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최저임금 때리기 바쁜 TV조선, ‘마르크스’까지 소환했다
등록 2018.09.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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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소상공인 총궐기’ 집회를 열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2019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사용자위원회 50% 소상공인 대표로 보장 △최저임금 시행령 전면 재검토 △5인 미만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자영업 특별위 신설 등을 요구했습니다. 60개 업종 단체와 87개 지역단체 등 150여 개 소상공인 단체가 참석한 집회인 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유독 이 집회에 애착을 보인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방송사들 중 유일하게 이 집회를 <뉴스속보>로 생중계했습니다. 평소 TV조선은 민주노총 등 많은 노동자 및 시민들이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할 때마다, ‘폭력 집회’, ‘교통 불편’ 등 ‘민폐 프레임’을 덧씌우며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이번엔 상당히 대조적인 태도로 집회를 열심히 전했습니다.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의도였으면 좋았겠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라고 판단해서 ‘최저임금 비판’을 독려하려는 취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근거 없는 ‘카더라’가 동원됐고 심지어 ‘마르크스’까지 거론됐습니다. 

 

‘소상공인 총궐기’ 생중계한 유일한 방송사,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9)는 <이 시각 광화문 광장/ 소상공인 총궐기대회>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내보냈습니다. 이렇게 급히 속보로 보도한 것은 ‘소상공인 총궐기 생중계’였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가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를 연결하자, 기자는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전국에서 올라온 버스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의 참석이 많다”며 현장 분위기와 자유한국당 인사의 참석을 전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뉴스속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등 야당 인사 많이 참여> 등 자유한국당 참석을 강조하는 자막이 등장했습니다. 


같은 시각, 지상파와 종편, 연합뉴스TV, YTN 등 모든 방송사를 통틀어 이렇게 소상공인 집회를 생중계한 방송사는 TV조선뿐입니다. 동시간대 연합뉴스TV와 MBN, 채널A는 아예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고, JTBC는 <정치부회의>에서, YTN은 <뉴스Q>에서 생중계가 아닌 리포트로 짤막히 집회 소식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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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 총궐기’ 생중계한 TV조선(8/29)

 

“제가 아는 사람도…”, 시사 프로그램 나와서 수다 떠는 패널들
생중계와 함께 진행된 TV조선의 보도 및 대담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습니다. 패널 각자가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카더라’가 만연했습니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제가 아는 사람도 인건비 포함해서 대략 한 5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고 나서는 그 수입이 거의 뭐 300만 원, 2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김종래 충남대 교수 역시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어렵다, 괴롭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나 소득 늘었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은데요”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두 ‘내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더라’는 ‘개인적 카더라’입니다. 이런 대담으로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공격’을 뒷받침한 겁니다.

 
사실 이같은 보도는 무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내세우며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특정 정치인 입장 뒤에 숨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보다도 훨씬 저급한 행태입니다. 심지어 최병묵 씨의 경우 자신의 지인이 소득이 줄었다면서, 그 액수를 300만 원인지 200만 원인지 정확히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보도 기능을 포함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수다를 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때리기 위해 TV조선이 소환한 ‘마르크스’ 
심지어 TV조선은 이 집회를 옹호하기 위해 ‘마르크스’까지 인용했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특히나 이례적”이라면서 “이른바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당시의 막스가 이야기 했을 때도 쁘띠부르주아라고 해서 소상공인들은 사실 자루 속 감자 같은 존재라고 했어요. 단합이 안 된다는 거죠. 노동자들은 조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화된 세력으로서 자기 요구를 계속 외쳤던 사람들인데 사실은 우리 한국에서도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단합된 목소리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빗속에, 수만 명이, 그것도 지방에서 상경해서 청와대까지 거리 행진을 한다는 것은 소상공인의 삶이 굉장히 피폐해졌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밝혔습니다. 


마르크스를 동원한 목적도 최저임금 비판이었습니다. 김근식 씨는 “노조가 있는 조직화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당연히 이득을 봅니다. 그분들은 월급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그분들의 월급은 올라가지만 저기 보이는 소상공인들, 그다음에 일용직 근로자들, 자영업자들 이런 사람들은 그 노조라는 조직적인 방패가 없지 않습니까?”, “정규직 노동자들,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든, 그리고 거기에 알바생들은 오히려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로 인해서 일자리가 박탈당하는 이런 역설 현상”이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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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비판에 마르크스 인용한 TV조선 김근식 교수(8/29)

 

마르크스까지 거론하더니 결론은 ‘최저임금 비난’
TV조선은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기 위해 마르크스를 인용한 셈인데, 노조의 노동권 투쟁이나 최저임금 투쟁에 늘 색깔론을 뒤집어씌우며 극렬히 비난해왔던 TV조선의 전통을 감안하면 촌극에 가깝습니다. 또한 ‘노조가 있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으로 혜택을 보지만 일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은 노조라는 방패가 없어 피해를 본다’는 김근식 씨의 주장 역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노조 혐오 정서’ 속에 여전히 노조 조직률이 10%로 OECD 최하위권에 그치고 있고요. 그나마 존재하는 노조들은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을 위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현실적으로 중위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 즉 대부분의 노조 소속 노동자들에게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노조가 있는 노동자들만 최저임금으로 혜택을 본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최저임금의 입법 취지는 김근식 씨가 언급한 일용직 노동자 등 비정규직 등 낮은 수준의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즉 그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TV조선이 말한 것처럼 ‘노조가 없어서 최저임금의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보호도 없고 노동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으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TV조선이 최저임금을 비난하기 위해 마르크스까지 동원하고 최저임금의 의미를 왜곡한 겁니다. 

 

집회에 ‘민폐 프레임’만 씌우던 TV조선
TV조선이 소상공인들의 집회를 옹호하기 위해 ‘노조’를 거론한 것이 얼마나 이중적인 태도인지 보여주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바로 과거에 TV조선이 보도했던 많은 ‘노조‧집회 혐오 보도’들입니다.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백남기 농민이 숨을 거두자 사인을 왜곡하기 위해 경찰이 부검을 시도했던 2016년 민중총궐기 당시 TV조선은 경찰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집회를 ‘외부세력 개입’으로 폄훼했습니다. 


TV조선 <경찰 부검 제동…수백 명 촛불집회>(2016/9/26 http://bit.ly/2cHgZ7V )는 민중총궐기를 “전경 버스를 불태우려고 하는 등 일부 참석자들의 과격 폭력행위가 문제 됐던 바로 그 집회”로 규정했고 “일부 단체가 중심이 돼 투쟁본부를 만들었다”며 시민들의 집회를 ‘일부 단체의 책동’으로 묘사했죠. 지난해 7월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당시에도 TV조선은 <평일 도심 행진 ‘곳곳 혼잡’>(2017/6/30 https://bit.ly/2PIOXcO )에서 집회로 인해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고 “시민들이 상당히 불편”했다며 ‘민폐’만 부각했죠. 생존권 보장을 위해 노동자‧시민들이 요구한 수많은 제도들은 제대로 거론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도 TV조선 <서울 도심은 민노총 집회로 혼잡>(6/30 https://bit.ly/2MTYWz6 )은 제목에서부터 ‘노조 집회로 도심 혼잡’이라며 또 ‘민폐 프레임’을 내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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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집회에 ‘민폐 프레임’ 씌우는 TV조선(6/30)

 

이렇게 늘 노조를 터부시했던 TV조선은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비판하며 집회를 열자 노조는 물론 노동권의 화신이었던 마르크스까지 동원하여 ‘협공’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집회라는 이유로 생중계까지 해줬고 그간 혐오했던 노조까지 끌어들여 ‘최저임금의 수혜자’로 왜곡했죠. 이런 이중적 작태가 과연 소상공인을 위한 것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편 가르고 대기업의 노동자 탄압 및 하청업체 쥐어짜기 등 본질적 문제를 가릴 뿐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29일(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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