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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극우 유튜버 인용해 노노갈등 부추긴 동아일보
등록 2018.12.08 11:31
조회 179

택배 노동이 중노동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우체국만 택배업을 하던 시절을 지나 91년 자동차 운수 사업법이 개정되고, 92년 한진택배가 택배업에 진출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과당경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97년 4천7백 원이던 단가는 지난해 2천5백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기사들은 하루 두 배 더 뛰어야 수입을 맞출 수 있게 됐습니다.

 

CJ대한통운의 매출이 늘고 업계점유율도 45%까지 늘어난 반면 택배 기사의 노동 강도는 세지고 대가는 수년째 그대로입니다. 각종 제반비용(차량운영비, 사고처리비용, 식비, 연장근로수당, 산재보험, 분실택배배상비용)이 택배 기사에게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택배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노동 여건을 개선해보고자 노조를 만들었고,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정식으로 설립인가증을 교부받았습니다. 사측과 교섭을 요청했으나 CJ대한통운 측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까지 한 상황인데도 행정소송으로 ‘노동자성’ 인정 여부를 다투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에는 CJ대한통운 옥천물류센터에서 대학생이 감전사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한달 뒤 같은 곳에서 50대 일용직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 노동자 혐오 또 나왔다>(11/30)에서 택배 불편을 앞세워 노조 혐오를 부추기는 조선과 동아의 보도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반복됐습니다.

 

익명의 극우 유튜버 인용한 동아일보

동아일보 <“거래처 끊겨 고통…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택배기사의 울분>(12/4 변종국 기자)에서 ‘윾튜브’의 발언을 담았습니다.

 

‘윾튜브’는 하회탈을 쓰고 나와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돈을 버는 유튜버입니다. 그는 유튜브 활동 이전에도 페이스북 ‘유머저장소’라는 페이지에서 세월호 참사를 ‘그 해상 교통사고’로 비하하고,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한동대학교를 두고 ‘입학할 때는 부모님 가슴이 무너졌는데 건물마저 무너지네’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한 해당 영상이 ‘Youtube 커뮤니티가이드’ 중 증오성 발언 금지 위반으로 삭제되었고, 유튜브로부터 제재 조치까지 받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런 ‘윾튜브’를 신뢰할 만한 취재원으로 여겨 인용했고, 윾튜브 영상 속 주장을 그대로 지면에 실은 것입니다. 심지어, 보강취재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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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는 혐오 발언을 일삼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기사를 썼다 (12/4)

 

극우 유튜버 일방적 주장을 토대로 노노갈등 부추기는 동아일보

동아일보가 인용한 영상은 12월 6일 현재, 60만 조회 수 넘었습니다. 영상의 주된 내용은 ‘택배 기사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지 않다’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김슬기 씨의 주장을 전하는 것입니다. 김슬기 씨는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동 강도가 높지 않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동아일보는 제멋대로 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윾튜브를 통해 같은 비(非)직영 택배노조 파업을 작심 비판해 화재가 되었다’며 ‘비(非)직영’에 방점을 찍었지만, 영상에서 김슬기 씨는 ‘비(非)직영’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는 김슬기 씨의 입을 빌려 △직영은 비(非)직영에 비해 3분의1 수준이고, △산간지역 등 회피 지역을 주로 담당한다고 했습니다. 직영 기사는 급여가 낮고 노동 환경이 나쁘니 본사가 부여하는 혜택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데, 급여도 높고 노동 환경도 괜찮은 비직영 기사가 직영기사의 복리후생을 원하는 게 이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위 내용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노동조합을 혐오하도록 호도하는 나쁜 뉴스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반박이 가능한 내용을 그대로 전한 몰상식

동아일보 기사 속에 서술된 내용은 택배 업계 사정을 자세히 몰라도 쉽게 반박이 가능합니다. 동아일보 보도처럼 간접 고용된 택배 기사의 수입이 3배나 많다고 가정해봅시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간접적으로 고용된 기사의 수입이 3배가 커지는 만큼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CJ대한통운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택배기사를 직고용하는 편이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그렇게 하지 않고 간접 고용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직고용 체제보다 ‘대리점과 사업자 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또다시 택배 기사들과 사업자 계약을 맺는 간접 고용 체계’가 실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현행 체계에서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 시에 CJ대한통운이 짊어져야 할 비용을 간접 고용 기사에게 모두 떠넘길 수 있습니다. 배송 도중 기사가 사고를 내도 배상 의무가 없고, 안전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아도 산재보험에 들지 않아도 되며, 퇴직금을 지불하고 4대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직접 고용된 기사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직고용된 택배 기사들도 CJ대한통운에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입니다. 계약 갱신을 담보하려면 전적으로 회사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을의 처지인 건 매한가지입니다.

 

직고용 기사가 산간지역 등 회피 지역을 주로 담당한다는 말도 완전히 틀렸습니다. 배송 구역을 획정하고 택배 기사를 배치하는 일은 대리점이 맡고 있습니다. 어떤 구역을 담당하던 기사가 그만두면 기사를 충원하는 일, 한 명의 택배기사가 맡던 구역의 물량이 급증해 구역을 쪼개서 다른 기사에 배치하는 일도 역시, 구역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대리점의 몫입니다. 운송 난이도에 따라 배송지는 총 12급지로 나뉩니다.

 

쉽게 말해 1급지는 도심, 12급지는 산꼭대기로 보면 되겠습니다. 한 구역 안에서도 난이도 높은 12급지와 1급지가 함께 포함될 수 있습니다. 대신, 12급지는 건당 수수료가 높습니다. 배송지역은 고용 형태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되는 것이 아니며 대리점의 재량에 따라 택배 기사에게 할당될 뿐입니다. 게다가 직고용 기사는 배송 업무보다는 주로 고객사에 들러 배송할 물건을 수집하는 ‘집하’ 업무를 담당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회피 지역을 담당하는 기사는 간접 고용된 택배 기사가 더 많습니다.

 

수수료 횡령 혐의로 고발당한 대리점이 택배노조와의 갈등으로 폐업한 곳으로 둔갑

기사 속에 언급된 ‘경기 분당의 한 대리점주’는 택배 기사 몰래 2억 2천만 원 상당의 수수료 배당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곳으로 드러났습니다. 올해 초 최초 파업의 계기가 바로 수익금 횡령 때문이었습니다. 기사별 월 정산 내역을 알게 해달라는 것이 당시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 사항이었습니다.

 

본사(CJ대한통운)에서 각 대리점에 수익금을 보내면 대리점이 택배 기사들과 수익을 나누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리점은 전산 상에 기입된 전체 금액을 파악하고 있지만 택배 기사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배달을 완료한 건당 책정해 정산 받는 구조인데도 택배 기사들은 대리점으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다른 지점의 기사들과 자체적으로 월수입을 비교해보니 배달 건수에 비해 수입의 차이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문제제기했습니다. 택배 기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금을 횡령했다는 사실은 해당 대리점주가 스스로 밝힌 내용입니다.

 

동아일보 기사가 말하는 내용과는 정반대로 택배기사들은 어느 구역이 가장 많은 수입을 잘 올리는지는 커녕 자신의 수익도 모르는 형편입니다.

 

2018년 택배 노동 현실 몸으로 부딪히며 전달한 MBC

동아일보가 택배기사 간 노노갈등을 부추길 때 MBC ‘바로간다’ 팀이 5회에 걸쳐 전한 현실은 다릅니다.

 

MBC 인권사회팀은 택배 기사와의 동행 취재 <끼니 거르고 17시간 일해도…'법 사각지대' 택배기사>(10/03 이재민 기자)를 통해서 택배 노동의 현실을 낱낱이 보였습니다. 택배 기사들은 윾튜브 영상 속 김슬기 씨 증언처럼 아침 11시에 오후 4시에 퇴근하기는커녕 아침 7시에 나와 오후 8시가 지나도 하루 할당 물량의 1/3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17시간을 일한 뒤에야 퇴근했지만 끼니는 못 챙겼고 화장실은 뛰어서 갔습니다.

 

일용직 택배 노동자의 여건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MBC <바로간다/ "숨 쉴 틈도 없다"…'죽음'의 택배 물류센터 체험기>(9/27 윤수한 기자)는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감전사고로 숨지고, 택배를 싣던 30대 남성이 트레일러에 치여서 숨진 사고가 발생한 대전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 잠입 취재했습니다.

 

윤수한 기자가 옥천 물류센터에서 밤새도록 일하는 동안 4시간 일했을 때 30분 쉬는 근로기준법 상 휴게 의무는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사망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현장임에도 안전수칙은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하루 8시간·일주일 40시간 이상 일하면 초과 근무 수당을 주지 않았지만 처지가 곤궁해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윤 기자는 후속 보도인 <바로간다/ "밥도 물도 없다"…어지러워도 '작업 계속'>(9/28 윤수한 기자)에서 이마저도 작업환경이 괜찮은 편에 속하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통근 버스가 없는 수도권 외곽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폭염이 기승을 부린 여름에 2~3일씩 걸리는 통에‘ 사비로 충당해야 했습니다. 윤 기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중노동을 하는데 밥 한 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말이 되는지 묻고 싶었다고 합니다.

 

MBC 취재를 종합해보면 택배 분류, 상·하차, 배달, 문자까지 보내야하는 현행 택배 노동은 각각 별도로 분리해 운영해도 힘든 중노동입니다. 현실이 그런데도 택배 기사는 일반 회사원들처럼 한 직장을 계속 출퇴근해도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특수 고용직'이라 몇 년을 일해도 퇴직금이 없고 교통비·식대·상여금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도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7년부터 특수 고용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했지만 아직은 법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독일은 법으로 특수직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일본도 판례로 근로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업자로만 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해, 11월 3일 택배기사가 △지정된 구역 내에서 사측이 정한 배송절차와 요금에 따라 지정된 화물을 배송하는 점 △사측이 작성한 업무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어 택배회사·대리점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점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돼 업무를 수행하고 사용자 허가 없이 유사 배송업무를 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잇따라 판단했지만, CJ대한통운은 “독립적 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가 근로자 지위를 가질 수 있는지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단체 교섭에 불응하는 CJ대한통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노노갈등·노조혐오 부추기는 동아일보의 나쁜 보도

택배연대노조가 CJ대한통운에 단체협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택배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동아일보는 ‘CJ대한통운’의 책임을 쏙 빼놓고, 또 다른 노동자를 앞세워 ‘노동자도 불편해 하는 노조 파업’이란 명제를 입증하려 애썼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CJ’의 입장은 인포그래픽 속 짤막하게 요약된 주장과, ‘업계의 말’ 뿐입니다. 마지막 문단에는 CJ대한통운에게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대리점의 피해를 덧붙입니다. 택배 노동자가 막연히 수수료 인상 요구하는 집단 행동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민언련이 확인한 결과, 동아일보 기사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의 택배노조 혐오 부추기기

 

조선일보 <택배 분류 방해하고 배송 거부하면서 파업 풀었다는 택배 노조>(11/30 곽래건 기자)는 “여전히 배송을 거부하고 있고,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고 보도했고, TV조선 <"거래처 끊겼다" 택배기사가 노조파업 비판…"노조가 보복 언급도">(12/4 신준명 기자)은 “지난 28일 공식적인 파업이 끝났지만 아직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TV조선도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유튜브 ‘윾튜브’ 채널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보도 내용과 달리 택배연대노조는 29일부터 정상 출근했습니다. CJ대한통운이 파업지역 택배접수 중단(집하금지)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는 다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4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지면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최영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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