살펴볼 수도 있는데 굳이 선거와 연결하여 <문재인, 북미만 있을 뿐···PK선거는 5無(무) 선거>라는 부정적인 헤드라인을 1면 탑 기사로 내건 것은 편향적이다.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미회담은 그 자체로 분석하고 의미를 찾아볼 만한 이슈이고, 6.13지방선거보도에서 따져볼 만한 지역이슈도 분명 있는데, 두 사안을 연결시켜 부정적인 제목을 단 것은 지역언론으로서 무책임한 보도 태도이다.

 

‘힘있는여당 VS 당보다인물’

기초단체장 판세보도에서 반복되는 프레임

더불어민주당을 ‘힘있는 여당’이나 ‘바람’으로, 자유한국당을 ‘바닥민심’, ‘민생’으로 대비하는 프레임은 기초단체장 선거 보도에서도 이어진다. 국제신문은 연제구청장 선거를 다룬 기사 <“이번엔 바꾸자”- “생활밀착형지지”-지역 잘 알아야“>(6/5, 8면)에서 ‘민주당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바람을 타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고 하고,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자가 ”생활밀착형 공약을 제시한 이 후보를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구청장 선거를 다룬 기사 <“힘있는 여당 후보 선택”··· 당보다 인물보고 찍겠다“>(6/6, 5면)에서는 ‘한국당 최 후보 측은 여당의 바람몰이가 강하지만, 결국 지역 기반이 탄탄한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부산일보 역시 연제구청장 선거를 다룬 기사 <공천 파동에 민주 ‘지각’ 출발, 한국 ‘분열’··· 만만찮은 무소속>(6/5, 4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 측에선 전국적으로 높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김해영 의원의 후광이 이번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 ‘(자유한국당) 이해동 후보는 연제구에서 구의원 4년과 시의원 16년 등 20년의 풍부한 지방의원 의정활동 경험이 장점’이라고 서술했다.

 

기초단체장 후보를 소개하거나 판세를 전망할 때 어느 구라 할 것 없이 더불어민주당은 바람, 자유한국당은 인물과 경륜으로 강점을 대비시키는 패턴이 반복적이다. 다소 안일한 관습은 아닐까. 바람에 기댄 후보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해 온 인물인지, 경륜이 있다는 후보의 구체적 성과는 무엇인지 짚어주는 보도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의 한계를 쓰면서도

여당 견제세력으로 계속 등장시켜

‘보수 결집’을 사용한 기사 제목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3건 있었다. <오거돈 강세 지속··· 가덕신공항보다 보수결집이 변수>(국제신문 6/5 3면>, <홍준표 유세 중단, 부산 보수결집 물꼬 트나>(국제신문 6/5 8면>, <궁지에 몰린 보수 재결집하나>(부산일보 6/5 5면)였다. 이 기사는 새로운 상황을 서술한다기보다 숨은 보수표가 얼마나 있을지 짐작하는 기사로 저번 주와 다른 내용이 없었다.

 

국제신문은 6월 8일 <보수, 폭망하고 나면…>이라는 칼럼을 냈다. 이 칼럼은 ‘평화이슈의 바람이 보수진영을 완전히 덮쳐’버려서 ‘이번 지방선거는 보수의 무덤’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여당이 압승한다면 ‘견제 세력 없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번 기회에 보수를 재정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 지도부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폭망하더라도 2년 뒤에 있을 2020 총선에서는 보수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충고로 마무리한다.

 

지역 신문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시소의 양 끝에 올려놓고 선거의 대결 구도를 짠다. 그러다보니 늘상 보수텃밭 ‘수성’이나 ‘탈환’이냐 하는 전쟁용어를 인용하여 두 정당의 세력전으로 판세를 보고, 중심에 끼지 못하는 정당에게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이 칼럼은 보수가 ‘무덤’으로 갈 만한 이런 상황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하면서도, 다시금 여당의 견제세력으로서 역할을 부여한다.

 

지역신문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시소 양 끝에 올려놓고 선거의 대결 구도를 짠다. 그러다보니 늘상 ‘보수텃밭 수성’이냐 ‘탈환’이냐 하는 전쟁용어를 인용하여 두 정당의 세력전에 주목한다. 그 결과 양당 구도에 맞지 않는 정당에게는 그만큼 관심을 주지 못하기도 했다. 선거의 주인공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 칼럼은 보수가 ‘무덤’을 자초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자유한국당에게 다시금 여당 견제세력이라는 역할을 부여한다. 양강 구도에서 정작 견제자의 자격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 칼럼의 주문처럼 폭망해도 퇴장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양강 구도 이상의 열린 프레임은 없는지, 더 건강하고 적절한 견제세력은 없는지 찾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공약평가 시기적절했으나 보도 태도 신경써야

국제신문은 매니페스토 교수평가단의 광역단체장 공약 평가를 실었다. 선거가 임박한 만큼 시기적절한 기획이었다. 그러나 보도태도가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6월 7일 1면에 <부울경 ‘묻지마 공약들’ 재원 대책 없이 쏟아내>라고 비판하는 헤드라인을 선택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이 대체로 방대하거나 알맹이가 없고 재원마련 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요약했다. 평가단장의 말을 인용하면서는 ‘특히 모 후보의 공약은 총 재원이 수십 조에 이르러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비판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 어느 후보의 공약이었는지 밝혀주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제목이 ‘부울경 묻지마 공약들’로 전부를 포괄하고 있는데다 대표적으로 허황된 공약은 누구 것인지 알려주지 않아 정치혐오가 우려된다. ‘유일하게 준비가 잘 된 후보’로 울산시장 선거에 나선 김기현 후보를 꼽은 것처럼, 부실했던 후보도 이름을 밝혀 옥석을 가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표가 임박한 시기인 만큼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긍정적 평가를 받은 공약에 집중하고, 선거 이후에도 약속한 정책이 잘 지켜지기 위해서 시민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길 바란다.

 

집중보도했던 지역현안을 선거 정책으로 연결시켜

부산일보는 <‘상생 전포카페거리’ 시장, 구청장 후보 한목소리>(6/7, 2면)과 <낙동강 물 오염 “이대로 안돼” 거센 파장>(6/8, 1면)을 냈다. 부산일보는 5월 30일 1면 탑 기사로 <전포카페거리서 카페가 쫓겨난다>를 내고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둥지 내몰림 현상을 썼다. 전포 카페거리를 찾아 르포를 쓰고 앞서 같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은 서울 성동구의 사례도 전했다. 언론에서 지자체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응답했다. 낙동강 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역언론이 현안으로 주목했던 문제를 선거 시기 정책으로 연결한 좋은 사례로 꼽는다. 낙동강 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발간본]신문_6월1주.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