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심석희 선수 과거 영상까지 과도하게 노출한 TV조선
등록 2019.01.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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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투 운동에서 언론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올바른 성폭력 보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었을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는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2018)(이하 ‘실천요강’)을 내놓기도 했죠.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이 아직도 부적절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조재범 성폭력 의혹 사건을 보도하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사건과 관련 없는 영상들을 맥락 없이 성폭력 사건과 연계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코치와 선수로 훈련하는 영상을 과도하게 노출했고, 패널들은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정보를 남발했습니다. 특별히 심층 취재나 단독 인터뷰도 아닌, 이미 알려진 통상적 보도를 하면서도 선정적이고 과도한 묘사를 것이죠. 모두 피해자 인권 침해 소지가 높은 행태입니다.

 

심석희 선수 영상이라면 전부 다 보여줄 셈인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간, 조재범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심석희 선수 영상을 총 18회나 노출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가 직접 설명하면서 심성희 선수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4회(2분 19초)나 있었고요. 패널들이 대담을 나누는 동안 소리 없이 심석희 선수의 모습이 비춰지는 경우도 14회(5분 18초)나 됐습니다. 성폭력 추가 고발 이후 심석희 선수는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보여준 영상은 사실 사건과 무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천요강’은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영상, 사진 등을 본인 동의 없이 보도하는 것은 사건을 왜곡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심석희 선수를 전면에 내건 영상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재판 출석 당시 인터뷰, 시합을 앞두고 연습하는 모습, 공항에서 대기 중인 모습, 팬미팅 모습, 타 매체 인터뷰 영상 등인데요. 재판 출석을 제외하면 사건과 완전히 무관하게 오로지 심석희 선수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며 재판 출석 영상 역시 굳이 반복적으로 보여줄 이유가 없습니다. 조재범 코치의 성폭행 혐의 추가 고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9일 방송에서 특히나 TV조선은 심석희 선수 모습을 집중적으로 노출했습니다.

 

방송 일자

내용

활용 구분

시간

1월 9일

폭력 사건 재판 출석 당시 인터뷰

직접

20초

폭력 사건 재판 출석 당시 인터뷰

간접

9초

빙상 위 단체경기 연습

간접

29초

공항 대기 중 연습

간접

8초

빙상 위 단체경기 연습

간접

13초

팬미팅 영상(팬들이 준비한 영상보고 감사인사)

직접

39초

스포츠조선 인터뷰 영상(경기력 향상하는 방법)

직접

34초

팬미팅 영상 (눈물 흘리는 모습, 선서하는 모습, 게임하는 모습)

간접

1분 35초

팬미팅에서 띄운 심석희 선수 응원 영상

간접

9초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공연 관람하는 영상

간접

32초

심석희 선수 경기 후 인터뷰 영상

간접

22초

여자 쇼트 대표 단체 기자회견 영상

간접

11초

1월 10일

선수촌 단체 연습 영상

간접

9초

심석희 선수 조재범 코치와 함께 선수촌 단체 연습

간접

22초

1월 11일

선수촌 단체 연습 영상

간접

10초

심석희 선수, 조재범 코치와 함께 선수촌 단체 연습

간접

27초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아버지 관련 내용)

직접

46초

심석희 선수 빙상 위 연습하는 영상

간접

22초

진행자가 영상을 소개하며 노출한 심석희 선수 영상(‘직접’으로 표기)

4 회

2분 19초

패널들이 대화할 때 배경으로 노출되는 심석희 선수 영상(‘간접’으로 표기)

14 회

5분 18초

18 회

7분 37초

△ ‘조재범 성폭행 의혹’보도에 활용한 심석희 선수 관련 영상자료화면 분석.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9~11) Ⓒ민주언론시민연합

 

더 큰 문제는 성폭력 사건과 아무 상관없는 영상을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9)에서 심석희 선수의 팬미팅 영상을 소개하며 “심석희 선수가 용기를 낸 건, 용기는 낸 건 바로 팬들의 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심 선수가 지난해 열린 팬미팅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여러 가지 마음들이 아마 겹쳤지 않나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팬미팅 영상은 패널들이 대담을 나누는 동안에도 배경 화면으로 반복 노출됐습니다. 팬들과 보낸 사적인 시간을 동원해 ‘성폭행 피해자의 고백’으로 둔갑시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팬들과의 만남에서 심석희 선수가 감동하고 즐거워했던 시간을 보는 이로 하여금 ‘성폭행 피해자’로서의 모습으로 재해석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11)에서 윤정호 앵커는 타 매체 인터뷰 당시 심석희 선수가 아버지와의 관계를 거론했던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 때 윤 앵커는 “아버님은 충격 여파가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심석희 선수. 평소에 아버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한 적이 있거든요. 그 장면 한번 보시겠습니다”라면서 영상을 소개했습니다. 역시 불필요한 영상과 설명입니다. 심석희 선수가 지난해 8월 피력한 아버지와의 애틋한 관계는 성폭력 피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는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피해자의 가족 및 사생활까지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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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윤정호 앵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9)

 

프로 선수에 대한 예의, 피해자에 대한 배려 둘 다 없었다

심석희 선수가 사건과 관계없이 선수로서 했던 인터뷰까지 ‘성폭행 피해자’의 모습으로 멋대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9)에서 윤정호 앵커는 심석희 선수의 스포츠조선 인터뷰 <평창 그후/'쇼트트랙 퀸' 심석희 "4년 뒤에도 실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2018/8/2)을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지금 인터뷰를 보면 쇼트트랙에 대한 이야기만 담긴 게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요”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이 보여준 인터뷰의 심석희 선수 발언은 “지금은 (다음을 위한) 휴식 시간이에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온 힘을 쏟아낸 뒤에는 잘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몸도 마음도 회복해야 더욱 강해질 수 있거든요. 나이로만 따지면 4년 뒤 베이징 대회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베이징에 가려면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실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라는 일상적 코멘트였습니다. 지난해 8월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을 피력한 발언을 성폭력 폭로 이후 뭔가 의미심장한 발언인 것인 양 제멋대로 상상해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희정 사건’ 당시 논란의 ‘동그라미 영상’ 재연한 TV조선

또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선수촌 연습 장면 중, 조재범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전담으로 코치하는 모습도 10일 22초, 11일 27초 보여줬습니다. 이들 영상은 두 사람이 선수와 코치의 관계로 활동하던 당시의 영상을 찾아내서 두 사람을 동그라미 치며 부각했습니다.

 

이런 영상 사용은 안희정 전 도지사 사건 당시 보도와 유사한 양상입니다. 위의 실천요강이 담긴 <여성가족부 성폭력·성희롱 사건, 이렇게 보도해 주세요!>에는 미투 이후의 상황을 업데이트하면서 안희정 전 도지사 성폭력 사건을 보도한 언론이 “해외출장 동행 당시 영상 중 피해자가 찍힌 장면을 찾아내 ‘붉은 원’ 혹은 ‘밝게 처리한 원’으로 피해자를 부각시켜 거듭 보여주거나, 얼굴에 번진 화장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모습, 가해자 옆에서 넥타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 사진을 내보”낸 것을 지적했습니다. 강령에는 “신상을 공개한 피해자라고 하여, 피해자의 과거 영상과 사진을 찾아내 자료화면으로 활용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사생활 침해행위”라고 못 박으며 이런 보도를 자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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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범 코치와 심석희 선수 훈련 영상.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10)

 

진행자와 패널 모두 준비 안 된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10)의 패널들도 이 사건을 보도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일부 패널들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엇나가는 모습을 노출한 겁니다. 다른 패널은 물론, 진행자도 이런 발언을 정정하지 않아 총체적인 난국을 보였습니다. 

고성국 : 그런데 심석희 선수가 추가로 성폭행 얘기까지 다시 폭로한 이유를 심석희 선수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이 다시 복귀해서 내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할 것 같아서

진행자 : 네.

고성국 : 너무 두려워서. 이렇게 돼 있거든요.

진행자 : 예.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SBS <심석희, 팬의 편지에 결심"피해자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길">(1/8)에서 심석희 선수 변호인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심석희 선수가 성폭력 폭로를 결심한 이유는 “(한 팬이) 심 선수가 심하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올림픽이든 그 이후에든 선수 생활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는 게 자기한테는 너무 큰 힘이 됐다면서 고백을 하는 편지를 주셨는데, 자기로 인해서 누가 힘을 낸다는 걸 보고 밝히기로 결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재범 코치와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는 발언은 ‘폭로의 동기’가 아니라 지난해 12월 17일 심 선수가 법정에서 한 진술 내용입니다. 한국일보 <법정 출석 심석희 조재범 폭행 후유증 탓에 올림픽 꿈 못 이뤘다”>(2018/12/17)에 따르면 심석희 선수는 “피고와 마주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올 엄두를 못 냈지만, 그래도 진실이 뭔지 말씀 드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성국 씨는 성폭력 폭로를 결심한 이유와 폭행 법정 진술에 앞선 심경을 헷갈린 것입니다. 진행자조차 이를 정정하지 못했고 오히려 긍정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잘 몰랐던 것이죠.

 

TV조선은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심석희 선수는 단순히 가해자가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일축하는 것은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행위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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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10)

 

신유용 씨 2차 피해 우려한 TV조선, 아직도 멀었다

한편, 14일 유도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신유용 씨를 다루는 방송에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었습니다. 신유용 씨의 얼굴과 실명을 밝히지 않은 것인데요. 진행자 윤정호 앵커는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신 모 선수와 정확하게 이야기가 되면 저희가 공개를 하겠습니다만 그때까지는 저희가 일단 이름하고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는 점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유용 씨는 이미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미투 폭로를 했지만, 보도하기에 앞서 개인과의 협의를 한 번 더 거치겠다는 의지는 주목할 만 합니다. 하지만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아직 멀었습니다. 부디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2018)를 모든 제작진과 패널들이 숙지하고 방송을 만드시길 권고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9~11)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정선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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