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TV조선의 ‘기승전최저임금’, 메르스 보도에도 등장
등록 2018.09.12 17:07
조회 951

지난 8일 3년여 만에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감염자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최초 감염자는 쿠웨이트에서 출발해 두바이를 경유한 뒤 입국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되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9일 긴급회의를 열어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적극적인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12일 현재까지 일단 추가 확진자는 없는 상황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당국의 접촉자 조사 결과 22명이 국내에서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격리 조치됐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는 첫 확진까지 무려 20여일이나 소요되고 정부의 부실한 대응으로 186명 감염, 38명 사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지요. 올해는 2015년 당시보다는 대처가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방역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호흡기 질환의 특성상 ‘환자와 2m 이내 접촉’이라는 ‘밀접접촉자 기준’에 구멍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번 확진자가 공항에 입국 직후 설사 증세를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열, 기침 등 다른 증세가 없어 검역대를 통과해 2시간 반이나 제약 없이 타인과 접촉했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확진에 3년 전 ‘국민 탓’한 조선일보, 이번엔 ‘최저임금’ 때린 TV조선

언론은 감염질환에 대한 정확하고 세밀한 정보를 시민들에 제공해야 하고 정부 대응의 일거수일투족을 점검하여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국민들의 공포를 부추겨서도 안 되고 별다른 근거도 없이 국민을 탓하는 것도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2015년 5월, 끔찍한 첫 메르스 사태 당시 우리 언론은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2015년 5월 21일부터 6월 12일까지 5개 일간지의 ‘메르스 사태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https://bit.ly/2QlLty6) 조중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회피했던 당시 청와대 대신 삼성서울병원의 부실 대응 및 사태 축소를 폭로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했으며, 조선일보는 13건의 보도로 ‘메르스 확산은 국민 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올해에는 2015년 사태처럼 규모가 크지 않고 확산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기에 아직은 메르스 관련 문제적 보도는 많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에서 느닷없이 ‘메르스로 인한 경제 위기’를 거론하며 ‘최저임금’을 때린 황당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줄곧 최저임금을 폄훼하며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최저임금’으로 돌려 ‘기승전 최저임금’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TV조선이 이번엔, 메르스까지 최저임금 공격의 도구로 악용한 겁니다.

 

‘메르스 재발’ 하자마자 ‘경제 타격’ 걱정한 TV조선

TV조선 <3년 전 악몽에 내수 위축될라 걱정>(9/9 김태훈 기자 https://bit.ly/2CDPbQO)에서 이상묵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며 “메르스 환자 발생 소식에, 3년 전 우리 경제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 대규모 전염사태를 떠올리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추석을 앞둔 유통가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메르스가 경제에 큰 타격을 일으켰던 2015년을 상기시킨 것인데요.

 

리포트 내용도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서울 명동거리 모습입니다. 북적이던 거리엔 마스크를 쓴 일부 쇼핑객만 눈에 띕니다”, “주말 놀이공원과 야구장, 영화관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장소마다 소비자 발길이 끊겨 심각한 내수부진에 시달렸습니다”라며 3년 전 인파가 줄어든 영화관, 야구장, 관장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김태훈 기자는 “당시 70일 가량 이어진 메르스 사태로 입은 사회적 손실만 9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강조하면서 “3년 전 메르스 악몽을 기억하는 유통가엔 긴장감이 감돕니다. 추석을 앞두고 기대했던 특수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1.JPG

△메르스 확산 이전부터 ‘경제 타격’ 언급하며 불안감 조성한 TV조선 <뉴스9>(9/9)

 

3년 전 악몽을 떠올리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3년 전을 떠올리며 정부의 철저하고 빠른 대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TV조선은 결이 다릅니다. 확진자 1명이 발생한 지 하루만에, 3년 전 무려 70일 간 이어진 메르스 참사의 ‘경제적 피해’부터 상기시킨 겁니다. 그러나 언론은 확진자 발생 하루 만에 경제 걱정부터 부추기기보다 앞으로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현재 방역 체계에 문제는 없는지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TV조선은 기본이 되는 보도를 제대로 했을까요?

 

가장 기본적으로 보도에 충실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보도량에서부터 TV조선은 타 방송사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JTBC가 11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인 가운데 KBS‧SBS가 10건, MBC가 8건, MBN이 6건, 채널A가 5.5건이었고 TV조선은 4건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날짜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9/8

(최초 감염자

확인)

4건

(톱보도)

2건

(톱보도)

5건

(톱보도)

3건

(톱보도)

1건

(7번째)

0.5건

(16번째)

1건

(11번쨰)

9/9

(이낙연 총리

발언)

6건

(톱보도)

6건

(톱보도)

5건

(톱보도)

8건

(톱보도)

3건

(톱보도)

5건

(톱보도)

5건

(톱보도)

합계

10건

8건

10건

11건

4건

5.5건

6건

△‘메르스 재발’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9/8~9),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렇다면 내용에서는 어땠을까요? 확진자가 발생한 8일, 발병 사실과 경위를 알린 첫 보도를 제외하면 TV조선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보도는 9일 보도 2건 정도에 불과합니다. TV조선 <메르스 ‘주의단계’…중동 감염경로 추적>(9/9 최수용 기자 https://bit.ly/2OfOyyo)는 “보건당국의 대처상황부터 살펴”본다면서 “(확진자가)공항 검역관에게 열흘 전 설사로 현지병원을 내원했다는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했으나 “체온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의심환자 지정이나 격리조치는 없었”고 “체계적인 조치가 이뤄진 건 민간 병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가 머문 쿠웨이트가 보건당국이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TV조선 <앞으로 2주 ‘고비’…접촉자 22명 격리>(9/9 석민혁 기자 https://bit.ly/2wZsSzR)의 경우 “환자가 공항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동한 만큼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은 적다는 게 보건당국의 입장이지만, 경계론도 만만찮습니다”라며 ‘확진가능성’을 검토한 보도입니다.

 

이렇듯 TV조선은 9일 3건의 보도 중 2건에서 이미 알려진 당국의 대처와 확진 가능성을 간단히 살펴보더니 메르스를 ‘최저임금’에 연결시키면서 ‘경제적 타격’부터 우려했습니다. 이틀간 총 11건을 할애해 다각도로 사태를 분석한 JTBC와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JTBC는 <3년 전 ‘메르스 악몽’…초동 대처, 이번엔 달랐나>(9/9 https://bit.ly/2O9nd0B)에서 “3년 전 국내에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라면서도 “공항 검역대에서 이 환자를 걸러내지 못했고, 이후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4시간 동안 택시를 타는 등 외부 노출이 이뤄”진 점을 “구멍”으로 짚었습니다. JTBC <자택격리 22명…‘밀접접촉자’ 2m 기준 괜찮나>(9/9 https://bit.ly/2N4eFvw)는 “환자와 2m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국제 기준에 따른” ‘밀접접촉자 기준’을 점검하여 “환자가 기내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등 자리에서 자주 움직였다면 사정은 달라”진다고 비판했습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하는 기준이 좀 느슨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정부 발표와 별반 차이가 없는 TV조선 보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분석들입니다.

 

아무리 ‘기승전최저임금’이라지만 그래도 메르스는 너무하지 않나

앞서 살펴본 TV조선 <3년 전 악몽에 내수 위축될라 걱정>(9/9)은 경제 타격을 우려하며 ‘최저임금’까지 거론했습니다. 기자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이 커 보입니다”라면서 “영세상인들은 죽지 못해 사는 거예요 지금. 우리만이 아니라 다 그럴 거예요. 근데 이게 또 돈다? 그럼 진짜 국민들 다 죽이는 거예요”, “(메르스 사태 당시엔) 너무 장사가 안 됐지. 완전히 최악이었지. 최악이었지. 근데 설마 그때 같진 않겠지”라는 ‘영세상인’ 2명의 인터뷰를 보여줬습니다. 최저임금은 메르스 사태와 하등 관련이 없는데요. TV조선은 여기다 최저임금을 끼워 넣어 3년 전 부실했던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아닌, 최저임금을 상인들 공포의 근본 원인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3년 전에 조선일보가 ‘국민 탓’을 했고, 이번엔 TV조선이 최저임금을 탓하는 기이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3년 전 메르스 참사에서 TV조선이 얻은 교훈은 뭘까

TV조선의 보도가 타당했는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 당일인 9일 메르스 확진 환자는 최초 발생자 1명뿐이었습니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을 했던 인물들에 한해 의심 증상이 나타났지만 3년 전과 같이 급속도의 확산 추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5일이 지난 12일까지 확진자 추가는 없었으며 의심 환자 중 10명은 ‘음성’으로 판정됐습니다. 물론 아직 확산 가능성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으나 3년 전과 같은 참사가 반복될 여지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무작정 ‘3년 전엔 9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라며 공포를 부추긴 건데요. 시기상 비교를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벌써부터 경제적 손실부터 거론하는 것은 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은근슬쩍 끼워 넣은 대목은 TV조선 보도에 정파적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TV조선은 3년 전 사태에서 정부와 일선 병원의 철저하고 투명한 방역 체계가 필요하다는 본질적 차원의 교훈 대신, 경제적 타산부터 따진 후 최저임금을 공격하라는 교훈을 얻은 모양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8일~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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