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2018년 8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폭염에서도 불평등과 소외를 이끌어낸 한겨레21
등록 2018.09.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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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8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8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에는 경향신문 기획보도 <참사 그 후>, 방송 부문에 KBS 탐사보도 <탐사K/2012년 대선 인터넷 여론조작>, 온라인 부문에 한겨레21의 <표지이야기/누가 폭염으로 숨지는가>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9월 28일(금) 오후 2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마포대로 14가길 10 동아빌딩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8년 8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8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온라인보도

<표지이야기/누가 폭염으로 숨지는가>

매체 : 한겨레21 보도 일자 : 8/13(온라인 8/6)

취재 : 이재호‧조윤영‧이승준‧곽효원‧정인환‧김현대‧변지민 기자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온라인),

임동준(민언련 활동가/방송),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일간지 및 방송 뉴스를 제외한 모든 온라인 매체의 보도

 

선정 배경 한겨레21은 제1224호(8/13)의 <표지이야기>에서 폭염을 ‘불평등한 사회적 재난’으로서 재조명했다. 올해 이례적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및 인명 피해가 산발적으로 단순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에너지 빈곤층, 노인 등 취약계층의 피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한겨레21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웃들이 폭염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여러 사례로 보여주면서 각종 통계와 정부 정책을 점검했다. 이를 통해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 피해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또한 보도마다 대안 제시까지 빼놓지 않아 충실한 보도를 선보였다. 이에 민언련은 8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로 한겨레21의 ‘불평등한 사회적 재난 폭염’ 관련 보도를 선정했다.

 

말복을 하루 앞둔 8월 15일, 예년 같으면 더위가 한풀 꺾일 시기에 오히려 서울, 대전, 원주 등 9개 도시 기온이 40도를 육박하며 최고 기온 기록을 갱신했다. 이례적인 폭염이 집중된 8월, 관련 보도도 쏟아졌다. 주로 보도된 것은 농가의 피해, 위험에 노출된 고령층, 건강상 유의할 점 등이었다. 비슷한 폭염 보도가 이어지는 와중에 급기야 동아일보 <반려견들 폭염 헉헉… 발바닥 화상에 발작도>(8/6)와 같이 폭염으로 인한 반려견 건강 문제를 보도한 사례도 잇따랐다.   


그러나 많은 언론이 이 여름을 생존해내는 것 자체가 고역인 이들의 삶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았다. ‘없는 사람에게는 여름이 낫다’던 옛말을 다시 써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폭염이었다는 점에서 응당 집중 조명했어야 주제였지만, 이런 보도는 많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한겨레21이 폭염을 ‘불평등한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시각에서 폭염을 재조명했다.

 

한겨레21 표지.jpg

△ <누가 폭염으로 숨지는가>를 표지로 내세운 한겨레21 1224호(8/13)

 

한겨레21은 제1224호(8/13, 온라인 보도는 8/6) <표지이야기>에서 폭염의 사회적 피해자를 건설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에너지 빈곤층, 노인 등 크게 4개 계층으로 분류해 그 사례를 보여주고 각종 통계 자료로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소외층의 피해를 되짚었다. 각 사례마다 대안까지 제시해 폭염을 사회적 재난으로서 바라봐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충실히 제기했다고 할 수 있다.

 

‘폭염은 사회적 재난’, 체계적으로 피해 계층 분류한 한겨레21
한겨레21은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폭염으로 집중적인 피해를 받는 소외계층을 크게 4개로 구분했다. 바로 △건설 노동자 등 야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에너지 빈곤층 △노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구조에 놓여 있어 정부의 복지 정책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폭염의 경우 아직 한파와 달리 재난으로서의 인식도 부족해 이들의 피해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겨레21의 지적이다. 


한겨레21은 <폭염은 사회적 약자를 노린다>(8/6 이재호 기자 https://bitly.kr/z4Me )에서 먼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건설 노동자의 실태를 사례로서 짚었다. 한겨레21이 제시한 사례는 최고 기온 36도, 현장 체감기온 40도의 광주 서구 농성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최상헌(66세, 가명)씨이다. 최 씨는 작업 특성상 한 번 시작하면 현장을 떠날 수 없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오후 1시 경 진행하다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파악하는 온열질환 사망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망 당시 체온을 측정하지 못해 사인이 ‘미상’이라는 이유다. 이런 사례를 통해 한겨레21은 “2017년 12월 개정해 현장에 배포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는 이곳(건설 현장)에서 무용지물”인 현실,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고,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덥다고 쉴 수만은 없는” 건설 노동자들의 현실, “응급실 관리체계에 포함된 전국 519개 응급실을 통해서만 파악”하는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사망자 집계 기준의 모호성을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결론은 폭염이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저소득층과 고령인구 등 취약계층의 건강에 더 위험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의 경우 경제적 빈곤에 의해 폭염에도 어쩔 수 없이 야외 작업을 할 수밖에 없고 제도적 보호가 없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겨레21 표.JPG

△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을 일별로 제시하여 ‘건설 노동자’ 등 야외작업의 위험성을 보여준 한겨레21(8/6)

 

통계로 분석한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폭염’
온열질환 사망에 대한 제도적 미비, 해당 계층이 처한 구조적 소외라는 한계는 한겨레21이 주목한 다른 계층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한겨레21은 단순 사례 제시에 그치지 않고 통계 자료를 찾아 소외 계층의 현실을 고발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폭염 피해’를 조명한 <폭염에 타들어간 타향살이>(8/6 조윤영 기자 https://bitly.kr/tF0d )의 경우 “최근 외국인 노동자의 온열질환 발병률이 한국인의 4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대비 외국인 온열질환자의 비율은 2012년 0.10%, 2013년에 0.13%, 2014년에 0.09%, 2015년 0.12%였다. 같은 기간 한국인 온열질환자 발병률은 2012년 0.03%, 2013년 0.03%, 2014년 0.02%, 2015년 0.03%였다”고 전했다. 이는 “채여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후변화 적응역량 구축·평가’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이어서 “지난해 기준 건설업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는 9만300명, 농림·어업은 4만8300명” 등 폭염 속 야외 작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당수이지만 “이들의 건강권을 고려할 기초적인 자료도 부실”, “7년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도 외국인의 정보는 체계적으로 생산되거나 관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외국인 온열질환자 현황은 파악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제도의 미비 지적한 한겨레21, 대안도 빼놓지 않았다
에너지 빈곤층과 노인의 현실을 분석한 한겨레21의 다른 보도들 역시 기본적으로 통계에 기반하고 있다. 이 보도들에서 더 눈에 띄는 점은 제도적 미비를 비판하고 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와 제도적 대안이라는, 사회 고발 보도의 기본적 요건을 충실히 구현한 보도들이다. 


한겨레21 <부채로 폭염과 싸우는 사람들>(8/6 이승준 기자 https://bitly.kr/GhJf )은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제대로 켤 수 없는 ‘에너지 빈곤층’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고통”을 전한 보도다. 한겨레21은 먼저 “정부의 지원 대책은 겨울철 한파에 집중돼 있다”, “에너지 바우처(11~5월)를 비롯해 각종 지원제도는 겨울에만 이용할 수 있다. 여름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 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요금 할인(1만~2만원)과 생계급여에 광열비(냉난방비·취사비·전기요금)가 포함되는 것에 그친다. 냉난방비 지원은 경로당과 홀몸노인에게만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겨울철과 홀몸노인에게만 집중된 ‘폭염 복지대책’의 한계를 짚은 것이다. 


한겨레21의 대안은 “비용 지원 정책에서 효율형·전환형으로”의 변화이다. 한겨레21은 “연료비 지원 제도와 요금 할인 제도가 소득 향상과 비용 감소를 통해 에너지 빈곤을 완화할 수 있지만, 주택 효율 개선이 가장 근본적 차원의 해결책이라는 시각이 영국 에너지 복지 제도 변화의 저변에 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영국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제도의 현황과 시사점’(2017년)”의 의견,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의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에너지 비용 지원 위주의 정책에서 효율형·전환형 패키지 정책으로 확장해나가야 할 시점이다”는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노인들의 폭염 피해 상황을 점검한 한겨레21 <무더위 쉼터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8/6 곽효원 교육연수생 https://bitly.kr/zarS ), <폭염에 생사 오가는 홀몸노인들>(8/6 김현대 선임기자 https://bitly.kr/kN6t )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한겨레21 <무더위 쉼터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8/6)의 경우 “현재 무더위 쉼터는 대부분 폭염 취약계층이 이동 가능한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지정”돼 고령층이 접근조차 쉽지 않은 ‘무더위 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야간 무더위 쉼터, 쿨링센터, 무료버스 등 이른바 “폭염 패키지”를 대책으로 제안했다. 


한겨레21 <폭염에 생사 오가는 홀몸노인들>(8/6)은 “노년층의 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홀몸노인의 월평균 소득은 18만7천원에 불과”한 한국 고령층의 현실을 돌아본 후 “당장 냉방 물품을 갖다 주려하기 보다는 사회복지사들이 거동 불편한 노인들을 쉼터로 자주 안내하거나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더 세심하게 챙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최영선 한국에너지재단 기획협력본부장의 의견을 덧붙였다. 

 

발로 뛴 한겨레21, ‘폭염 보도’의 새 장을 열다
한겨레21의 이번 폭염 관련 보도 7건은 ‘사례-통계-대안’으로 구성되어 매우 충실한 모범적 보도였다. 특히 폭염이라는 평범한 이슈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고통을 되돌아 봤다는 점에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십분 해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한겨레21이 제시한 사례들은 모두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고통스러운 수준이었다. 


한겨레21 <폭염은 사회적 약자를 노린다>(8/6)의 건설 노동자 최상헌 씨는 ‘다섯 식구를 굶지 않게 하기 위해 운수업과 건설 현장을 투잡으로 뛴 가장’이었다. 그는 환갑을 한참 넘긴 나이에도 “셋이나 되는 손자들에게 무엇이든 사주고 싶”은 마음에 건설 현장에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한겨레21 <폭염에 타들어간 타향살이>(8/6)의 ‘러시아 청년 바시르’는 돈을 벌기 위해 ‘가설 울타리 안전 보호막 해체 작업’을 하다 8일 만에 “열 손상, 다발성 장기 부전, 심폐 정지”으로 사망했다. 선풍기도 못 켜는 “종로구 돈의동·창신동 등의 지하방, 옥탑방의 에너지 빈곤층”, 특히 폭염에 취약하지만 ‘무더위 쉼터가 어딘지도 모르는’ 노인들 역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이면을 보여준다. 한겨레21은 이런 사례들을 ‘폭염의 사회적 피해자’로 묶어 단순 폭염 보도의 진부함에서 벗어났고, 폭염을 교두보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평등과 소외를 고발했다. 즉 한겨레21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 ‘폭염조차도 막아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이면’이다.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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