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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분식회계’ 옹호하려 ‘거짓 근거’ 가져온 MBN
등록 2018.12.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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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이오로직스는 무려 4조 5000억 원 규모의 고의 분식회계로 투자자를 속이고 시장을 교란하고도 현재 주식시장에서 멀쩡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모호한 이유를 들어 ‘상장 유지’를 선언하자 논란이 컸습니다. 이렇게 대규모 범죄를 저지르고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우리 사회의 병폐입니다. 21일, 한겨레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때 미래전략실 임원이 감사 맡았다>(12/21)라는 단독 보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지르던 2015년,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를 맡았다고 폭로하기도 했죠. 고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와도 직결된만큼 삼성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위법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철저히 은폐하는 언론들도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3사가 대표적입니다. MBN에서는 아예 허위사실을 동원하여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가 정당하다고 하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최근 5년간 상장폐지 기업 수” 75개

그날의 주요 조간신문 기사들을 소개하고 비교하며 이슈를 분석하는 MBN 시사 프로그램 MBN <아침&매일경제>는 11일 방송에서 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를 다뤘습니다. 이날 패널로는 최경철 매일신문 해설위원, 이경환 변호사, 배재정 전 민주당 의원, 양지열 변호사가 나왔는데요. 이중 최경철‧이경환 씨는 ‘상장 유지’ 결정을 두둔했습니다. 문제는 그 근거가 허위사실이었다는 겁니다. 상장 유지 결정에 대한 찬반 패널 비중은 맞췄으나 사실관계가 틀렸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습니다. MBN이 사실상 오보를 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최경철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경철: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상폐를 통해서 자본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아직도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투자를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을, 그러니까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보호하려는 기제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소액주주들이 삼바에 8만 명 정도가 있습니다. 그 소액주주들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금융당국의 고려가 있지 않나(중략) 상폐라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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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폐지 사례 거의 없다’는 MBN <아침& 매일경제>

 

이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들어 ‘상장 유지’를 결정한 한국거래소의 입장을 대변한 겁니다. 이날 한국거래소의 결정을 비판한 패널도 2명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논지를 발언한 것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최경철 씨가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상폐를 통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킨 경우는 없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한국일보 <‘2 경남제약되나상폐 공포에 떠는 주주들>(12/18)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장폐지 기업은 총 75개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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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상장폐지 기업 수 보도한 한국일보 (12/18)

 

개인 투자자 보호책이 ‘불법 행위에 면죄부’?

물론 한국일보도 소개했듯이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대상이 되면 투자자들은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 당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MBN의 최경철 씨처럼 소액주주,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상장폐지 자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겁니다.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다면 제도를 만들고 개선해야지 범법 사실이 드러난 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죠. 상장폐지로 삼성 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면 그 피해는 상장폐지를 자초한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보전해야지, 그 책임을 금융당국이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치러서는 안 됩니다. 애초에 상장기업을 선정할 때부터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은 쉽고 안전하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며 상장 폐지에도 장기 영업 손실, 자본잠식 등 엄밀한 요건이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부실 기업 또는 범법 기업의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병폐입니다. 부실기업과 범법기업의 거래를 유지시켜 준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 전반과 개인투자자들의 엄청난 손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분식회계로 상장 폐지된 전례는 없다”?

MBN <아침&매일경제>(12/11)의 이경환 씨도 비슷한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한국거래소의 ‘거래 유지’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이경환: 삼성바이오가 이번에 계속 이렇게 결정이 난 거에 대해서 정당한지를 따져야 하는 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회계 잘못에 의해서 분식 혐의에 대해서 상장 폐지가 된 경우가 없습니다. 그런 전례가 없다고 본다면 이번에도 그 전례에 따르는 것이 정당하다고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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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는 없다고 주장하는 MBN <아침&매일경제> 이경환 씨

 

요컨대 분식회계에 의한 상장폐지는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상장 유지 결정’ 역시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어떤 제재나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상당히 부실한 논리입니다. 전례가 없더라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됐다면 그 근원을 과감하게 개혁하거나 잘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죠. 전례가 없다는 것은 ‘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 거부’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경환 씨가 ‘전례가 없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사실과 다릅니다. 금융감독원이 “(‘09년∼’12.6월) 회계처리기준을 ‘고의’로 위반하여 제재를 받은 상장법인(이하 ‘회계분식 기업’) 86개사의 주요 특징을 분석”한 보도자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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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121026_조간_회계분식 기업의 특징 및 투자자 유의사항>(2012/10/26)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회계분식 기업의 특징 및 투자자 유의사항>(2012.10.26)는 “회계분식 기업은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 피해가 예상”된다며 “회계분식 기업(86사) 중 59개사(68.6%)가 이후 상장폐지 되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경환 씨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분식회계를 저지른 과반수의 기업이 상장폐지 처분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허위사실은 앞서 살펴본 최경철 씨도 반복했습니다. 최 씨도 “대마불사라는 표현은 좀 맞지 않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전례들을 봤을 때 작은 회사들도 많이 살려줬거든요”라며 ‘전례를 보면 오히려 작은 회사들을 많이 살려줬다’고 주장한 겁니다. 작은 회사들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으나 금융감독원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분식회계 기업 중 무려 68.6%나 상장폐지 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분식회계 회사를 많이 살려줬다’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당장 이 방송 직후 결정된 경남기업이 상장폐지됐다는 사실만 봐도 MBN에서 나온 발언들이 현실과 전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경남기업도 똑같이 분식회계로 과징금 4천만원을 받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무려 80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죠. 그만큼 분식회계 규모가 훨씬 컸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삼성만 봐주고 ‘작은 회사’인 경남기업은 때렸다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대마불사’라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회계 투명성 부문 국가별 순위 최하위권 국가, 대한민국

삼성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거래소의 ‘거래 재개’ 결정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전적으로 패널의 자유지만, 시사 프로그램에서 거짓말을 근거로 들어선 안 됩니다. 거짓된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유지’를 옹호한다면 삼성의 범죄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MBN이 아무리 패널 구성과 발언에서 찬반 비율을 맞췄다고 해도 ‘허위사실’이 나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국제개발경영연구원(IMD)에서 발표하는 ‘회계 투명성 부분 국가별 순위’에서 최근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무려 4조 5000천 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금융당국은 면죄부를 줬습니다. 객관적 사실이 이러하다면 금융당국의 결정을 두둔하기 위해서는 더 치밀하고 분석적인 논리를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MBN은 전혀 그렇지 못했으며 오히려 허위주장으로 시청자를 속였습니다. 이런 패널을 방치한다면 MBN의 신뢰도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MBN <아침&매일경제>(12/11)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정선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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