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싱가포르 국력이 저것밖에는 안 되니까’ TV조선 패널의 무리수
등록 2018.06.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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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첫 일정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대담이었습니다. 방송사들은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호위 속에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비춰주며 현지 분위기를 앞 다투어 전했습니다. TV조선 역시 저녁종합뉴스 뉴스7 <막오른 세기의 핵담판>(6/10 http://bitly.kr/eSTY) 보도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위해 이동하는 김정은 위원장 차량 모습을 보여주며, 패널과 함께 이번 회담 관련 대화를 나눴습니다. 구성상으로는 특별할 것 없던 보도였던 셈입니다. 


그러나 위 보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명백한 문제 보도입니다. 해당 보도에 TV조선이 초청한 패널은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이었습니다. 이 중 김정봉 석좌교수는 싱가포르측이 김정은 위원장 일행에 제공한 의전 수준을 거론하며 “초라한 모습”이라 평가한 뒤, 곧바로 “그런데 싱가포르의 국력이 저것밖에는 안 되니까. 저 정도 모습이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이고요”라는 평가를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의 이러한 문제 발언 직후 앵커 역시 별다른 지적 없이 “아. 그렇군요”라고 호응했습니다. 

 

앵커 : 지금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의 모습인데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숙소에서 김여정과 함께 출발하는 모습, 현장 모습을 직접 보고 계신 상황입니다. 북한이 160억 원 가까이 부담을 싱가포르 총리가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저 정도의 규모, 저 정도의 의전차량, 또 경호차량, 이런 모습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상당히 제대로 해 주고 있는 모습은 아닙니까?

 

김정봉 유연대 석좌교수 :  싱가포르 국력을 동원해서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지난번에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에 비하면 아주 초라한 모습이죠. 그런데 싱가포르의 국력이 저것밖에는 안 되니까. 저 정도 모습이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이고요. 문제는 싱가포르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일부는 북한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그랬는데. 과연 북한이 돈을 낼지 어디 두고 봐야 되겠습니다.

 

앵커 : 아 그렇군요.

△ TV조선 <막오른 세기의 핵담판> 스크립트 일부(6/10)

 

김 교수의 ‘국력이 저것밖에 안 되니까’ 발언은 싱가포르를 ‘노력해봤자 초라한 의전밖에 제공할 수 없는 국력의 나라’로 폄훼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절 윤리적 수준 제31조(문화의 다양성 존중) “방송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인류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특정 인종, 민족, 국가 등에 관한 편견을 조장하여서는 아니되며, 특히 타민족이나 타문화 등을 모독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을 다루어서는 아니된다”를 위반한 것입니다. 


‘의전 수준과 국력’을 비교하는 발언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긴 하지만, 실제 국력 여부를 따져 봐도 김 교수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2018 IMF 기준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6만 1,766달러로 세계 10위입니다. 같은 시기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2,774달러로 세계 29위입니다.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아시아 파워 인덱스 2018’는 경제적 자원,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 문화적 영향력 등을 종합 평가한 것으로, 여기에서도 싱가포르는 8위를 기록해 한국(7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담을 앞두고 의전 수준에 대한 평가, 분석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특정 국가를 근거 없이 폄훼하는 발언이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저녁종합뉴스 보도에서 이뤄진 일이라면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N 뉴스와이드 방송 패널로 출연한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중국인 비하 표현을 ‘진행자의 제지 및 해당 출연자의 사과가 즉각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문제없음’ 의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 간 회담 개최국에 대한 폄훼 발언을 하고도 제지나 사과가 일체 이뤄지지 않은 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심의 결과가 나올까요? 지켜 볼 일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6월 10일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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