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천안함 생존자의 삶’ 최초 조명, 모두를 반성케 한 한겨레‧한겨레21
등록 2018.08.24 16:49
조회 603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7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7월 ‘이달의 좋은 보도’는 신문 부문에서 한겨레‧한겨레21 기획보도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 방송 부문에 KBS ‘국정원 4대강 반대 민간인 사찰 문건’ 단독 보도, 온라인 부문에 뉴스타파‧MBC가 공동 취재한 <가짜 학술대회 탐사보도>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8월 31일(금) 오후 2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마포대로 14가길 10 동아빌딩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8년 7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7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신문보도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 기획보도

매체 : 한겨레‧한겨레21 보도 일자 : 7/16~7/23

취재 : 정환봉 최민영 기자(한겨레) 변지민 기자(한겨레21)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온라인),

임동준(민언련 활동가/방송),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7월 1일부터 3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지면에

게재된 보도

 

 

 

7월 ‘좋은 신문 보도’, ‘천안함 생존자의 삶’ 조명한 한겨레‧한겨레21

선정 배경 한겨레와 한겨레21은 천안함 생존자의 이야기를 다룬 기획기사를 내놨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팀과 함께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천안함 생존자 24명에 대한 “사회적 경험과 건강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삶은 비참했다. PTSD 발병률, 1년간 자살 생각 비율, 1년간 자살 시도 비율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 미군 등 참전 군인이나 일반 국민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24명의 생존자 중 23명이 “책임을 생존자에게 돌리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이들의 상처는 컸다. 생존장병 58명 중 국가유공자를 신청한 사람은 21명이고, 이 중 인정된 사람은 6명뿐이었다. 전사자 중 1명은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았음이 취재 과정 중 드러나기도 했다. 기사에서 나오는 표현처럼 천안함은 ‘보수에게는 이용당하고 진보에게는 외면 당했’다. 국가는 치료도, 보상도 지원하지 않았다. 시민들도 침몰 원인을 놓고 긴 싸움을 벌였을 뿐, 생존자에게 손을 내밀진 못했다. 민언련은 이러한 소외와 고통을 생생하게 풀어낸 한겨레․한겨레21의 기획 보도를 ‘2018년 7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천안함 2.jpg

△ 천안함 생존자를 다룬 한겨레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 기획보도 첫 번째 기사 (7/16)

 

한겨레21‧한겨레는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팀과 함께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천안함 생존자 24명에 대한 “사회적 경험과 건강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24명 중 8명은 3시간 이상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지난 8년간의 소외와 고통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한겨레의 경우 이를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라는 제목의 연속 기획보도로 구성했다.

 

첫 번째 보도는 <“패잔병” “조용히 혼자 죽어”…군대조차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7/16 정환봉 최민영 변지민 기자 https://bit.ly/2KLPsjs)였다. 한겨레는 “사건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우리 현대사에는 사건만 남고 그 속의 사람들이 잊히는 일이 종종 있다. 2010년 천안함이 캄캄한 서해로 가라앉은 사건도 그중 하나다” “사회는 지금껏 그들이 얼마나 아픈지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았다”며 기획보도의 취지를 밝혔다.

 

한겨레가 고발한 천안함 생존자들의 삶은 처절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영웅’이라며 칭하기만 했을 뿐 현재도 고통스러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후유증 치료비조차 지원하지 않았다. 천안함 생존자들의 PTSD 발병률, 1년간 자살 생각 비율, 1년간 자살 시도 비율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 미군 등 참전 군인이나 일반 국민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군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받지 못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4명 중 19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원할 때 치료를 받았다’는 응답은 2명뿐이었다”고 한다. 국가는 이들을 외면했다.

 

더 끔찍한 사례도 있다. “생존장병 중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를 타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은 8명이었다”고 한다.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국가와 군은 가혹하기만 했다. 사회의 시선도 냉혹했다. 한겨레의 “‘천안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4명 가운데 22명이 ‘생존장병에게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돌리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16명은 ‘동료들이 내 고통을 무시했다’는 경험을 전했다”고 한다.

 

전사자 중 1명은 국가유공자에서 빠져…8년 만에 밝혀진 사실

한겨레 <국가보상 0원…“얼마 받았냔 말 들으면 너무 억울”>(7/18 최환봉 최민영 변지민 기자 https://bit.ly/2MfbLms)은 ‘천안함 생존자’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가는 생존장병들에게 보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대 900만 원이 장병들에게 주어진 보상의 전부였다. 보상뿐만 아니라, 치료도 스스로 해야 했다. 국가의 지원은 없었다. 함은혁 하사는 “나라가 지원 같은 걸 해주면 제가 업고 다녔죠”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한겨레가 국가보훈처에 확인한 결과 “생존장병 58명 중 국가유공자 신청을 한 사람은 21명이다. 이 중 인정된 사람은 6명뿐이다. 2명은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생존장병들은 외항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국가유공자가 되긴 힘들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전사한 장병들 중에서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겨레가 기획보도를 취재하는 과정 중에 최초로 밝혀졌다. 고 문영욱 중사는 사고 당시 유족이 없어 국가유공자 신청을 못 했고, 결국 지금껏 등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8년 만에 밝혀졌다. 이렇듯 국가는 천안함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전사자에게도 섬세하지 못했다.

 

천안함 생존자 옆에는 누구도 없었다.

한겨레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김승섭 교수는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 뒷얘기…“그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7/20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 교수 https://bit.ly/2vBXcQh)에서 “많이 망설였습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김 교수는 “천안함 생존장병들의 경험과 고통에 대한 연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결국 또 그 소모적이고 지루한 정치적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사건만 있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논쟁으로 이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데, 천안함 생존장병들 옆에는 누구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절단된 배만을 바라보고, 그 배에 탔던 사람들이 겪었을 고통은 보지 않았습니다”라며 연구에 나선 이유를 알렸다. 그만큼 우리사회는 천안함의 ‘사람’보다는 천안함의 ‘정치적 이슈’에 집중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야 하지 않을까.

 

PTSD 관리 체계 시급히 마련해야

한겨레의 이번 기획보도는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실태조사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겨레21은 <미국, 국가가 PTSD전문병원 운영>(7/16 이승준 기자 https://bit.ly/2B8Q2Zc)에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가 어떻게 PTSD를 앓은 군인을 관리하는지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1989년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을 위해 보훈부 산하에 국립외상후스트레스장애센터(National center for PTSD)를 설립하고, 참전 군인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진단·치료·교육 등을 종합 서비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치료 체계조차 없다

 

천안함 생존자에게 사과한 한겨레 기자…정치권, 언론, 시민들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또한 한겨레21 <살아남은 당신들께 무례했습니다>(7/23) 등 일부 기사에서 한겨레 기자들 스스로도 천안함 사건 당시 무리하게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려 했던 기억을 떠올려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보통 언론이 자신들의 비윤리적 행각에 얼마나 무심한 지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이로써 한겨레21은 떠들썩하게 보도만 될 뿐 늘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생존자’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 등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는 수많은 참사들의 희생자들을 대변했다고도 볼 수 있는 보도이다.

 

한겨레21과 한겨레는 주간지와 일간지라는 특성을 잘 활용해 7월 16일부터 23일까지 매일 같이 이 기획 보도를 내며 이슈화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참사의 희생자들은 그 자체로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피해자’들이다. 이를 망각한 채 안보 장사에 이용했던 정치권, 특종을 위해 거짓말도 불사했던 언론, 그러한 정치권과 언론의 포화 속에 추모의 기회조차 찾을 수 없었던 시민들 모두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보도이기도 하다.

 

 

 

7월 ‘나쁜 신문 보도’, 조선일보 ‘고 노회찬 의원 부인 전용 운전기사’ 오보

선정 배경 지난달 21일 조선일보는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놨다. 이해운 조선일보 기자는 노 의원의 부인이 전용 운전기사를 두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가증스럽다. 정의의 사도인 척 코스프레만 하고” “‘정의당’이라는 당명은 과연 이 상황에 어울릴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2016년 선거기간에 한해 자원봉사자가 후보 부인의 수행을 위해 운전을 했을 뿐이었다. 조선일보는 8월 11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사실을 오인해 고인과 유족, 그리도 독자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뒤늦게 정정했다. 이번 조선일보 칼럼은 제대로 된 취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기자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점에서 최악의 오보다. 정의당 관계자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봤더라면 나올 수 없었던 기사다. 보도 이틀 후 노회찬 의원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언론이 흉기가 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지난달 21일 조선일보는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놨다. 노 의원이 사망하기 이틀 전 보도였다. 이해운 조선일보 기자는 “집안에 아내 전용 운전기사가 있을 정도면 재벌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노동자를 대변한다?”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가증스럽다. 정의의 사도인 척 코스프레만 하고, 자기들도 똑같으면서”라고 비아냥댔다. 이어 고 노회찬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언급하면서 “그러나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의당’이라는 당명은 과연 이 상황에 어울릴까”라며 칼럼을 마무리됐다.

 

노회찬1.jpg

△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조선일보는 오보를 냈다(7/17)

 

노 의원 아내에게 운전기사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이 기사는 보도 직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같은 날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조선일보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 실장은 이해운 조선일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의원 부인은 전용 운전기사가 없고, 2016년 선거기간에 후보 부인 수행을 위해 자원 봉사로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나 이 기자는 “10일이든, 20일이든 그 기간은 어쨌든 전용기사 아니냐”고 오히려 항변했다고 한다. 다시 김 원내대표가 “기사에 쓴 전용기사가 그런 의미냐”, “게다가 돈을 주지도 않고 자원봉사로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설명을 했으나, 이 기자는 수용하지 않았다. 기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8월 11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노 의원 부인 운전기사’ 보도가 오보였음을 시인했다. 조선일보는 “정의당은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은 전용 기사를 둔 적이 없으며, 2016년 총선 기간 후보 부인을 수행하는 자원봉사자가 20일가량 선거운동을 도와줬을 뿐’ 이라고 알려왔기에 이번 복간호에 바로잡습니다”라며 “사실을 오인해 고인과 유족,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2주나 지난 시점에서 나온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이번 조선일보 칼럼은 기자가 제대로 된 취재 과정도 거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점에서 최악의 오보다. 정의당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라면 나올 수 없었던 칼럼이다. 보도 이틀 후 노회찬 의원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언론이 흉기가 된 사례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monitor_20180824_233.hwp

<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