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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이언주 말고 뭣이 중헌디!’
등록 2018.11.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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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선임 논란을 뒤로 하고 뒤늦게 정상화에 뛰어든 보도전문채널 YTN이 분주합니다. YTN은 대규모 개편을 통해 12월 3일부터 완전히 달라진 뉴스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 밝혔습니다. 탐사 전문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와도 업무 제휴 협약을 맺어 그간 전무했던 탐사 보도에도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YTN이 제시한 청사진에 시청자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사실 그간 YTN은 공영방송 KBS‧MBC와 마찬가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장악된 보도’, 편파‧왜곡 보도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해고자 복직’, 지난 9월 ‘사장 교체’ 등 일련의 정상화 과정에서도 시청자들로부터 개선점이 회자되지는 않았는데요. 개편을 앞두고 있는 최근에는 어떨까요?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YTN의 주요 프로그램인 <뉴스타워>, <뉴스톡>, <뉴스N이슈>, <뉴스인>, <뉴스Q>, <뉴스통>, <뉴스나이트>의 리포트를 제외한 뉴스 대담(특정인 인터뷰는 제외한 복수의 전문가 패널 대담에 한정)의 구성과 형식을 분석해 ‘개편 전 YTN’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지나친 이슈의 편향이 노출됐습니다. 

 

삼바‧양진호‧한유총보다 ‘이언주‧전원책’?
최근 잇따른 설화로 화제의 중심에 선 정치인이 있습니다. 바로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입니다. 이언주 의원은 10월 23일, 인터넷 방송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천재”라고 말했고 “반문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우리가 함께할 수도 있다” 등 발언을 쏟아내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 의원의 이러한 있다른 ‘강성 발언’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이 이 의원의 발언을 집중 조명했죠. 


문제는 뉴스만 방송하는 보도전문채널 YTN도 이 대열에 합류해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대체로 무비판적으로 전했다는 겁니다. YTN은 13일부터 16일까지, 주요 뉴스프로그램의 대담 코너를 통해 반복적으로 이언주 의원의 행보를 일거수일투족 조명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 이슈까지 묶어 두 인물만으로 뉴스 대담의 상당 부분을 채웠습니다.

 

 

이언주

전원책

양진호

이수역 폭행 논란

한유총 논란

삭간몰 비밀 기지 논란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대담시간

13일

41분

(31%)

11분

(8%)

 

 

 

16분

(12%)

 

133분

14일

9분

(5%)

86분

(50%)

10분

(6%)

3분

(2%)

4분

(2%)

13분

(8%)

 

172분

15일

16분

(11%)

11분

(8%)

 

24분

(17%)

17분

(12%)

 

23분

(13%)

141분

16일

23분

(12%)

9분

(5%)

43분

(22%)

14분

(7%)

11분

(6%)

 

 

192분

88분

(14%)

89분

(14%)

53분

(8%)

41분

(6%)

32분

(5%)

29분

(5%)

23분

(4%)

638분

△ YTN 뉴스 내 대담 주제 별 보도량 분석(단위 분, 11/13~16) ©민주언론시민연합
(<뉴스타워>, <뉴스톡>, <뉴스N이슈>, <뉴스인>, <뉴스Q>, <뉴스통>, <뉴스나이트>의 대담 코너에 한함)

 

YTN의 주요 뉴스프로그램들은 모두 통상적인 리포트를 전하는 도중 전문가 패널을 2인 이상 초대하여 특정 이슈를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하나의 프로그램마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40여분씩 대담이 이뤄집니다. 그만큼 대담에서 논하는 주제는 YTN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 또는 YTN이 특별히 보도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이슈겠죠. 


분석이 진행된 13일부터 16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주요 이슈는 10월 말부터 <뉴스타파>가 집중 보도해 파문이 이어지고 있는 ‘몰카 제국의 황제 양진호’, 11월 13일 새벽 발생해 젠더 논란으로 번진 ‘이수역 폭행 사건’, 지난 10월 초 MBC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사립 유치원 비리’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논란, 11월 12일 뉴욕타임즈가 ‘미신고 비밀 기지’라고 보도해 가짜뉴스 논란이 일었던 ‘북한 삭간몰 기지’, 11월 7일 박용진 의원이 분식회계 정황이 보이는 내부문건을 공개해 강한 의혹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 5개를 꼽을 수 있는데요. 물론 11월 9일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 같은날 자유한국당 행사에 참석해 물의를 빚은 이언주 의원도 이 기간 이슈라면 이슈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YTN이 보인 비중의 차이입니다. YTN은 총 7개 프로그램의 대담 중 이언주‧전원책 이슈에만 각각 14%, 도합 28%의 많은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이에 반해 타 매체도 모두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여타 5개의 주요 이슈는 비중이 채 10%를 넘지 못했습니다. 특히 사실일 경우 경제 구조를 통째로 위협한다고 평가 받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경우 15일 단 하루만 다뤘고 전체적인 비중은 4%에 그쳤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한 ‘양진호 사건’ 역시 8%에 불과했습니다. 

 

보수의 잔다르크라고?
YTN <뉴스N이슈>(11/13 https://bit.ly/2R2sQyV )의 경우 전체 대담 46분 중 절반이 넘는 26분을 몽창 이언주 의원에 쏟아부었습니다. 같은 날 YTN <뉴스나이트>(https://bit.ly/2zqdT31 )도 22분 중 14분을 할애했죠. 이언주 의원의 문제적 발언들이 과연 이렇게 길게 논의할 사안인지, 주제 선정 자체가 의문입니다. 이렇게 지나치게 이언주 의원을 조명하다보니 상식적으로 비판이 필요한 과한 발언들이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자막과 앵커‧패널의 발언으로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뉴스N이슈>(11/13)의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언주 의원을 “잔다르크 비슷한 인물”로 호명했고 <뉴스나이트>(11/13)의 경우 아예 진행자인 차현주 앵커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정치인의 변신은 뭐일지. 최근 이렇게 방향을 급격히 틀면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수 잔다르크다. 보수 여전사다, 이런 별명까지 붙었는데요”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언주 의원을 ‘잔다르크’에 비유할 수 있는지, 혹시 YTN이 이러한 ‘이미지 정치’에 오히려 힘을 싣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이언주 의원 언급하기 위한 YTN의 ‘빌드업’
YTN이 이렇게 이언주 의원을 과도하게 조명하는 방식도 시청자를 당혹케 합니다. YTN은 대담을 진행하면서 대부분 ‘박근혜 탄핵 이후 난국에 처한 자유한국당’, ‘전원책 해촉으로 인한 자유한국당 당내갈등’을 함께 다뤘고 이 과정에서 이언주 의원을 등장시켰습니다. YTN의 의도와 관계 없이 ‘현재 상황이 어려운 자유한국당의 대안으로 등장한 이언주’의 이미지가 상당히 부각된 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YTN <뉴스N이슈>(11/15)입니다. 이 방송에서 YTN은 먼저 전원책 변호사의 해촉 관련 기자회견을 보여줬고 자유한국당 내홍을 거론한 후 김정아 앵커가 “이러다 보니까 지금 보수 야권에서 나오는 얘기가 반문 연대론, 이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 이런 상황”이라 짚었습니다. 이어진 앵커의 질문은 “이언주 얘기가 나왔으니까요. 내 정체성은 반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한국당 갈까 관심인데 이정미 대표가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 배를 타고 부산 영도에 안착하는 게 목표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어떻게, 한국당 가서 영도에서 출마를 하게 될까요?”라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이언주 자유한국당 입당 후 영도 출마설’로 옮겨간 것이죠.


16일 <뉴스나이트>(11/16 https://bit.ly/2FEeTq1 )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원책의 보수 신당 창당 의사’, ‘전원책의 보수 재건책에 함께 할 인물들’을 논한 YTN은 곧바로 ‘보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이언주 의원을 거론했습니다. 김광덕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일부 강경 보수층에서는 가장 지금 정치인들 중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그거(반문연대)에 대해서 관심 갖고 있는 보수층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언주 의원의 ‘반문연대’를 설명했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의원에게 “여전히 변호사의 기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어느 당에 속했든 본인이 대변해야 될 대상은 철저하게 대변하는. 그것도 가장 앞장서서 대변하는 전형적인 변호사의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했습니다. 이렇게 패널 개인의 호감이 과연 YTN의 뉴스 대담에서 표출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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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가 언급한 ‘반문연대’ YTN <뉴스나이트>(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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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행보 옹호한 이종훈 평론가 YTN <뉴스나이트>(11/16)
 

‘이언주 연고는 영도’ 수차례 반복 강조, ‘안물안궁’이다
YTN이 이언주 의원이 자유한국당 영입설과 더불어 이 의원의 ‘연고지’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점도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13일 YTN <뉴스N이슈>(11/13)에서 김정아 앵커는 “한국당 입당설과 함께 부산 영도 하면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라 말했고 이종훈 씨 역시 “연고가 있다, 본인이. 부산 영도여고 출신이다. 원래 또 그쪽이 고향”이라며 ‘영도’를 반복 강조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이언주 의원에 대한 호감을 표한 이종훈 씨는 “과거 같았으면 철새 정치인이다라고 굉장히 비판을 많이 했을 텐데 요즘 하도 흔해서 비판하는 것조차도 식상한 그런 감이 없지 않아 있다”라며 ‘영도 출마설’에 제기되는 비판에도 자연스럽게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같은 날 YTN <뉴스나이트>(11/13)에서도 정병진 앵커가 “지역구는 부산 영도구다, 이렇게 꼭 집어서 동료 의원이 얘기를 했는데 이 정도 얘기가 나왔다면 어느 정도 좀 서로 교감이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영도라는 지역적 특색도 눈에 띕니다”라고 말했고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본인이 영도여고를 나왔어요. 그러니까 지역적인 연고가 있는 거죠”라고 답했습니다. 


YTN <뉴스N이슈>(11/15)에서도 김성완 평론가가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 선언했으니까 영도에 출마할 의원이 없어지는 것은 맞다”, “그런데 거기에 영도여고 출신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본인이 가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평하면서 이언주 의원의 행보를 “일종의 생존 DNA”라 평했습니다. 

 

김수민 인터뷰하면서도 “이언주 의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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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 의원에게 이언주 행보 묻는 YTN <뉴스톡>(11/16)
 

이언주 의원에 집착한 YTN의 방송 사례 중 특정인 인터뷰라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가장 황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16일 YTN <뉴스톡>(11/16 https://bit.ly/2FOT9YD )에서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초대한 인터뷰입니다. 이종원 앵커는 김수민 의원을 인터뷰하면서도 수차례 이언주 의원의 행보를 물었습니다. 이 앵커는 “나오셨으니까 바른미래당 이야기를 좀 여쭤보겠습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최근 신보수를 내세우면서 이른바 반문연대를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이언주 의원(과 관련해서)도 저희가 하나만 더 여쭤보겠다. 결국에는 (바른미래당을) 나갈 거라고 보세요?”, “김정은 위원장 방남 환영단 현수막을 내건 것에 대해서 이언주 의원이 강하게 비판했다고 하는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말씀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시는데 딱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바른미래당의 당헌당규에 보면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 이런 거 아닌가요? 그러면 최근에 이언주 의원의 대표적인 발언 중 하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천재, 동의하십니까?”라고 등 반복적으로 이언주 의원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는 사실 인터뷰에 초대된 인사에 대해 무례하다고도 볼 수 있는 태도인데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면 이언주 의원 본인을 섭외했어야 하고, 본인이 응하지 않았다면 이런 인터뷰를 진행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김수민 의원은 “제가 본인이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이언주 의원님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 제가 본인이 아니니까 말씀드리기가 애매한 상황”, “굉장히 자극적인 질문을 하시네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이언주 의원을 과도하게 부각한 YTN이 무리수를 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YTN <뉴스타워>, <뉴스톡>, <뉴스N이슈>, <뉴스인>, <뉴스Q>, <뉴스통>, <뉴스나이트>(11/13~16, 대담 코너에 한함)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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