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남북정상회담, 대통령보다 태영호 신뢰하는 채널A
등록 2018.10.01 20:40
조회 1246

지난달 18일에서 20일, 총 2박 3일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평양에서의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도착한 20일 오후 바로 프레스센터를 찾아 대국민 보고를 하였습니다. 채널A <특보 뉴스TOP10>(9/20)은 방송 도중 특보를 편성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와 기자 질의응답시간 전체를 생중계했습니다. 생중계가 끝난 후 이어진 대담에서는 진행자 황순욱 앵커와 조수진 동아일보 기자, 김정봉 전 NSC정보관리실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등이 대국민 보고를 분석했는데요. 


평소 적대적 대북관 및 극단적 보수색을 숨기지 않았던 안찬일‧김정봉 씨 등은 상상을 초월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가장 믿을만한 취재원’으로 격상되고, 태 전 공사 주장만으로 ‘북한은 핵폐기 의지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것입니다. 3차 남북회담으로 급변한 한반도 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 평화 무드를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왜곡 방송 수준이었습니다.

 

태영호 가라사대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 직후 말문을 연 진행자 황순욱 앵커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평양공동선언의 핵심은 조금 전에 들으셨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부분입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동창리 미사일 기지 시설 폐쇄 그리고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이 두 가지를 실시하겠다. 물론 조건이 걸리기는 했지만요. 이 부분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해서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 발언은 채널A <뉴스TOP10>(9/20)에서 유일하게 객관적 정보가 전달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대담은 그야말로 산으로 가는데요. 대통령의 그와 같은 긍정적 전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채널A 진행자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소환했습니다. “과연 진짜 북한이 비핵화의 발걸음을 뗀 것인지, 어제 저희 <뉴스톱10>에 출연했던 태영호 전 공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결과 특히 공동보도문에 대해서, 공동 선언문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내렸죠”라는 겁니다. 채널A 제작진은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김정은이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저는 대통령님도 느꼈을 것이고, 같이 갔던 우리 대표단 성원들도 저는 다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는 태 전 공사의 인터뷰 육성도 삽입했습니다. 


이에 진행자 황순욱 씨는 정색을 하며 “저는 어제 이 얘기 듣고 굉장히 충격이었거든요. 대통령께서는 지금 굉장히 높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성공적이었다라고 평가를 했지만 북한을 가장 정통하고 잘 알고 있다는 태 공사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보다 태영호 전 공사가 더 신뢰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안찬일 씨도 힘을 실었습니다. “그렇죠. 20여 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고 영국대사관의 공사까지 지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벌써 세 번씩 만났지만 그 앞에서 하는 레토릭, 수사 이런 것과 실제 외교 당국자 입장에서 하는 태 공사의 말이기 때문에 북한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정말 북한 핵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서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 생각됩니다”라는 주장입니다.

 

K-002.jpg

△ 남북정상회담 대국민보고 직후 태영호의 발언을 들려준 채널A <특보 뉴스TOP10>(9/20)

 

‘대통령 대국민 보고 생중계’ 해놓고 결론은 ‘태영호 가라사대’
김정봉 전 NSC정보관리실장은 한 술 더 떴습니다. 김 씨는 “태 공사가 어떤 걸 지적했냐면 우리 대통령께서 어저께 10시부터 11시 10분까지 김정은 위원장과 단독 회담을 하면서 끊임없이 북한에 대해서 핵 리스트 신고를 하라고 계속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그걸 거부하는 바람에 현재 합의문에 그게 안 들어갔지 않습니까? 태영호 공사가 그걸 지적하면서 우리 대표단뿐만 아니라 대통령께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 라는 것을 파악했다고 이제 평가한 것 같습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를 생중계하고도 채널A의 결론은 ‘대통령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걸 파악했다’는 겁니다. 그 근거는 오직 하나, 태영호 전 공사의 주장입니다. 대체 방송 중 30여분의 시간을 할애해 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보고와 질의응답 내용은 어디로 간 걸까요? 채널A도 보여준 대국민 보고에서 분명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습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19일 북한 지도자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했죠. 그 선제조치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적 비핵화 조치도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24일(뉴욕 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비공식적인 북한 입장이 담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미 대통령에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2차 북미회담을 확언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29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의 신뢰 및 상응조치를 강조했죠.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선언한 북한의 선제조치에 신뢰와 보답을 보이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순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기싸움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엄중한 이슈를 감안할 때 오히려 자연스러운 외교적 제스처이기도 합니다. 채널A는 이런 객관적 사태를 토대로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믿을 수 없다’는 태영호 전 공사의 주관적 판단 하나를 기준으로 무조건적 불신을 표한 겁니다. 

 

태영호 가라사대, “영변 핵시설 폐기, 아무 이득 없다”
채널A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태영호 전 공사의 입장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어서 “실제 영변 핵시설 이거 동결폐기 불능화 문제는 2005년부터 이미 북한이 9.19 공동 성명 때부터 이야기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ICBM 발동기장 해체 이런 문제는 김정은이가 트럼프를 만날 때 6․12 미북 싱가포르 선언에 다 들어가 있는 문제예요. 다 들어가 있는 문제를 다시 큰 것처럼 지금 꺼내서 큰 양보를 하는 것처럼 지금 김정은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 정도 선에서 김정은이가 딱 멈춰선 걸 보면 이건 비핵화 의지가 없구나 하는 걸 제가 단언하게 됐고”라는 발언을 보여준 겁니다. 


여기서도 패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이어졌습니다. 조수진 동아일보 부장은 “태영호 전 공사 말씀대로 이미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문제는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영구 폐기하겠다 얘기를 한것입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것이 아니고요. 또 이 영변 핵시설 같은 경우는 1993년 1차 핵 위기 때부터 문제가 됐고 이미 시설이 너무 노후됐기 때문에 지상으로 다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는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관측이 많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까지 비핵화를 이행을 하려면 지금 핵신고서가 제출이 된다 하더라도 사찰, 검증 그때까지 어렵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라고 태 전 공사 발언을 재차 풀어줬습니다. 이쯤 되면 시청자는 혼란스럽습니다. 대체 이 방송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국민 보고를 보도하고 있는 것인지, 태영호 전 공사의 입장을 받아쓰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30분 보여준 것은 대국민 보고 생중계인데 곧바로 이어진 분석은 태영호 전 공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K-003.jpg

△ 태영호 전 공사 인터뷰를 중심으로 대담을 이어간 채널A <특보 뉴스TOP10>(9/20)

 

채널A “영변만 없애고 계속 만들겠다는 것”
이때 진행자 황순욱 씨가 나서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것. 물론 지금 낡고 이미 공개된 시설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라고 평가를 하셨지만 대통령은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미래 핵을 포기하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라고 또 얘기를 하고는 있어요. 어떻습니까?”라며 짐짓 중심을 잡으려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극적인 반박이 이뤄집니다. 


김정봉 씨는 “의미가 한 20%”라며 격하하면서 “나머지 80%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아까가 제가 25%였는데 5% 깎았습니다. 한 20% 정도 의미가 있고 나머지 80%는 뭐냐 하면 과거의 만든 핵탄두가 한 65발정도 있다고 얘기를 했지 않습니까? 더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현재 영변 말고도 강선지역에 영변보다 2배 정도 되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얘기는 안 하고 영변만 없애겠다는 얘기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겠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기존에 만든 핵탄두도 다 가지고 있겠다 이런 얘기이기 때문에 결국은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조수진 씨도 “북한은 지금 핵개발 상태가 아니라 핵이 완성된 상태입니다. 제가 이 점을 강조하는 건 핵이 완성된 상태면 핵무기를 어디 지하창고에, 이거는 비밀리에 보관해놔도 굉장히 사찰하고 폐기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현재의 핵이 폐기되지 않았는데 미래의 핵에 대해서 폐기한다, 이건 말로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중요한 건 현재의 핵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핵을 어떻게 언제까지 폐기할 것인가. 이 부분이 나와야 되는 겁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영변 핵시설은 노후’로 비핵화 협상 결과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는 이미 6․12 북미회담에 포함된 사안이며 영변 핵시설도 노후 시설로서 의미가 없다’로 요약되는 태 전 공사의 주장은 그나마 논리가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곧바로 ‘북한은 핵폐기 의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지나친 비약이기 때문입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가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합의한 사안이기는 하나 이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정체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가 3차 정상회담에 나선 것이고 재차 협상의 문을 연 것이죠. 이에 따라 다시 북미 간 ‘빅딜’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고 북미 양국의 ‘협상 카드’에 관심이 몰린 것입니다. ‘동창리 발사장 폐기’가 갖는 함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변 핵시설은 노후했으므로 의미가 없다는 것’ 역시 반쪽짜리 진실입니다. 영변 핵시설 단지는 8천 개의 핵연료봉이 장전되는 5MW 원자로에서 최소 33㎏, 최대 53㎏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시설로서 북한은 2008년 냉각탑 폭파 이벤트 이후 다시 가동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영변 핵시설을 둘러봤던 핵 전문가들이 ‘영변 핵시설은 방사능에 오염된 허물어진 시멘트 건물 집합소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나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 크기에 건물만 390여 개가 넘는 규모로서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영변 핵시설 폐기는 과거 비핵화 논의가 있을 때마다 협상 카드로 거론됐으며 채널A와 똑같이 강경한 대북관을 지닌 조선일보 역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죠. 조선일보 <사설/북, 질질 끌지 말고 이산상봉부터 응하라>(2014/2/3 https://bit.ly/2OnR5K0 )는 “북한이 지금이라도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다룰 국제 협상의 문도 열리게 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렇듯 꾸준히 북한의 ‘비핵화 협상 카드’로 인정받았던 ‘영변 핵시설 폐기’가 지금까지 이행되지 못한 것은 모든 협상이 그간 무산됐기 때문이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다시 그 가능성에 불이 붙은 겁니다. 북한이 단 번에 ‘핵 리스트 공개’를 포함해 모든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불가능합니다. 이런 맥락을 볼 때 영변 핵시설이 노후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죠. 채널A가 논의를 제대로 다루고자 했다면 이러한 반론 역시 설명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채널A는 오로지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을 지지하며 태 전 공사 뒤에 숨어 일방적 주장을 펼쳤을 뿐입니다. 

 

채널A에게 태영호의 말은 진리인가
진행자 황순욱 씨는 자사의 이러한 태도가 일방적임을 의식했는지 대담을 마무리하며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이 비핵화로 하기 위한 길은 굉장히 멀고도 험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 긴 여정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데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이든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든 일단 비핵화의 먼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첫 출발점인 데는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결론은 ‘의심’이었습니다. “과연 이게 진심이 담긴 비핵화의 첫발인지 아니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의 일환인지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술수인지 이 부분은 분명히 판단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라는 겁니다. 그러나 당연히 비핵화는 협상의 대상이며 협상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얻어낼 술수’가 남북미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이런 현실을 거부한다면 애초 비핵화 협상은 불가합니다.  


무엇보다 채널A가 대통령의 대국민보고를 생중계로 보도하고도 오로지 태영호 전 공사 주장을 떠받드는 식으로 보도 및 대담을 진행한 것은 언론의 질을 대단히 떨어뜨리는 행태입니다. 태영호 씨는 신이 아니며 언론이라면 스스로의 분석과 균형감으로 보도를 해야 합니다. 그의 말을 보도할 수 있으나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의 입장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의 말을 이렇게 프로그램 내내 끊임없이 인용할 생각이라면, 적어도 출연자 중 일부는 그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섭외해 균형을 맞췄어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채널A <뉴스TOP10>(9/20)은 언론으로서 낙제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20일(목) 채널A <뉴스TOP10>

 

monitor_20181001_28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