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제주 실종 사건’으로 ‘잔혹 소설’ 쓴 TV조선‧채널A
등록 2018.08.03 16:57
조회 1431

7월 25일, 제주시에서 가족과 함께 캠핑하던 30대 여성 최 모 씨가 실종되었습니다. 실종 4일 후까지 생사가 확인되자 않자 경찰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29일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결국 8월 1일 실종 장소에서 제주도를 반 바퀴 돈, 맞은편 해상에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조사 및 부검결과 타살 흔적이 없어 실족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무려 100km나 떨어진 곳에서 최 모 씨가 발견돼 의문점은 남아 있습니다. 


실종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확한 사건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이런 사건 사고마다 과도한 추정으로 선정적 보도를 반복했던 TV조선‧채널A는 이번에도 같은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7월 31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이하 돌직구쇼)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은 이 사건을 매우 상세히 다뤘습니다. 채널A는 16분, TV조선도 10분 넘는 시간을 할애했는데요. 방송 당시 이 사건 관련하여 알려진 사실은 실종 당일 행적 외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 최 씨가 카라반 주변 편의점에서 소주 등을 구매한 후 실종(CCTV영상 공개) △ 포구 근방에서 최 씨의 소지품이 발견 △ 최 씨가 방파제에서 혼자 술 마신 정황이 전부입니다. 당시 경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르 수색에 박차를 가하던 시점입니다. 이런 제한된 사실관계에도 불과하고 채널A과 TV조선은 자극적인 추정을 쏟아내며 사건을 과장했고, 이 과정에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실종자의 작은 체구’ 거론하며 ‘성범죄’ 주목한 채널A
채널A <돌직구쇼>(7/31)의 진행자 김진 앵커는 “남겨진 휴대전화. 발견된 한 짝의 슬리퍼. 사라진 소주와 김밥. 제주에서 사라진 30대 여성은 과연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 여성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누가 그 여성을 사라지게 한 걸까요. 오늘 김진의 취재수첩WHY에서 제주 여성의 실종사건의 모든 의문점 상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라는 말로 사건 관련 대담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고인의 생사마저 알 수 없었던 비통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채널A는 마치 흥미진진한 스릴러 영화 예고편을 소개하는 태도를 취한 겁니다. 이어서 김진 앵커는 재차 “이 모든 단서들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왜 이 사라진 여성의 휴대전화는 인근의 공중화장실 근처에서 발견된 거고 이 여성의 슬리퍼는 한참 떨어진 바닷가 위에 발견이 된 걸까요. 무엇보다 궁금한 건 만약에 바다에 빠진 사고라면 떠올라야 할 이 여성의 시신이 왜 계속해서 떠오르지 않고 있는 걸까요. 이 여성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요”라며 과장된 어투를 반복했습니다. 간단히 전달해도 될 사고의 정황들을 자극적으로 소개하며 ‘미스터리’를 강조한 겁니다. 


이후 진행된 대담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은 “실족 가능성에 경찰은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여성이 1m 55의 굉장히 소위 말하면 슬림한 그런 형태거든요. 그렇게 되면 이 해상에 있는 항구 세화항 인근에서 사실은 성범죄 목적의 우발적인범행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당시 경찰 역시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백 씨는 고인의 신장까지 공개하며 무리하게 ‘성범죄’까지 거론한 겁니다. 백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2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뭐냐 하면 범죄라고 가설을 한다라고 하면 하나는 우발적인 성범죄 타깃으로 잡혀가지고 납치가 돼서 일정한 곳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는 바다에 무거운 무게의 돌이나 어떤 무게감이 있는 걸 달아서 그 다음에 추락을 시키는 이런 형태”라며 아무런 정황도 없이 과도하게 성범죄 과정을 묘사했습니다. 단지 신장만으로 실종자의 ‘성범죄 피해’를 단언할 수는 없으며, 사건사고 희생자의 신상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 역시 부적절합니다. 


출연자가 이렇듯 아슬아슬한 발언을 하면 진행자라도 중심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진행자 김진 앵커는 “지금 전직 강력계 팀장님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이라며 백기종 씨의 신뢰도를 오히려 높여주더니 “첫 번째, 지금 이 여성이 취해서 바다에 추락할 정도로 만취상태가 아니었다. 두 번째, 휴대전화와 슬리퍼 각각 다른 장소에서 발견이 돼 있었다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실족사는 아니라는 것. 세 번째, 시체가 떠오를 시간이 한참 경과됐다는 것. 그리고 소주와 김밥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는 것. 이 모든 근거가 실족사가 아닌 다른 범죄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텐데요”라고 단언했습니다. 현재 고인이 발견됐고 경찰이 실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참담한 수준의 보도 태도입니다. 실족 또는 범죄 등 사건 경위의 사실관계를 차치하더라도, 당시 아무런 정황이 없었던만큼 범죄 가능성을 단언해서는 안 됩니다. 고인의 가족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부정확한 추정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쇄살인’에 ‘난민 범죄’까지…채널A의 ‘범죄 추리극’
이렇듯 확인되지 않은 범죄 유추 발언으로 시청자들을 불안하게 한 채널A는 더 심각한 문제점도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을 빌미로 ‘제주 난민 연루 괴담’까지 나아간 겁니다. 채널A는 <사건의 단서3: 앞서 변사체 발견...흉흉한 난민 괴담까지?>라는 매우 선정적인 소제목을 통해 불온한 의도를 노출했습니다. 진행자 김진 앵커는 “지금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는 건데 지난 6월 7일과 6월 13일 제주해양경찰서가 변사체를 발견해서 수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6월 7일에는 대전시 서구에 사는 30대 여성, 역시. 30대 여성 김 모 씨의 변사체가 발견됐고 6월 13일에는 다방에서 일을 하는 50대 여성 오 모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거예요”라더니 “여성들의 시신이 6월 달에 두 차례나 발견이 됐다. 흉흉한 소문까지 지금 일고 있어요, 연관성이 있는 거 아니냐”며 ‘여성 연쇄살인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심지어는 “이번 실종사건과 관련해서 제주 예멘 난민과 관련된 흉흉한 루머,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라며 ‘제주 예멘 난민’까지 연결시켰습니다. 물론 김진 씨가 “예멘 난민들의 범죄 가능성은 적다”는 경찰 입장을 덧붙이기는 했으나 백기종 씨는 재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는 상당히 지금 불길한 시선이 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제주도에 527명의 예멘 난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7명 정도가 지금 행불이 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행불이 됐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결국 무슬림에 의한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이런 범죄가 외국인 난민들에 의한, 그럴 가능성도 전혀 배제를 못하기 때문에 예사 수사파트에서는 이 부분도 지금 상당히 수사를 하고 있다”며 ‘난민 연루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K-002.jpg

△ 근거 없는 이야기로 불안감 증폭시키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31)

 

이는 매우 부적절한 보도 태도입니다. 채널A는 경찰도 당시 가능성을 매우 작게 보고 있던 ‘연쇄살인’은 물론, 스스로도 ‘괴담’이라 규정한 ‘예멘 난민 연루설’을 상세히 조명했습니다. 그러한 소문들을 검증하거나 확인하려 시도한 것도 아닙니다. 무조건 추정하고 가능성을 부각한 것 뿐입니다. ‘성범죄’에 ‘연쇄살인’, ‘난민 가해 범죄’까지, 아무런 정황도 없던 사건을 최대한 부풀려 잔혹한 소설을 쓴 셈입니다. 이는 고인 및 유가족에 대한 모독에 가까우며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태입니다. 


물론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합니다.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달라야합니다. 경찰이 수사를 한다고 모든 걸 다 보고할 필요도,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하나하나 다 언급할 의무도 없습니다. 만약 떠돌아다니는 루머의 수위가 사회에 위협을 가할 정도여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루머를 소개하고 마는 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취재를 통한 사실관계 바로잡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선정적 보도 내놓고 ‘네티즌 댓글’에 왜 숨나
채널A <돌직구쇼>(7/31)는 끝까지 언론이 취해야 할 정상적인 시각을 포기했습니다. 연쇄살인과 난민 범죄까지 나아간 스스로의 태도를 무마하려는 듯, “네티즌들의 의견” 뒤에 숨은 겁니다. 김진 앵커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저희가 한번 취재를 해봤는데 함께 같이 살펴보시죠”라고 운을 뗐고, “제주도에서 여자 변사체와 실종이 늘어나는데 단순 실종이나 실족으로 몰아가려는 이유가 뭔가”, “얼마 전만해도 여자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이었는데 이제 정말 씁쓸하다. 가족끼리 가도 조금 겁나기도 하다”, “예멘 난민에 대한 불안감이 소문을 만들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청정제주가 범죄율 증가와 더 이상 여자혼자 여행하기 위험한 곳이 됐다” 등 ‘여성 범죄’ 및 예멘 난민을 거론한 일부 댓글을 나열했습니다.

 

K-004.jpg

△ 네티즌 의견 세 개를 여론이라고 소개한 채널A <돌직구쇼>(7/31)

 

이렇게 자사 주장에 부합하는 댓글로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채널A의 주된 방식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댓글들 몇 개를 ‘여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실종된 사건에 대해 여론을 소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채널A 스스로 성찰해야 할 부분입니다. 

 

TV조선도 ‘미스터리 추리극’
이처럼 사실과 다른 추정들로 사건사고를 선정적으로 부풀리는 태도는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31)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엄성섭 앵커는 “이 사건 미스터리, 저희가 세 가지로 준비를 해봤습니다. 먼저 첫 번째 미스터리부터 봅니다”라며 채널A와 마찬가지로 애초부터 사건을 ‘미스터리’로 묘사했습니다. 사건 자체와 사실관계보다는 극적 구성에 치중한 태도입니다. TV조선 엄성섭 앵커는 이 사건을 다루는 내내 “술에 취해서 실족사 한 게 아니냐, 이런 가능성까지도 제기됐는데 그런데 그렇게 보기에는 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이 CCTV에 이상한 점이 또 있다는데요?”, “왜 하필 홀로, 그러니까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 게 가족이 있는 분이잖아요”, “아니, 야밤에 여성 혼자 포구에 앉아서 술을 마신다? 이것도 좀 이상한데요”라며 근거도 없이 다른 의혹들을 증폭시키려 했습니다. 특히 ‘야밤에 여성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은 이상하다’ 등의 발언은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깝습니다.

 

K-005.jpg

△ ‘제주 실종 사건’에 미스터리 강조하며 ‘술 사러간 여성’에 집착한 TV조선(7/31)

 

이에 패널들 역시 맞장구쳤습니다. 윤우리 기자는 “유일하게 모습이 찍힌 이 CCTV 영상에는 좀 미심쩍은 상황”이라며 ‘미스터리’를 강조했고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지금 계속 이상한. 방파제에 간 것도 그렇고”라며 역시 ‘혼자 방파제에서 술을 마셨다’는 고인의 행적에 집착했습니다. 

 

‘밤늦게 여성이 술사러 간 이유’에 집착한 TV조선
이렇듯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31)이 이상할 정도로 집착한 것은 ‘여성이 혼자 방파제에서 술을 먹었다’는 행적입니다. 이런 행적 외에 밝혀진 바가 없었으므로 건조하게 전달만 해야 하지만 TV조선은 끝까지 이 행적에 다른 미스터리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김대오 기자는 “일각에서는 왜 밤 11시에 혼자, 여성 혼자 술을 사러 나가게 했냐. 이런 의견도 있는 상황”, “대부분 캠핑을 할 때 보면 저렇게 술이 모자랄 때는 남자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엄성섭 앵커 역시 “남자가 대체로 가죠, 아무리 제주도가 안전한 도시기는 합니다만 저녁 11시인데”라고 맞장구쳤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체 왜 ‘여성을 술을 사러 간 이유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그 시각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여성이 밤늦게 술을 사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추정입니다. 사실상 고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발언들은 성적 고정관념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밤에 술을 사는 일은 남성이고 여성이고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이 사건의 쟁점은 고인이 대체 어떤 일을 당했느냐는 사실관계이지, ‘왜 술을 밤늦게 사러 나갔느냐’가 아닙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7월 31일(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monitor_20180803_20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