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부동산 관련 보도엔 왜 ‘주택 소유자’만 등장하는 걸까
등록 2018.09.21 13:40
조회 1914

지난 13일 발표된 9․13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종부세 최고 세율을 3.2%로 인상, 규제 지역 내 2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이주 등 예외 사례는 대출 허용)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담고 있습니다. 정책 발표 직후 강남 아파트의 호가가 1~2억 떨어지는 등 일단 단기적 효과가 나타나는 가운데, 21일 정부의 추가적인 공급 대책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중대하고도 민감한 문제인 만큼 언론의 관심은 뜨겁습니다.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종부세 세금 폭탄’, ‘무용론’ 등 야권과 입장을 함께 하는 비판적 보도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종부세 부담 수준이 과장된 채 보도되고 있어 불필요한 ‘조세 공포’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러한 선동적 구호보다는 수도권 외 지역의 부동산 급락 방지, 실수요자 보호, 서민을 위한 공급 대책 등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논쟁에 발맞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개 주요 일간지의 ‘9․13 부동산 대책’ 관련 보도(지면 기준)를 분석했습니다.

 

1. 양적 분석

 

1) 보도량 분석, 조선(33건)이 가장 많고, 서울(17건)이 가장 적어

14일부터 18일까지 경향․ 동아․조선․중앙․한겨레․서울신문에서 ‘9․13 부동산 대책’을 언급한 기사 158건을 대상으로 취재원의 직군 분포, 익명 여부, 인터뷰한 시민의 재산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신문들이 주로 ‘서울 주택 보유자’ 및 ‘업계’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9․13 부동산 대책’은 무주택자를 위한 집값 안정 정책인데, 언론은 무주택자에게 발언권을 거의 주지 않은 겁니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서울

총 보도량

30건

32건

33건

24건

22건

17건

158건

 ∆ 6개 주요 일간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언급한 보도량 비교(9/14~9/18) ©민주언론시민연합

 

2) 취재원 분석, 금융업계 취재원이 가장 많아

6개 신문사가 9․13 부동산 대책을 전하면서 언급한 취재원의 분포를 살펴보면, 금융업계가 56회로 가장 많이 등장했습니다. 전체 취재원의 24.8%에 해당하는 비중으로서 ‘무주택자를 위한 부동산 대책’에서 어째서 금융권의 목소리가 이렇게 많이 반영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시민이 35회, 공인중개사 27회, 행정부 및 청와대 22회, 교수(타전공) 20회, 교수(부동산전공) 18회 등장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으나 ‘일반 시민’의 다수는 무주택자가 아닌 주택 보유자로서 역시 정부 대책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었으며 ‘공인중개사’ 역시 정책의 본질적 목적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이권과 관련이 높습니다. 취재원 중 금융업계, 부동산업계, 공인중개사, 건설업계를 합하면 총 98회로서 전체 취재원의 43.3%를 차지합니다. 부동산 관련 ‘업계’의 입장만 절반가량 보도에 반영된 겁니다. 반면 시민단체는 1.8%에 그쳤습니다.

 

취재원

빈도

익명 빈도(비율)

행정부 및 청와대

22(9.7%)

19(86.4%)

일반시민

35(15.5%)

28(80.0%)

인터넷 여론

8(3.5%)

8(100%)

연구기관

8(3.5%)

1(12.5%)

정치인

9(4.0%)

7(77.8%)

시민단체

4(1.8%)

0(0%)

부동산업계

13(5.8%)

4(30.8%)

금융업계

56(24.8%)

26(46.4%)

교수(부동산전공)

18(8.0%)

0(0%)

교수(기타전공)

20(8.8%)

0(0%)

건설업계

2(0.9%)

1(50%)

공인중개사

27(11.9%)

24(88.9%)

기타

4(1.8%)

2(50.0%)

226

120(53.1%)

 △ ‘9·13 부동산 대책’ 관련 보도(9.14.~9.18)의 취재원 분포 및 실명 비율 ©민주언론시민연합

 

3) 취재원 익명비율 분석, 공인중개사가 가장 높아

취재원 중 ‘익명’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인데요. 이번 모니터에서도 전체 취재원 중 53.1%가 익명이었습니다. 취재원 보호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등 경제적 이익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혀야 정보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원의 직업별로 보면 ‘공인중개사’의 익명 비중이 무려 88.9%로 가장 높았습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에 불이익을 받게 되는 ‘공인중개사’가 대부분 익명으로 보도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해 당사자가 익명으로 인터뷰할 경우 자신의 이익에 맞춰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익명 비중이 높은 직업군은 86.4%나 차지한 행정부 및 청와대 취재원입니다. 행정부와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을 기획하고 국민을 설득할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익명으로 취재가 되는 것인지, 이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시민’의 익명 비율 역시 80%로 매우 높았습니다. 가장 자주 취재원으로 등장했던 ‘금융업계’의 경우 익명 비중은 46.4%로 그리 과도하지 않았고, 교수 직군은 100%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2. 일반 시민 인터뷰 대상자 상세 분석

 

1) ‘서울․강남․주택 소유자’ 중심

6개 신문이 9․13대책 관련 보도에서 제시한 ‘일반 시민’ 35명의 재산 상황 및 거주 지역을 분석해봤습니다. 일반시민 취재원 35명 중 57%에 해당하는 20명은 1주택 이상 소유한 주택 소유자였습니다. 보도에서 주택 소유 여부를 언급하지 않아 특정할 수 없는 경우 5명을 제외하고, 전․월세 등 무주택자는 10명에 불과했습니다. 총 일반시민 35명 중 40%에 해당하는 14명은 서울 거주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신문들이 ‘서울․강남․유주택자’의 입장만 지나치게 많이 인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9․13 대책은 무주택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정책인데, 서울․강남․유주택자의 목소리만 들으러 다닌 것이죠. 특히 조선‧중앙으로 한정해서 보면 9명의 취재원 중 무려 7명이 주택 소유자였습니다. 이렇게 취재원이 ‘주택 소유자’로 한정되다보니 당연히 무주택자가 아닌 주택 소유자의 ‘불만’이 보도에서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무주택자를 보호하고 주택 소유자, 그 중에서도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때문입니다.

 

 

이름

재산 상황

거주지역

주택 소유

조선

일보

박 모 씨

서울서초구잠원동의38평(전용면적94㎡)아파트거주

서울 강남

1주택

김 모 씨

서울 마포구 거주

서울

1주택

한 모 씨

대기업에 다니는 한모(39)씨

-

1주택

박 모 씨

잠실 쪽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던 끝에 처가에서 3000만원을 빌리기로 한 사람

서울

무주택

중앙

일보

A 씨

대기업 임원

-

전세

최성덕 씨

강남구에 재건축 단지 2채 보유

서울 강남

2주택

이 모 씨

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거주

서울 강남

1주택

김 모 씨

아현동 주택 / 마곡동 아파트 소유 (2채)

서울

2주택

박 모 씨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집 한 채(추정)

서울

1주택

동아

일보

A 씨

10억 원을 대출받아 15억 원짜리 임대용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었던 사람

-

-

A 씨

서울 강남구에 집이 한 채 있는 사람

서울 강남

1주택

한 모 씨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거주

서울 강남

1주택

양 모 씨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거주

서울 강남

1주택

윤 모 씨

서울 구로구 신림동의 전용면적 59㎡아파트를 보유

서울

1주택

홍 모 씨

1주택자

-

1주택

최 모 씨

경기 화성시 동탄 신도시 아파트 소유

경기도

1주택

이 모 씨

1주택자․은퇴생활자

-

1주택

김주성

유통업

-

-

김예슬

회사원(지방출신)

-

-

이 모 씨

취업준비생

-

무주택

김 모 씨

회사원(지방출신, 월세 거주)

-

월세

이상재

교육업

-

전세

김도연

자영업 (종로구 2억짜리 빌라)

서울

전세

김 모 군

청량고 1학년

-

무주택

조기호

회사원

-

-

이현진

강남구 대치동 거주

서울 강남

1주택

이 모 씨

울산 동구 거주

울산

1주택

박 모 씨

강원도 거주

강원도

무주택

경향

신문

ㄱ 씨

용산 한강로2가 먹자골목 고깃집 주인

서울

-

이 모 씨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빼주고 자신의 집에 들어가 살려던 직장인

-

1주택

서울

신문

김 모 씨

1년 전 산 아파트 가격이 9억원으로 오른 사람

-

1주택

장 모 씨

보증금 8000만원에 50만원 월세

-

월세

김 모 씨

2억원 짜리 투룸 전세

-

전세

오 모 씨

매매가 12억 아파트에 거주

-

1주택

이 모 씨

6억짜리 아파트 보유

-

1주택

∆ ‘일반시민’ 인터뷰 대상자의 재산상황 및 거주지역(9/14~9/18) 

 

2) ‘무주택‧실수요자 보호 대책’에 왜 ‘1주택자 불만’만 내세운 중앙일보

중앙일보 <1주택자 갈아타기 막막해졌다>(9/17 https://bit.ly/2pnsM0x)는 “9·13부동산대책으로 1주택자가 다른 기존 주택이나 새집으로 옮겨가는 ‘갈아타기’에 비상이 걸렸다”며 ‘1주택자 소외’를 주장한 보도입니다.

보도에 등장한 취재원은 ‘집이 두 채여서 팔아야 고민한다는 아현동 거주 김 모 씨’와 ‘집을 넓혀 이주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던 사당동 사는 박 모 씨’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기사 도중 박 씨가 했을 말을 김 씨가 했다고 잘못 썼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집에서 새집으로 가기 위해 분양 물량을 물색하던 박모(43·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도 9·13대책의 충격을 받았다. 유주택자여서 당첨 가능성이 없는 전용 85㎡ 이하는 포기하고 50%를 추첨으로 뽑는 85㎡ 초과에 신청할 생각이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추첨 물량도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김씨는 ‘새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고 기술했는데요. 실수일 수 있으나 이런 ‘오기’ 자체가 인터뷰 자체를 하지 않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냐는 씁쓸한 의심을 들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중앙일보는 유주택자 입장만 대변했습니다. 게다가 중앙일보가 말하는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1주택자 박 모 씨’가 실제로 이주의 가능성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16일, 규제지역에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의 추첨 시 무주택자에 한해 당첨자를 선정한다는 당초 9․13 대책을 “일부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되 일부 물량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함께 경쟁하는 방안”으로 수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일보가 지적한대로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1주택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겁니다. 중앙일보는 17일 보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가 ‘과도한 보유세 부담’을 우려한 ‘2주택자 김 모 씨’의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김 씨의 “내년 보유세가 많이 오를텐데”라는 입장만 인용했을 뿐, 실질적인 수치를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고 2주택자 종부세 세율을 차등해 더 높이겠다고 했다. 두 집 모두 올해 가격이 꽤 올라 내년엔 종부세 대상이 될 게 확실하다”고 예견했을 뿐입니다. 물론 정부가 현재 시세의 50~60%밖에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조차 제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 모 씨’의 집 2채 공시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겁니다. 또한 공시가격의 상승은 실거래가의 상승, 즉 실제 집값의 상승도 반영되므로 이에 따른 김 씨의 편익도 따져봐야 하는 변수입니다.

결국 중앙일보는 ‘9․13대책으로 인한 주택 소유자 피해’를 부각하기 위해 익명의 시민 두 명 사례를 침소봉대한 겁니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에 ‘주택 소유자’를 앞세워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는 건데요. 정부 대책에 비판을 할 수 있으나 그 맥락에 맞게 ‘과연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실제로 돌아가는가’에 초점을 맞춰 생산적인 비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은근히 내비치는 ‘세금폭탄론’, 현실은 다르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집니다. 조선일보에서 등장한 ‘시민’ 취재원은 4명이었는데, 2명은 각각 서초와 마포에 주택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18억 잠실 집 한 채 은퇴자, 보유세 올 501만원→4년뒤 1207만원>(9/15 https://bit.ly/2NrVGek)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38평(전용면적 94㎡) 아파트에 사는 은퇴자 박모(72)씨” 입장을 대변하여 ‘9․13대책으로 인한 1주택자의 세부담 폭증’을 부각한 보도인데요.

조선일보는 “박 모(72)씨는 올해 재산세로 작년보다 80만원 늘어난 357만원 내야 한다. 재산세 납부 기준인 공시가격이 올해 20% (7억6000만→9억1200만원) 오른 결과”라면서 “수십 년 그냥 살아온 집인데 매년 재산세가 뜀박질하고 있다”는 박 씨의 하소연을 전했습니다. 결론은 “박씨 같은 1주택자의 보유세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2022년에는 올해의 2~3배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조선일보의 이런 주장은 추정에 불과하며 많은 변수 중 입맛에 맞는 변수만 골라 ‘보유세 폭등’이라는 틀에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공시가격은 현재 시세의 50~60%밖에 반영하지 못하여 조세 형평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의 혼란도 가중시키고 있죠. 당연히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정부도 현실화를 선언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안조차 나오지 않았죠.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무려 4년 후인 2022년까지 가정하여 ‘보유세 2~3배 폭등’이라 주장한 겁니다. 또한 박 모 씨의 사례에서도 사라진 변수들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박 모 씨 소유 잠실 주택이 공시가격이 올해 20%(7억6000만→9억1200만원) 올라 보유세가 작년 80만 원에서 357만 원으로 뛰었다’고 전했죠. 올해는 특별히 공시가격 현실화 제도가 없었음에도 공시가격이 7억 원 대에서 9억 원대로 올랐다면 박 모 씨 주택의 호가나 시세 자체가 훨씬 더 많이 뛰었음을 의미합니다. 즉 집값이 올라 공시가격도 올랐으니 누진세인 종부세의 기본 원칙에 따라 당연히 종부세는 상승합니다. 게다가 공시가격만으로도 박 모 씨는 이미 1억 5천만 원 가량의 불로소득을 얻었죠. 이는 보유세 증가폭 277만 원과 비할 수준이 아닙니다. 당연히 이런 내밀한 사정은 조선일보가 절대 말해주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4) 동아‧서울, 그나마 ‘무주택자’ 목소리 듣긴 들었다

동아일보 <집값톡톡/“‘서울에 집 한 채’가 최고 스펙이네요”>(9/14 이원주‧김수현‧서재의 기자 https://bitly.kr/RBsP)는 그나마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2명의 공인중개사와 2명의 부동산학과 교수를 제외한 11명이 모두 일반 시민들인데요. 이 중 1주택자가 2명, 전‧월세가 3명, 무주택 3명, 불명(보도에서 드러나지 않음)이 3명입니다. 동아일보는 집 소유 여부, 직군, 세대, 지역에 따라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인터뷰로 받아 모두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는 친구들의 “넌 서울에 집이 있잖아”라는 말에 “안도감을 느낀” 취업준비생, 결혼을 포기한 20대 회사원, “고위관료와 국회의원도 강남에 많이 살지 않나요. 자신들은 강남에 살면서 우리는 강남에 살고 싶어 하면 안 되는지 의문”이라 불만을 표한 30대 회사원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동아일보도 이 보도를 제외하면 일반 시민 중 ‘서울 주택 보유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서울신문도 <집 없는 자 vs 집 있는자... 둘로 갈라진 한국>(9/16 김헌주‧김정화 기자 https://bitly.kr/CJkL)에서 주택 소유자 3명, 무주택자 3명의 입장을 골고루 실었습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의 이 두 보도 외에는 무주택자의 목소리가 그나마 균형 있게 반영이라도 된 보도는 없습니다.

   

3. ‘세금폭탄 프레임’도 여전하다

 

1) 조선, 중앙, 서울신문이 세금폭탄 언급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언론의 ‘세금폭탄 보도’는 이번 9․13 대책에서도 나왔습니다. ‘세금 폭탄’을 직접 언급한 보도가 조선일보에서 2건, 중앙일보에서 2건, 서울신문이 1건 있었습니다. 타사에서는 그러한 보도가 없습니다.

14일 조선일보 <총액 37억 아파트 가진 2주택자, 종부세 393만원→1353만원>(9/14 김지섭 기자 https://bitly.kr/MfJ5>은 “이번 대책으로 조정 대상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 이상인 자는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사례를 들었습니다. “서울 서초 래미안퍼스티지아파트 한 채(전용면적 84.9㎡)와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한 채(84.9㎡)를 가진 2주택자의 경우 작년에는 393만원의 종부세(농어촌특별세 제외)를 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따르면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 상승률만큼 올랐다고 가정할 때 1353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두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 합은 37억원). 2년 사이 종부세 부담이 1000만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앞서 살펴봤듯 주택 소유자, 심지어는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의 시각에 서있는 보도입니다.

조선일보 <임대소득세 탈루 혐의 1500명 세무검증 착수>(9/17 최규민 기자 https://bitly.kr/6aF2)의 경우 ‘탈세 징수’를 전하면서도 ‘세금 폭탄’을 끼워넣은 황당한 보도입니다. 조선일보는 “국세청이 임대소득세 탈루 혐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세무 검증에 착수한다”, “9·13 부동산 대책에 국세청까지 가세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강도를 한층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전하더니 “이태원 빌라 17채를 보유한 C씨는 외국인들이 월세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임대 수입 신고를 한 푼도 하지 않았다가 7억원대 세금 폭탄을 맞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불법적으로 탈세한 사람이 응당 납부해야 세금에도 ‘폭탄’을 갖다 붙인 겁니다.

14일 서울신문 <대치동 1주택자 634만→952만원...3주택자 1786만원→3800만원>(9/14 장진복 기자 https://bitly.kr/lvF5)는 소제목에서 <고가다주택자 ‘세금폭탄’ 예고>을 썼고, “여러 채의 고가주택 보유자는 수천만원대 ‘세금폭탄’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폭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2) 중앙 “집 한 채 가진 40대” 내세운 기사로 많은 지적 받아

중앙일보는 <집 한 채 40대 “투기꾼도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하나”>(9/14 황의영 기자 https://bitly.kr/Y7am)에서 “종합부동산세 세율 강화 등으로 ‘세금폭탄’을 맞는 다주택자‧은퇴자를 중심으로 대책에 대한 반발도 크다”며 고가‧다주택 소유자들의 입장에서 보도를 했습니다. 강남구 재건축 단지 아파트 2채를 소유하고 있는 최씨(71·가명)는 “금융소득 외에 소득이 없는데 세금만 갈수록 느니 미칠 지경”이라며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 주고 규제를 해야지 다주택자가 무슨 죄인이냐”라고 하소연합니다. 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이모(40)씨는 “투기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집을 팔아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10년 전 결혼할 때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내 집을 마련해 살고 있는데 이젠 빚내서 세금을 내야 할 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중앙일보의 이 기사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고발뉴스에 인터뷰한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은 “중앙일보 제목 뽑는 것 보니 가관이다. 보유세라는 게 투기했다고 내는 세금이 아니라 집을 보유하면 응당 내는 세금”이라고 비판했습니다(https://bitly.kr/ljew)

한겨레는 <뉴스AS/ “내가 투기꾼이냐” 보수언론 또 세금폭탄론, 사실은>(9/14 이지은 박다해 기자 https://bitly.kr/F1nQ)에서 “최씨가 소유한 강남구 재건축 단지 2채가 어디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의 금융소득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았”다며 모든 사실 관계를 생략해버리고 ‘세금만 뜯어간다고’ 토로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이 모 씨 사례의 경우 “전용면적 84㎡ 이하 주택 가운데 18억 원 이상으로 매매 신고된 집은 주공5단지 일부를 제외하고 한 채도 없습니다”며 “이 씨가 주공5단지 소유자 등 종부세 인상 대상이라면 현행 종부세보다 더 내야 할 금액은 1년에 10만원, 즉 한 달에 8300원이고, 대상이 아니라면 종부세는 한 푼도 오르지 않습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씨는 10년 이상 거주했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로 40% 감면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올라봐야 한 달에 5천원이거나 아예 내지 않을 수도 있는데도 짐짓 볼멘소리를 낸 셈입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세금폭탄 내세운 반쪽 부동산 대책 성공할까>(9/14 https://bitly.kr/nit4)에서도 대놓고 세금폭탄 프레임을 강조했습니다. 사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덟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세금폭탄과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가 골자다” “그러나 징벌적 세금 폭탄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반쪽짜리 세금폭탄만 내세웠다가 또다시 대책이 실패하면…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금폭탄’이라는 표현도 부족해 ‘징벌적’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였죠.

 

3) ‘세금 폭탄을 맞은 사람은 누구일까?’

 

소유 주택

신문사 추정 종부세 변화

실거래가

조선

일보

서초래미안퍼스티지아파트(84.9㎡)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한 채(84.9㎡)

393만원 ⇒ 1,353만원

37억 원
(조선일보가 밝힘)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아파트 한 채(84.9㎡)

48만원 ⇒ 122만원

약 23억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82.5㎡)

33만원 ⇒ 121만원

약 19억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235.3㎡)

747만 ⇒ 1,232만원

약 43억

이태원 빌라 17채 보유

임대 수입 미신고‧탈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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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일보

서울 강남구에 재건축 단지 2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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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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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전용면적 114㎡)

634만원 ⇒ 952만원

약 31억원

(서울신문이 밝힌 내년 공시가격 약 17억)

송파구 잠실엘스(전용 119㎡)

⇒ 375만원

약 21억 원

서초구 반포자이(전용 84㎡)

⇒ 486만원

약 23억 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

⇒ 1,138만원

약 36억 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84㎡·)

1,486만원 ⇒ 3,010만원

약 47억 원
(서울신문이 밝힌 내년 공시가격 약 27억)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

2,270만원 ⇒ 4,685만원

약 55억 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4㎡)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전용 84㎡)

1,786만원 ⇒ 3,800만원

약 53억 원
(서울신문이 밝힌 내년 공시가격 약31억)

∆ ‘세금폭탄’을 언급한 기사에서 등장하는 사례자가 가진 집 종부세 납부액 변화 ⓒ민주언론시민연합

(단, 서울신문은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최근 매매가, 괄호는 해당 신문사 추정치)

 

그렇다면 조선․중앙․서울 신문 기사에서 언급한 ‘세금폭탄’을 맞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각각의 재산상황과 납부해야하는 보유세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아파트 가격 조사는 신문에서 아파트를 특정한 경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최근 매매가를 기준으로 했고, 신문에서 가격을 명시한 경우 그에 따랐습니다. 종부세 변화액은 모두 신문사의 추정치입니다. 그 결과 대부분 강남 3구 일대에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총액 37억 아파트 가진 2주택자, 종부세 393만원→1353만원>(9/14)의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전용면적 112㎡) 거주자’는 내년에 종부세로 1,232만원을 납부해야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는 43억에 이릅니다. 월 100만원 꼴로 종부세를 납부하는 것인데, 원룸의 월세 임대료가 40~100만 원에 형성되어있는 것을 보면, 이를 ‘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서울신문 <대치동 1주택자 634만→952만원...3주택자 1786만원→3800만원>(9/14)이 “보유세 역시 올해 2270만원에서 내년에는 4685만원으로 2400만 원 이상 늘어난다”며 ‘세금폭탄’의 근거로 인용한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를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보유 주택의 실거래가가 55억 원에 이릅니다. 아파트 가격이 년 0.01%만 오르더라도 세금 전체 액수를 충당하고도 남는 것입니다. 이렇듯 ‘세금폭탄’의 근거로 등장한 다주택자들의 강남 지역 주택의 경우 올해 1~9월에만 집값이 수 억 원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무주택 서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2016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주택을 가진 사람은 1331만 명인데, 이 중 종부세 납부자는 27만 4000명으로 집을 가진 사람의 2.05%에 불과합니다. 국민 중 대다수는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아닙니다. 정부는 부동산 집값이 폭등하고 다수 서민의 주거환경이 불안해지자 9․13대책을 내놓았는데, 언론은 무주택 서민의 생각은 묻지 않고 주로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을 등장시켰고 그들의 ‘세금 부담에 따른 불만’을 최대한 부각했습니다. 일부 보도는 이를 근거로 ‘세금 폭탄’까지 나아갔죠. 이것이 과연 정책에 대한 적합한 비판인지, 주택 보유자 중 2%에 불과한 ‘부동산 부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언론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14일~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한함. 민언련 신문 모니터는 신문 지면 중 A면에 한하여 진행되나 ‘부동산 대책’이라는 주제의 특성상 이번 보고서에서는 B면 경제면까지 모니터 대상에 포함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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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